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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 운영 커피전문점, 평택시청에 문 열다

[현장] 지자체 청사에 첫 선 보인 지적장애인 운영 카페 ‘위드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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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라현 기자
   
▲ ⓒ김라현 기자
지난 6월 21일, 경기도 평택시 청사 내에 지적장애인들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위드커피’가 문을 열었다.

‘위드커피’는 지적장애인 청년들 중 사회성이 우수하고 취업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이들에게 새로운 서비스 직종에 대한 기술을 배우도록 만들어진 직업훈련의 장으로, 평택시 민생안정추진단이 지난해 8월 ‘장기적 경기침체로 인한 실직, 휴·폐업으로 위기를 맞은 가정과 지역경제 위축으로 인한 어려움을 시민, 기업체, 사회단체 등의 참여와 노력으로 해결하고자’ 시작한 민생은행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이창현 평택시청 민생안정추진단 민생은행사업 담당자는 “민생은행사업은 나눔사업, 푸드마켓 운영, 민생복지심부름센터, 애향장학사업 등의 사업과 함께 노인과 여성, 장애인 등 취업 취약 계층에게 실업대책을 마련해 각각 스팀세차, 도시락 배달, 바리스타 교육 등을 제공해 취업의 기회를 열어주고 장기적으로 고용안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추진단이 두 달 전인 4월 중순부터 평택시 장애인부모회에 모집 공고를 내어 총 6명의 장애청년들을 모집해 바리스타 교육과 고객응대 교육을 해왔고, 6월 21일 개업식을 하고 업무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 ⓒ김라현 기자
정부보조금 없이 시 예산과 후원금으로 이뤄져… 시와 시민 참여 의미 커

지적장애인들이 바리스타 교육을 받아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재 경기도 부천시 복사골문화센터 내에 지적장애인과 부모님이 함께 운영하는 ‘위드인카페’가 있으며 이외에도 여러 지역 복지관을 위주로 지적장애인들이 일하는 카페가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평택시청 ‘위드커피’의 개업식이 반가운 이유는 이러한 장애인 커피전문점이 지자체 관공서에 생긴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기존에 있던 커피전문점에 장애인을 투입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위해 아예 새로운 공간을 만든 것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노승희 민생안정추진단 장애인일자리사업 담당자는 “솔직히 기존에 청사 내에 있던 것을 활용하는 것도 아니고 예산을 들여 새로 지어 지적장애인들을 투입할 거라는 소식에, 다른 팀이나 주변에서 여러 가지 우려를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일자리 지원 사업은 시장이 먼저 적극적으로 주장해서 이뤄진 일이었고, 원두를 내리고 커피를 만드는 일이 그다지 복잡하지 않아 장애인들의 적성에 알맞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설명하고 “또한 여러 가지 여건을 준비하려면 많은 예산이 필요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지만, 일반 상가 건물에 입점한 것이 아니라서 임대료 걱정을 덜 수 있었다.”고 밝혔다.

현재 민생은행사업은 정부보조금은 전혀 없이 시 예산이 일부 사용되고, 그 나머지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연합모금사업으로 시민과 기업체에서 후원금을 받아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단결력을 높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이어진 담당자의 이야기다.

   
▲ ⓒ평택시청 제공
   
▲ ⓒ평택시청 제공
‘위드커피’를 이용하는 고객의 반응을 묻자 담당자는 “아직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확실히 말하긴 어렵지만, 지난 개업식 때를 비롯해 점심시간을 위주로 평균 150~200명의 직원들과 시민들이 ‘위드커피’를 이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큰 불편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없고, 분위기나 커피 맛이 덜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없다. 오히려 커피전문점이 생긴 것을 반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취재 차 찾아갔을 때 만난 시청 직원들도 “개업식 날 시음회에서 (장애 청년들이) 직접 만들어준 커피를 마셨는데 맛있었고, 무엇보다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 보인다. 한 가지 바람은 앉을 자리가 마땅치 않아 테이크아웃을 해야 할 때가 많다는 것인데, 테이블을 더 마련해줬으면 좋겠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1년 과정 후 취업과 연결, 다른 지원자 모집 예정

기자가 찾아간 날은 양효준 군(22세, 발달장애2급)이 먼저 출근해 업무를 준비하고 있었다. 특수학교 졸업 후 집에서만 생활하다가 복지관 주간보호센터에 다니던 중 부모님이 ‘위드커피’ 공고를 알게 돼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양효준 군은, 공고가 난 후 함께 교육을 받기 시작해 매일 장애인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평택시 장애인부모회 부회장 주현숙 씨와 함께 업무를 시작했다.
   
▲ ⓒ김라현 기자
   
▲ ⓒ김라현 기자

양 군은 커피를 만드는 테이블을 청소하기도 하고, 컵에 얼음을 채워넣거나 주스를 따르기도 하고, 손님이 없을 때는 원두 내리는 방법을 직접 연습하기도 했다. 양 군은 “일이 정말 재밌고, 계속 이 일을 해서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위드커피’에서 일하는 장애인은 총 5명이다. 양효준 군을 비롯해 총 발달장애 2명, 다운증후군 2명, 지적장애 1명이 매일 2명씩 2교대로 4시간씩 근무한다고 한다. 6명의 지원자가 교육을 받았지만 한 명은 장애 정도가 심해 첫날 근무에서 어려움을 호소했고 당장 업무를 하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해 좀 더 훈련을 받은 후 투입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담당자 이창현 씨는 “아무래도 장애 정도가 너무 심하면 일을 하다가 부딪치는 여러 가지 상황에서 유연한 대처를 하기 어려워, 최소한 2, 3급은 되어야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아직 시작 단계이고,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이 또한 많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담당자 노승희 씨는 “이러한 직업훈련이 다른 복지관에서는 보통 6개월 과정으로 이뤄지는 것에 비해 우리는 1년 과정으로 생각하고 있고, 그만큼 기술을 습득하는 데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모든 음료를 스스로 만들지는 못하고 매장 청소 등 보조적인 일부터 시작했지만, 틈나는 대로 계속해서 바리스타 교육을 하고 있으며, 이것이 지역사회의 다른 커피전문점으로의 취업까지 연결되게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담당자는 이어 “이 사업을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간 후 많은 지적장애인 어머니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너무 반가운 소식이며, 당신의 자녀도 배우게 하고 싶고 다른 지자체에도 이런 곳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장애청년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주현숙 씨 또한 “나도 장애인 아이를 둔 부모로서 여기서 일하는 아이들이 다 내 아이 같고, 학교를 졸업한 후 집에서만 갇혀 생활하던 아이들에게 이런 기술을 습득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 참 기쁘다. 더불어 부모들도 아이들에 얽매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앞으로 이런 기회가 다른 곳에도 많이 마련됐으면 좋겠고 오래도록 지속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위드커피’에서 일하는 지적장애인들은 노동부가 지정한 최저임금에 준하는 보수를 받는다는 데 있다. 현재 노동부가 정하고 있는 최저임금은 4천110원으로, 보통 지적장애인들은 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다. 그러나 ‘위드커피’의 직원들은 이 최저임금을 지켜 월 평균 40만원이 넘는 임금을 받고 있다고 한다.

담당자는 “지적장애인라고 해서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들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해내고 차별받지 않고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 ⓒ평택시청 제공
작성자김라현 기자  husisarang@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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