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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혐오, 정신장애인이란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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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두드리는 사람] 

이 글은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정신장애인 인권증진 토론회’에서 발표 된 글입니다. [편집자 주]

저는 자식 일이라면 희생을 마다하지 않으시는 부모님과 정신장애인 남동생을 둔 누나입니다. 지금은 제 동생 소개를 이렇게 하지만 어렸을 적부터 상도 많이 타고 똑똑한 아이였습니다. 가족에게 동생의 존재는 자랑스러움이었습니다.

그런데 열일곱 살, 동생이 예술고등학교 진학을 목표로 준비하던 중 진학에 실패했습니다. 그 애답지 않게 예민해지고 반항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사춘기라 그런가보다 하다가 지인의 조언으로 정신과를 찾았는데 정신분열증이 발병되었다고 하더군요. 동생을 낫게 하기 위해서 온 가족이 매달려 안 해 본 노력이 없었습니다.

차라리 팔이 부러지면 깁스를 하고 치료하면 낫지만 저희 가족이 짊어지고 가기엔 너무도 지치고 힘겨운 고통스런 나날이었습니다.

통원치료가 가능하다는 담당의사의 진단 하에 집에서 어머니가 돌보시고 꾸준히 약물복용을 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던 중 2009년 5월 26일, 동생과 아파트 주민 사이에서 다툼이 생겼었습니다.

사건 당사자에게 상처가 남지 않았으면 해서 사과와 합의금을 주고 원만한 해결을 보았지만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본인들이 피해를 입을까 두렵다는 이유로 괴롭힘이 시작되었습니다.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지난 17일 수원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파트 주민들의 정신장애인 가족에 대한 집단 폭력 사건'에 대해 가해자들의 처벌을 요구하며 탄원서를 제출했다. (사진제공=장추련)
사건이 있던 당일, 우리 아이가 악의가 있는 게 아니라 정신장애인이라며 양해를 구했더니 그 사실을 알고 있던 부녀회장과 입주자 대표 회장이 하룻밤을 경찰서 벤치에서 새우게 했습니다. 강제입원 시키는 것도 모자라서 그 다음날부터 가족에게는 “험한 꼴을 봐야 알겠느냐?”라며 일방적으로‘이사를 가라’고 몰아붙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저희가 그들 뜻대로 해주지 않자 입주자 대표 회장은 ‘정신질환자 세대 강제전출 및 정신질환자 강제수용’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만들어 청와대를 비롯한 6개 공공기관에 제출하였고 근거 없는 허위사실들을 동생이 했다고 사건을 모르는 주민들에게도 알렸습니다.

게다가 저희 집 주소를 노출하여 강제전출을 원한다는 동의서에 서명까지 받으며 ‘정신질환자’가 주는 잘못된 공포와 불안을 조성했습니다. 그로인해 소문에 소문이 덧대어져 아파트 내에 생겼던 불미스런 일들이 모두 동생이 했다는 얘기가 퍼졌습니다. 저희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입주한 지 약 3년이 다 되어가지만 상해를 가한 사건은 이번 단 한 차례였습니다.

그해 6월 10일, 저녁 8시가 넘은 늦은 시간 친정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기에서 들리는 소린 엄마의 겁에 질려 떨리는 목소리였습니다. 돌도 안 된 제 어린 딸이 소리 높여 우는데도 초인종 소리가 계속해서 들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떠나라고 소리치고 아우성이었습니다.

6월 9일과 10일, 아무런 원인규명 없이 정신질환자라는 부분을 부각시켜 아침저녁으로 아파트 방송을 하며 농성을 선동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흥분한 100여 명이나 되는 주민들을 저희 집으로 이끌고 와서 집 앞뒤에서 계속 초인종을 눌러대며 손과 발로 마구 차고 두들겨서 문을 열라고 했습니다.

베란다에서는 모기장을 찢고 커튼을 젖히고 확성기를 들이밀며 “몇 동 몇 호는 떠나라! 불안해 살 수 없으니 떠나라!”고 100여 명이나 되는 주민들이 위협을 가하며 농성을 계속했습니다. 겁에 질린 모친이 경찰에 신고하여 경찰이 출동하고 나서야 멈추었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었습니다.

그 일을 알고 달려온 저와 저희 아버지는 노인정 가득 사람이 모인 곳에서 인민재판 당하듯 사람들 앞에 섰고, 동생이 주민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사이코패스가 아니라고 설명하려 해도 막무가내였습니다.

