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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7㎡를 채우는 장애인들

[기획] 미신고시설 더 이상 이대로 놔둘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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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실정양원 감금방 ⓒ노순택 또 미신고시설, 정체가 뭐냐?

지난 2002년 충남 부여의 한 미신고시설에서 화재로 인해 시설장과 생활인 3명이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다. 전국의 미신고시설장들은 시급히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미신고시설에 대한 전면 조사와 신고시설 전환을 조건으로, 당시 사회복지시설·설비기준 및 인력 기준을 대폭 낮춰 「사회복지사업법」상 행정처분 및 처벌을 유예1)하는 ‘미신고시설 양성화 정책’을 시행했고, 유예기간 동안 조건부신고시설이 등장하게 됐다.

즉, 조건부신고시설은 2002년 6월부터 3년의 유예 동안 2005년 7월 31일까지 미신고시설이 신고시설의 법적기준을 충족해서 신고시설로 전환하는 것을 약속하는 경우, 「사회복지사업법」상 미신고로 인한 처벌조항을 적용하지 않기로 한 시설이다.

애초 복지부는 미신고시설 양성화 정책을 2006년을 끝으로 마감하고, 조건부시설 외의 미신고시설에 대한 엄정한 조치를 내리고 예방할 것이며, 향후 신고전환한 시설의 운영 안정화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러나 결국 2007년까지 신고 기간을 연장해주었고, 2004년부터 2006년 사이 조건부신고시설에 1천억 원이 넘는 복권기금도 끌어다 퍼주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2004~2006년경 조건부신고시설들은 개인운영신고시설로 대거 전환했다. 사회복지시설의 설치·운영에 있어 그 요건을 완화함으로써 시설의 난립은 물론 기존 신고시설의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미신고시설이 대거 발생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정부의 미신고시설 양성화정책은 그 태생적 한계로 인해 시행과정에서도 끊임없이 문제가 일어나, 미신고시설은 물론 조건부신고시설로 등록된 시설에서도 생활인에 대한 폭행·성폭행·감금·비인간적인 의식주 제공 등 인권침해와 수급비 횡령 등의 비리가 터져 나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경기도 양평군 성실정신요양원(2003), 충남 연기군 은혜사랑의집(2003), 서울시 은평구 영락원(2004년), 강원도 인제군 심신수양원(2005년), 경기도 안양시 바울선교원(2005), 경기도 성남시 지인언어치료원(2005년), 경기도 김포시 사랑의집(2006년) 등이다. 이후에도 개인운영시설의 열악한 재정상태2)와 행정기관의 관리감독을 회피하고자 신고시설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저조해지자, 다시금 2009년 12월 31일로 유예기간이 조정되었다.

하지만 해를 넘긴 2010년에도 여전히 전국 678개소 1천926명의 생활인이 거주하고 있는 개인운영신고시설과 110개소 2천456명의 생활인이 거주하는 미신고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이외에도 ‘종교시설’을 표방하고 있는 사실상의 사회복지시설은 그 현황과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태다.

이중 확인된 장애인 미신고시설의 수는 전국 22개, 이는 분명 불법시설이지만 지자체와 복지부는 적극적인 폐쇄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또다시 민관합동3)으로 ‘장애인 미신고시설 인권실태조사’가 지난 5월부터 이루어지고 있다.

    ▲ ⓒ전진호 기자 미신고시설 내 인권침해는 타임캡슐?!

일정의 조건을 갖춰 미신고시설에서 개인운영신고시설(이하 신고시설)로 전환한다고 하더라도 국가보조금이 전무한 것은 2002년 미신고시설양성화정책이 발표된 이후에도 계속 문제가 제기되어왔는데, 미신고시설들은 다른 형태의 돌파구를 찾았다.

“수급비를 받는 장애인 30명이면 신고시설운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외치던 한 시설장의 노골적 외침처럼, 미신고시설뿐 아니라 개인운영시설의 대다수는 시설장애인의 수급비로 시설운영비를 확보하는 것이다.

2009년 기준 1인 최저생계비 약 49만 원, 여기에 장애수당까지 합하면 60~65만 원 가량의 수급비가 개인통장으로 지급된다. 예를 들어 한 시설에 장애인 20명이 생활한다고 가정하면, 시설장에게는 적어도 매달 1천2백만 원 정도의 운영비가 확보되는 셈이다.

