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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대답하라, 장애아는 대한민국 국민에서 열외인가?

[현장]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소속 회원 43명,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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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예산이 줄어들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 이건 무슨 말인가? 입만 열면 선진복지국가를 지향하며 친서민정책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현 정부의 장애인 복지정책 담당자의 발언이다. G20 정상회의를 유치하는 국가의 국격(國格)에 맞게 복지예산을 대폭 확대하기는커녕, 자연증가분에 따르는 최소한도의 증가분 증액마저 철저히 외면당하게 됐다. 장애인 관련 모든 예산은 ‘동결’이면 차라리 천만다행이고, ‘삭감’이라는 단어에도 무덤덤해져야 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2년 반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완전히 뒤집어진 이 땅의 장애계 현실이다.

줄어들지나 않으면 다행이라는 ‘동결’의 의미는 무엇인가. 모든 국가예산은 물가상승률과 사업 확대에 따른 증가분을 고려하면서 모든 분야가 함께 증가해야 함은 최소한의 상식이다. 그런데도 유독 장애인을 위한 재활치료서비스 동결, 활동보조인서비스도 동결, 양육지원서비스도 동결, 그나마 발달장애지원서비스는 예산 자체가 없는 상황으로 동결이란다. 국가정책에 있어서 동결은 ‘예산삭감’과 같은 뜻이다. 그렇게 돈이 없어 장애인정책을 펼 수 없다던 보건복지부는 ‘장애등급재심사’ 예산만큼은 100% 인상시켰다. 이만큼 일방적으로 무시당해야 하는 존재가 바로 대한민국의 장애인과 그 가족들인 것이다.

“이런 대한민국의 현실이 너무 괴롭고 힘들어 창문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이라 외치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소속 회원 43명이, 지난 17일부터 국가인권위원회 7층 로비를 점거하고 무기한의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국민적 반대와 저항에 부딪친 반(反)자연적 토건사업에는 수조 원씩 증액하면서, 정작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권은 ‘동결’과 ‘삭감’으로 일관하는 이 정부를 향해, 이들은 왜 곡기를 끊고 단식이라는 극약처방을 선택하게 됐는가. 그 현장을 찾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단식에 따른 기력저하로 이들의 목소리는 작고 힘이 없었지만, 그 내용은 피 토하는 절규와 울분 그 자체였다.

   
▲ 농성 이틀째. 우리가 찾아갔을 때 부모님들 일부는 일인시위를 나갔으며, 남은 분들끼리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채지민 객원기자

   
▲ 배선이 마산장애인부모회 회장 ⓒ채지민 객원기자
방치된 장애인 가정이 너무 많이 있다
- 배선이 마산장애인부모회 회장

- 자녀의 장애증상이 무엇인지 먼저 말씀해 달라
자녀가 아니라, 쌍둥이 손자 손녀 중 손자가 발달장애 1급이다. 손녀는 장애가 없어서 서울에서 부모와 함께 살고, 손자를 내가 맡아 키우는 중이다. 넉넉하진 않지만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고, 손자를 데리고 나가면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상처를 받은 적은 있지만 크게 차별 당한 적은 없었다. 그러다가 부모회에 들어가고 회장 직책을 맡고 나서 직접 현장을 뛰다보니까 참담한 현실밖에 없는 모습을 보게 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 어떤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시는가
그동안 우리 부모회의 역할이 미약했던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부모회가 아주 오래 전부터 차별과 편견의 인식전환을 위해 적극 활동했었다면, 정부 또한 처음부터 제대로 움직였을 게 아닌가. 지금 우리가 이렇게나마 틀이 변한 건 불과 4,5년 전밖에 안 된다.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 정부를 움직이게 하고,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인식개선의 조기교육과 통합을 경험했다면, 장애 비장애의 차별이나 편견도 거의 없었을 것이다. 조금 틀리다는 정도의 인식을 하지, 무서워하거나 놀림의 대상이 되진 않았을 게 아닌가. 그게 정말 많이 아쉬웠기 때문에, 자기반성의 차원에서 우리 마산의 경우엔 적극적으로 인식개선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 그럼 특별히 기억나는 화제나 사건 같은 게 있는가
우리는 장애인가족지원센터라는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장애아동들의 집을 실태조사해서, 그 가정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아동뿐 아니라 온 가족이 전부 장애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아무런 정보도 못 갖고 주거환경도 엉망인 상태…, 말 그대로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에서 방치되고 있던 가족들을 많이 발굴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주거환경개선을 해주고 있다. 부모회가 이런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 사람들은 사각지대에서 아무런 정보 없이 그냥 살아야 했을 것이다.