쌍욕을 하며 “정신병자를 방치한 것들이 무슨 말이 그렇게 많냐?”, “불쌍한 건 불쌍한 거고 이사 가라”,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하는데 뭐가 그렇게 애착이 남고, 뭐가 그렇게 애틋해서 사람들 얼굴 어떻게 보려고 이사를 안 가냐?”하며 얼굴에 핏대를 세우고 목이 터져라 악썼고 갖은 인신공격과 모욕을 주며 이사 각서를 쓰라고 강박 하였습니다.

이사 각서를 쓰지 않겠다며 나가려하자 저와 아버지를 막아서며 나가지 못하게 했고 “뭐 같은 년 잡히기만 해봐라, 가만두지 않겠다.”며 제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대며 눈을 부라리고 협박했습니다.

그래도 나가려하자 누군지 모르지만 뒤에서 저를 잡아채어 다시 노인정 안쪽으로 앉히고 “이렇게 보낼 거였으면 (시작도) 하지도 않았을 거”라며 각서를 쓰지 않으면 보내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노인회장은 저를 자리에 앉히고 (각서를) 쓰라하여 “주민편의를 위해 동생을 강제 수용하고 다시 아파트단지에 들일시 이사를 가겠다.”는 각서를 부르는 대로 어쩔 수 없이 써주었습니다. 그들은 각서를 쓰는 동안 사람들 보이지 않는 데서 숨어살라느니 하는, 그런 말들을 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도 그 사람들의 눈빛과 말투, 표정 하나까지 기억나 그때의 수치스러움과 모욕감에 아직도 몸이 떨립니다. 그날 이후 심한 충격과 상처에 저희 가족들은 심장이 뛰고 늘 불안해서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도 못합니다.

주민들 때문에 저조차도 이젠 동생이 괴물로 느껴지고 끝까지 감싸 안으려는 부모님을 도저히 볼 수가 없어 동생의 병원으로 달려가 담당 선생님께 물었습니다.

“선생님, 동생의 상태를 정확하게 말씀해주세요. 주민들이 너무 거세 뭐가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동생은 제가 알고 있던 동생의 모습과 너무 달라요. 아무것도 분간 못하고 미쳐 날뛰는 놈인데, 그 사람들 말이 맞다면 저부터가 함께 사는 부모님을 보호해야 합니다.”

그러자 담당선생님께서는 “동생이 옳고 그름을 구분하고, 제어력을 갖고 움직이기 때문에 갑자기 미친 행동을 할 만큼의 정신상태가 아니에요. 그만한 자극을 받았기 때문에 사실대로 말하는 거예요. 제 소견으로는 사회적 희생물이 된 거 같아 안타깝습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병원으로 보건소 공문까지 오고 주민들이 농성하고 난리칠까봐 두려워서 동생은 통원치료가 충분한 상황인데도 오랫동안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동생에게 약물부작용이 심하게 생겼습니다. 동생은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해서 자기방 문을 못 찾습니다.

이마를 쿵쿵 찧는 일이 있고, 입도 씰룩거리며 손을 떠는 증상도 생겼습니다. 여러 방법을 써도 쉽사리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고 가족들의 맘은 무너졌습니다.

병원에서 당장 데리고 나오고 싶어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저희 심정을 누가 알까요? 적응력이 떨어져서 낯선 곳에 있지 못하기 때문에 힘들어해서 퇴원 하고 싶다 조르는 아이에게 ‘집에는 가지 못한다고, 시설로 가야한다고’ 오랜 시간 설득해야 했습니다.

동생에게 겨우 사회복귀시설의 입소를 설득해 퇴원했습니다. 입소 절차조건 서류를 준비하느라 일주일 정도가 걸렸습니다. 그렇게 오래 걸리는 줄 몰라서 어쩔 수 없이 집으로 잠깐 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주민대표들에게 “상황이 이러이러하고 충분한 치료를 받고 의사선생 소견으로 퇴원한 것이니 동생을 지극 시키지 말아 달라. 우리가 이렇게까지 노력하는데 사람을 끝으로 몰지 말라.”고 부탁도 하였습니다.

헌데 그 사람들은 또 다시 아파트방송을 하고, 밤 9시가 넘어 집으로 전화를 해왔습니다. 그러고서는 주민회의를 해야 하니 나오라하며 지난 6월 10일 때처럼 강박하려 했습니다. 동생은 이 방송을 듣고 그 동안 자신의 노력이 수포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굴 위해 약을 먹어야 하냐? 가족 맞느냐?”라며 원망을 했습니다.

