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장애인생활시설 비리, 갈 데까지 갔다
사유화로 막장까지 간 시설 비리 고발
본문
장애인을 수용하고 있는 장애인생활시설이 저지를 수 있는 비리의 끝은 어디일까? 미인가 시설이나 일부 개인운영시설을 제외하고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수용시설의 경우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으로 열악한 환경이 상당부분 개선됐고, 빈발했던 인권침해도 수그러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시설운영자들이 시설을 사유화하는 행태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표현이 정확하게 들어맞을 정도로 일부 시설 운영자들은 시설을 개인왕국화 하고 군주처럼 군림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운영비 횡령 등의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
최근 온갖 비리가 드러나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이 시설에서는 운영비와 부식비 횡령 장애수당 횡령, 그것도 모자라 간통이라는 생경한 단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마치 시설 비리의 막장을 보는 듯 한 한 장애인 수용시설의 비리 전모를 추적해봤다.
익산 경찰서, 시설 비리로 이사장 등 35명 검거
지난 6월 초 전북지방경찰청은 국가보조금 연 67억 원을 지원받아 지적장애인 시설인 00 사회복지법인 재단을 운영하면서 시설운영비, 장애인 수당, 급식비와 장애인 임금을 횡령하고 교사 채용 및 시설 공사비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00사회복지재단 이사장 김모 씨 등 35명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재판에서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서 이 재단이 어떤 재단인지 이름을 밝힐 수는 없다. 하지만 경찰이 검거 사실을 밝히면서 ‘이 재단은 피의자 김모 이사장의 부 고 김모 씨가 이리시 청인동에 전북 농아학교를 설립하였고, 피의자 김모 이사장은 1980년 산하 시설 원장으로 근무하면서 실제 이사장 역할을 하다가 2005년 6월27일 3대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현재까지 재직하고 있다.’고 밝혀 굳이 재단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알 만한 사람들은 이 재단이 어떤 이름을 가진 재단인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재단은 장애인 시설 중에서도 규모가 크기로 소문나 있는 수용시설이다. 구체적으로 재단 산하에 4개의 시설과 1개의 특수학교를 두고 있다.
감독기관인 익산시가 건넨 자료에 따르면, 재단은 3개의 수용시설을 운영하고 있는데 00원은 133명의 지적장애인이 수용되어 있고 한 해 15억 원의 운영비를 지원 받고 있다. 00의 집은 40명 수용에 7억5천만 원, 지적장애 아동시설인 00원은 44명 수용에 7억 원의 운영비를 지원받고 있다. 또 재단 산하 00보호작업장은 1억 원의 운영비를 지원받고 있으며, 지적장애아 특수학교인 00학교는 전라북도 교육청으로부터 한 해 37억의 운영비를 지원 받고 있다.
경찰이 이 재단 이사장 등 주요인물을 검거했다고 밝히면서 적시한 혐의사실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이사장 김 모 씨는 물건 납품 업체 8개와 거래하면서 납품한 물품보다 많은 물품대금을 입금해 주고 그 차액을 돌려받아 2억 원을 횡령하고, 거래처인 00식품과 짜고 식자재 가격을 부풀린 다음 그 차액 10억 원을 횡령했으며, 지적장애인 215명의 장애수당을 통장에 보관하다 명절 때 신발을 싸게 구입하고도 비싸게 구입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그 차액 2천만 원을 횡령했다는 게 경찰 발표다.
또 김 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특수학교에서는 기간제 교사 김 모 씨 등 2명을 정식교사로 채용하면서 5천만 원씩 총 1억 원을 지급받았으며, 김 이사장은 그밖에도 00원 장애인 생활시설 증축공사 와 관련해서 설계 및 감리용역비를 수주해 주는 조건으로 1천7백만 원을 지급받는 등 7회에 걸쳐 공사와 관련해서 1억9천9백만 원을 챙겼다는 게 경찰 발표다.
김 이사장과 별도로 재단 산하 00원 원장으로 있던 김 이사장 부인 강 모 씨와 재단 사무국장인 이모 사무국장은, 지적장애인 중 퇴소하고 취업한 김 모 씨 등 5명의 월급 통장을 관리하면서 57회에 걸쳐 임금 1억4천4백만 원을 인출하여 횡령했다는 것이 역시 경찰 발표다.
또 재단 산하 특수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 이사장 동생 김 모 씨 2004년 7월 백모 씨를 정교사로 채용시켜 줄 능력이 없음에도 속이고 7백만 원을 받아 편취했다고 경찰은 혐의사실을 적시했다.
▲ ⓒ전진호 기자 해외여행과 명품 사는데 돈 물 쓰듯이 써
00재단 비리 사건은 한 방송국의 시사 프로그램에서 방영돼 유명해지기도 했다. ‘두 얼굴의 이사장’이라는 제목 아래 방영된 프로그램은 재단 비리의 구체적인 실상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경찰에서 확인한 재단이 지난 6년 동안 정부 지원금을 횡령한 액수가 13억인데, 횡령 수법 중 손쉬운 거는 우선 원생 급식비를 줄이는 것이었다. 가령 한 영수증을 보면 재단 측이 대파 등 식료품 760만원을 산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 구입 가격은 4백만 원에 불과했다. 재단 측이 업자와 짜고 차명통장을 만들어 그 차액을 돌려받은 것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장애인 원생 1인당 한 달 급식비는 11만6천원이고, 나누면 한 끼에 1280원 꼴이다. 그런데 이 금액에는 급식비만 아니라 생일 케이크 구입비용까지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 재단 측이 30~40%룰 실제적으로 횡령했기 때문에 원생들은 한 끼 600원에서 700원으로 밥을 먹었다는 말이 된다. 그동안 시든 채소 등 품질이 좋지 않은 식료품이 장애인들에게 공급됐고, 결국 장애인 원생들의 영양 부실로 이어졌다. 재단 측은 급식비뿐만이 아니라 차량 유지비나 난방비, 그리고 사무용품비도 이런 방식으로 횡령했다.
재단에서 운영비를 빼돌린 사람은 김 이사장 아내 강모 00원 원장과 재단 이모 사무국장 이다. 그런데 이들은 이사장 김씨 지시로 운영비를 빼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재단 사무국장 이 모 씨는 김 이사장이 한 달에 만들어 달라는 돈이 400만원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재단 전 사무국장 강 모 씨는 1989년부터 운영비 횡령이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공소시효가 지나 경찰이 이번에 횡령 금액에 포함시키지 못했지만 증언에 따르면 재단은 2004년 이전에도 상습적으로 운영비를 빼돌렸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면 이사장은 빼낸 돈을 어디다 썼을까?
경찰에 따르면 김 이사장이 해외여행을 자주 갔는데, 연간 10회 정도 갔고, 가족들 또는 내연녀와 같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횡령 당사자인 김 이사장 부인 강모 원장도 돈을 물 쓰듯 썼는데, 옷 사 입고, 명품 사고, 딸과 친척들에게 용돈을 줬다는 것이 방송에 소개된 내용이다.
그런데 00재단 비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00재단에 16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고 하는데, 직원들이 전부 서명해 김 이사장을 옹호하는 탄원서를 작성했다. 탄원서는 재단 비리의 주범으로 이모 사무국장을 지목하고 있고, 비리 사실을 다음과 같이 적시하고 있다.