- 그 분들은 수급을 받고 계신 건가
아니다. 차라리 수급자들은 발굴되기가 쉽다. 왜냐하면 관청에서 어느 정도 관리를 하지 않는가. 그런데 장애가 있는 아빠가 어중간하게 일을 하며 살아간다면 수급에서 제외된다. 수입이 있기 때문에 수급자가 안 되는 것이다.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일을 해서 푼돈이라도 벌면 수급자에서 제외되는, 도대체 이런 시스템이 어디 있나. 도저히 들어갈 엄두도 나지 않는 최악의 가정을 어떻게 수리 좀 해보려고, 주민센터에 공익 지원을 요청했더니 안 하겠단다. 자기들이 해줘야 할 이유가 뭐가 있냐는 거다. 그래서 강력하게 항의했더니, 자기들도 나름대로 알아봤는지 그제야 와서 치워주는 시늉을 했다. 이게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 홍혜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구지부 부회장 ⓒ채지민 객원기자 아이의 사회성은 부모가 길을 열어줘야 한다
- 홍혜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구지부 부회장

- 장애아 어머니의 입장과 심정이라는 게 어떤 건지를 말씀해 달라
8살인 내 딸은 자폐성발달장애 1급이다. 애한테 장애가 있다는 건 3살 때야 알게 됐다. 당시 수원에서 살았고 아주대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는데, 지체장애만 장애인 줄 알았지 발달장애라는 건 아예 모르던 시절이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거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장애라는 걸 받아들이지도 못해서 심적 갈등이 심했었다. 막연한 마음으로 좋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병원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받으라고 했다.

- 치료의 과정은 어땠고 실제 효과가 있었는가
치료비가 너무 많이 든다는 게 문제였다. 복지관은 대기하는 데만 3년이었다. 그래서 치료실을 찾을 수밖에 없었는데, 한 타임 당 5만원씩의 비용이 들었다. 한 타임이라는 건 40분 수업에 10분 쉬는 걸 뜻한다. 그걸 일주일에 두 번만 해도 한 달이면 40만원이 들어갔다. 그걸 얼마나 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할 때, 한 달에 100만원에서 150만원씩 쓴다는 엄마들 얘기도 들었다. 요즘이야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치료방식이지만, 당시는 부모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옛날 방식이었다. 문제는 그 치료라는 게 우리 애하고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비용 또한 벅차서 결국 대구로 옮겨 다른 치료실을 다니게 됐다. 이쪽에서 일을 해야 하는 애 아빠하곤 그렇게 4년을 떨어져 지내게 된 거다.

- 그렇다면 치료실에선 어떤 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며, 문제점 같은 게 있는가
당연히 많이 있다. 우리 애가 워낙 중증이다 보니까 치료실들은 우리 애를 꺼려했다. 앉는 자세가 안 되기 때문에, 일단 약을 먹여서 완화시킨 다음 치료를 진행했다. 결국 약 없이 치료가 가능한 곳을 찾게 됐다. 약 안 먹여도 좋고 애가 앉지 못해도 좋으니까, 애가 무얼 하든 애한테 말을 걸어주는 치료실을 원하게 됐다. 돌아오는 대답은 증상이 더 안 좋아져도 책임질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 차가 없어서 버스나 지하철로 다녔는데, 어릴 때는 별다른 시선을 몰랐지만 몸이 커지니까 모두들 “저런 애를 왜 데리고 나와?”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나는 계속 애하고 같이 다녔다.

