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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더미 위에서 쥐들과 같이 사는 장애인들

[포토다큐] 미신고시설 더 이상 이대로 놔둘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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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진호 기자
쓰레기재활용사업장을 운영하며 장애인 등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열악한 생활환경에서 생활하게 한 경기도 고양시의 H 공동체가 미신고장애인생활시설인권실태 민관합동 조사단에 의해 지난 8월 말 사실상 폐쇄됐다.

지난 1996년 현재의 위치에 장애인 6명과 천막을 세우고 운영을 시작한 H 공동체는 ‘공동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으나 공동의 관심사와 목표, 이해를 가진 이들의 사회집단이라는 ‘공동체’의 본연의 뜻은 찾아볼 수 없었다. 원생들은 그저 가족과 사회에 버림받은 채 오갈 곳 없으니 머무를 수밖에 없고, 쫓겨나지 않기 위해 시키는 대로 쓰레기를 분리하고 수거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들은 왜 쓰레기더미서 살아야 했나

민관합동조사단의 연락을 받고 찾은 H 공동체의 환경은 상상을 초월했다. 찌는 듯한 더위에 곳곳에서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으며, 쓰레기 더미 가운데 자리 잡은 조립식 주택의 모습은 ‘쪽방촌’의 그것보다 더욱 열악했다. 어른 팔뚝만한 쥐들이 방 안을 뛰어다녔으나, 익숙해져서인지 생활인들은 이에 대해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하루 종일 더위와 더러움과 씨름하고 있었지만 40여 명의 생활인이 이용할 수 있는 샤워시설은 단 한 곳에 불과했으며, 빗물로 빨래를 하고 속옷도 돌려가며 입는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누구 말마따나 살 수밖에 없으니 살아지는 거지,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이들이라면 단 하루도 생활하기 힘든 열악한 곳에서 40여 명이 복작거리며 생존하고 있었다.

   
▲ ⓒ전진호 기자
   
▲ ⓒ전진호 기자
하지만 시설장 김 모 원장은 “우리 시설이 이렇게 열악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와서 우리를 도와주고 격려하고 간다.”며 “사법연수원생들을 비롯해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학생,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찾아와 장애인들과 함께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며 이들(장애인)의 재활의지에 감동하고 돌아간다.”고 자랑했다.

김 원장의 말대로 H 공동체는 보건복지부 푸드뱅크 모범 업소로 지정돼 있었고, 경기도 41개 중·고등학교와 네트워크를 체결, 환경 인성교육을 받으러 많은 학생들이 H 공동체를 찾아올 만큼 지역에서 인정받는(?) 시설로 비쳐지고 있었다.

‘가난’과 ‘더러움’, ‘불쌍함’, ‘장애’가 일반 시민들에게 어떻게 포장돼 팔려나가는지를 여실히 볼 수 있는 현장이었다. 속칭 ‘천사복지’로 인해 얼마나 많은 장애인들이 대상화되고, 이로 인해 동정과 시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장애 팔아 월 1천여 만 원 수익…생활인들은 속옷까지 돌려 입어

H 공동체가 다른 미신고 장애인생활시설과 다른 점은 지적장애인 등을 이용한 쓰레기 재활용 사업을 한다는 점이다. H 공동체의 수입/지출 내역을 확인해본 결과 지난 1998년부터 시작한 쓰레기 재활용 사업으로 월 3천400만원, 생활인 수급비 600여 만 원, 원장 강사료 400만 원 등 총 1천400여 만 원의 수익을 거두고 있으며, 2천여 만 원을 지출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증빙서류는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H 공동체 소유의 차량이 16대에 이른 점 ▲외국인 노동자 2명을 제외한 생활인 등은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점 등을 놓고 추측할 때 김 원장이 벌어들이고 있는 수익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반면 김 원장에게 부를 안겨다 준 생활인들의 삶은 처참했다. 의복은 쓰레기에서 주은 옷이거나 후원받은 물품들을 활용하고 있었으며, 식사는 인근 초등학교에서 수거해 온 음식을 이용하고 있었다. 심지어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생활인들과 면담한 결과 “원장이 도망간 생활인을 잡아 컨테이너에 가두고 밖에서 용접했다.”, “도망가다가 잡혀 원장 부인에 의해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인근 미신고 장애인생활시설이 개인운영신고시설 기준에 맞추느라 더 이상 그곳에서 생활할 수 없는 아동들을 받았다.”는 등의 증언이 쏟아졌으며, “일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다시는 그곳(H 공동체)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말도 이어졌다.

    ▲ ⓒ전진호 기자 최악의 환경이지만 인권침해는 아냐?

상황이 이 지경임에도 불구하고,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민간합동 조사단이 열악한 생활환경 등을 이유로 폐쇄조치를 요청하자, 관계 공무원들은 ‘도드라지는 인권침해 상황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즉각 폐쇄조치를 거부한 것.