이번 미신고시설 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되었지만, 일단 신고시설로 전환하기로 마음먹은 시설장들은 이 인원수에 맞춰서 시설의 건물 및 설비를 증원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인원이 적으면 직원고용을 포함한 운영비 확보가 어려우니, 현재 30인 미만시설만 설치할 수 있는 규정에 맞춰 29명이 살 수 있는 면적과 건물을 확보하는 것이다. 1인당 9.37㎡(약 3평 정도)의 면적에 일정 시설물만 구비되면, 신고시설로 전환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빚을 내어 땅을 사고, 건물을 증축하고 이에 발생하는 부채는 운영비로 감당해내면 된다. 아직 미신고시설이니까 직원의 부재 및 회계부정도 전환된 이후에 잘하면 된다는 시설장의 입장과, 관리감독청인 지자체 공무원들의 입장은 다르지 않다. 심지어 ‘기초생활보장수급자 급여관리 지정동의서’를 통해 개인통장을 시설장이 관리하는 것에 암묵적 동의함으로써 합법적(?) 근거를 마련하도록 동조하고 있다.

이즈음에서 궁금증이 생긴다. 그야말로 수급비는 1인 최저생계비일 뿐이다. 한 개인이 자신의 수급비로 한 달을 생활하기에도 빠듯한 매우 적은 금액인데, 어떻게 미신고시설들은 이 돈으로 먹는 것, 입는 것, 연료비, 의료비, 직원고용 등을 충당하며 시설을 유지하고 신고시설 전환을 준비하는 것일까?

실태조사가 이루어진 미신고시설들의 대부분은 먹거리(부식비) 충당을 푸드뱅크로 유지하고 있었다(심지어 푸드뱅크를 복지부에서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시설도 있었다). 산업체나 학교에서 남은 잔반을 수거해 하루 세 끼를 해결함으로써 산업체나 학교는 잔반을 처리하고, 시설은 장애인들의 먹거리를 충당, 부식비를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과도하게 수거해 온 음식물들은 시설주변에 매립하거나 가축을 키우는 등에 씀으로써, 지역사회와 공생·자원 연결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시설마다 남은 음식물을 처리하기 위해 창고에 쌓아 놓거나, 주변에 매립시켜 이들이 부패하는 냄새를 비켜가기 쉽지 않았다. 이번 조사로 폐쇄된 화성 C의 집, 고양 H공동체, 부평 S교회 등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시설들에서 회계장부를 확인한 결과 푸드뱅크를 이용하지 않는 시설은 소수였으며, 푸드뱅크를 이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시설장애인들이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함으로써 부식비에 대해서 거의 지출을 하고 있지 않았다.

일상에 필요한 인력적 지원 역시 먹거리를 해결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시설은 조사기간 중 신고시설로 전환한 시설 외에는 거의 없었으며, 자원봉사자를 활용하거나, 시설거주인 중 경증의 장애인이 무임금(또는 커피나 과자 등 간식거리를 제공)으로 시설관리·돌봄·식사·농사 등을 충당해 내고 있었다.

옷은 후원물품으로, 이·미용은 한 달에 한 번 봉사자들을 이용한다. 재활프로그램은 전무했으며,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이 예배나 미사, 성경이나 불경 읽기 등 종교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에 대해 지원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고정적 인력이 배치되지 않으니, 그 다음 등장하는 것은 자연히 정신과 약물을 사용한 생활 통제였다. 약물 역시 직원에 의한 관리가 되지 않아 경증의 장애인이 약물을 지급, 의무적으로 약물을 투약하고 있었으며, 이로서도 생활의 통제가 되지 않으면 바로 정신병원행이다.

H공동체의 경우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비장애아동 5명을 제외한 23명 중 10명이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이 밖에도 시설장과 중간관리자 격의 시설장애인에 의한 성폭력, 시설장이 아닌 중간관리자 격의 시설장애인을 통한 직간접적 폭력, 쇠창살이나 잠금장치 등을 이용한 감금이 아닌 정신과 약물복용이나 정신병원 입원으로 사회적 단절을 통한 감금 등, 2005년 조건부신고시설 및 미신고시설을 조사를 통해서 확인했던 시설 내 온갖 인권유린의 형태들은, 유예기간이 번복되었던 5년의 시간 동안 더 교묘하고 세련되게 다듬어져 계속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패턴은 미신고시설을 유지, 신고시설로의 전환에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다.

    ▲ ⓒ전진호 기자 “나는 잘 살고 있다”

평택에 위치한 ‘사랑을 배달하는 동네’란 뜻의 미신고시설에서 조사가 이루어진 것은 지난 7월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30분경이었는데, 빨간 반팔 티에 남색 반바지를 입은 짧은 스포츠머리를 한 남성 10여 명이 일렬횡대로 앉아서 빵과 탄산음료를 먹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고개 숙여 인사를 한 뒤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치니 50~60세는 훌쩍 넘어 보이는 어르신들이다. 간식이라고 생각하며 안부를 물으니 점심이란다.

