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만도 못했던 지적장애인 인권, 어디서 보상받나
인권침해, 수급비 횡령 혐의 미신고장애인생활시설 폐쇄
본문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적장애가 있는 이들을 끈으로 묶어놓는 등 생활인들에게 인권침해를 저지른 미신고 장애인생활시설의 실상이 또 드러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인천 강화군의 한 장애인개인운영신고시설에서 ‘도망간다’는 이유로 지적장애인을 쇠사슬로 묶고 방치한 사실이 드러나 경악케 만든 지 꼭 1년만의 일이다.
한나라당 이정선 의원과 보건복지부, 장애인 인권단체 등으로 구성된 장애인미신고생활시설 인권실태 민관합동조사단(이하 조사단)은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미신고생활시설인 ‘c의 집’에서 생활인들에게 ‘강박’ 및 ‘인권침해’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생활인 34명을 지난 23일 긴급 분리 조치시켰다.
▲ 하루종일 강박된 채 생활했던 것으로 알려진 김모씨의 모습. ⓒ장애인미신고생활시설 인권실태 민관합동조사단 개만도 못했던 지적장애인 인권
당시 상황에 대해 조사단의 한 관계자는 “조사원들이 조사를 하겠다고 요청하자 ‘민간인을 믿을 수 없다’며 강하게 거부해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실랑이 과정에서 끈으로 강박된 이를 발견했다.”며 “이에 대해 지적하자 시설장은 ‘자해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답했으며, 조사단이 나갈 때까지도 계속 묶어놓은 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해명을 듣기위해 시설장 김모씨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러자 시설장은 강박당사자인 김 모(지적장애 1급)씨를 옆에 앉혀놓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원장은 “얘는 (서울 강남구)세곡동에서 비닐하우스로 시작할 때부터 데리고 있던 아이다. 자폐성 장애가 있어서 가만히 놔두면 소리를 지르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거나 온 몸을 자해하기 때문에 묶어 놓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김씨의 양팔에는 짓무른 자국과 상처가 뚜렷하게 남아있었다. 하지만 이 상처가 원장의 주장대로 자해로 인한 상처인지, 오랫동안 묶어놓고 있어서 생긴 상처인지는 분간할 수 없었다.
원장은 “얘 말고도 묶어놓은 애가 있는데, 둘 다 자폐다. 얘(김 모씨)는 패고, 부수는 성향이 있어서 정신병원에도 입원시킨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도 감당 못한다고 해서 데려왔다. (병원에서) 삐쩍 말라서 돌아온 모습을 보니 자식 같은 마음에 안쓰러워 어디 보내지도 못하고 데리고 있게 됐다. 처음에는 끈으로 묶어놨는데, 살이 파이고 해서 이걸(팔을 묶어놓을 수 있는 보조기구) 구입했다.”며 김씨를 결박할 때 쓰는 도구를 보여줬다.
결박한 채 움직이지 못하게 문고리에 묶어놓은 이유에 대해서는 “얘네(자폐성 장애가 있는 이)들은 힘도 세다. 입원해 있는 할아버지가 있는데 (얘 때문에) 목 졸려 죽을 뻔 한 일이 있었다. 그래서 묶어놓게 됐다.”고 밝혔다.
▲ 자해때문에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는 김모씨의 몸을 확인해본 결과 자해의 흔적은 없었으나 결박으로 인한 상처는 뚜렷하게 남아있었으며(상), 결박으로 인해 상처를 입은 또 다른 피해자. 조사단이 결박행위와 상처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자 전날 치료를 받아 상처가 많이 아물어 있었다.(하) ⓒ전진호 기자, 장애인미신고생활시설 인권실태 민관합동조사단 강박도 모자라 정신병원에 강제 입소까지
하지만 다음날 김씨의 모습은 시설에서 찾을 수가 없었다. 확인했더니 “김씨의 자해행위가 너무 심해 어쩔 수 없이 오늘 아침(23일) 정신병원에 입소시켰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김씨가 어떤 경위로 입원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그가 경기도 안양시 금정구의 A정신병원을 찾았으나 원장은 만날 수 없었고, 대신 김씨를 병원으로 이송한 병원관계자에게서 당시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이 관계자는 “시설장이 전화를 걸어 ‘정신분열증이 심해져 데리고 있을 수가 없어서 입원시키고 싶다’고 해 데려왔다.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소견을 말할 수는 없지만 위험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으며, 소리를 지르거나 멋대로 돌아다니는 등 돌출행동을 보여 데려왔다.”고 설명했다.
