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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하구만. 2011년 최저생.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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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부근 쪽방지역에서 여성 한부모가족의 가장인 그녀를 만나다

“선영이한테 뭐 사줄까? 우리 복날은 지났지만, 닭튀김 같은 거 같이 먹을까? 어때요?”
“에이… 괜찮은데… 음… 언니, 그러면요… 그냥 우리 애 종합장이랑 스케치북 같은 거 학용품 사주시면 안돼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복날에는 시장에서 닭 한 마리 사다가 해 먹였거든요….”

필자는 쪽방 등 무보증월세에 거주하는 홈리스(homeless people)들을-이들 다수는 극빈층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에 편입되어 공공부조로 급여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다-만나 복지지원과 옹호활동을 수행하는 단체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다. 몇 년을 서성이다보니, 나를 언니라 부르는 여성분들도 생기기도 하고, 조카가 여럿 생기기도 한다.

중복이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쪽방지역에 거주하는 그녀를 만났다. 간질장애를 가진 그녀는 여성 한부모가구의 가장으로 몇 년 전부터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받아 생활한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2학년인 여아, 어린이집에 다니는 남아가 있는데, 3인가구니까 약90만원 정도의 현금급여로 생활하고 있는 셈이다. ‘조카들이랑 닭튀김이라도 같이 먹어볼까?’해서 물었던 내게, 그녀는 그렇게 어렵게 말했다. ‘학용품이 더 필요하다’고 말이다.

    ▲ ⓒ민생보위 최저생계비, 빈곤의 대물림을 끊고 자녀교육을 뒷받침하는 수준?!

2010년 8월 25일, 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빈곤의대물림을 차단하고 자녀교육을 뒷받침 하기위해” 자녀 교육관련 품목 확대 조정을 했다고 한다. 문제집 구입권수를 학기당 1권에서 학기당 2권으로 조정했고(연 4권에서 연 8권으로), 수련회비를 기존 아동1인에서 2인으로 추가했단다(1인 연1회 6만원선을 2회로). 아동도서 구입권수를 작년에 비해 상향조정(연 2권에서 연 4권으로)해 인상했단다. 게다가, 아동잠바와 바지 등의 내구연수를 6년 혹은 8년에 2점에서 2년으로 단축했다는 것이다.

가만히 그 내용과 숫자를 보고 있으려니 헛웃음이 난다. 그럼, 급여로 생활하려면 가난한 집 아이들은 2010년도까지는 6년에서 8년 동안 키가 자라면 안 되는 거였던가? 그러니까… 내년부터는 이게 2년으로 줄었단 말이지? 그래서 좋아해야…하나? 그리고 선영이처럼 그림을 더 그리고 싶은 아이는, 그 욕구를 참거나 쓰던 스케치북을 재활용해 양면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건가?

가만있자… 요즘 아이들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이 몇 개나 되던데 문제집 권수가 연간, 4권으로 책정되었었다고? 그리고 이제는 그것들을 두 배로 인상했으니 빈곤의 대물림을 끊고 자녀교육을 뒷받침하는 수준을 확보한거라구!? 거, 참 쉽네.

가계부를 통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로 생활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조망하다

수급당사자, 혹은 수급당사자를 대변하는 역할을 담당하던 단체가 철저히 배제된 채 운영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의결과정에 대응하고자, 수급당사자와 반빈곤활동단체들이 결합해 민중생활보장위원회를 조직했다. 그리고 대응활동으로서 수급가구들의 7월 한 달 가계부를 살펴보기로 했다. 짧은 한 달의 기록으로 그들의 삶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얼마나 알겠는가마는-그 까잇 거 뭐, 대~충, 하루살이로 황제처럼 살았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도 있긴 했지만, 우리 사회의 빈곤한 사람들의 경제적 삶의 한 단면을 간접적으로나마 엿보고자 했다.

모두 17개 가구에서 정성스레 적은 가계부를 전달해주었다. 단독가구 총10개가구, 부부가구 1개가구, 여성 한부모가구 3개가구, 자녀와 부모세대로 구성된 일반가구 2개가구, 기타 3세대가구1개가구였으며, 이를 다시 가구원수별로 보면 1인 단독가구 10개가구, 2인가구 2개가구, 3인가구 3개가구, 4인가구 1개가구, 6인가구 1개가구로 분포되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한부모가구, 장애가구, 노인가구 등이 포함되어있다.

이들은 모두 대도시에 거주하며, 월세를 다달이 내야하는 월세임차가구다. 이들은 기초생활보장 수급가구로서 기초생활보장법에서 정한 ‘인간답고 문화적인 최저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저생계비 중 실지급액인 “현금급여(주거급여+생계급여)”로(아래 표 참조) 생활하고 있다.
   

주1) 타지원액은 최저생계비에서 현물로 지급되는 의료비, 교육비와 TV수신료 주민세, 전화세 등을 말하며 이는 원천적으로 감액되는 금액이다.

주2) 주거급여액은 최저생계비를 계측하면서, 최저주거비로서 최저생계비 내 17.25%를 일정비율로 일괄 계산한 것이다. 참고로 식비는 약 37%, 의료비는 4.4%, 교육비는 4.5%, 광열수도비는 6.7%, 가구가사용품은 3.0%, 피복·신발비는 4.0%, 교양오락비는 2.0%, 교통통신비는 10.5% 등으로 책정하고 있다.


