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내용과 절차로 장애인활동지원제 법제화 되어선 안돼
본문
1. 절차상의 문제
지난 9월3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장애자녀 부모들은 17일간의 국가인권위원회 삭발ㆍ단식농성을 풀고 해단식을 가졌다. 장애아동재활치료와 장애아가족양육지원사업의 내년도 예산책정에서 부모들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정부와 여당의 약속을 믿고 농성을 풀었던 것이다.
그러나 애초 부모연대의 요구안에는 장애아동에 대한 예산 문제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발달장애성인을 위한 주간보호서비스의 확대와 별도의 (가칭)발달장애인지원법의 제정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고, 이미 8월 중순에 ‘장애아동돌봄서비스 및 발달장애성인 지원서비스 구축을 위한 토론회’를 열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장애인장기요양제도에서 장애아동과 발달장애성인의 사회적 돌봄 문제를 어떻게 제도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가를 처음으로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부모연대가 지난 8월투쟁에서 장애인활동지원제도에 대한 요구를 전면에 내걸지 않았던 이유는 이 문제가 덜 중요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부모들은 특히 주간보호를 포함한 발달장애성인의 지역사회 서비스 구축문제에 초미의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1차 시범사업 결과 활동보조의 확대를 중심으로 제도화의 가닥을 잡은 장애인장기요양제도가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서비스욕구를 외면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장애인활동지원의 제도화에 대한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지난 8월만 해도 당장 해결해야할 시급한 문제는 아니었다. 보건복지부가 이 제도의 도입을 올 하반기의 2차 시법사업 이후 2012년으로 잡고 있었거니와 제도의 도입 이전에 장애아동과 발달장애성인의 사회적 돌봄과 활동지원에 대한 충분한 토론과 협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부모연대의 단식농성 해단식 하루 전에 이러한 기대를 재확인하는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었다.
보건복지부에서 장애인활동지원의 법제화를 서두른다는 “첩보”를 얻고 “분노”한 부모들이 보건복지부에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자 보건복지부의 장애인정책 담당자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에 관해서는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으며 따라서 이 문제를 가지고 부모들과 당장 만난다고 해도 논의할 내용이 전혀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답변이 있은 후 정확히 보름 후에 보건복지부는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 담당자의 “거짓말”은 장애인활동지원제도라는 새로운 이슈로 부모들의 단식농성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보건복지부는 또다시 장애인의 삶에 직결되는 너무나도 중요한 장애인지원제도를 졸속으로 또한 치졸한 방식으로 입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아니 이것은 비판이 아니라 비난이다. 그리고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보건복지부가 저지르는 장애인정책 수립의 계획 무시, 절차 무시는 이번의 장애인활동지원제도 법제화의 과정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장애인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인 장애인등급제 문제와 관련해서 보건복지부가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장애인등록심사제도를 개정했던 최근의 예를 살펴보자. 2008년 보건복지부는 장애인정책발전5개년계획에서 첫 번째 중점추진과제로 장애인등록판정체계와 전달체계의 선진화를 제시하며 “의학적 기준 이외의 개인적 복지욕구를 고려한 장애판정체계”, “이용자중심의 서비스 전달체계”, “사례관리” 등을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보건복지부의 연구용역을 받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수행한 ‘장애인복지인프라개편방안연구’에서 “(가칭)장애서비스판정센터”의 가장 이상적인 설치모델로써 지차체 독립형을 추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또한 공단형으로 진행되었던 외부형에 대한 모의적용 사업의 결과보고서조차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계의 어떠한 공론화나 의견수렴의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의학적 기준이 강화된 국민연금공단의 장애인등록심사제도를 졸속으로 법제화하였고 그 결과 수많은 장애인들을 혼란과 두려움과 고통 속에 빠뜨렸다.
스스로 수립한 계획과 절차를 스스로 어기는 보건복지부의 행태는 이번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경우에도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2012년도에 도입하겠다고 공언했음에도 불구하고, 1차 시범사업 결과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올 11월에 2차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급해서 장애인활동지원법안을 입법예고하고 서둘러 법제화를 강행하려는 것인가?