지적장애가 있는 이가 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됐는지 그 과정에 대해 묻자 병원관계자는 “시설장이 정신분열증이라고 했는지 지적장애인이라고 했는지 명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며 ‘정신지체’라고 쓰여 있는 김씨의 복지카드를 꺼내 보이고는 ‘정신장애가 있는 이를 입원시켰는데 뭐가 문제냐’는 반응을 보였다.
즉 정신지체(지적장애)와 정신장애에 대한 지식이 없는 병원 행정직원이 판단하기에는 소리를 지르거나 돌아다니는 등의 과잉행동은 정신과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데려온 것이며, 치료를 받아 상태가 양호해지면 좋은 것 아니냐는 게 병원 관계자의 입장이었다.
김씨와 같은 무연고자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할때는 반드시 시군구청장에 의한 동의가 있어야만 입원수속이 가능하도록 현행 정신보건법에는 규정해놓고 있다. 따라서 김씨가 입원하려면 화성시장의 동의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입원할 수 있었던 경위를 확인하자 “(시설장이) 5살 때부터 데리고 키운 이라고 얘기했기 때문에 시설장을 보호자로 생각했다. 다만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관내 정신보건센터에 이 사실을 알렸다.”고 설명했다. ‘불법감금’을 막기 위해 정신보건법에서 정한 보호의무자에 대한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시설장의 주장대로 자해로 인한 부득이한 조처였는지에 대한 여부도 확인하기 위해 김씨가 수용돼 있는 정신병원 격리병실을 찾았으나 그는 약물투여로 인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답답했는지 환자복을 벗어버리고는 바닥에 오줌을 싼 채 침대 밑에 누워있는 김씨의 몸을 확인해본 결과 시설장의 말과 달리 특별한 자해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씨의 몸을 확인한 수원시정신보건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손톱 밑에 흔적이 없는 걸로 봐 김씨가 심한 자해행동을 했다고 보기 어렵고, 팔꿈치 주변과 머리에 있는 약간의 스크래치는 자주 씻지 않아 가려워서 긁는 과정에서 생긴 상처로 보인다.”며 “멍자국은 없으며, 김씨의 몸에서 유일하게 상처가 있는 곳은 팔목인데, 이는 오랫동안 결박을 해놓은 과정서 생긴 흔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김씨가 입원하게 된 경위와 소견서, 간호일지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화성시청 측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화성시 관계자는 “병원 측은 ‘김씨를 계속 입원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c시설이 아닌 다른 시설로의 전원조치가 해결 안 돼 당분간은 병원에서 생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리하자면 시설 측은 지적, 자폐성 장애가 있는 이가 본인의 욕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취한, 자기방어의 일종인 과잉행동을 적절한 인력배치나 서비스 제공 등의 조치 없이 묶어놓는 것으로 해결한 것으로 보이며, 이를 조사단이 문제 삼자 급하게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조사에 참가한 한 관계자는 “반려동물조차 24시간 묶어놓는 것은 학대라고 생각하는 요즘, 자기방어를 위한 의사표현을 ‘말 안듣는다’고 해석해 묶어놨다는 사실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묶어놓으려는 시설 측의 발상도 화나지만 이 행위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조사결과 원장은 ‘오랜 의료 경험상 생활인 4명은 묶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강박의 주된 이유로는 ▲남성생활인 간의 성추행 ▲돌출행동 ▲자위행위 등을 꼽았다. 그러나 생활인들을 대상으로 한 면접조사 결과 강제로 묶여있던 이는 더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 식사풍경 ⓒ전진호 기자 ▲ ⓒ전진호 기자 월수입 2천여만 원, 지출내역은 ‘알쏭달쏭’
1988년 서울 강남구 세곡동에서 비닐하우스 가건물로 시작한 c시설은 2003년 지금의 부지를 구입해 내려와 교회와 장애인생활시설을 함께 운영하고 있으나, 외부인이 이 교회 신도로 등록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설장은 “세곡동때만 하더라도 70여명이 생활하고 있었으나 이곳으로 내려오게 되면서 비좁기도 하고, 부모가 있는 이들은 다 보내고 무연고자 30여명만 같이 생활하고 있다.”며 “이들과 함께 지내는 게 사명이라고 생각해 (종교)법인도 준비 중이고, 건물도 새로 지었다. 그런데 노인복지도 함께 해야겠다는 사명 때문에 현재 건물을 2층으로 올리고, 자원봉사자들이 묶어갈 수 있는 숙소를 만든 후로 생활인들의 입주를 미루고 있다. 이를 위해 3~4개월만 시간을 달라고 관계 관청에 요청해놓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설장의 말과 달리 생활인 10여명이 연고지가 있는 이들로 확인됐으며, 당초 30명이 생활한다고 했다가 35명으로 말을 바꿨다. 