가계부를 분석해보니, 총 17개 가구 중 단 3가구만 급여 내에서 가계를 꾸려나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14가구가 적자재정을 보이 셈이다. 대체, 무엇 때문일까? 부족분은 어디서 어떻게 메우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우선 가계 적자를 불러 온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주거비였다. 대도시에서 월세로 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가구는 27%정도를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었는데, 이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규정하고 있는 최저생계비 내 최저주거비 비율인 17.25%를 10%나 초과하는 수준이다. 이를 실지급되는 현금급여 대비 지출비율로 따져보면 32%에 육박해 현행 주거비상정비율에 두 배 가까이나 된다. 보증부 월세 혹은 무보증 월세의 세입자로서 매달 주거비를 먼저 내지 않으면 거리로 나앉게 되는 사람들이다보니 일단 이 돈부터 떼어두어야 한다.

이렇게 주거비를 지출하고 나면, 가구별로 약간의 다름을 보인다. 우선 학령기 자녀를 둔 가구는 교육비 지출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우리아이를 조금이라도 더 가르쳐서 ‘나처럼 살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선영이 엄마처럼 말이다. 가계부작성 가구 중 학생 자녀를 둔 가구들은 총 5가구였는데 이들은 최저생계비 대비 평균15%의 지출을 나타냈다. 최저생계비에서 상정한 4.5%의 세 배 이상인 셈이다.

그 뿐인가? 만성질환이나 노인가구, 장애가구에서는 의료비 지출이 높아서 최저생계비 대비 평균 10%의 지출을 보였다. 특히 장애가구의 경우 이동에 드는 경비(장애택시 이용 비 등의 교통비)가 상당하다.

주거비·의료비·교육비 지출이 더 급하고 중요한 가구에서는 생활의 기본이라고 사람들이 쉽게 말하는 식비와 피복신발비 등은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최저생계 내 정해진 1일평균 식비는 1만7천원 정도, 매끼 당 5천6백원 선이다. 가계부를 작성한 가구들의 식비는 거의 대부분 이 수준을 턱없이 밑돌았다. 그리고 전 가구 모두 과일을 구입한 가구는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복날이 있으니 망정이지 어디 닭고기, 돼지고기라도 마음 놓고 먹겠나 싶다. 여기에는 일하고 있는 근로자도 있고, 자라나는 아동, 청소년도 있다. ‘건강한 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최저생계비라고?

먹거리와 입을거리를 줄여가면서라도 집세를 내야하고 아이교육을 시켜야 하는 것이, 그리고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여기저기서 돈을 꾸러 다녀야 하는 모습이, 현재 우리사회에서 최저생계비로 생활하는 가구들의 현실이다. 국가가 빈곤계층의 생존을 보장하겠다고 천명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는 우리 사회 가난한 사람들의 의식주, 삶의 기본적인 욕구조차 스스로 무시하게 만들었다. 2010년 여름 그들은, 급여로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었다.

최저생계비,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지길래?

최저생계비는 이렇게 정해진다. 식료품비, 주거비, 보건의료비, 교육비, 광열수도비, 가구가사용품비, 피복·신발비, 교양오락비, 교통통신비, 기타소비비, 비소비지출비(세금 등)등 총11개 비목을 설정하고 각 비목별 생활필수품을 전문가들이 선정한다(전물량방식). 그리고 표준가구로 중소도시에 전세로 거주하는 4인가구(40대초반인 가장과 30대후반의 부인, 그리고 10대초반 자녀2인)를 설정해 그들의 소비내역을 조사해 1개월 최저생계비를 산출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기준으로 가구균등화지수를 적용하여 ‘가구원수별’로 최저생계비를 뽑아낸다.

여기서 잠깐 생각을 멈추게 된다. “생활필수품 목록을 전문가들이 선정…” “중소도시에 전세로 거주하는 건강한 4인가족… 표준가구” 실생활을 반영하는 생활필수품 목록이었을까? 대도시에 월세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 노인, 장애인, 영유아가 포함된 가구 상황은 제대로 반영되었을까?

결정적 단계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관계부처공무원, 학계 전문가, 민간단체대표 12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 위원회의 위원장이다)’의 의결과정이다. 계측과정에 관한 연구를 담당하는 국책연구기관(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 지역별, 점유형태별(자가, 전세, 월세)로 주거비용도 산출되어있고, 또 장애인, 아동이 포함된 가구 등 그 필요도가 다른 가구별로 추가비용을 계산해 내고 있다. 결국, 중생보의 의결과정에서 포 떼고 차 뗀, 최저생계비가 결정되고 이것을 보건복지부장관이 9월1일에 발표하게 되는 것이다.

생활공감, 국민행복?!

8월25일 보건복지부가 <2011년 최저생계비 5.6%인상>이라는 제목 하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해당 문서 오른편 상단에 적힌 “생활공감, 국민행복”이란 글자가 눈에 들어오면서 나도 모르게 썩소를 자아내게 된다.

빈곤계층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그 선정기준과 급여기준이 되는 최저생계비, 그리고 각종 사회복지제도 수급자의 선정기준을 제시하는 최저생계비는 과연 현실생활을 공감한 것일까? 국민행복… 과연 지금 그들에게 우리사회의 빈곤계층은, 국민일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인상률이라는 최저생계비 5.6%인상은(타지원액을 차감하고 실제 지급되는 현금급여는 3.28%인상되었다) 현실과 크나큰 괴리를 지닌, 빛 좋은 개살구다.

작성자김선미(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책임간사)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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