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대표 발언, “복지 사각지대 놓인 정신장애인 두 번 죽인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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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닫는 기쁨을 아세요? 거리를 다니며 맛있는 거 사먹고, 사람들 만나고, 공부도 하는 그런 것이 바로 땅 닫는 느낌이라는 걸 병원에서 나오면서 느꼈어요. 병원에서 있었던 참을 수 없는 비하와 인격 모독. 정말 죽고 싶었고, 내가 왜 이런 수모를 받아야 하는지 알 수 없었어요. 절벽 낭떠러지 위에 있는 것만 같았던 그 때, 누군가가 저에게 다가와 인간적인 말 한마디만 건넸더라면 저는 그 고통에서 일찍 벗어날 수 있었을 겁니다. 오직 약만 먹이고 이의를 제기하면 묶어두는 곳이 그곳이었어요.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단 한 번이라도 물은 적이 있나요?” -지난 10일 ‘이해찬 대표 발언 규탄 집회’에서 인용된 한 정신장애 당사자의 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정신장애인 비하 발언을 규탄하고, 정신장애인을 차별과 편견으로 몰아넣는 제도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이 길거리로 나섰다.
지난 10일 (사)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주최 측 추산 3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정신장애인 비하 발언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달 28일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장애인위원회 발대식에서 “우리나라에 장애인이 생각보다 많다. 후천적 신체장애인도 많지만 우리가 깊이 생각해야 할 사람들은 정신장애인이다. 정치권에 특히 저게 정상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의 정신장애인들이 많다. 그 사람들까지 우리가 포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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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조순득 회장은 “일부 정치인을 빗대어 한 말이라고 하지만 평소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편견이 은연중에 드러난 것이라고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면서 “여당을 대표라는 정치인의 발언이기에 더욱이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단법인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이정하 대표는 “여당의 대표로서 너무나도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당사자들에게 이러한 차별적 시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신장애인을 모두 사형시키라’는 등의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정신장애인을 향한 국민적 혐오와 비하는 이미 도를 넘은 수준이다. 이렇듯 정신장애인에 대한 비하와 증오가 넘쳐나는 건 한국사회 정신장애 시스템이 철저하게 실패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통계적으로 정신장애인보다 비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정신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모두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닌데, 마치 범죄와 전혀 관련이 없는 정신장애인까지 잠정적 범죄자로 보고 정신장애인이 적용받는 정신건강복지법 등에 형벌적 조항들을 삽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죄와 정신장애에는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 정신장애인이 병원치료를 받는 목적은 건강하게 살기 위함이지 범죄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다. 환경 등의 복합적 요인은 고려해볼 수 있다. 아무 잘못이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도 이유도 모른 채 자꾸만 범죄자 취급을 당하고,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모든 경로를 차단당하고 격리당하는 등의 차별과 폭력을 겪는다면 범죄자가 되는 건 시간문제이다”라고 강조했다.
△집회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조순득 회장이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
집회 이후 주최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해찬 대표의 진정성 있는 사과 △국립 정신보건연구원 발족 및 국민정신건강위원회 설치 △인권적 치료환경 보장 △장애인복지법 15조 폐지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한 이들은 성명서의 내용이 담긴 항의서한을 원내 각 정당에 전달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지난 7일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정신건강복지법)'을 대표발의했다. 일명 ‘임세원법’이라 불리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법률안에는 치료를 임의로 중단한 정신장애인을 잠정적 범죄자로 보고 외래치료 명령제를 강화하고 개인적인 의료정보를 공유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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