반면 화성시가 시설 주소지로 등록돼 있는 이를 바탕으로 파악한 인원은 33명, 조사단이 파악한 인원은 38명이었으며, 화성시가 확인한 33명 중 30명이 수급비 대상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수급비와 장애수당 등 이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월수입을 대략 잡아도 약 1천500여만 원, 수입과 지출내역을 기록한 회계자료 공개를 요청하자 시설장은 “유급직원 6명에게 700~800만 원가량 지급하고 있으며, 의료비로 월 30~40만원, 주부식비로 1인당 5만여 원(150만원), 전기료로 300만원을 지출하고 있다.”며 “매달 모자라는 돈은 우리가 판 땅이나 후원금을 통해 채워넣고 있는 실정인데, 이렇게 불쑥 찾아와 우리의 아픈 부분을 건드리나. 더 이상 이렇게 취조당하는 조사에 응할 수 없다.”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어쨌거나 장애인이 생활하고 있는 복지시설인 만큼 수입, 지출에 대한 내역공개 요구는 당연한 것.”이라며 수입, 지출 내역에 대한 사용출처에 대한 증빙서류 제출을 강하게 요구하고서야 내주긴 했으나 2009년 이전 자료는 아예 없었으며, 2010년 자료 역시 수입과 지출내역을 비교할 수 있을만한 수준이 아니었다고.
다만 수급비와 장애수당으로 월 1천400~1천500여만 원을 받고 있는 것을 확인했고, 후원금 명목으로 월400만원을 받는다고 했으나 이에 대한 근거자료는 찾지 못했다.
이에 대해 장애인인권학대예방센터 한 관계자는 “시설장이 썼다고 주장하는 항목들을 모두 더하더라도 남는 돈이 상당하다. 이 내역을 모른다는 건 뭔가 숨기려는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며 “특히 지출내역의 절반이상을 인건비가 차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하는 기간 내내 유급 종사자로 등록된 이들 중 시설장과 조리원 등 3명 외에는 찾아볼 수 없었으며, 사실상 자원봉사자가 생활인 30명을 관리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생활인들에 대한 면접조사 결과 거동이 가능한 여성생활인들이 주방보조, 빨래, 청소, 활동보조 등 유급직원들이 해야 할 역할들을 담당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용변을 보거나 기저귀를 가는 일 역시 생활인들끼리 역할을 나눠 처리하고 있었다. 남성생활인 역시 거동이 가능한 이들은 재활치료를 이유로 시설 소유의 텃밭을 경작하거나 조립, 봉투 넣기 등의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생활인 중 극히 일부만이 3~4만 원가량의 용돈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생활인 대부분은 자신 명의로 수급비와 장애수당 등 돈이 나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으나, 시설 측은 생활인들의 지장이 찍힌 ‘수급비 및 장애수당 위임장’을 만들어놓고 수급비와 장애수당을 임의로 관리하기 위한 증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 위임장에 시설장의 사인은 없었다.
이밖에도 시설장이나 시설 관계자에 의한 폭언과 폭행 등 학대행위가 빈번하게 이뤄졌다는 증언을 비롯해 자원봉사자에게 ‘(생활인들이) 말 안 들으면 때리라’고 했다는 증언까지 터져 나왔다.
또 저녁 8~9시에 취침한 후 밤 12시에 일어나 강제로 예배를 드려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22일 조사당시 유통기한 지난 먹거리들이 다수 발견했으나, 23일에는 모두 폐기돼있었고, 미처 치우지 못한 라면박스만이 창고에 그대로 방치된 채 발견됐다고 조사단은 설명했다.
▲ 창고에 쌓아놓아 녹이슬어가고 있는 수동 휠체어 ⓒ전진호 기자 ▲ 유통기한이 지난 라면박스. 조사단에 따르면 조사당일(22일) 냉장고를 확인해본 결과 먹거리 중 상당수가 유통기한을 넘겨있는 것을 확인했으나 모두 치워졌다고 전했다. ⓒ전진호 기자 ▲ 新건물에 있는 체력단련실. 한켠으로 고가의 전동휠체어가 방치된채 보관돼 있었다 ⓒ전진호 기자 책임 ‘나 몰라라’...뒷짐 지고 있는 관계관청
물론 조사결과 드러난 수급비 횡령과 인권침해 의혹에 대한 사실 규명은 앞으로 진행될 경찰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상황이 이지경이 되도록 방관한 관계관청의 책임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화성시 담당 공무원은 “몇 차례 (개인운영신고시설) 신고업무와 관련해 시설을 방문했으나 (묶여있는)상황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으나 한참 뒤 말을 바꿔 “시설 측에서 자해하기 때문에 묶어놨다고 말해 크게 생각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담당 공무원은 “읍면동사무소 관할이기 때문에 우리는 알지 못하고, 온 적도 없다.”고 답했으나, 수급비와 장애수당을 받는 지적장애인의 생활실태를 확인하라는 복지부 지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했는지에 대해 질문하자 “(c시설에) 온 적은 있었으나 묶인 건 본 적 없다. 시설에 관한 건 읍면동 책임이다.”고 책임을 넘겼다.