한 직원의 자술서에 따르면, ‘이모 사무국장이 생활지도교사 직원으로 임용하여 주면 200만원을 줄 수 있는지 물어보고, 채용과 동시에 바로 입금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돈이 없어 두 달이 지나도록 납부하지 못하자, 강 원장과 이 사무국장이 사무실로 불러 인격모독 발언과 심리적 압박을 가하여 50만원은 수표로 주고, 나머지 돈은 급여를 받는 데로 납부할 것을 약속한 뒤에야 사무실에서 나올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또 다른 직원 역시 진술서에서 ‘첫 입사 시 제 나이는 21세였고, 입사하고 첫 달, 첫 월급을 받는 날, 아니 첫 월급이 나오기 전날. 저를 비롯해 함께 입사한 과 동기 3명을 불러 이 국장이 내일 통장에 월급이 들어올 테니 현금으로 모두 빼오십시오. 라는 말을 한 후 저희를 내보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다음 날 아침에 급여 88만원을 모두 현금으로 빼서 법인 사무실로 갔다. 이 국장이 빼온 현금들을 나누기 시작했고, 다 나눈 후 저희에게 준 돈은 50만원, 그 게 첫 월급이었다. 의례적이 된 첫 월급의 후원은 즉 안내면 찍히고, 내면 순탄하게 회사 생활을 하는 그게 관례가 되었다.’고 쓰고 있다.
이어 직원들은 진술서에서 ‘물품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직원들이 급여를 타면 돈을 걷어 물품을 사서 생활했는데, 심지어는 세 달이 안 나올 때도 있었다.’ ‘이 국장과 강 원장 집권하의 6여 년 동안은 시설 운영이 투명하지 않았다. 장애 수당을 쓸 때 생활관에서 요구조사를 해서 올려도 반영되지 않았고, 이미 그들이 돈을 빼서 물건을 사고 난 후 서류를 만들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설날에 이 국장이 원생들에게 설 선물을 사줘야 한다면서 화장품을 사가지고 온 후 서류를 만들어서 그 돈을 장애수당에서 뺄 거라고 했다. 이 국장이 사가지고 온 화장품은 원생들이 쓰기에는 무리가 있는 비싼 알로에마임 화장품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사장 외도가 비리가 드러난 중대한 계기로 작용
열거한 경찰 발표와 방송 내용, 그리고 직원들의 진술서를 보면 그동안 00재단 운영자들은 시설에서 돈을 빼내는 데 거의 혈안이 되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고도 시설이 무너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운영자들은 시설에서 빼낼 수 있는 돈은 거의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빼내왔고, 그 돈을 사적으로 챙겼다는 게 이번 비리 사건의 핵심이다.
그러면 그동안 꽁꽁 감춰져 있던 00재단 비리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 계기는 뭘까, 문제는 그 계기에서도 비리에 버금가는 심한 악취가 풍기고 있다는 것이다.
00복지재단 비리가 모습을 드러낸 계기에 대해 경찰은 “3월 재단에서 교사 채용 시 금품수수 및 국가보조금을 횡령하였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탐문 등을 통해 내사하자 원장 강 모 씨와 사무국장 이 모 씨가 경찰에 자진 출석해서 범죄 사실을 일부 시인했고, 경찰이 압수영장 을 집행하여 복지재단 관련자의 차명계좌 15개 등 증거자료를 확보한 다음, 관련자 35명을 소환하여 범죄사실을 자백 받아 검거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재단 비리 사건을 고발한 방송은 ‘20년 넘게 베일에 가려져있던 이사장 가족의 비리가 외부로 알려지게 된 건 부부간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부터다.
김 이사장의 아내 강 씨는 남편이 20년 넘게 내연녀를 사귀며 두 집 살림을 해왔다며 이사장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김 이사장은 재단 산하 시설의 원장을 맡고 있던 강원장과 강원원장의 측근인 이모 사무국장을 횡령혐의로 고발하고, 두 사람의 직책을 박탈했다. 그리고 학교 행정실장에 내연녀의 동생을 데려다 앉혔다. 그러면서 김 이사장은 인사 채용 권한은 이사장에게 있는 거예요. 재단에서 일하려면 이사장의 신임을 얻어야 합니다. 라고 말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어 00재단 임직원 일동으로 작성한 탄원서는 ‘직원들이 보기에는 전 원장 강 모 씨는 현 재단 김 이사장과 혼인관계가 앞으로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음을 알고, 현 이사장을 몰아내고 재단시설을 혼자 독차지 하고자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2004년 강 원장은 이 모 씨를 채용하고부터 이 씨를 앞세워 시설의 전반적인 운영권을 장악하기 시작하였고, 이후 이 모 씨를 법인 사무국장 자리에 앉히고, 나중에는 특수학교의 행정실장자리까지 겸직 시키면서 시설이나 학교 전반에 대한 운영권을 장악하게 된 것입니다.
그 뒤 강 원장은 현 이사장의 내연관계를 약점 잡아 재단 이사장까지 탈취하여 시설 전체를 빼앗고자 2010년 1월 경 현 이사장에게 “당신의 간통사실이 직원들과 외부로 알려질 것 같다. 분위기가 심각하니 상황이 조용해 질 때까지 나에게 이사장을 물러주고 뒤로 물러나 있으라.”고 했습니다.
현 재단이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자 이들은 그때부터 현 이사장에 대한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하며 일부 직원들을 선동한 뒤, 일부 직원들을 동원하여 현 이사장을 사무실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밀어내고, 이사장의 사무실 접근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시작하여, 이를 견디지 못하고 이사장이 이들을 익산 경찰서에 업무방해로 고소까지 한 사실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 이사장의 처 강 원장은 현 이사장의 눈과 귀를 막고 시설 운영전반에 대한 실권을 행사하다가 이사장의 내연관계를 빌미로 재단 이사장직 까지 탈취하려 시도 하였으나 이루어지지 않자 급기야 재단과 학교가 비리의 온상이라는 식으로 관련기관에 진정서를 제출하기 시작하였고 이에 따라 경찰 수사도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원인 분석을 하고 있다.
김 이사장, 비리 하나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
결과적으로 경찰을 제외하고 방송과 직원들의 탄원서는 재단 김 이사장의 불륜이 재단 비리가 외부에 드러나게 된 중요한 계기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 불륜은 사실일까, 직접 재단을 찾아가 김 이사장을 만났다.