장애인활동지원제도와 관련해서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던 보건복지부 정책담당자의 말이 거짓으로 드러난 것은 단 보름만의 일이었다. 그리고 보건복지부가 2차 시범사업의 실시와 장애인계와의 충분한 논의라는 절차를 무시한 채 법제화를 졸속으로 추진하는 배경에는 청와대의 친서민정책 발굴이라는 외부적 압력 외에 다른 요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보건복지부는 장애인을 위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청와대와 정권을 위한 복지정책을 추진하고 있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2. 내용상의 문제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졸속 추진이라는 절차상의 문제만큼이나 내용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특히 발달장애인과 장애아동의 관점에서 보면 이 법안은 명백한 허점들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먼저 이 법안과 같은 복지지원법은 지원의 대상이 명확히 특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기본적인 요건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법안은 “중증장애인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장애정도 이상”과 “대통령령이 정하는 연령이상인 자”를 대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도대체 이런 식으로 지원대상자를 규정해놓으면 누구에게 지원되는 것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다는 말인가? 아니면 보건복지부는 상위법령인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도 전에 이미 하위법령인 대통령령의 내용을 결정해놓고 있다는 말인가? 누구에게 활동지원을 할 지를 전적으로 정부의 판단에 맡기라는 법안을 장애인들과 국민에게 던져놓으면 나나 내 자식이 그 대상자인지 아닌지도 모르는데 도대체 누가 이 법안에 대한 의견을 내놓을 수 있으며 도대체 누구로부터 법안에 대한 사회적인 동의를 구하겠다는 말인가?
또한 이 법안은 장애인의 자립생활 지원을 가장 중요한 입법의 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장애성인의 경우 자립생활을 위해 활동보조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누구나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장애아동의 경우는 다르다. 장애아동에게는 자립생활에 필요한 활동지원이 아니라 장애를 최소화하고 잠재력을 계발하기 위한 재활치료서비스와 부모의 양육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사회적 돌봄이 필요하다.
일단 재활치료서비스는 차치하고라도 장애아동에 대한 사회적 돌봄을 이 법안을 통해 지원하는 것이라면 자립생활이라는 법안의 목적부터 다시 규정해야 할 것이며, 이 법안대로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장애아동을 포함하여 실시한다면 현재 시행하고 있는 장애아가족양육지원사업을 폐지하겠다는 것인지, 폐지한다면 대상자 선정기준이 다르다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등 장애아동의 사회적 돌봄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안을 보건복지부는 먼저 제시하면서 법안에 대한 의견을 듣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만일 1차 시범사업에서처럼 단순히 어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서비스급여량을 반으로 줄여서 장애아동에게 지급하는 불합리하고 근거없는 활동지원제도가 끝내 만들어진다면 이 법안은 장애아동과 그 가족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대적으로 소외시키고 차별하는 악법으로 기능하게 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장애아동과 마찬가지로 발달장애성인의 경우에도 이 법안은 결정적인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1차 시범사업에서 발달장애성인에게 필요한 주간보호 급여가 제외되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보건복지부는 2차 시범사업에서는 주간보호를 추가해서 실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2차 시범사업을 통해 주간보호서비스를 어떻게 구축하고 운영할지를 실험해볼 기회는 사라졌고 입법예고된 법안에서 주간보호급여의 추가는 확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발달장애성인의 입장에서 그리고 부모의 입장에서 활동지원제도에 주간보호급여가 추가된 것을 반가워해야 하는 일일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지난 8월에 열린 ‘장애아동돌봄서비스 및 발달장애성인 지원서비스 구축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미 주간보호서비스와 활동보조제도는 이질적인 체계여서 두 체계의 통합은 신중하고 섬세하게 추진되어야 하며, 주간보호의 성격이 단순히 낮 시간동안 장애인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치료, 훈련,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차원으로 옮겨지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의 주간보호서비스를 다시 정립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즉, 지금까지의 주간보호가 열악한 조건 속에서 이루어져 왔다면 제도화를 통해 발달장애인의 활동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포함하는 새로운 주간보호서비스를 지역사회에서 구축해야 하는 시점에 놓여있는 것이다. 그리고 적어도 2차 시범사업을 통해 이러한 새로운 주간보호의 성격규정과 서비스 내용들이 제안되고 실험되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이 법안의 입법예고로 인해 그 기회조차 이제는 무의미하게 되었다.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주간보호는 “수급자를 하루 중 일정한 시간 동안 서비스제공기관에 보호하여 신체활동 지원 및 교육․훈련, 재활 등을 제공하는 활동지원”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어떻게 주간보호라는 하나의 활동지원과 그에 따른 단일한 수가로 교육과 훈련과 재활을 하겠다는 것인지, 1차 시범사업에서 활동보조는 8,000원 방문목욕과 방문간호는 노인요양수가를 그대로 적용했는데 이와 비슷한 수준에서 단일수가의 주간보호급여를 지급해서 교육과 훈련과 재활을 한다는 것인지, 모든 서비스제공기관의 주간보호서비스를 표준화해서 실시한다는 것인지, 실은 그 어느 것도 제대로 논의된 바도 결정된 바도 없는 상태에서 주간보호를 활동보조제도에 단순히 “끼워넣는” 방식으로 지금 제도가 설계되었다.