종교시설이든 미신고 시설이든 장애인들 수용하면 ‘장애인생활시설’
하지만 무작정 관계 관청만을 탓할 문제는 아니다. 애매모호한 미신고(개인운영)장애인생활시설의 규정이 결국 책임방기로 이어져 지금의 상황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법인운영장애인생활시설의 경우 전액 국가에서 보조하기 때문에 엄격한 관리감독이 따르고, 책임이 부가된다. 하지만 미신고(개인운영)장애인생활시설의 경우 재가장애인과 시설장간의 계약관계, 즉 사적(私的)계약을 통한 입소로 해석해 장애인생활시설을 관리해야할 시군구청은 ‘관리대상이 아니다’는 이유로 책임을 읍면동사무소에 떠넘기고 있으며, 읍면동사무소는 ‘주소지가 시설로 돼있는 수급대상자와 장애수당 대상자일 뿐 시설문제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 관계자는 “장애가 있는 당사자가 생활하고 있는 곳이면 종교시설이든, 미신고시설이든간에 장애인생활시설로 봐야 한다.”고 정의 내렸다. 이 말대로라면 c시설의 생활인들은 ▲수급비와 장애수당을 받는 재가장애인으로 ▲생활시설에서 거주하고 있는 생활인으로 양쪽 관청의 교차 관리감독의 대상이었으나 애매모호한 법 규정 해석 탓에 어느 쪽에서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었다.
조사원으로 참가한 한 관계자는 “수급비 문제와 장애수당 때문이라도 여러 차례 이 시설에 방문했을 텐데, (수급비 횡령 등의) 비리여부를 떠나 이런 환경을 보고 지적하는 공무원이 없었는지 답답하다.”고 한탄했다.
이 관계자는 “복지부 담당 공무원이 나서서 생활인 인권침해 상황을 지적하는 와중에 시설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하거나, 사태가 조용히 해결되기만을 바라며 지켜보는 공무원의 모습을 보며 정책과 현장과의 온도차를 실감했다.”며 “생활인들 편에서 바라보고 대변하는 공무원이 있었다면 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바닥치고 있는 장애인 복지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내는 듯해 절망스럽다.”고 꼬집었다.
▲ 긴급분리조치가 결정되자 생활인들이 자신의 짐을 꾸리고 있다. (사진 왼쪽의) 짐이 그가 시설에서 생활하며 개인소유로 갖고 있던 짐의 전부다 ⓒ전진호 기자 ▲ 전원조치하고 있는 모습. 저상버스가 아니어서 보행이 어려운 생활인들이 탑승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전진호 기자 c시설 폐쇄조치 및 긴급 분리조치 실시...고발조치 여부, 아직 불투명
조사단과 이정선 의원실, 보건복지부 등은 c시설에 대한 조사결과 ▲강박 등 인권침해 ▲수급비 횡령 등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생활인들에 대한 긴급 분리조치를 결정했다.
당초 화성시는 “결박한 것과 횡령에 대한 부분은 고발조치 하겠으나, 가족이 있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에게 연락한 후 폐쇄조치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c시설 생활인들을 5개 법인운영신고시설로 분산조치 할 계획은 이미 수립했으나, 시설 직원들의 휴가기간도 겹치고 c시설 측에서도 열흘간의 말미를 달라고 하니 조금 시간을 주는 게 좋지 않겠냐.”라고 말했으나 강하게 반발하자 분리조치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요양병원 등 병원에 입원한 7명과 시설에 남아있기를 희망한 5명, 보호자 인계가 예정된 2명을 제외한 34명이 전원 조치됐으며, 시설에 남아있는 이들 중 부부는 친척의 도움을 얻어 독립생활을, 모자와 장애아동은 가족과 함께 생활하게 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화성시는 26일 c시설에 대한 시설폐쇄 명령을 내렸으며, 고발조치는 생활인 전원조치가 마무리된 후 복지부의 방침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05년 미신고시설 양성화정책에 의해 민간합동으로 진행된 조사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되고 있는 이번 미신고시설 인권실태 조사는 한나라당 이정선 의원, 보건복지부와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시설인권연대 등 민간 장애인 인권단체가 함께 전국 31여개 장애인 미신고시설 인권실태를 파악하고, 탈시설-자립생활 지원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5월 28일부터 진행 중이다.
