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재활시설, 유형별 특성 고려한 체계적 개편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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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라현 기자 직업재활시설, 숫자는 늘어났으나 장애인 고용 대안 안 돼
직업재활시설은 이미 18세기부터 경쟁고용이 어려운 장애인들의 고용 대안으로서 설치, 운영되기 시작했다. 2010년 현재 우리나라에도 약 390여개의 직업재활시설에서 약 1만3천여 명의 장애인들이 직업경험 및 고용의 기회를 제공 받고 있다.
정부는 1999년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하면서 직업재활시설을 ‘작업활동시설’, ‘보호작업시설’, ‘직업훈련시설’, ‘근로작업시설’, ‘생산품판매시설’로 분류하는 등 활성화를 모색했다. 그 결과 양적으로는 증가했으나 장애인 고용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시설유형별 역할과 기능, 운영 면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음이 수차례의 평가결과 나타났다. 일례로 2009년 12월말 현재 근로작업시설과 보호작업시설의 평균임금이 각각 79만5천원, 20만7천원인데 비해 작업활동시설과 직업훈련시설은 8만3천원, 6만8천원 건으로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표 1】 참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7년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유형개편에 관한 연구용역을 대구대학교 직업재활학과 나운환 교수에게 의뢰했고, 연구결과 직업재활시설 유형을 2010년 말까지 ▲외형적으로는 ‘장애인보호작업장’(‘작업활동시설’과 ‘직업훈련시설’ 통합)과 ‘장애인근로사업장’(‘근로작업시설’과 ‘보호작업시설’을 통합)으로 구분하고, ▲실제적으로는 보호작업장과 근로사업장에서 작업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해서 직업재활시설 유형을 탄력적으로 개편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2010년 6월 30일 현재 39%인 152개 시설이 재편했으며, 이 중 재신고 시설이 56개로 가장 많다. 또 작업활동시설에서 보호작업시설로 신고한 시설은 39개시설로 파악됐으며, 대부분의 시설에서 작업 활동 프로그램을 시행하거나 시행 예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재편되지 않은 230개 시설도 인천광역시와 울산광역시를 제외하고는 2010년 12월까지 재편 완료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표 2】 참조)
적격성 확인위한 인증제 도입 시급하다
이에 대해 직업재활시설 유형개편 연구용역의 책임연구를 맡았던 대구대학교 나운환 교수는 “재편완료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기준을 통해 어떤 형태로 재편되며, 과연 유형개편에 맞는 지원과 운영이 이루어질 것이냐는 실태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유형개편의 방향과 허가 적합성, 작업활동 프로그램 개설여부, 지원내용 등에 대한 실태조사가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나운환 교수는 직업재활시설 유형개편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 ▲유형구분에 대한 관계자들의 인지부족 ▲시기에 맞춘 졸속재편 ▲시설유형에 맞는 적격성 확인을 위한 인증제 미도입 ▲행정적 접근으로 인한 지원 미흡 ▲직업재활시설과 근로장애인의 근로기준법 적용문제에 대한 논의 부족 등을 꼽으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별 유형개편에 따른 로드맵을 제시하고, 재신고 기간 연장, 공무원과 종사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운환 교수는 “일부 직업재활시설 원장이나 종사자들은 유형개편으로 인해 중증장애인의 보호고용 기회가 오히려 제한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데, 이는 잘못된 인식에서 오는 것.”이라며 “이번 유형개편은 직업재활시설이 또 다른 생활시설이나 여가프로그램이 아닌 ‘직업’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세분화된 직무분석 조정이 이루어지고 필요한 훈련이 제공되어 중증장애인들이 근로자로서의 능력을 발휘하고 고용기회를 확대하자는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또 “직업재활시설유형을 구분하는 이유는 장애정도와 특성, 직무요건에 따라 근로자의 노동능력도 다르기 때문이며, 이들에게 적용되어야 하는 직업능력개발이나 고용에 대한 지원방안도 달라야 한다. 이를 위해 「장애인복지법」과 동 법 시행규칙, 장애인복지사업안내 등에서도 설립기본여건에 대한 여러 가지 장치들을 문서화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신고서류를 토대로 허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실제 시정조치사항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개선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고 실정을 전한 뒤 “이 때문에 직업재활시설신고에 따른 요건과 시설유형에 맞는 적격성 확인을 위하여 시설유형개편 시 인증제 도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라현 기자 |
‘시기에 맞춘 졸속재편’이라는 지적에 대해 나 교수는 “시설유형개편은 근본적으로 운영기준과 인원배치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종래의 시설 지원기준의 변화가 전제되어야 하므로, 전체적인 예산운영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유형재편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시설유형개편에 따른 예산확보가 전제되고 적절한 투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시설유형재편이 시설의 운영 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근본적인 시설운영 능력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운영비의 현실적 지원이나 마케팅에 있어 적극적 우대조치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며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제도와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형개편, 생산성뿐만 아니라 장애당사자의 입장에서 재고돼야
반면 유해숙 안산1대학 사회복지과 교수는 “정부가 추진 중인 유형재편은 현실에 기반해 있지 않다. 좀 더 현장과 장애인들의 욕구에 기반을 두는 방식으로 유형재편이 이뤄져야 한다.”며 관점의 차이를 드러냈다.
유해숙 교수는 “직업재활시설을 2가지 종류로 축소하려는 것은, 중증장애인의 직업재활시설 문제를 생산성과 급여, 직업능력개발의 측면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복지적 관점에서 ‘삶으로서의 노동’에 대한 관점은 결여돼 있다.”며 “장애인의 다양한 욕구와 만족도를 반영하고, 회복의 관점을 바탕으로 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치료·작업·보호를 동시에 제공하는, 보다 근본적으로 협소한 ‘생산주의적 노동을 넘어서는 노동’의 원칙 하에서 다시 모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해숙 교수는 “유형개편의 목표가 중증장애인을 고용하는 데 있다고 하나, 실제 현장에서는 중증장애인을 기피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많다.”고 우려했다. 유형개편이 되면서 생산성, 임금 등이 더 강조되기 때문에 중증장애인을 고용하는 시설이 이전보다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 교수는 “이를 유형개편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며 “현실성과 구체성에 바탕을 둔 장애인 정책과 이에 대한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유해숙 교수는 “중앙정부는 권고만 할뿐 예산이나 인력을 지자체에 맡기는 경향이 있는데, 장애인 정책은 중앙정부의 책임성을 회피해서는 실행될 수 없다.”며 “만약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자신의 책임을 위탁할 때에는 실질적인 책임과 권한의 위임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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