또한 만일 1차 시범사업처럼 활동지원의 대상을 장애1등급이라는 획일적인 기준으로 선정한다면 이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게는 “사형선고”를 내리는 일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발달장애인은 그 특성상 신체적 기능이 아닌 사회적 적응이 보다 핵심적인 문제이며, 따라서 환경과 상황에 따라 소위 “3급” 발달장애인이 “1급” 발달장애인 보다 활동지원을 더 크게 필요로 하는 일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이 이 법안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도 바로 이러한 발달장애인의 특성이 무시된 채 활동지원대상자 기준이 장애1급으로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장애인복지 전문가들은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주 서비스대상자가 발달장애인임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고 발달장애인의 특성이 충실히 반영된 제도가 설계되어야함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법안은 명백히 신체장애성인 중심, 활동보조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보건복지부는 아직 그 실질적인 내용과 형식조차 제대로 구성되지 않은 주간보호서비스를 활동보조에 곁가지로 붙여서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발상을 밀어붙이고 있다.
현재의 법안과 같은 내용으로 제도가 도입되는 것은 막아야한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활동지원법안의 제정추진을 당장 중단하고 원점에서부터 발달장애인을 중심으로 다시 제도를 설계하든지 아니면 이 법안에서 주간보호서비스를 삭제하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체계를 별도로 만들던지 양단간에 결정을 조속히 내려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녀와 자신의 삶을 건 부모들과의 “전면전”을 단단히 각오해야 할 것이다.
3. 형식(전달체계)상의 문제
절차와 내용에 이어 마지막으로 전달체계 상의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살펴보면 보건복지부가 전달체계를 통해 철저하게 자신의 입맛에 맞게 제도를 운영하겠다는 의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먼저 앞서 언급했듯이 중증장애인의 장애정도와 지원대상 연령을 대통령령으로 위임하여 활동지원 대상자의 수를 일차로 거르는 장치를 마련했다. 이것은 전적으로 보건복지부가 원하는대로 활동지원대상자의 수를 통제하겠다는 뜻인데 설사 법시행 초기부터 약 35만명으로 추정되는 활동지원의 전체 대상자를 한꺼번에 지원할 수 없는 현실적인 조건이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법안에는 그 대상자의 범위를 명확히 제시한 후 순차적으로 어떻게 그 대상자 수를 늘여나갈지를 명시해야지 아예 대상자의 수 자체를 대통령령으로 위임해버리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법안 제9조에 따르면 시군구에 장애인활동지원자격심의위원회를 두어 지원대상자의 자격과 지원등급을 심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심의위원회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발견된다. 하나는 위원회의 상이 정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 역할에 있어 한계가 뚜렷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위원회의 상과 관련해서 제9조는 위원회의 역할이 자격과 지원등급의 “심의”에 있다고 규정한 반면 제10조에서는 위원회가 지원대상자의 자격을 “결정”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제12조에서는 시군구청장이 활동지원자격결정통지서를 작성하여 신청인에게 송부할 때 1. 수급자 선정 여부 2. 활동지원등급 3. 활동지원급여의 종류 및 내용 4. 본인일부부담금액 등의 내용을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심의위원회는 단순한 심의기관인지 아니면 의결까지 할 수 있는 기구인지 심의의결을 한다면 대상자 자격과 지원등급뿐만 아니라 지원급여의 종류와 내용 그리고 자부담금액까지를 의결할 수 있는지 그 상이 명확하지가 않다.