한나라당 이정선 의원과 보건복지부, 장애인 인권단체 등으로 구성된 장애인미신고생활시설 인권실태 민관합동조사단(이하 조사단)은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미신고생활시설인 ‘c의 집’에서 생활인들에게 ‘강박’ 및 ‘인권침해’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생활인 34명을 지난 23일 긴급 분리 조치시켰다.
▲ 하루종일 강박된 채 생활했던 것으로 알려진 김모씨의 모습. ⓒ장애인미신고생활시설 인권실태 민관합동조사단 개만도 못했던 지적장애인 인권
당시 상황에 대해 조사단의 한 관계자는 “조사원들이 조사를 하겠다고 요청하자 ‘민간인을 믿을 수 없다’며 강하게 거부해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실랑이 과정에서 끈으로 강박된 이를 발견했다.”며 “이에 대해 지적하자 시설장은 ‘자해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답했으며, 조사단이 나갈 때까지도 계속 묶어놓은 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해명을 듣기위해 시설장 김모씨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러자 시설장은 강박당사자인 김 모(지적장애 1급)씨를 옆에 앉혀놓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원장은 “얘는 (서울 강남구)세곡동에서 비닐하우스로 시작할 때부터 데리고 있던 아이다. 자폐성 장애가 있어서 가만히 놔두면 소리를 지르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거나 온 몸을 자해하기 때문에 묶어 놓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김씨의 양팔에는 짓무른 자국과 상처가 뚜렷하게 남아있었다. 하지만 이 상처가 원장의 주장대로 자해로 인한 상처인지, 오랫동안 묶어놓고 있어서 생긴 상처인지는 분간할 수 없었다.
원장은 “얘 말고도 묶어놓은 애가 있는데, 둘 다 자폐다. 얘(김 모씨)는 패고, 부수는 성향이 있어서 정신병원에도 입원시킨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도 감당 못한다고 해서 데려왔다. (병원에서) 삐쩍 말라서 돌아온 모습을 보니 자식 같은 마음에 안쓰러워 어디 보내지도 못하고 데리고 있게 됐다. 처음에는 끈으로 묶어놨는데, 살이 파이고 해서 이걸(팔을 묶어놓을 수 있는 보조기구) 구입했다.”며 김씨를 결박할 때 쓰는 도구를 보여줬다.
결박한 채 움직이지 못하게 문고리에 묶어놓은 이유에 대해서는 “얘네(자폐성 장애가 있는 이)들은 힘도 세다. 입원해 있는 할아버지가 있는데 (얘 때문에) 목 졸려 죽을 뻔 한 일이 있었다. 그래서 묶어놓게 됐다.”고 밝혔다.
▲ 자해때문에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는 김모씨의 몸을 확인해본 결과 자해의 흔적은 없었으나 결박으로 인한 상처는 뚜렷하게 남아있었으며(상), 결박으로 인해 상처를 입은 또 다른 피해자. 조사단이 결박행위와 상처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자 전날 치료를 받아 상처가 많이 아물어 있었다.(하) ⓒ전진호 기자, 장애인미신고생활시설 인권실태 민관합동조사단 강박도 모자라 정신병원에 강제 입소까지
하지만 다음날 김씨의 모습은 시설에서 찾을 수가 없었다. 확인했더니 “김씨의 자해행위가 너무 심해 어쩔 수 없이 오늘 아침(23일) 정신병원에 입소시켰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김씨가 어떤 경위로 입원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그가 경기도 안양시 금정구의 A정신병원을 찾았으나 원장은 만날 수 없었고, 대신 김씨를 병원으로 이송한 병원관계자에게서 당시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이 관계자는 “시설장이 전화를 걸어 ‘정신분열증이 심해져 데리고 있을 수가 없어서 입원시키고 싶다’고 해 데려왔다.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소견을 말할 수는 없지만 위험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으며, 소리를 지르거나 멋대로 돌아다니는 등 돌출행동을 보여 데려왔다.”고 설명했다.