김 이사장은 불륜 사실에 대해 물어보자 “재단 전 이사장인 아버지가 결혼을 강제로 시켰다. 처는 이혼을 하자고 해도 안 하고, 사실 내연 관계에 있는 여자가 있었다. 21년 전부터 사귀어 왔고, 거기서 아이도 생겼다. 이런 관계를 강 원장은 뭐라고 하냐면 몰랐다고 하면서 나를 간통죄로 고발 했다. 그런데 생각을 해봐라. 어떻게 21년 동안 모를 수가 있는지.”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김 이사장은 “처인 강 원장이 나와 갈등이 생기니까 올해 1월 5일 터트린 거다... 내가 간통한 거 직원들이 알면 난리 난다 그러면서 내가 이 재단을 3년만 갖고 있겠다. 나에게 넘기고 조용히 가있으라고 했다. 사직서 쓰라면서 하도 볶아서 내가 사직서를 써줬다. 그랬더니 나도 모르게 이사회를 소집해서 이사장 사직서 썼으니 이사장을 교체해 달라고 했는데 이사들이 무슨 소리냐며 거부했다. 강 원장이 안 되니까 재활교사 9명을 동원해서 나를 시설에 못 들어오게 막고, 내 방에 플래카드 걸어놓고 나가라고 난리쳤다. 내가 하도 황당해서 익산 시청에 찾아갔다. 개입 좀 해달라고. 익산시청에서 2월 1일 나와서 내 도장 찾아주고 시설을 정상화 해줬다. 그래서 3월부터 내가 재단이사장으로 다시 업무를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결론적으로 처인 강 원장이 내 문제를 알고 이 사무국장을 데려와서 재단을 뺏으려고 일을 꾸민 거다. 경찰이 밝힌 비리 혐의 중 인정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급식비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부식업자 선정과정에서 전혀 관여를 안 했고, 업자가 누군지도 모른다. 경찰이 횡령했다고 말하는 금액이 맞다면, 그건 강 원장과 이 사무국장 두 사람이 다 횡령해서 쓴 거다. 내가 강 원장에게 받은 돈은 경조사비조로 부정기적으로 100~200만원 받은 것이 전부다.”라고 주장했다.
재단 산하 특수학교학교에서 교사 채용과 관련해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내 친구 한 사람이 있는데 그 친구가 나에게 교사 채용을 부탁했다. 그래서 나는 권한이 없다. 정 부탁하고 싶으면 재단 사무국장을 소개시켜 주마. 그런 다음 이 사무국장을 소개 시켜 주고 나는 잊어버리고 있었다. 나중에 보니 이 친구가 교사 채용 조건으로 이 사무국장에게 학교 기부금 5천만 원을 줬다는 거고, 이 사무국장은 그 돈을 받아서 강 원장에게 줬고, 강 원장이 나에게 줬다는 건데 나는 아는 바가 없다. 또 한 명 5천만 원 건도 마찬가지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장애인들의 임금 횡령 1억4천만 원 건도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게 김 이사장 주장이었다.
출근해서 부식업자 선정도 안 하고, 결제도 안했으면,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도대체 무슨 일을 했느냐고 물어보자, “그전에는 내가 결제 했는데 2004년 이후에 모든 일이 벌어졌고, 그 과정은 나는 모른다. 내가 허수아비가 되어 버렸다.”는 게 김 이사장 말이었다.
이어 재단 산하 시설 원장으로 있으면서 받는 월급 300만 원 정도가 수입의 전부인 것으로 아는데, 그동안 어떻게 두 집 살림을 하고, 해외여행을 자주 다녔느냐고 물어보자, 김 이사장은 “대학 겸임교수를 하면서 월급 100만원을 받았고, 누나가 2억 원을 주는 등 가족들이 돈을 줬다. 얼마 전 어머니가 아파트 판 돈 9천500만원도 내가 썼다. 해외여행 건은 재단 산하 특수학교의 농아반이 없어지면서 학교에서 쓰던 장비를 중국에 기증하기 위해 자주 왔다 갔다 했다.”고 대답했다.
김 이사장은 인터뷰 말미에, “재단 문제와는 상관없지만 그동안 두 집 살림을 해온 것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조만간 이사장직을 사퇴하고, 시설 원장직도 재판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을 받으면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물러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 누가 재단 이사장을 맡게 되냐고 물어보자, 김 이사장은 “저희 어머니가 다시 이사장으로 올 예정이다.”라고 대답했다.
기가 막힌 건 올해 76세 라는 김 이사장의 어머니 송 모 씨, 그는 1988년 재단 산하 특수학교에서 원생 성폭행과 직원 임금 횡령 등의 혐의로 남편이 구속되자 명목상 남편을 대신해서 이사장으로 선임됐던 사람이다.
김 이사장 말이 맞는다면 송 모 씨는 이번에는 다시 아들을 대신해서 이사장으로 전면에 나서게 될 텐데, 김 이사장은 어머니가 아직 정정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결국 송 모 씨는 사실상 이름뿐인 이사장 역할을 하고, 재단은 지금과 다를 게 없이 물러난다고 하지만 여전히 김 이사장 영향력 아래 있으리라는 것을 짐작 못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모 전 사무국장 이사장 지시로 운영비 횡령했다고 주장
이번에는 김 이사장과 재단 직원들에 의해 비리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모 사무국장을 만났다. 강 원장을 인터뷰하려 했지만 병원에 입원해 있었기 때문에 만날 수 없었다.
이 사무국장은 강 원장과 함께 김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한 이유에 대해 “김 이사장의 외도 사실을 알고, 결과적으로 이사장의 외도에 필요한 비용을 내가 횡령해서 대줬기 때문에 자책이 돼서 김 이사장에게 그만두라고 강력하게 얘기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 이사장 지금 연봉이 3천만 원 정도 되는데 이 연봉으로 어떻게 이중살림을 하고 체면을 유지 했겠나, 운영비 횡령과 관련해서 전에는 사무국장이 남자여서 김 이사장이 직접 횡령을 지시했다. 나한테는 부인을 통했다. 내가 여자니까 체면 문제 때문인지 몰라도 부인을 통해 현금으로 돈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돈 받은 사실을 전면 부인한다고 얘기하자 그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며, “김 이사장이 2006년 초 나한테 통장과 카드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무슨 뜻인지 알고 내가 내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고 거기에 횡령한 돈을 넣었다. 이번 경찰 수사에서 그 통장이 나왔다. 통장에 7천만 원이 들어 있었고, 그 돈은 업자가 입금한 돈 1천500만원과 내가 입금한 5천500만원을 합친 돈이다. 김 이사장이 그 돈을 주로 대전 유성구에서 찾아 썼다. 알고 보니 대전 유성구에 김 이사장의 내연의 처와 자식들이 살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모 사무국장은 이어 “나는 재단에 근무하면서 월급만 받고, 횡령한 돈은 손도 대지 않았다. 결국 심부름꾼 역할만 하고 덤터기를 썼기 때문에 떳떳해서 김 이사장에게 물러나라고 했더니, 김 이사장이 5년만 더 하겠다고 하기에 나는 용납 못하겠다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김 이사장이 백지에 한문으로 충자를 써놓고 내게 충성을 못하겠다면 그만둬라 그랬다. 그러면서 선조 얘기를 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 얘기를 했다. 김 이사장이 이런 사람이다.”라고 주장했다.
강 원장 측근이라서 묻는 말인데 강 원장이 어떻게 21년 동안이나 남편의 외도 사실을 모를 수 있었느냐고 묻자, 그는 “강 원장은 정말 몰랐다. 강 원장에 따르면 남편인 김 이사장이 스트레스 때문에 오락실 다니고 해외여행을 다닌다고 해서 그 말을 믿었다고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김 이사장은 내연의 여자에게서 연년생 딸 아들, 올해 16세 17세 라고 하는데 자식 둘을 두고 이중 살림을 해오고 있었다. 김 이사장과 강 원장 사이에는 올해 25세인 딸이 하나 있을 뿐이다. 강 원장은 그동안 남편의 외도사실을 전혀 몰랐고 올해 초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자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더 이상 물어보지 마라, 강 원장이 너무 불쌍하다.”고 말하더니 갑자기 흐느꼈다. 우는 이유를 물어보자 그는 “며칠 안됐는데 강 원장이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이 본인이 27년 데리고 산 부인을 정신병원에 보냈다.”는 것이 강 원장 측근 이모 사무국장 말이었다.