고양시 관계자는 “지난 2009년(H 공동체에 대한) 감사 결과 장기입원자에 대한 수급비를 시설 측에서 6천여 만 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현재는 동사무소에서 수급자 통장관리를 하고 있다.”며 “이미 이 시설을 폐쇄하려고 했는데 못했다. 시설장 측이 1주일의 시간을 주면 알아서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니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게다가 복지부 관계자는 “극도로 열악한 환경인 것은 인정하나, 이런 곳에서 사람들이 살고 있는 현실도 감안해야 한다. 학대 등의 명백한 인권침해 행위가 드러나지 않으면 지금 당장의 폐쇄조치는 어렵다.”고 말해 조사단과 마찰을 빚었으며, 생활인들의 감금·폭행·강제노동 등의 증언이 이어지자, 어쩔 수 없이 생활인 전원 분리조치 후 폐쇄할 것을 결정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실랑이 끝에 행정조치는 이뤄졌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업법」과 행정체계로 인해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혔다. 문제가 있는 장애인생활시설에 대한 폐쇄, 지역에서 학대받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분리조치가 이뤄질 때마다 논란을 빚고 있는 ‘또 다른 장애인생활시설로의 입소’ 문제가 이곳에서도 반복된 것이다.

‘관내에 있는 인가 시설로의 임시 분리조차 어렵다’는 관계 공무원들의 푸념이 전국 어디서든 이어지는 상황이다 보니, 지역사회 네트워크 자원의 연계를 통한 지역사회에서의 거주는 꿈 같은 이야기였다.

얼마 되지 않은 그룹홈이나 체험홈 입주 역시 대기자가 밀려 있는 실정이어서 ‘알아보는’ 행위조차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 와중에 한 공무원은 “이렇기 때문에 장애인생활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시설폐쇄의 본질과 먼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위기상황에서 분리조치된 장애인을 위한 ▲쉼터 확대 운영 ▲긴급 주거지원 ▲지역 복지체계를 연계한 안전망 지원 등이 시급히 마련돼야 했다.

더 큰 문제는 장애가 있는 수급권자는 인가시설로 전원조치라도 가능하지만, 비수급권자의 경우 이마저 불가능해 수급권자로 전환해 인가 시설에 입소하는 등의 편법이 동원되거나, 자신을 버린 가족에게 인계되는 걸로 마무리 돼 또 다른 미신고 장애인생활시설로 옮겨 입소하는 이른바 ‘회전문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도 시급하다는 것이다.

   
▲ ⓒ전진호 기자
   
▲ ⓒ전진호 기자
   
▲ ⓒ전진호 기자
미신고 장애인생활시설에 입소하는 이들의 양상을 살펴보면 부모가 사망하거나, 나이가 들어 더 이상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기 힘들어지거나,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시설 입소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수급자가 아닐 경우 인가시설에 입소할 수 없기 때문에 종교기관이나 지인, 심지어 관공서의 소개를 통해 미신고 장애인생활시설에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이번 분리조치에 의해 한 그룹홈으로 임시거처를 옮겨졌던 할머니 한 분은 “딸이 있긴 한데 그곳에서 살 수 없다. 딸이 있는 집으로 가서 살라고 하면 다시 이곳(H 공동체)과 같은 곳을 찾아볼 수밖에 없다.”며 불안해했으나, 결국 가족에게 인계됐다. 이 할머니와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 등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게 마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생각이다.

민관합동 조사단의 한 관계자는 “국가가 짊어져야 할 책임을 가족에게 떠넘기는 지금의 구조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30여 개 미신고 장애인생활시설이 이번 조사를 통해 정리된 후 개인운영신고시설로 전환하고 나면 큰 문제가 없어지리라고 낙관적으로 바라다보는 듯하다. 하지만 저소득층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정부에서 파악조차 못하는 미신고 장애인생활시설은 독버섯처럼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전진호 기자 장애인생활시설 문제, 출구는 찾을 수 없을까

현재 H 공동체는 당시 생활하던 37명 대부분이 인가 시설 등으로 전원조치되거나 가족에게 돌아간 상황이며, 성년을 목전에 둔 청소년 4명은 시설퇴소를 거부해 지역 아동학대예방센터와의 연계를 통해 퇴소하기로 결정됐다. 겉으로는 최소한 행정적으로는 H 공동체의 문제가 정리된 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시설장에게 “나중에 다시 시설 운영하시면 되죠.”라는 공무원의 말, “원장이 분리조치에 거세게 반발하지 않는 이유는 나중에 다시 시설을 운영하기 위한 것.”이라는 또 다른 공무원의 귀띔은 무엇을 의미할까.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조금이라도 더 더럽고, 열악해야 많은 이들의 후원을 받을 수 있다’는 80년대의 발상이 여전히 통용될 수 있는 이유는, 장애인을 팔고 종교를 팔아 불로소득을 챙기려는 악덕 시설장들이, 처벌은커녕 사회사업가로 인정받는 모순된 사회구조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겠지만, ‘골치 아프다’는 이유로 문제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하거나 방조하는 관계 관청의 책임이 크다.

노숙의 삶과 별반 차이 없는 쓰레기더미 안에서,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삶을 ‘행정조치를 취했다.’는 이유로 아무런 사후조치 없이 팔짱만 낀 채 외면하는 태도는, 장애인 등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이들과 관련한 업무는 다소 등한시해도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 ‘철밥통 보호막’ 때문 아닐까.

   
▲ ⓒ전진호 기자
   
▲ ⓒ전진호 기자
생활인들이 사라지고 ‘H 공동체’라는 간판은 내려졌지만, 어떤 처벌도 받지 않을 시설장은 또 다른 형태로 돈 없고 오갈 데 없는 장애인들을 모아 시설을 운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행정상의 구멍으로 인해 오갈 데 없는 장애인들은 H 공동체와 같은 미신고 장애인생활시설로 흘러들어가 생존에 급급한 삶을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

언제까지 이 악순환이 계속될까,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학대와 착취에 시달리며 힘없이 쓰러져야 할까.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한다.
작성자전진호 기자  01627296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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