지적장애가 있는 이가 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됐는지 그 과정에 대해 묻자 병원관계자는 “시설장이 정신분열증이라고 했는지 지적장애인이라고 했는지 명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며 ‘정신지체’라고 쓰여 있는 김씨의 복지카드를 꺼내 보이고는 ‘정신장애가 있는 이를 입원시켰는데 뭐가 문제냐’는 반응을 보였다.
즉 정신지체(지적장애)와 정신장애에 대한 지식이 없는 병원 행정직원이 판단하기에는 소리를 지르거나 돌아다니는 등의 과잉행동은 정신과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데려온 것이며, 치료를 받아 상태가 양호해지면 좋은 것 아니냐는 게 병원 관계자의 입장이었다.
김씨와 같은 무연고자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할때는 반드시 시군구청장에 의한 동의가 있어야만 입원수속이 가능하도록 현행 정신보건법에는 규정해놓고 있다. 따라서 김씨가 입원하려면 화성시장의 동의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입원할 수 있었던 경위를 확인하자 “(시설장이) 5살 때부터 데리고 키운 이라고 얘기했기 때문에 시설장을 보호자로 생각했다. 다만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관내 정신보건센터에 이 사실을 알렸다.”고 설명했다. ‘불법감금’을 막기 위해 정신보건법에서 정한 보호의무자에 대한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시설장의 주장대로 자해로 인한 부득이한 조처였는지에 대한 여부도 확인하기 위해 김씨가 수용돼 있는 정신병원 격리병실을 찾았으나 그는 약물투여로 인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답답했는지 환자복을 벗어버리고는 바닥에 오줌을 싼 채 침대 밑에 누워있는 김씨의 몸을 확인해본 결과 시설장의 말과 달리 특별한 자해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씨의 몸을 확인한 수원시정신보건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손톱 밑에 흔적이 없는 걸로 봐 김씨가 심한 자해행동을 했다고 보기 어렵고, 팔꿈치 주변과 머리에 있는 약간의 스크래치는 자주 씻지 않아 가려워서 긁는 과정에서 생긴 상처로 보인다.”며 “멍자국은 없으며, 김씨의 몸에서 유일하게 상처가 있는 곳은 팔목인데, 이는 오랫동안 결박을 해놓은 과정서 생긴 흔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김씨가 입원하게 된 경위와 소견서, 간호일지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화성시청 측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화성시 관계자는 “병원 측은 ‘김씨를 계속 입원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c시설이 아닌 다른 시설로의 전원조치가 해결 안 돼 당분간은 병원에서 생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리하자면 시설 측은 지적, 자폐성 장애가 있는 이가 본인의 욕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취한, 자기방어의 일종인 과잉행동을 적절한 인력배치나 서비스 제공 등의 조치 없이 묶어놓는 것으로 해결한 것으로 보이며, 이를 조사단이 문제 삼자 급하게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조사에 참가한 한 관계자는 “반려동물조차 24시간 묶어놓는 것은 학대라고 생각하는 요즘, 자기방어를 위한 의사표현을 ‘말 안듣는다’고 해석해 묶어놨다는 사실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묶어놓으려는 시설 측의 발상도 화나지만 이 행위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조사결과 원장은 ‘오랜 의료 경험상 생활인 4명은 묶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강박의 주된 이유로는 ▲남성생활인 간의 성추행 ▲돌출행동 ▲자위행위 등을 꼽았다. 그러나 생활인들을 대상으로 한 면접조사 결과 강제로 묶여있던 이는 더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 식사풍경 ⓒ전진호 기자 ▲ ⓒ전진호 기자 월수입 2천여만 원, 지출내역은 ‘알쏭달쏭’
1988년 서울 강남구 세곡동에서 비닐하우스 가건물로 시작한 c시설은 2003년 지금의 부지를 구입해 내려와 교회와 장애인생활시설을 함께 운영하고 있으나, 외부인이 이 교회 신도로 등록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설장은 “세곡동때만 하더라도 70여명이 생활하고 있었으나 이곳으로 내려오게 되면서 비좁기도 하고, 부모가 있는 이들은 다 보내고 무연고자 30여명만 같이 생활하고 있다.”며 “이들과 함께 지내는 게 사명이라고 생각해 (종교)법인도 준비 중이고, 건물도 새로 지었다. 그런데 노인복지도 함께 해야겠다는 사명 때문에 현재 건물을 2층으로 올리고, 자원봉사자들이 묶어갈 수 있는 숙소를 만든 후로 생활인들의 입주를 미루고 있다. 이를 위해 3~4개월만 시간을 달라고 관계 관청에 요청해놓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설장의 말과 달리 생활인 10여명이 연고지가 있는 이들로 확인됐으며, 당초 30명이 생활한다고 했다가 35명으로 말을 바꿨다. 반면 화성시가 시설 주소지로 등록돼 있는 이를 바탕으로 파악한 인원은 33명, 조사단이 파악한 인원은 38명이었으며, 화성시가 확인한 33명 중 30명이 수급비 대상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 남성생활인 숙소. 한 방에서 공동생활했으며, 반대편 예배당에서는 여성생활인들이 공동생활하고 있었다. ⓒ전진호 기자 |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어쨌거나 장애인이 생활하고 있는 복지시설인 만큼 수입, 지출에 대한 내역공개 요구는 당연한 것.”이라며 수입, 지출 내역에 대한 사용출처에 대한 증빙서류 제출을 강하게 요구하고서야 내주긴 했으나 2009년 이전 자료는 아예 없었으며, 2010년 자료 역시 수입과 지출내역을 비교할 수 있을만한 수준이 아니었다고.