익산시청, 장애수당 횡령한 거 적발한 게 전부
익산 경찰서를 찾아가 재단 비리 사건을 수사한 형사를 만났다. 형사는 재단의 가장 큰 비리로 장애인 임금 횡령 건을 들었다. “장애인들을 취업시킨 후 통장관리를 재단에서 했다. 그러면서 장애인들의 임금을 자기 돈처럼 빼서 썼다. 그 돈이 확인된 것만 1억4천만 원 정도인데, 강 원장하고 이 사무국장이 뺐고, 자기들 말로는 김 이사장에게 줬다고 하니까 셋이서 1억4천만 원을 나눠 쓴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생들의 급식비를 횡령한 것도 큰 잘못인데 부식업자와 짜고 급식비를 줄이면 결국 생활인들에게 양질의 식사가 제공될 수 없다. 결국 운영자들의 급식비 횡령으로 장애인 원생들이 최하급의 밥을 먹은 건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을 비롯해서 비리 당사자들이 구속이 안 된 이유를 묻자 “절차가 있는 거다. 검사 지휘를 받아 보강수사 중에 있다. 현재 강 원장과 이 사무국장은 잘못을 인정하고 법의 처벌을 달게 받겠다는 입장인데 김 이사장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많기 때문에 잘못을 인정하게 만드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형사는 “수사해보니까 사회복지 시설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상 개인왕국이었다. 회의적인 게 이사장이 바뀐다고 해서 이 시설 문제가 해결되겠나, 실질적인 권한이 있는 이사회가 다 이사장 측근들로 채워져 있는데, 그리고 수사 과정에서 재단 산하 시설 직원들이 협조를 안 해줘서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이해가 된다. 직원들은 거기가 평생직장이니까 먹고 살기 위해 이사장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거다.”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비리를 저지르는 시설이 이 재단 하나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시에 따르면 1년에 익산시에 있는 시설에만 복지비가 780억 원이 투입된다고 한다. 드러나지 않았지만 얼마나 많은 시설이 복지비를 횡령하고 있을지 우려가 되는 게 사실이다.”라고 얘기했다.
00재단 비리 사건과 관련해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감독관청인 익산시청이었다. 익산시 사회복지과 담당자들을 만나 관리감독을 제대로 했는지 물어봤다.
담당자는 “올해 초 시설에 정기 감사를 나갔고, 감사 나가서 적발한 게 장애수당 문제였다. 재단도 인정한 횡령이었는데, 횡령 금액이 2천만 원이었다. 우리가 적발한 건 이게 유일하다. 장애 수당은 원생들 동의 없이 물품을 구입한 게 발견됐기 때문에 적발할 수 있었고, 나머지 급식비 횡령 건 같은 비리는 재단에서 서류상으로는 완벽하게 맞춰놔서 적발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담당자는 “우리가 감사나 지도점검을 나가도 서류가 워낙 완벽하게 갖춰져 있기 때문에 비리를 적발하는 것은 사실상 힘든 상황이다.”라고 주장했다.
비리가 드러난 00재단에 대한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현 제도는 비리를 저지른 운영자가 법적 처벌을 받아야 이사장을 교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사장이 물러난다고 해도 이사장 측근들로 채워져 있는 이사회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느냐고 물어보자 담당자는 “제도적으로 이런 비리가 적발됐을 때 가차 없이 재단 이사장이나 이사들을 사퇴시킬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지 시에서도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현재는 없는 상태이다. 지방자치단체에 시설에 대한 권한이 모두 넘어왔다지만 지금 제도적인 테두리 안에서의 권한은 한계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00재단과 관련해서 “이사장과 원장 임명 그리고 김 이사장의 내연의 처 남동생의 특수학교 행정실장 임명은 모두 허가가 아닌 신고 사항이기 때문에 시에서는 인정해 줄 수밖에 없다.”는 게 담당자 말이었다.
공적인 시설, 공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추후 조치와 관련해서 익산시 상급 지자체인 전라북도도 검찰 수가 결과가 드러나서 김 이사장 등이 법적 처벌을 받으면 그때 가서 이사회 해산 등의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00재단 비리 사건을 보도한 한 방송은 “전라북도의 경우 복지예산이 해마다 늘어 1조2천억 원이 넘지만, 복지예산은 여전히 각종 감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지적이 뼈아플 수밖에 없는 게 국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조성된 복지비가 시설들에 의해 사금고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
단언하지만 현 제도로는 시설들의 운영비 횡령 등의 비리를 막을 수 없다. 한 예로 시설장과 납품업자가 밤에 몰래 만나 좋게 지내자며 짜고 작당하는 것을 누가 무슨 수로 막을 수 있을 것인가, 결국 시설 비리 사건과 관련해서 차선책은 비리가 드러났을 때 엄한 법적 처벌을 해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00재단 비리 사건과 관련해서도 35명이나 입건됐으니 누구도 비리가 없었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마땅히 감독기관에서 신속하게 조치에 나서 이사장 등을 고발하고, 횡령한 세금으로 조성된, 복지비를 회수해야 한다.
그런데 감독기관인 익산시와 전라북도의 대응은 검찰 수사결과를 보고 조치하겠다는 게 전부다. 문제는 이런 경우, 즉 시설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어도 이사장이나 이사회 교체 등의 조치가 취해진 것을 그동안의 예에서 거의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시설과 감독기관 간에 무슨 검은 거래가 오고갔는지, 아니면 공무원들의 직무태만인지 몰라도 감독기관이 시설비리에 강력하게 대처한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게 이 땅 시설복지 현실이다. 예언하지만 십중팔구 00재단 비리 사건도 흐지부지 유아무아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점을 전제하고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시설의 사유화를 견제할 장치가 하루속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살펴보았듯이 00재단 비리 사건의 경우는 개인왕국화 돼서 막장까지 간 시설 비리의 전형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자기 방어권이 없는 지적장애인들을 수용해 놓고, 무말랭이나 먹이고, 장애인들 임금을 횡령하고, 직원을 채용하면서 기부금까지 받아 챙기고 있었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비리의 낌새를 눈치 채지 못했다.
만약 시설 이사회에 이사장과 사적인 친분관계가 아닌 지역 시민단체 대표가 단 한 명이라도 이사로 선임되어 있었으면, 아니면 최소한 지방자치단체에서 파견한 이사라도 한 명 있어서 시설이 돌아가는 현황에 대한 보고라도 받았으면, 비리에 대한 눈치라도 챌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감독기관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한두 푼이 아닌 막대한 돈을 시설에 꼬박꼬박 지원하면서 시설에서 어떤 권한도 갖지 못하는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하고 있고, 이게 시설비리가 벌어지는 중대한 이유의 하나라고 지적할 수 있다.
