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폭행한 경찰관에 1억7천여만원 지급 판결 > 기획 연재

도움을 청하는 청각장애인을 취객으로 오인해 폭행하고 방치해 의식불명에 빠지게 만든 경찰관과 국가에게 배상책임 판결이 내려졌다.

작년 9월 7일 박모(청각장애 2급, 68)씨는 지인과 술을 마신 후 택시를 타고 가려 했으나 의사소통이 안 되자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찾아 ‘택시, 중계동 부탁합니다’라는 메모를 건네는 등 당직 경찰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강 모 경장은 박씨가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줄 알고 현관 밖으로 밀쳐내며 폭행을 가했고, 피 흘려 쓰러져 있는 박씨를 경찰서 인근 공사장 현장에 방치한 채 사무실에 들어가 잤으며, 응급조치를 받지 못한 채 30여분이나 방치됐다 뒤늦게 119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된 박씨는 수술 후 사지가 마비된 채 현재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자 박씨의 가족은 국가와 강씨를 상대로 ‘경찰공무원은 국민의 신체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청각장애인에게 폭행을 행사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5부는 “강씨는 박씨에게 폭력 등을 행사해 급성 경막하 혈종을 발생시켰고, 이후에도 보호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박씨를 현재의 상태에 이르게 했다.”며 “국가와 강씨는 박씨와 그의 가족들에게 1억7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편 상해혐의로 지난해 12월 불구속 입건된 강씨는 지난 6월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