다만 수급비와 장애수당으로 월 1천400~1천500여만 원을 받고 있는 것을 확인했고, 후원금 명목으로 월400만원을 받는다고 했으나 이에 대한 근거자료는 찾지 못했다.
이에 대해 장애인인권학대예방센터 한 관계자는 “시설장이 썼다고 주장하는 항목들을 모두 더하더라도 남는 돈이 상당하다. 이 내역을 모른다는 건 뭔가 숨기려는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며 “특히 지출내역의 절반이상을 인건비가 차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하는 기간 내내 유급 종사자로 등록된 이들 중 시설장과 조리원 등 3명 외에는 찾아볼 수 없었으며, 사실상 자원봉사자가 생활인 30명을 관리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생활인들에 대한 면접조사 결과 거동이 가능한 여성생활인들이 주방보조, 빨래, 청소, 활동보조 등 유급직원들이 해야 할 역할들을 담당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용변을 보거나 기저귀를 가는 일 역시 생활인들끼리 역할을 나눠 처리하고 있었다. 남성생활인 역시 거동이 가능한 이들은 재활치료를 이유로 시설 소유의 텃밭을 경작하거나 조립, 봉투 넣기 등의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생활인 중 극히 일부만이 3~4만 원가량의 용돈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생활인 대부분은 자신 명의로 수급비와 장애수당 등 돈이 나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으나, 시설 측은 생활인들의 지장이 찍힌 ‘수급비 및 장애수당 위임장’을 만들어놓고 수급비와 장애수당을 임의로 관리하기 위한 증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 위임장에 시설장의 사인은 없었다.
이밖에도 시설장이나 시설 관계자에 의한 폭언과 폭행 등 학대행위가 빈번하게 이뤄졌다는 증언을 비롯해 자원봉사자에게 ‘(생활인들이) 말 안 들으면 때리라’고 했다는 증언까지 터져 나왔다.
또 저녁 8~9시에 취침한 후 밤 12시에 일어나 강제로 예배를 드려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22일 조사당시 유통기한 지난 먹거리들이 다수 발견했으나, 23일에는 모두 폐기돼있었고, 미처 치우지 못한 라면박스만이 창고에 그대로 방치된 채 발견됐다고 조사단은 설명했다.
▲ 창고에 쌓아놓아 녹이슬어가고 있는 수동 휠체어 ⓒ전진호 기자 ▲ 유통기한이 지난 라면박스. 조사단에 따르면 조사당일(22일) 냉장고를 확인해본 결과 먹거리 중 상당수가 유통기한을 넘겨있는 것을 확인했으나 모두 치워졌다고 전했다. ⓒ전진호 기자 ▲ 新건물에 있는 체력단련실. 한켠으로 고가의 전동휠체어가 방치된채 보관돼 있었다 ⓒ전진호 기자 책임 ‘나 몰라라’...뒷짐 지고 있는 관계관청
물론 조사결과 드러난 수급비 횡령과 인권침해 의혹에 대한 사실 규명은 앞으로 진행될 경찰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상황이 이지경이 되도록 방관한 관계관청의 책임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화성시 담당 공무원은 “몇 차례 (개인운영신고시설) 신고업무와 관련해 시설을 방문했으나 (묶여있는)상황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으나 한참 뒤 말을 바꿔 “시설 측에서 자해하기 때문에 묶어놨다고 말해 크게 생각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담당 공무원은 “읍면동사무소 관할이기 때문에 우리는 알지 못하고, 온 적도 없다.”고 답했으나, 수급비와 장애수당을 받는 지적장애인의 생활실태를 확인하라는 복지부 지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했는지에 대해 질문하자 “(c시설에) 온 적은 있었으나 묶인 건 본 적 없다. 시설에 관한 건 읍면동 책임이다.”고 책임을 넘겼다.
