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참정권 침해 "더 이상 용납안돼" > 기획 연재

▲ ⓒ김라현 기자

2010지방선거장애인연대(이하 선거연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22일 오전11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6.2지방선거 장애인참정권 침해 진정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선거연대 등은 이 날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12월 6.2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 선관위)가 공직선거법 제65조를 개악했다. 이후 중앙선관위는 6.2지방선거 직선에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장애인 참정권 침해에 대해 시정권고를 받고 이에 대한 조치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관위의 장애인 선거편의 제공에 대한 약속은 이행되지 못했으며, 지난 6.2지방선거 기간 동안 공직선거법의 차별적인 점자공보의 면수제한 규정으로 수많은 시각장애인들이 후보자에 대한 알권리를 심각하게 훼손당했다. 또한 다른 장애인들 역시 전국 1만3천여 개의 투표소의 턱과 계단 앞에서 권리를 포기 당했어야만 했다.”고 토로했다.

연대 등은 이어 “이에 우리 장애인단체들은 7.28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6.2지방선거 과정에서 장애인이 겪은 선거과정의 차별을 기자회견을 통해 알리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을 통해 시급히 법․제도적 개선을 요구하고자 한다.”며 기자회견의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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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임수철 정책팀장은 “공직선거법 제65조 4항의 내용을 “점자형 선거공보 1종을 작성할 수 있다. 이 경우 책자형 선거공보의 면수 이내에서 작성하여야 한다.”로 개정함으로써, 장애인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지방선거 후 16개 시도지사 후보 55명의 책자형 공보물과 점자형 공보물을 비교 분석해본 결과 점자형 공보물로 완벽한 정보제공을 한 후보는 단 3명에 불과했으며, 당선자 중에는 한 명도 없었다.”고 지적하며 “ 앞으로 장애인 당사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관련기관에서 장애인 참정권을 보장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광진센터 박홍구 소장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선거에서 참정권을 침해받아 제대로 권리를 이행하지 못한다면 그건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없다.”며 “비장애인 투표권자가 그런 차별을 당했으면 난리가 나고 언론에서도 더 관심을 보였을 텐데, 장애인에게는 관심도 없고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것 같다.”며 “더 이상 장애인이 절차적 민주주의라고 일컬어지는 참정권을 침해받지 않기 위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 한국뇌병변장애인협회 김태현 사무처장 ⓒ김라현 기자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김태현 사무처장은 “내가 투표했던 광진구의 한 투표소는 지하인데도 불구하고 엘리베이터 없이 계단만 있었다. 선관위에 건의를 하니 어쩔 수 없었다며 여기만 그런 것도 아니니 참으라고 했다. 게다가 장애인단체에도 양해를 구했다며 당당하게 이야기하길래 ,우리는 전혀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 없어 어느 단체에 이야기했냐고 물으니, 지체장애인협회 광진지회에 말했다고 하더라. 이게 바로 탁상행정이다. 장애인단체가 지장협만 있는 것도 아니고, 조금만 관심과 의지를 갖고 있었다면, 사전에 구청에 다른 장애인단체도 알아봐서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었다.”고 꼬집었다.

김태현 사무처장은 이어 “거소투표라는 것도, 사실 위험의 소지가 있다. 만약 어떤 장애인이 선거 당일 투표소에 가지 못한다고 해서 미리 투표를 할 경우, 이번 선거에서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처럼 어떤 후보가 거소투표 후 선거 며칠을 남겨두고 사퇴할 경우, 그 장애인이 한 투표는 무효 처리가 된다. 이에 대한 대책도 강구해야 하는데 그저 안일한 사고방식만 가지고 탁상행정을 하려고 하는 공무원들이나 의원들을 깨우쳐 주고 싶다.”고 말했다.

▲ 한국시각장애인협회 김두현 팀장 ⓒ김라현 기자

또한 “올해 4월 지방 선관위들을 모아놓고 6.2 지방선거 때 장애인 참정권에 대해 이런저런 문제가 예상되니 미리 대책을 강구해 해결해달라는 간담회를 벌인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2개월 후 선거에서는 장애인 접근권이나 알 권리 등이 하나도 확보되지 못했다. 이것은 명백히 장애인 투표권을 막은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두현 팀장은 “공무원들이나 정치인들은 언제나 앞에서는 ‘우리도 언제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며 동정 섞인 말을 해대지만 정작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때는 예산이나 환경을 탓한다.”며 “시각장애인들은 점자공보물에서 가장 큰 참정권 침해를 받는데, 그나마 받더라도 면수제한 때문에 일반 공보물보다 훨씬 편협한 정보를 얻게 된다. 오늘 진정을 통해서 더 이상 이런 일로 기자회견을 하지 않도록 중앙 선관위가 대책을 마련하고 관련법이 개정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연대 등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점자공보물에 관련한 참정권 침해사례 65건을 모은 대표진정서 1건과,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에서 작성한 접근성에 관련된 3건의 사례를 모릉 진정서 1권, 총 2건의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 타블로이드 방식의 점자 표기. 천공방식으로 구멍을 뚫는 것과 달리 종이 위에 덧대는 것으로, 일반적인 점자 크기와 달라서 읽기도 어렵고, 비닐 소재로 되어 있어 오랫동안 점자를 읽으면 손가락 피부가 쓸린다고 한다. ⓒ김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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