공적인 시설이라면 공적으로 운영되는 게 정상 아닌가? 시설이 무슨 대답을 할 지, 정부는 시설의 사유화 이유에 대해 어떤 대답을 내놓을 지 궁금하다.
하지만 시설운영자들이 시설을 사유화하는 행태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표현이 정확하게 들어맞을 정도로 일부 시설 운영자들은 시설을 개인왕국화 하고 군주처럼 군림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운영비 횡령 등의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
최근 온갖 비리가 드러나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이 시설에서는 운영비와 부식비 횡령 장애수당 횡령, 그것도 모자라 간통이라는 생경한 단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마치 시설 비리의 막장을 보는 듯 한 한 장애인 수용시설의 비리 전모를 추적해봤다.
▲00 사회복지법인 재단 전경 ⓒ전진호 기자 |
지난 6월 초 전북지방경찰청은 국가보조금 연 67억 원을 지원받아 지적장애인 시설인 00 사회복지법인 재단을 운영하면서 시설운영비, 장애인 수당, 급식비와 장애인 임금을 횡령하고 교사 채용 및 시설 공사비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00사회복지재단 이사장 김모 씨 등 35명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재판에서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서 이 재단이 어떤 재단인지 이름을 밝힐 수는 없다. 하지만 경찰이 검거 사실을 밝히면서 ‘이 재단은 피의자 김모 이사장의 부 고 김모 씨가 이리시 청인동에 전북 농아학교를 설립하였고, 피의자 김모 이사장은 1980년 산하 시설 원장으로 근무하면서 실제 이사장 역할을 하다가 2005년 6월27일 3대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현재까지 재직하고 있다.’고 밝혀 굳이 재단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알 만한 사람들은 이 재단이 어떤 이름을 가진 재단인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재단은 장애인 시설 중에서도 규모가 크기로 소문나 있는 수용시설이다. 구체적으로 재단 산하에 4개의 시설과 1개의 특수학교를 두고 있다.
감독기관인 익산시가 건넨 자료에 따르면, 재단은 3개의 수용시설을 운영하고 있는데 00원은 133명의 지적장애인이 수용되어 있고 한 해 15억 원의 운영비를 지원 받고 있다. 00의 집은 40명 수용에 7억5천만 원, 지적장애 아동시설인 00원은 44명 수용에 7억 원의 운영비를 지원받고 있다. 또 재단 산하 00보호작업장은 1억 원의 운영비를 지원받고 있으며, 지적장애아 특수학교인 00학교는 전라북도 교육청으로부터 한 해 37억의 운영비를 지원 받고 있다.
경찰이 이 재단 이사장 등 주요인물을 검거했다고 밝히면서 적시한 혐의사실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이사장 김 모 씨는 물건 납품 업체 8개와 거래하면서 납품한 물품보다 많은 물품대금을 입금해 주고 그 차액을 돌려받아 2억 원을 횡령하고, 거래처인 00식품과 짜고 식자재 가격을 부풀린 다음 그 차액 10억 원을 횡령했으며, 지적장애인 215명의 장애수당을 통장에 보관하다 명절 때 신발을 싸게 구입하고도 비싸게 구입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그 차액 2천만 원을 횡령했다는 게 경찰 발표다.
또 김 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특수학교에서는 기간제 교사 김 모 씨 등 2명을 정식교사로 채용하면서 5천만 원씩 총 1억 원을 지급받았으며, 김 이사장은 그밖에도 00원 장애인 생활시설 증축공사 와 관련해서 설계 및 감리용역비를 수주해 주는 조건으로 1천7백만 원을 지급받는 등 7회에 걸쳐 공사와 관련해서 1억9천9백만 원을 챙겼다는 게 경찰 발표다.
김 이사장과 별도로 재단 산하 00원 원장으로 있던 김 이사장 부인 강 모 씨와 재단 사무국장인 이모 사무국장은, 지적장애인 중 퇴소하고 취업한 김 모 씨 등 5명의 월급 통장을 관리하면서 57회에 걸쳐 임금 1억4천4백만 원을 인출하여 횡령했다는 것이 역시 경찰 발표다.
또 재단 산하 특수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 이사장 동생 김 모 씨 2004년 7월 백모 씨를 정교사로 채용시켜 줄 능력이 없음에도 속이고 7백만 원을 받아 편취했다고 경찰은 혐의사실을 적시했다.
▲ ⓒ전진호 기자 해외여행과 명품 사는데 돈 물 쓰듯이 써
00재단 비리 사건은 한 방송국의 시사 프로그램에서 방영돼 유명해지기도 했다. ‘두 얼굴의 이사장’이라는 제목 아래 방영된 프로그램은 재단 비리의 구체적인 실상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경찰에서 확인한 재단이 지난 6년 동안 정부 지원금을 횡령한 액수가 13억인데, 횡령 수법 중 손쉬운 거는 우선 원생 급식비를 줄이는 것이었다. 가령 한 영수증을 보면 재단 측이 대파 등 식료품 760만원을 산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 구입 가격은 4백만 원에 불과했다. 재단 측이 업자와 짜고 차명통장을 만들어 그 차액을 돌려받은 것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장애인 원생 1인당 한 달 급식비는 11만6천원이고, 나누면 한 끼에 1280원 꼴이다. 그런데 이 금액에는 급식비만 아니라 생일 케이크 구입비용까지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 재단 측이 30~40%룰 실제적으로 횡령했기 때문에 원생들은 한 끼 600원에서 700원으로 밥을 먹었다는 말이 된다. 그동안 시든 채소 등 품질이 좋지 않은 식료품이 장애인들에게 공급됐고, 결국 장애인 원생들의 영양 부실로 이어졌다. 재단 측은 급식비뿐만이 아니라 차량 유지비나 난방비, 그리고 사무용품비도 이런 방식으로 횡령했다.
재단에서 운영비를 빼돌린 사람은 김 이사장 아내 강모 00원 원장과 재단 이모 사무국장 이다. 그런데 이들은 이사장 김씨 지시로 운영비를 빼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재단 사무국장 이 모 씨는 김 이사장이 한 달에 만들어 달라는 돈이 400만원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재단 전 사무국장 강 모 씨는 1989년부터 운영비 횡령이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공소시효가 지나 경찰이 이번에 횡령 금액에 포함시키지 못했지만 증언에 따르면 재단은 2004년 이전에도 상습적으로 운영비를 빼돌렸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면 이사장은 빼낸 돈을 어디다 썼을까?
경찰에 따르면 김 이사장이 해외여행을 자주 갔는데, 연간 10회 정도 갔고, 가족들 또는 내연녀와 같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횡령 당사자인 김 이사장 부인 강모 원장도 돈을 물 쓰듯 썼는데, 옷 사 입고, 명품 사고, 딸과 친척들에게 용돈을 줬다는 것이 방송에 소개된 내용이다.
그런데 00재단 비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00재단에 16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고 하는데, 직원들이 전부 서명해 김 이사장을 옹호하는 탄원서를 작성했다. 탄원서는 재단 비리의 주범으로 이모 사무국장을 지목하고 있고, 비리 사실을 다음과 같이 적시하고 있다.