약 4개월의 강제입원과 이런 일을 겪고 집에 와있는 동안 자기 방에 있는 침대, 옷 그리고 사진들과 트로피들을 포함하여 자기흔적들을 모두 갖다 버리거나 없앴습니다.

도대체 그들은 무슨 권리로 이렇게 소중한 가정을 망가뜨리려 한단 말입니까? 내 집에서 내가 살 수도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살아가 기 힘든 세상에 방해가 되는 가족은 버리라고 몰아붙이는 것이 올바른 일인가요?

정신장애인이라도 가족을 버리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저희 가족에게 어떤 노력을 하든 상관없는 현실은 정말 절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주민들의 가혹한 행위는 끝이 없었습니다. 정신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당사자와 그 가족들이 함께 살고 있는 집까지 혐오대상으로 동일시하였습니다. 그들은 저희에게 했던 무력과 위협들로 받아 낸 각서를 주민편의를 위한 성공이라고 각 동 게시판에 공지를 했습니다.

저희 집 앞에는 없던 가로등이 생겼고 집 앞 놀이터에는 이제 애들이 놀러 나오지 않았습니다.

언제든 위협받을 수 있는 이곳은 더 이상 저희에게 편히 쉴 수 있는 집이 아니었습니다. 그 동안 이사 가기 위해 부동산시장이 좋지 않아 집을 시세보다 더 저렴하게 내놓았지만 매매는 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저희 집과 가까운 지역 순으로 집값이 떨어졌다는 소문 때문에 보러오는 사람조차 없었습니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싸게 집을 내놓으라는 부녀회장 말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누군가 현관문을 발로 차거나 초인종이 울려 밖에 나가보면 아무도 없는 일이 많았습니다.

심지어는 저희가 다니는 교회에까지 아파트 주민은 시비를 물으며 사회적으로 매장하려 한 행동들은 모두 열거하기도 힘들고 말하기도 힘듭니다.

그 사람들을 이해한다는 말 같은 건 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동안 언론에서 나쁜 일에만 정신장애인 뉴스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니까, ‘정신장애=사이코패스=정신지체’가 동일한 개념으로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의 무지와 편견으로 발생했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강호순, 유영철과 같은 연쇄살인범들은 인격장애이지 정신장애가 아닙니다. 험악한 세상이라 그런 사람들이 저도 무섭고 안전하게 살 권리는 누구나 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잘못된 편견으로, 공포로 만들어낸 허위사실까지 책임지라하며 장애인가족을 쫓아내기 위해 그들이 취한 방법들은 잘못됐다고 봅니다. 본인들의 안전을 위해 피해를 입을까 두렵다는 이유로 가한 계획적 폭력이 당연한 처우라고 정당화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중재를 위한 노력이나 저희를 위한 대책은 전혀 없이 오히려 주민들을 부추겨서 사건을 주동한 6명의 주민대표를 대상으로 다중폭력과 명예훼손 죄목으로 괴롭힘의 방어차원에서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에선 제대로 된 수사 없이 다수를 위한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불기소 혐의 없음’이라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현재 주민대표들은 있었던 사실들은 인정하지만 모두 주민들이 원한 것이었다며 농성과 노인정 현장에서는 본인들은 없었다며 발을 빼고 있습니다. 저희는 현재 검찰에서 기소결정여부를 기다리는 중 인데, 정신장애인 가족이 아니라 차별 없이 일반인과 같은 처지에서 결정되기를 바랍니다.

이 사건의 정당성을 묻는 어느 언론기사에서 아파트 주민분이시라며 올린 댓글에 이런 글이 있었습니다. “저희 가족이 잘했으면 주민들이 그렇게까지 했겠느냐?”고요. ‘한 사람의 인권보다 중요한 건 아파트 주민 1000여 명의 인권이다’라고 말이죠.

저도 묻고 싶습니다. 가장 큰 피해자가 누구인가요? 당신은 정신질환이 없다는 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요?

정신질환이 있다고 인정하고 약을 먹는 건 자신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의지입니다. 사회의 이런 분위기 때문에 사실을 은폐하고 사회에 숨어드는 사람이 더 무섭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정신장애인으로써 그의 가족으로써 대한민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나 힘이 든 고난입니다. 끝없이 위축되고 무너지는 내 가족들을 더 이상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습니다.

정신장애인도 이렇게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달라고 요청하고 싶고, 정신장애인과 그의 가족이 사람답게 생활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시스템이 마련되길 진심으로, 진심으로 바랍니다.

또한 많은 사람의 인식이 개선이 되어 각박한 세상에 공동체의식을 높일 수 있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작성자김서영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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