밥상 위에 음식물을 올려놓지도 못하고 바닥에 앉아 듬성한 치아로 슈퍼마켓에서 파는 봉지빵과 노란 탄산음료를 마시는데, 가장 맛나고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자랑을 하다가 빵 한 쪽을 권하신다. 점심이라기엔 너무도 이른 시간과 탄산음료, 이를 점심이라 들은 것이 도리어 민망하여 식사가 끝날 때까지 시설을 휘둘러본다. 멋들어지게 지어놓은 순백의 말간 건물에 정원은 참말로 기가 막히게 꾸며 놨다.

생활인 면접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정원을 가꾼 것은 시설장애인들, 조사원이 들어올 때부터 심기 불편해 하던 한 시설장애인은 화를 내며 “너희들 때문에 이틀 전부터는 새벽 4시에 일어나 물걸레로 외벽을 닦았다.”고 항의한다. 시설장은 운동장만큼 넓으나 칸막이 하나 설치되어 있지 않은 목욕탕 딸린 화장실을 보여주며, “비데를 설치해 놨다. 비데 사용하는 시설 봤냐?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사는 장애인은 없다.”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신학대학원을 운영하고 있어 교육장과 숙소가 수도 없이 많지만, 개조된 낡은 컨테이너 박스에서 12명의 장애인이 생활하고 있으며, 남성과 여성이 혼숙하고 있었다.

그 옆 곰팡이 냄새 가득한 화장실 한켠에는 물걸레 한 무더기가 쌓여 있고, 그 안 옷장에는 똑같은 빨간 반팔과 남색 반바지 십여 벌이 쌓여 있었다. 몇 안 되는 겨울옷은 모두 좀이 슬어 있고, 속옷과 양말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정신장애인 단 2명이지만 11명 모두가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고, 이 약을 먹고 7시면 취침하고 아침 4시 30분에 일어나 예배를 드리는 게 하루 일과의 전부이다. 냉장고엔 먹을거리들이 전혀 없고, 매일 점심이 라면이나 빵으로 제공되고 있지만, 이들의 수급비를 합한 500만 원 대부분은 부식비로 사용되고 있다. 시설인권침해의 전형적인 행태가 종합선물세트로 일어나고 있는 이 시설을, 지자체는 신고시설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복지부에 보고했었다.

조사원과 시설생활인의 1:1 면접에 시설장애인 대부분은 “나는 잘 살고 있습니다. 나는 이곳 생활에 매우 만족합니다.”로 시설의 삶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낸다. 물론 이 시설에 살고 있는 시설장애인 역시 모두가 ‘지상낙원’이라며 시설에 대해 만족해했다.

한 시설장애인, 몸이 나으면 일을 해 돈을 벌고 싶은데, 이유는 원장부부에게 단돈 천만 원이라도 보태주고 싶어서라고 이야기했다. 이런 그가 시설에는 만족하지만, 국가에게는 할 말이 있단다. “어린이들에게는 어린이날이 있어 하루는 놀이공원도 가고 동물원도 가지 않느냐? 장애인에게도 이런 날이 있어서 일 년에 하루라도 놀러나갈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나라에서 하는 조사라니 꼭 이런 정책이 생길 수 있도록 꼭 전해 달라.” 그의 나이 56세. 이것이 이 시설을 지상낙원으로 믿고, 사진으로 보여 준 저상버스에 눈이 휘둥그레지며, 인간이 재산을 소유하는 것은 죄악이어서 여벌의 빨강 반팔과 남색반바지에 만족해하던, 시설에 들어온 12년 동안 딱 한 번 시설 밖으로 나가 본 한 장애인의 바람이었다.

    ▲푸드뱅크에서 받아온 음식 ⓒ전진호 기자 그럼에도 시설이 좋은 이유

H공동체 시설 폐쇄로 시설장애인들이 차를 타고 떠나려 하자 시설장은 “나는 이 아이들의 엄마야, 우리가 같이 산 게 몇 년인데, 단 하루 헤어질 시간도 주지 않는 게 너희들이 말하는 인권이야?!”라고 통곡하며 주저앉았다.

떠나는 20~60대 장애인들의 엄마라고 자청하는 이 젊은 시설장 부부는 자신들과 자신의 자녀들은 시설장애인들 모두와 컨테이너 박스와 비닐하우스, 판자로 엮어놓은 집에서 살고 있었으며, 재활용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외관상 이 시설은 시설장애인뿐 아니라 시설장 부부와 그 자녀들 역시 열악한 삶을 함께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재활용센터를 운영하는 데 시설장애인들을 동원하여 아침 7시부터 새벽 1~2시까지 재활용물품을 수거·분류하도록 했고(물론 이 과정에서 임금 따위는 지급되지 않았다), 장애인들이 함께 하는 재활용센터의 이름은 인근 지역에서 유명해져, 수익금만 월 2천만 원에 달했으며, 버스를 포함해 차량 16대를 현금으로 구입해 보유하고 있었다.