한 직원의 자술서에 따르면, ‘이모 사무국장이 생활지도교사 직원으로 임용하여 주면 200만원을 줄 수 있는지 물어보고, 채용과 동시에 바로 입금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돈이 없어 두 달이 지나도록 납부하지 못하자, 강 원장과 이 사무국장이 사무실로 불러 인격모독 발언과 심리적 압박을 가하여 50만원은 수표로 주고, 나머지 돈은 급여를 받는 데로 납부할 것을 약속한 뒤에야 사무실에서 나올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또 다른 직원 역시 진술서에서 ‘첫 입사 시 제 나이는 21세였고, 입사하고 첫 달, 첫 월급을 받는 날, 아니 첫 월급이 나오기 전날. 저를 비롯해 함께 입사한 과 동기 3명을 불러 이 국장이 내일 통장에 월급이 들어올 테니 현금으로 모두 빼오십시오. 라는 말을 한 후 저희를 내보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다음 날 아침에 급여 88만원을 모두 현금으로 빼서 법인 사무실로 갔다. 이 국장이 빼온 현금들을 나누기 시작했고, 다 나눈 후 저희에게 준 돈은 50만원, 그 게 첫 월급이었다. 의례적이 된 첫 월급의 후원은 즉 안내면 찍히고, 내면 순탄하게 회사 생활을 하는 그게 관례가 되었다.’고 쓰고 있다.
이어 직원들은 진술서에서 ‘물품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직원들이 급여를 타면 돈을 걷어 물품을 사서 생활했는데, 심지어는 세 달이 안 나올 때도 있었다.’ ‘이 국장과 강 원장 집권하의 6여 년 동안은 시설 운영이 투명하지 않았다. 장애 수당을 쓸 때 생활관에서 요구조사를 해서 올려도 반영되지 않았고, 이미 그들이 돈을 빼서 물건을 사고 난 후 서류를 만들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설날에 이 국장이 원생들에게 설 선물을 사줘야 한다면서 화장품을 사가지고 온 후 서류를 만들어서 그 돈을 장애수당에서 뺄 거라고 했다. 이 국장이 사가지고 온 화장품은 원생들이 쓰기에는 무리가 있는 비싼 알로에마임 화장품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사장 외도가 비리가 드러난 중대한 계기로 작용
열거한 경찰 발표와 방송 내용, 그리고 직원들의 진술서를 보면 그동안 00재단 운영자들은 시설에서 돈을 빼내는 데 거의 혈안이 되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고도 시설이 무너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운영자들은 시설에서 빼낼 수 있는 돈은 거의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빼내왔고, 그 돈을 사적으로 챙겼다는 게 이번 비리 사건의 핵심이다.
그러면 그동안 꽁꽁 감춰져 있던 00재단 비리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 계기는 뭘까, 문제는 그 계기에서도 비리에 버금가는 심한 악취가 풍기고 있다는 것이다.
00복지재단 비리가 모습을 드러낸 계기에 대해 경찰은 “3월 재단에서 교사 채용 시 금품수수 및 국가보조금을 횡령하였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탐문 등을 통해 내사하자 원장 강 모 씨와 사무국장 이 모 씨가 경찰에 자진 출석해서 범죄 사실을 일부 시인했고, 경찰이 압수영장 을 집행하여 복지재단 관련자의 차명계좌 15개 등 증거자료를 확보한 다음, 관련자 35명을 소환하여 범죄사실을 자백 받아 검거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재단 비리 사건을 고발한 방송은 ‘20년 넘게 베일에 가려져있던 이사장 가족의 비리가 외부로 알려지게 된 건 부부간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부터다.
김 이사장의 아내 강 씨는 남편이 20년 넘게 내연녀를 사귀며 두 집 살림을 해왔다며 이사장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김 이사장은 재단 산하 시설의 원장을 맡고 있던 강원장과 강원원장의 측근인 이모 사무국장을 횡령혐의로 고발하고, 두 사람의 직책을 박탈했다. 그리고 학교 행정실장에 내연녀의 동생을 데려다 앉혔다. 그러면서 김 이사장은 인사 채용 권한은 이사장에게 있는 거예요. 재단에서 일하려면 이사장의 신임을 얻어야 합니다. 라고 말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어 00재단 임직원 일동으로 작성한 탄원서는 ‘직원들이 보기에는 전 원장 강 모 씨는 현 재단 김 이사장과 혼인관계가 앞으로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음을 알고, 현 이사장을 몰아내고 재단시설을 혼자 독차지 하고자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2004년 강 원장은 이 모 씨를 채용하고부터 이 씨를 앞세워 시설의 전반적인 운영권을 장악하기 시작하였고, 이후 이 모 씨를 법인 사무국장 자리에 앉히고, 나중에는 특수학교의 행정실장자리까지 겸직 시키면서 시설이나 학교 전반에 대한 운영권을 장악하게 된 것입니다.
그 뒤 강 원장은 현 이사장의 내연관계를 약점 잡아 재단 이사장까지 탈취하여 시설 전체를 빼앗고자 2010년 1월 경 현 이사장에게 “당신의 간통사실이 직원들과 외부로 알려질 것 같다. 분위기가 심각하니 상황이 조용해 질 때까지 나에게 이사장을 물러주고 뒤로 물러나 있으라.”고 했습니다.
현 재단이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자 이들은 그때부터 현 이사장에 대한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하며 일부 직원들을 선동한 뒤, 일부 직원들을 동원하여 현 이사장을 사무실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밀어내고, 이사장의 사무실 접근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시작하여, 이를 견디지 못하고 이사장이 이들을 익산 경찰서에 업무방해로 고소까지 한 사실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 이사장의 처 강 원장은 현 이사장의 눈과 귀를 막고 시설 운영전반에 대한 실권을 행사하다가 이사장의 내연관계를 빌미로 재단 이사장직 까지 탈취하려 시도 하였으나 이루어지지 않자 급기야 재단과 학교가 비리의 온상이라는 식으로 관련기관에 진정서를 제출하기 시작하였고 이에 따라 경찰 수사도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원인 분석을 하고 있다.
김 이사장, 비리 하나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
결과적으로 경찰을 제외하고 방송과 직원들의 탄원서는 재단 김 이사장의 불륜이 재단 비리가 외부에 드러나게 된 중요한 계기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 불륜은 사실일까, 직접 재단을 찾아가 김 이사장을 만났다.