종교시설이든 미신고 시설이든 장애인들 수용하면 ‘장애인생활시설’
하지만 무작정 관계 관청만을 탓할 문제는 아니다. 애매모호한 미신고(개인운영)장애인생활시설의 규정이 결국 책임방기로 이어져 지금의 상황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법인운영장애인생활시설의 경우 전액 국가에서 보조하기 때문에 엄격한 관리감독이 따르고, 책임이 부가된다. 하지만 미신고(개인운영)장애인생활시설의 경우 재가장애인과 시설장간의 계약관계, 즉 사적(私的)계약을 통한 입소로 해석해 장애인생활시설을 관리해야할 시군구청은 ‘관리대상이 아니다’는 이유로 책임을 읍면동사무소에 떠넘기고 있으며, 읍면동사무소는 ‘주소지가 시설로 돼있는 수급대상자와 장애수당 대상자일 뿐 시설문제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 관계자는 “장애가 있는 당사자가 생활하고 있는 곳이면 종교시설이든, 미신고시설이든간에 장애인생활시설로 봐야 한다.”고 정의 내렸다. 이 말대로라면 c시설의 생활인들은 ▲수급비와 장애수당을 받는 재가장애인으로 ▲생활시설에서 거주하고 있는 생활인으로 양쪽 관청의 교차 관리감독의 대상이었으나 애매모호한 법 규정 해석 탓에 어느 쪽에서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었다.
조사원으로 참가한 한 관계자는 “수급비 문제와 장애수당 때문이라도 여러 차례 이 시설에 방문했을 텐데, (수급비 횡령 등의) 비리여부를 떠나 이런 환경을 보고 지적하는 공무원이 없었는지 답답하다.”고 한탄했다.
이 관계자는 “복지부 담당 공무원이 나서서 생활인 인권침해 상황을 지적하는 와중에 시설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하거나, 사태가 조용히 해결되기만을 바라며 지켜보는 공무원의 모습을 보며 정책과 현장과의 온도차를 실감했다.”며 “생활인들 편에서 바라보고 대변하는 공무원이 있었다면 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바닥치고 있는 장애인 복지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내는 듯해 절망스럽다.”고 꼬집었다.
▲ 긴급분리조치가 결정되자 생활인들이 자신의 짐을 꾸리고 있다. (사진 왼쪽의) 짐이 그가 시설에서 생활하며 개인소유로 갖고 있던 짐의 전부다 ⓒ전진호 기자 ▲ 전원조치하고 있는 모습. 저상버스가 아니어서 보행이 어려운 생활인들이 탑승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전진호 기자 c시설 폐쇄조치 및 긴급 분리조치 실시...고발조치 여부, 아직 불투명
조사단과 이정선 의원실, 보건복지부 등은 c시설에 대한 조사결과 ▲강박 등 인권침해 ▲수급비 횡령 등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생활인들에 대한 긴급 분리조치를 결정했다.
당초 화성시는 “결박한 것과 횡령에 대한 부분은 고발조치 하겠으나, 가족이 있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에게 연락한 후 폐쇄조치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c시설 생활인들을 5개 법인운영신고시설로 분산조치 할 계획은 이미 수립했으나, 시설 직원들의 휴가기간도 겹치고 c시설 측에서도 열흘간의 말미를 달라고 하니 조금 시간을 주는 게 좋지 않겠냐.”라고 말했으나 강하게 반발하자 분리조치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요양병원 등 병원에 입원한 7명과 시설에 남아있기를 희망한 5명, 보호자 인계가 예정된 2명을 제외한 34명이 전원 조치됐으며, 시설에 남아있는 이들 중 부부는 친척의 도움을 얻어 독립생활을, 모자와 장애아동은 가족과 함께 생활하게 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화성시는 26일 c시설에 대한 시설폐쇄 명령을 내렸으며, 고발조치는 생활인 전원조치가 마무리된 후 복지부의 방침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05년 미신고시설 양성화정책에 의해 민간합동으로 진행된 조사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되고 있는 이번 미신고시설 인권실태 조사는 한나라당 이정선 의원, 보건복지부와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시설인권연대 등 민간 장애인 인권단체가 함께 전국 31여개 장애인 미신고시설 인권실태를 파악하고, 탈시설-자립생활 지원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5월 28일부터 진행 중이다.
작성자전진호 기자 01627296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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