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게 예산은 생존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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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정부 각 부처가 6월말에 기획재정부에 내년 예산안을 올리고, 기획재정부 논의를 거쳐 9월말에 국무회의에서 정부안을 편성하여 국회에 올리면, 국회 심의를 통해 대개 연말에야 어렵게 결정되곤 하는 것이 예산의 결정과정이다.
올해는 내년 예산에 대한 본격적 논의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예산괴담들이 줄을 이었다. 4대강사업과 천안함 사건을 매개로 한 군사비 증강 등의 요인으로, 장애인예산은 작년 수준을 지키기라도 하면 다행이라는 소문이 그것이다.
복지는 후퇴하지 않는다는 일반적인 믿음은 한국사회, 특히 이명박 정권 하에서 여지없이 깨지고 있다. 실제 장애인예산이 삭감되고, 복지가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복지예산은 장애인에게 생존권 그 자체이다. 구체적 예산집행을 수반하지 않는 립서비스는 복지가 아니라 장애인을 우롱하는 기만에 불과할 것이다.
날치기의 기억 - 짓밟힌 장애인의 권리
지난해 9월부터 연말까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19개 장애인단체 및 시민사회단체들은 '장애인예산확보 공동행동'을 만들어 장애인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투쟁을 하였다. 그 핵심에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장애인연금제도와 활동보조서비스 등이 있었다.
장애계의 절박한 요구와 투쟁에도 결과는 참담했다. 4대강사업으로 시작된 예산괴담에 복지부를 비롯한 정부 각 부처는 극도로 위축된 예산안을 올렸고, 이마저도 기획재정부 논의과정에서 무자비하게 반토막이 나버렸다. 국회 예결위에서 조금이라도 복구를 시킨 예산마저도, 2009년 12월 31일에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2010년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하면서 다시 삭감시켜버린 것이다.
결국은 예산의 문제
LPG지원을 없애고, 장애수당을 장애인연금이라고 이름만 바꾸어놓고 대상과 금액을 제한하여 장애인의 삶에 아무 의미 없는 사기극으로 끝난 것도, 결국 예산의 문제였다. 올해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의 지침이 개악된 것도 결국은 부족한 예산에 장애인의 욕구를 대응하려다 보니 장애인의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기 위해 만들어낸 조치들이었고, 법으로 정해지고 정부계획으로도 발표된 저상버스도입이 심각하게 차질을 빚어 법정기준만큼도 지켜지지 않는 것도 오로지 예산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복지부가 장애등급심사를 확대하고 장애등급판정기준을 강화하여 중증장애인 수를 줄이는 것도, 결국 예산을 절감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예산은 장애인에겐 생존권 그 자체인 것이다.
무리한 요구 아니냐고? 차라리 자립생활이 무리라고 말해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과정에서부터 장애인의 생존권보장을 요구하였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2011년 예산으로 반영할 것을 요구하였다. 핵심적으로는 아래와 같은 요구안을 내걸고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활동보조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장애인이 전국적으로 무려 35만명에 이른다고 복지부 통계에서 보고하고 있는데, 정부는 고작 3만명을 대상으로 예산을 편성해놓고 이용자 다 찼다고 서비스신청을 금지하고 있다. 매달 1천명씩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하여 월4만명으로 요구하는 것이 무리한 요구일까.
장애아동재활치료서비스의 소득기준에 의한 제한을 없애고, 장애아동 돌봄서비스와 장애인가족지원센터, 그리고 발달장애인자립지원서비스 시행 등의 요구는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기존의 복지제도에 억지로 끼워 맞춰졌던 장애아동 및 발달장애인에 대해 구체적 자립지원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것이다.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 자립으로 가는 과정에 필요한 주거서비스와 정착금 등의 요구는 탈시설을 가능하게 하는 중대한 매개가 될 것이다. 최소한의 지역사회 주거대책도 없이 탈시설을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비현실적인 이야기인 것이다.
장애인연금이 작은 의미라도 가지려면 대상 확대와 지급액의 확대가 필요하다. 장애수당이 이름만 바뀐 현재의 장애인연금은 애초에 연금이라 부를 수조차 없는 것이다. 법으로 정해지고 정부계획으로 명시된 저상버스의 도입계획을 지키라는 요구는 우리의 처절한 현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요구들을 비현실적이라고 한다면, 장애인들의 삶은 도대체 어떤 것이어야 할까?
스스로 깨닫고 싸우지 않으면…
장애인이동권 투쟁이 시작된 지 10년, 장애인자립생활의 이념과 실천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활동보조와 같은 사회서비스들이 만들어지고 그에 대한 전달체계가 구축되는 지금, 장애인들에게 예산은 현실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장애인복지와 자립생활이란 말들이 립서비스로 전락할지 아니면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살아 숨쉴지의 문제는 결국 예산의 문제인 것이다. 법이 있어도, 대통령이 약속을 하고 정부가 자립생활을 이야기해도, 결국 예산의 확보 없이 보편적인 권리보장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엄혹한 현실이다. 여론무마용으로 장애인복지를 들먹이면서도 정작 장애인예산을 삭감하기 위해 혈안이 된 정부다. 지난해 우리는 이미 수년간 투쟁해왔던 장애인연금이 어떻게 변질되었는지, 그리고 수년간 투쟁해왔던 활동보조서비스가 어떻게 개악되고 있는지 뼈저리게 겪었다. 예산삭감과 복지후퇴라는 재앙을 막기 위해 장애계가 함께 투쟁해야 한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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