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고용공단 양경자 신임 이사장은 즉각 사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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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도, 절차도, 명분도 모두가 저급하고 기만적인 인사일 뿐
도리에 어긋난 인사 하나로 온 장애인계가 난리굿이 났다. 지난 7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신임 이사장에 양경자 후보가 선출된 것이 결국 사단이 난 것이다. 사실 이번 인사에 대해 모든 장애인단체가 강력하게 반대의사를 보여 왔다. 20여 년 전 한때 가지고 있었던 장애인 단체 직함이 그의 전문성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비슷한 시기, 장애인 관련 행사에서 고용에 대한 열망을 지닌 젊은 지체장애인이 지금의 자신과 이어진다는 어쭙잖은 장애감수성에도 헛웃음이 나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이 되기에는 장애인도 고용도 모를뿐더러 공공기관의 수장을 맡아본 경력이 전무하다.
양 이사장은 ‘공단 이사장은 마땅히 장애인당사자여야 한다’는 장애인계의 목소리에 ‘역차별’이라고 맞선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요, 아전인수가 따로 없다. 80년대 말 참여했던 미미한 장애인 단체 직함만으로, 수십 년 전 장애인 관련 대표발의 했다는 어설픈 근거만으로 본인이 공단 이사장에 적합하다고 단단히 착각하고 있다. 설령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이력을 들이밀지 모르겠으나 재임시절 장애인고용과 관련된 실질적인 성과는 찾아볼 수가 없으니 이 역시 논외다. 결국 그의 화려한 이력이라고는 재선 국회의원과 수많은 한나라당 당직이 고작이다. 이렇듯 공단 이사장으로서는 턱없이 부족한 경력을 논하는데 ‘역차별’만 운운하며 버티고 앉아있으니 타 이력까지 스스로 훼손시키는 모습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선출 과정에서의 부정은 더욱 가관이다. 수많은 증언과 확인 과정에서 속속 밝혀지고 있는데 이번 인사는 애초 모집 공고에서부터 잘못됐다고 한다. 특정인을 앉히기 위해 전임 이사장을 흔들었다는 소문이 돌더니 결국 그 특정인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이다. 선출 과정에서도 납득하기 힘든 채점이 이뤄졌다고 한다. 심사위원장은 양경자 후보에게 98점을 주고 타 후보들에게는 50점대를 주는가하면 ‘시각장애인은 업무에 임하기가 힘들다’라는 장애인 차별적 발언까지 서슴없이 했다고 한다. 점수 차를 보니 전문성보다는 장애인이냐 비장애인이냐의 여부가 아마도 채점 기준이었던 모양이다. 적어도 이럴 때 ‘역차별’이라는 용어를 써야하지 않을까 싶다.
관례적으로 공단 이사장은 장애인당사자가 맡아왔다. 480만 장애인의 일자리를 고민하고 장애인 고용과 정책에 대한 전문성을 지니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리라. 공단 이사장은 장애 감수성을 지녀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현 장애계와 긴밀한 관계 유지가 필수다. 또한 장애인 스스로가 장애인 고용 정책을 실천해 나간다는 상징적인 자리이자 장애인계의 최고 공직이기도 하다. 아무나 감당할 수 있는 자리는 분명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양 이사장은 본인이 적합한 인사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불행하게도 그런 것 같다. 모든 장애인 단체들이 부적합하다고 반대해도, 관련 이력도 미흡하고 혁혁한 공로도 없으며 낙하산 인사라는 오명을 받으면서도 물러나지 않는 모습을 보면 충분히 그렇다. 우스갯소리로 들릴지 모르나 관습적으로 공단 이사장 자리는 관습적으로 장애인의 일자리였다. 왜 굳이 그 일자리를 차지하면서까지 장애인 고용을 책임지겠다고 억지를 부리는지 모르겠다. 수백 명의 병력을 동원해 외부 출입을 막고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취임식을 치르는 모양새도 안쓰럽기 짝이 없다.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어엿한 회사원이 되겠다”던 젊은 지체장애인과의 과거 만남을 취임사에서 들먹여놓고는 정작 본인은 출근시간 9시 한참 이전에 기습적으로 취임식을 강행하는 것이 어엿한 행동인가.
과거 한나라당은 이회창 대표나 김대중 전 대통령을 향해 ‘노욕’이라는 표현을 곧잘 썼다. 공교롭게도 양 이사장이 한나라당에서 당직을 갖고 있을 당시다. 얄궂게도 세월이 지나 이제는 ‘노욕’이라는 화살이 본인을 향하고 있음을 아는지 모르겠다. 살구꽃은 3월에 피고, 국화는 9월에 핀다고 했다. 이 말은 다 제가 제 때를 안다는 말이다. 현 정부의 독선과 오만함이 62지방선거 참패를 가져왔다. 이는 민심을 읽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민심을 잃은 까닭이다. 양 이사장 역시 자격도, 절차도, 명분도 없으면서 끝가지 ‘노욕’을 부린다면 머지않아 장애인들의 마음을 잃고 심판을 받을 것이다. 미물도 아는 본인의 제 때를 알았으면 한다.
‘장애인당사자가 이사장이 되어야 한다’는 우리의 주장을 ‘역차별’이라고 맞서는 양 이사장에게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양 이사장은 장애인당사자가 아니어서 적합하지 않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 본인이 장애인당사자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현재 처해있는 장애인 문제를 누구보다도 절감하고 있는가. 진정 본인의 이력이 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이 되기에 부끄러움이 없는가. 진정 정당한 절차와 합리적인 방법으로 그 자리에 앉았다고 자부하는가. 착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양 이사장의 결격 사유는 장애인당사자가 아니어서가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자격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제발 ‘역차별’이라는 애먼 논리로 자리에 연연하지 말기를 바란다. 싸움에서 이기는 자만이 고수는 아니다. 물러날 때를 아는 이도 고수다. 부디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는 통 큰 결정을 할 줄 아는 정치 고수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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