김 이사장은 불륜 사실에 대해 물어보자 “재단 전 이사장인 아버지가 결혼을 강제로 시켰다. 처는 이혼을 하자고 해도 안 하고, 사실 내연 관계에 있는 여자가 있었다. 21년 전부터 사귀어 왔고, 거기서 아이도 생겼다. 이런 관계를 강 원장은 뭐라고 하냐면 몰랐다고 하면서 나를 간통죄로 고발 했다. 그런데 생각을 해봐라. 어떻게 21년 동안 모를 수가 있는지.”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김 이사장은 “처인 강 원장이 나와 갈등이 생기니까 올해 1월 5일 터트린 거다... 내가 간통한 거 직원들이 알면 난리 난다 그러면서 내가 이 재단을 3년만 갖고 있겠다. 나에게 넘기고 조용히 가있으라고 했다. 사직서 쓰라면서 하도 볶아서 내가 사직서를 써줬다. 그랬더니 나도 모르게 이사회를 소집해서 이사장 사직서 썼으니 이사장을 교체해 달라고 했는데 이사들이 무슨 소리냐며 거부했다. 강 원장이 안 되니까 재활교사 9명을 동원해서 나를 시설에 못 들어오게 막고, 내 방에 플래카드 걸어놓고 나가라고 난리쳤다. 내가 하도 황당해서 익산 시청에 찾아갔다. 개입 좀 해달라고. 익산시청에서 2월 1일 나와서 내 도장 찾아주고 시설을 정상화 해줬다. 그래서 3월부터 내가 재단이사장으로 다시 업무를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결론적으로 처인 강 원장이 내 문제를 알고 이 사무국장을 데려와서 재단을 뺏으려고 일을 꾸민 거다. 경찰이 밝힌 비리 혐의 중 인정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급식비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부식업자 선정과정에서 전혀 관여를 안 했고, 업자가 누군지도 모른다. 경찰이 횡령했다고 말하는 금액이 맞다면, 그건 강 원장과 이 사무국장 두 사람이 다 횡령해서 쓴 거다. 내가 강 원장에게 받은 돈은 경조사비조로 부정기적으로 100~200만원 받은 것이 전부다.”라고 주장했다.
재단 산하 특수학교학교에서 교사 채용과 관련해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내 친구 한 사람이 있는데 그 친구가 나에게 교사 채용을 부탁했다. 그래서 나는 권한이 없다. 정 부탁하고 싶으면 재단 사무국장을 소개시켜 주마. 그런 다음 이 사무국장을 소개 시켜 주고 나는 잊어버리고 있었다. 나중에 보니 이 친구가 교사 채용 조건으로 이 사무국장에게 학교 기부금 5천만 원을 줬다는 거고, 이 사무국장은 그 돈을 받아서 강 원장에게 줬고, 강 원장이 나에게 줬다는 건데 나는 아는 바가 없다. 또 한 명 5천만 원 건도 마찬가지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장애인들의 임금 횡령 1억4천만 원 건도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게 김 이사장 주장이었다.
출근해서 부식업자 선정도 안 하고, 결제도 안했으면,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도대체 무슨 일을 했느냐고 물어보자, “그전에는 내가 결제 했는데 2004년 이후에 모든 일이 벌어졌고, 그 과정은 나는 모른다. 내가 허수아비가 되어 버렸다.”는 게 김 이사장 말이었다.
이어 재단 산하 시설 원장으로 있으면서 받는 월급 300만 원 정도가 수입의 전부인 것으로 아는데, 그동안 어떻게 두 집 살림을 하고, 해외여행을 자주 다녔느냐고 물어보자, 김 이사장은 “대학 겸임교수를 하면서 월급 100만원을 받았고, 누나가 2억 원을 주는 등 가족들이 돈을 줬다. 얼마 전 어머니가 아파트 판 돈 9천500만원도 내가 썼다. 해외여행 건은 재단 산하 특수학교의 농아반이 없어지면서 학교에서 쓰던 장비를 중국에 기증하기 위해 자주 왔다 갔다 했다.”고 대답했다.
김 이사장은 인터뷰 말미에, “재단 문제와는 상관없지만 그동안 두 집 살림을 해온 것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조만간 이사장직을 사퇴하고, 시설 원장직도 재판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을 받으면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물러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 누가 재단 이사장을 맡게 되냐고 물어보자, 김 이사장은 “저희 어머니가 다시 이사장으로 올 예정이다.”라고 대답했다.
기가 막힌 건 올해 76세 라는 김 이사장의 어머니 송 모 씨, 그는 1988년 재단 산하 특수학교에서 원생 성폭행과 직원 임금 횡령 등의 혐의로 남편이 구속되자 명목상 남편을 대신해서 이사장으로 선임됐던 사람이다.
김 이사장 말이 맞는다면 송 모 씨는 이번에는 다시 아들을 대신해서 이사장으로 전면에 나서게 될 텐데, 김 이사장은 어머니가 아직 정정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결국 송 모 씨는 사실상 이름뿐인 이사장 역할을 하고, 재단은 지금과 다를 게 없이 물러난다고 하지만 여전히 김 이사장 영향력 아래 있으리라는 것을 짐작 못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모 전 사무국장 이사장 지시로 운영비 횡령했다고 주장
이번에는 김 이사장과 재단 직원들에 의해 비리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모 사무국장을 만났다. 강 원장을 인터뷰하려 했지만 병원에 입원해 있었기 때문에 만날 수 없었다.
이 사무국장은 강 원장과 함께 김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한 이유에 대해 “김 이사장의 외도 사실을 알고, 결과적으로 이사장의 외도에 필요한 비용을 내가 횡령해서 대줬기 때문에 자책이 돼서 김 이사장에게 그만두라고 강력하게 얘기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 이사장 지금 연봉이 3천만 원 정도 되는데 이 연봉으로 어떻게 이중살림을 하고 체면을 유지 했겠나, 운영비 횡령과 관련해서 전에는 사무국장이 남자여서 김 이사장이 직접 횡령을 지시했다. 나한테는 부인을 통했다. 내가 여자니까 체면 문제 때문인지 몰라도 부인을 통해 현금으로 돈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돈 받은 사실을 전면 부인한다고 얘기하자 그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며, “김 이사장이 2006년 초 나한테 통장과 카드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무슨 뜻인지 알고 내가 내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고 거기에 횡령한 돈을 넣었다. 이번 경찰 수사에서 그 통장이 나왔다. 통장에 7천만 원이 들어 있었고, 그 돈은 업자가 입금한 돈 1천500만원과 내가 입금한 5천500만원을 합친 돈이다. 김 이사장이 그 돈을 주로 대전 유성구에서 찾아 썼다. 알고 보니 대전 유성구에 김 이사장의 내연의 처와 자식들이 살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모 사무국장은 이어 “나는 재단에 근무하면서 월급만 받고, 횡령한 돈은 손도 대지 않았다. 결국 심부름꾼 역할만 하고 덤터기를 썼기 때문에 떳떳해서 김 이사장에게 물러나라고 했더니, 김 이사장이 5년만 더 하겠다고 하기에 나는 용납 못하겠다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김 이사장이 백지에 한문으로 충자를 써놓고 내게 충성을 못하겠다면 그만둬라 그랬다. 그러면서 선조 얘기를 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 얘기를 했다. 김 이사장이 이런 사람이다.”라고 주장했다.
강 원장 측근이라서 묻는 말인데 강 원장이 어떻게 21년 동안이나 남편의 외도 사실을 모를 수 있었느냐고 묻자, 그는 “강 원장은 정말 몰랐다. 강 원장에 따르면 남편인 김 이사장이 스트레스 때문에 오락실 다니고 해외여행을 다닌다고 해서 그 말을 믿었다고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김 이사장은 내연의 여자에게서 연년생 딸 아들, 올해 16세 17세 라고 하는데 자식 둘을 두고 이중 살림을 해오고 있었다. 김 이사장과 강 원장 사이에는 올해 25세인 딸이 하나 있을 뿐이다. 강 원장은 그동안 남편의 외도사실을 전혀 몰랐고 올해 초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자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더 이상 물어보지 마라, 강 원장이 너무 불쌍하다.”고 말하더니 갑자기 흐느꼈다. 우는 이유를 물어보자 그는 “며칠 안됐는데 강 원장이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이 본인이 27년 데리고 산 부인을 정신병원에 보냈다.”는 것이 강 원장 측근 이모 사무국장 말이었다.