- 특별히 그렇게 하신 이유가 있으신가
그게 아이의 사회성을 키우는 길이라고 믿었다. 시장에도 계속 같이 갔는데, 처음에는 왜 저런 애를 데리고 나왔나 하더니, 다시 가면 조금씩 냉대가 완화되고 그 다음에는 간단히 말도 걸어주면서 반응이 달라졌다. 나는 우리 애가 치료로 좋아졌다는 생각은 솔직히 안 한다. 그렇기에 다른 장애아 부모님들께도 부탁드리곤 한다. 장애를 가리고 숨기기 급급하지 말고, 부모가 먼저 아이의 길을 잡아줘야 한다. 미리 걱정해서 ‘어휴, 뭘 어떻게 하겠나?’ 이렇게 하면, 애가 할 수 있는 능력까지도 죽이는 결과를 낳게 된다. 편견에 당당히 맞서면서 아이의 사회성을 이끄는 거, 그런 역할이 부모한테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최준기 경남사천장애인부모회 회장 ⓒ채지민 객원기자 장애아의 권익을 반드시 쟁취하겠다
- 최준기 경남사천장애인부모회 회장


- 아버지의 입장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가신 심정을 듣고 싶다
단식을 몇 차례 해봤다. 배고픔보다 더 고통스러운 건 입 안에 피가 나서 멈추지 않는 거다. 피를 토하고 피를 삼키며, 장애아 부모 마음을 이처럼 표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정말 안타깝다. 이번에 얘기했다. 단식을 하고 삭발을 하고, 그래도 안 되면 내가 손가락 하나 끊겠다고 말이다. 목숨은 하느님 믿는 사람으로서 끊지는 못하겠지만, 정말 내 손가락 하나 정도는 끊을 수 있겠다는…. 정말 그 정도로 자녀에 대한 우리 사랑과, 우리 아이들한테 돌려줘야 할 세상을 만들어야겠다는 심정이 간절하다.

- 대외적으로 꼭 강조하고 싶은 사항이 있으신가
내가 예전에 유선방송 일을 했다. 그래서 이렇게 언론취재가 나오면, 그 내부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내막을 잘 안다. 우리는 항상 부탁을 했다. 정말 잘 편집해서 우리 장애인들을 지킬 수 있는 파수꾼이 되어달라고 말이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인터뷰를 하고 나면, 그게 다 휴지통으로 던져지고 단 한 줄도 안 나온다. 방송 한 컷도 안 나오는 걸 볼 때마다, 그건 우리들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행위라고 나는 받아들이게 된다. 언론이 지킴이 노릇을 해줘야, 진짜 우리 같은 약자들도 세상이 바뀔 거라는 희망을 갖게 될 게 아닌가.

- 이번 인권위원회 점거 과정에서 아무런 제지가 없이 들어오셨다고 들었다. 매번 건물 입구부터 격렬한 실랑이가 벌어지곤 했는데, 이번의 경우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여기 계신 분들도 우리 부모회가 국가를 상대로 억지를 부리는 게 아니라는 점을 정확히 알고 있는 거라고 판단하게 됐다. 국가에게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사회적 약자들의 현실해결을 촉구하는 움직임이라는 걸 인정한다는 거다. 국가에서 외면하는 약자들의 싸움을 인권위마저 눈 감을 순 없는 일이다. 이 정부는 세상을 여기까지 뒤집어놓았다. 우리는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 반드시 끝마무리를 짓겠다.
작성자김라현 기자, 채지민 객원기자  husisarang@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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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순영님의 댓글

이순영 작성일

눈물이 납니다~ 이렇게 부모들이 농성을 해야 예산 조금주고....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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