시설장은 각종 교육 등에 초정되어 강의비로 월 400~500만원을 벌어들이고, 경기도의 41개 중·고등학교가 네트워크 계약을 맺어 봉사자를 확보, 연간 600~800명이 사법연수생들이 다녀가는데 모두 너무 감동받아서 간다고 자랑까지 한다. 그러면서 “왜 사람들이 이곳에 계속 오는지 아냐? 열악하기 때문이다.”라고 놀랄 정도로 솔직하고 친절한 설명을 덧붙인다.

엄마라 울부짖는 가면 뒤, 열악함을 포기하지 못하는 시설운영자의 속내. 그러나 정작 미신고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당사자들은 자신들이 이곳에서 어떤 돈, 어떤 이유로 생활하고 있는지 모른다(심지어 시설장들도 자신들이 거둬 먹이고 있다고 착각하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시설장의 셈이 작동하고 있는 공간이지만, 장애인들에게 시설은 몸을 누일 곳과 먹거리를 주는 곳이다. 이것만으로도 통제되는 생활을 견디며 일을 하고, 시설장에게 감사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때문에 폐쇄된 H공동체와 S교회, C의 집의 경우 폐쇄될 당시 시설장만큼이나 시설장애인들의 반발이 거셌다. 아마도 사회와 가족의 외면으로 시설에 처음 들어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 시설이 아니면 갈 곳이 없다는 두려움과 막막함 때문일 것이다.

막상 시설의 문을 열고 나왔을 때, 그리고 다른 갈 곳이 있으며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장애인들은 시설이 폐쇄될 당시의 절망감을 얼굴에서 거둔다.

    ▲ 정부는 급여관리자 지정동의서를 비치하도록 해 개인통장을 시설장이 관리하는 것에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전진호 기자 9.37㎡를 채우는 사람들, 갈 곳은 시설밖에 없다?

장애인, 돈의 찰랑거림이 요동치는 9.37㎡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 시설장은 장애인 1인에게 이 정도의 공간만 제공하면 합법적인 방법으로 이런 영리4)들을 얼마든지 누릴 수 있다(미신고시설뿐 아니라 개인운영신고시설이 다시금 인권의 사각지대로 떠오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미신고시설이 지금은 불법시설이지만 합법적 테두리에 들어가는 데 물질적 조건들만 갖추어지면 된다고 생각하는 시설장과 시설전환에 있어 성폭력·구타 등만 일어나지 않으면 문제없고, 미신고시설이 폐쇄되면 도리어 일이라고 생각하는 공무원들의 태도는 장애인 미신고시설에 살고 있는 장애인들을 이 공간의 조연 혹은 소품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이런 시설과 지자체의 합작으로 이번 조사를 통해 폐쇄되지 않은 시설들은 결국 신고시설로 전환될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은 외출 한 번 자유롭게 하지 못한 채, 머리핀 하나 제 손으로 사 보지 못하고 이 시설을 인생의 전무대로 삼아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장애인이 갈 시설이 없다며 장애인시설의 설치규정을 완화했던 1997년, 그리고 미신고시설을 양성화하겠다고 공표했던 2002년, 장애인복지정책이 시설수용이 맞춰져 있는 지금, 힘겹게 시설을 폐쇄하고 시설의 장애인들이 흩어진다 하더라도 결국 가족도 없고, 돈도 없는 이들의 다음 거처는 다시금 시설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른 시설로 이주한다고 해도, 미신고시설에서 머무르는 것과는 다를 것이라고 믿는다.

정부의 지원과 관리감독 하에서 최소한 개개인의 머릿수가 돈으로 셈이 되지는 않을 것이며, 최소한의 지역사회의 접촉을 통해 자립생활로의 꿈이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자립생활을 실천하고 있는 장애인당사자들은 이미 수많은 시설장애인들을 지역사회로 이끌었고, 우리는 함께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인간의 권리로서 외치며 삶의 조건들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장애인미신고시설 실태조사를 통해 장애인 시설수용에 대한 비인간적 삶과 시설장들의 행태를 사회에 고발함으로써 장애인들의 권리를 확대할 수 있게 되면, 언젠가 우리 모두는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보편적 삶을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각 주
1) 현행 사회복지사업법에는 신고하지 않고 사회복지시설을 설치하고 운영할 경우, 시설장에게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해당시설은 폐쇄조치하여 미신고시설이 발생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2) 신고시설은 설치 및 운영기준이 법인시설에 비해 완화된 형태이지만 국가보조금이 거의 지급되지 않아 시설운영비를 시설생활인들의 기초생활수급비에 의존하는 형태를 띠고 있음
3)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시설생활인인권확보를위한연대회의, 이정선 의원실,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탈시설정책위원회
4) 개인운영신고시설은 시설운영자의 사적재산에 해당한다.
작성자효정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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