익산시청, 장애수당 횡령한 거 적발한 게 전부
익산 경찰서를 찾아가 재단 비리 사건을 수사한 형사를 만났다. 형사는 재단의 가장 큰 비리로 장애인 임금 횡령 건을 들었다. “장애인들을 취업시킨 후 통장관리를 재단에서 했다. 그러면서 장애인들의 임금을 자기 돈처럼 빼서 썼다. 그 돈이 확인된 것만 1억4천만 원 정도인데, 강 원장하고 이 사무국장이 뺐고, 자기들 말로는 김 이사장에게 줬다고 하니까 셋이서 1억4천만 원을 나눠 쓴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생들의 급식비를 횡령한 것도 큰 잘못인데 부식업자와 짜고 급식비를 줄이면 결국 생활인들에게 양질의 식사가 제공될 수 없다. 결국 운영자들의 급식비 횡령으로 장애인 원생들이 최하급의 밥을 먹은 건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을 비롯해서 비리 당사자들이 구속이 안 된 이유를 묻자 “절차가 있는 거다. 검사 지휘를 받아 보강수사 중에 있다. 현재 강 원장과 이 사무국장은 잘못을 인정하고 법의 처벌을 달게 받겠다는 입장인데 김 이사장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많기 때문에 잘못을 인정하게 만드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형사는 “수사해보니까 사회복지 시설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상 개인왕국이었다. 회의적인 게 이사장이 바뀐다고 해서 이 시설 문제가 해결되겠나, 실질적인 권한이 있는 이사회가 다 이사장 측근들로 채워져 있는데, 그리고 수사 과정에서 재단 산하 시설 직원들이 협조를 안 해줘서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이해가 된다. 직원들은 거기가 평생직장이니까 먹고 살기 위해 이사장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거다.”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비리를 저지르는 시설이 이 재단 하나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시에 따르면 1년에 익산시에 있는 시설에만 복지비가 780억 원이 투입된다고 한다. 드러나지 않았지만 얼마나 많은 시설이 복지비를 횡령하고 있을지 우려가 되는 게 사실이다.”라고 얘기했다.
▲00재단의 감독관청인 익산시청. 00재단의 비리가 드러났으나 검찰수사 결과가 나올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전진호 기자 |
담당자는 “올해 초 시설에 정기 감사를 나갔고, 감사 나가서 적발한 게 장애수당 문제였다. 재단도 인정한 횡령이었는데, 횡령 금액이 2천만 원이었다. 우리가 적발한 건 이게 유일하다. 장애 수당은 원생들 동의 없이 물품을 구입한 게 발견됐기 때문에 적발할 수 있었고, 나머지 급식비 횡령 건 같은 비리는 재단에서 서류상으로는 완벽하게 맞춰놔서 적발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담당자는 “우리가 감사나 지도점검을 나가도 서류가 워낙 완벽하게 갖춰져 있기 때문에 비리를 적발하는 것은 사실상 힘든 상황이다.”라고 주장했다.
비리가 드러난 00재단에 대한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현 제도는 비리를 저지른 운영자가 법적 처벌을 받아야 이사장을 교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사장이 물러난다고 해도 이사장 측근들로 채워져 있는 이사회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느냐고 물어보자 담당자는 “제도적으로 이런 비리가 적발됐을 때 가차 없이 재단 이사장이나 이사들을 사퇴시킬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지 시에서도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현재는 없는 상태이다. 지방자치단체에 시설에 대한 권한이 모두 넘어왔다지만 지금 제도적인 테두리 안에서의 권한은 한계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00재단과 관련해서 “이사장과 원장 임명 그리고 김 이사장의 내연의 처 남동생의 특수학교 행정실장 임명은 모두 허가가 아닌 신고 사항이기 때문에 시에서는 인정해 줄 수밖에 없다.”는 게 담당자 말이었다.
공적인 시설, 공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추후 조치와 관련해서 익산시 상급 지자체인 전라북도도 검찰 수가 결과가 드러나서 김 이사장 등이 법적 처벌을 받으면 그때 가서 이사회 해산 등의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00재단 비리 사건을 보도한 한 방송은 “전라북도의 경우 복지예산이 해마다 늘어 1조2천억 원이 넘지만, 복지예산은 여전히 각종 감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지적이 뼈아플 수밖에 없는 게 국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조성된 복지비가 시설들에 의해 사금고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
단언하지만 현 제도로는 시설들의 운영비 횡령 등의 비리를 막을 수 없다. 한 예로 시설장과 납품업자가 밤에 몰래 만나 좋게 지내자며 짜고 작당하는 것을 누가 무슨 수로 막을 수 있을 것인가, 결국 시설 비리 사건과 관련해서 차선책은 비리가 드러났을 때 엄한 법적 처벌을 해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00재단 비리 사건과 관련해서도 35명이나 입건됐으니 누구도 비리가 없었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마땅히 감독기관에서 신속하게 조치에 나서 이사장 등을 고발하고, 횡령한 세금으로 조성된, 복지비를 회수해야 한다.
그런데 감독기관인 익산시와 전라북도의 대응은 검찰 수사결과를 보고 조치하겠다는 게 전부다. 문제는 이런 경우, 즉 시설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어도 이사장이나 이사회 교체 등의 조치가 취해진 것을 그동안의 예에서 거의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시설과 감독기관 간에 무슨 검은 거래가 오고갔는지, 아니면 공무원들의 직무태만인지 몰라도 감독기관이 시설비리에 강력하게 대처한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게 이 땅 시설복지 현실이다. 예언하지만 십중팔구 00재단 비리 사건도 흐지부지 유아무아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점을 전제하고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시설의 사유화를 견제할 장치가 하루속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살펴보았듯이 00재단 비리 사건의 경우는 개인왕국화 돼서 막장까지 간 시설 비리의 전형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자기 방어권이 없는 지적장애인들을 수용해 놓고, 무말랭이나 먹이고, 장애인들 임금을 횡령하고, 직원을 채용하면서 기부금까지 받아 챙기고 있었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비리의 낌새를 눈치 채지 못했다.
만약 시설 이사회에 이사장과 사적인 친분관계가 아닌 지역 시민단체 대표가 단 한 명이라도 이사로 선임되어 있었으면, 아니면 최소한 지방자치단체에서 파견한 이사라도 한 명 있어서 시설이 돌아가는 현황에 대한 보고라도 받았으면, 비리에 대한 눈치라도 챌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감독기관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한두 푼이 아닌 막대한 돈을 시설에 꼬박꼬박 지원하면서 시설에서 어떤 권한도 갖지 못하는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하고 있고, 이게 시설비리가 벌어지는 중대한 이유의 하나라고 지적할 수 있다.
공적인 시설이라면 공적으로 운영되는 게 정상 아닌가? 시설이 무슨 대답을 할 지, 정부는 시설의 사유화 이유에 대해 어떤 대답을 내놓을 지 궁금하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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