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 여성 성폭행범 반드시 처벌해야" > 기획 연재

“보호받아야 할 병원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정신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가해자에 대한 강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 누구에게 자신을 의지할 수 있나.”

▲ 장애인, 인권 시민단체 소속 회원 50여명은 1일 대구지방법원 맞은편서 정신병원에 입원한 정신장애 여성을 성폭행한 병원 직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사진제공=대구장차연)

전국의 장애인, 여성, 인권단체 소속 회원 50여명은 대구의 모 정신병원에서 발생한 정신장애여성 성폭행 사건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1일 대구지방법원 맞은편에서 개최한 후 탄원서를 제출했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대구여성장애인통합상담소에 따르면 정신장애로 인해 대구지역 S정신병원에서 1994년부터 입원치료를 받고 있던 A(정신장애 2급, 36)씨는 병원 보호사로 근무하던 김 모(69)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가해자 김씨는 병원 내 TV방을 비롯해 면회실 등 공개적인 장소에서 A씨를 성폭행했으며, A씨에게 성폭행 당한 사실을 말하지 말라는 입단속까지 시켰다고.

A씨는 성폭행 당한 사실을 병원 간호사에게 알렸으나 가족에게 이 사실을 전달하지 않고 김씨를 해고하는 선에서 이 사건을 덮으려고 했으나, 이를 가족에게 알리게 되며 드러나게 됐다.

마지막으로 성폭행을 당한지 한 달이 지난 후에서야 지속적으로 성폭행 등을 당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가족들은 김 씨를 경찰에 신고했고, 김 씨는 지난 3월 구속된 채 재판을 기다리고 있으나 성추행 사실만 인정할 뿐, 성폭행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애인, 인권단체들은 법원이 당시 성폭행 상황을 ‘신체장애 또는 정신적 장애로 인해 실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해석치 않을 경우 무죄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어 우려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피해자 A씨는 어렸을 적부터 정신질환으로 인해 비일상적인 문제 상황에서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하고, 이를 해결하는 능력이 현저히 낮을 수 있다.”며 “특히 A씨가 1994년부터 16여년이라는 긴 시간을 사회와 떨어져 병원에서 생활했고, 병원에 있는 직원과 피해자 간의 권력관계를 고려했을 때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해 거부 또는 저항의사를 실행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상태에 있다고 봐야하므로 성폭행 8조의 ‘항거불능인 상태’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대구여성의전화 권옥빈 인권부장이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다.(사진제공=대구장차연)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구여성의전화 권옥빈 인권부장은 “장애여성, 특히 정신적 장애가 있는 여성들은 논리적으로 자신을 변론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성폭력에 노출되기 쉬운 상황.”이라며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이 사건이 적극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피해자는 문제가 생긴 정신병원에서 나와 타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으며, 가해자에 대한 재판은 오는 2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