두 번째로 제10조 2항에서 심의위원회가 지원대상자의 자격을 결정할 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격심의기준에 따라 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이는 심의위원회를 사실상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시키고자 하는 보건복지부의 의도가 담겨있다고 보인다. 왜냐하면 보건복지부는 자신의 의도에 따라 자세한 자격심의기준을 마련할 것이 분명하고 이 기준에 따라 거의 “기계적으로” 심의를 하게 된다면 굳이 심의위원회가 이 역할을 맡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의위원회를 진정으로 자격과 지원등급, 지원급여의 종류 및 내용, 자부담금액 등을 실질적으로 심의의결하는 기구로 운영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장애인 당사자나 그 보호자를 만나서 의견을 충분히 듣고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안해야 할 것이다.
지원대상자의 판정체계와 관련하여 또한 제12조에서는 활동지원자격결정통지서를 송부하는 때 활동지원급여를 원활히 이용할 수 있도록 월 한도액 범위 안에서 표준서비스이용계획서를 작성하여 이를 함께 송부하여야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 표준서비스이용계획서를 누가 작성하는 것인지를 명시해 놓고 있지 않다.
추측컨대 장애인이 활동지원을 신청하게 되면 법안이 요구하는 온갖 자료와 증빙서류들을 장애인과 관련기관들로부터 수집해서 국민연금공단에 보내고 연금공단에서 장애등급을 판정하여 1급장애인에 한해서 지원등급과 지원급여종류 및 내용, 자부담금액 등을 대통령령의 기준에 따라 결정하고 그 결정내용을 가지고 표준서비스이용계획서를 작성하여 심의위원회로 보내면 위원회에서는 그저 형식적인 심의를 거쳐 통지하는 형태로 판정체계가 운영되지 않을가 예상된다.
그리고 만일 실제 이런 형태로 활동지원판정체계가 운영된다면 장애인연금제도에 이어서 장애등급제와 소득기준을 중심으로 한 후진적이고 선별적인 장애인복지체계가 더욱 공고하게 자리잡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장애등급과 소득기준으로 지원대상과 지원의 양을 결정하는 장애인복지체계는 장애인연금제도만으로도 충분히 장애인들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었다. 장애인등급은 두말 할 것도 없거니와 소득기준이나 자부담은 장애인에 대한 보다 보편적인 지원을 지향한다면 마땅히 폐지되거나 축소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장애인의 홀로서기를 지원한다는 이 활동지원법안이 장애성인을 한 사람의 개별인격체로 보지않고 부모의 소득수준까지 샅샅이 조사해서 지원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여전히 장애인을 부모에게 종속된 존재로 보고있다는 근본적인 모순에 빠져있음을 드러낸다. 또한 서비스의 남용 때문에 자부담을 두어야 한다는 논리는 정교하지 못한 서비스 판정체계의 문제를 오히려 장애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정부의 무책임한 책임전가에 다름 아니다.
아니 예산의 한계라는 현실조건 때문에 일정 정도의 자부담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면 노인요양제도와의 형평성을 무기로 똑같이 15%를 부담지울 일이 아니라 정부는 오히려 너무 높게 책정한 노인장기요양의 자부담 비율을 반성하고 장애인활동지원제도에서 어떻게 하면 자부담 비율을 낮출 수 있을 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자부담이 있어야 한다면 서비스 등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기본 급여량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개인의 요청에 의해 추가적인 서비스를 받고자 할 때 그 추가되는 서비스에 한해 낮은 비율의 자부담을 둠으로써 보다 보편적인 지원체계 내에서 개인의 책임성을 부여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이제 절차와 내용과 형식에 있어 심각한 문제점들을 노출하고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의 추진을 일단 여기서 멈추고, 발달장애인을 중심으로, 장애등급제와 소득기준과 선별적인 복지를 뛰어넘어 보다 선진적이고 보편적인 복지를 구현하며, 정권이 아닌 진정으로 이 땅의 장애인을 위한 활동지원제도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좀 더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고민하고 토론하고 협의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장애인계와 부모들이 동의할 수 있는 보다 합리적인 제도를 새롭게 만들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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