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서 휠체어장애인 추락<br>"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1등급 인증 받았다고?" > 기획 연재


기획 연재

광화문 광장서 휠체어장애인 추락<br>"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1등급 인증 받았다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광화문광장 장애인추락사건 관련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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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리를 옮겨 인권위 앞에서 개최된 기자회견 ⓒ김라현 기자
지난 2010년 6월 8일, 광화문광장을 이용하던 장애인이 휠체어와 함께 광장 계단에서 추락하여 부상을 입고 휠체어가 파손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에 대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 15일 “이번 사고는 공공장소인 광화문광장의 안전시설 및 장애인 편의시설 미비로 일어난 사고로서, 광화문광장 관리책임자인 서울시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며 장애인편의시설 설치와 관리에 소홀한 서울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사고 직후 장애경 씨가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비마이너 제공
회색빛 대리석 계단,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렵지만 아무런 안내표시 없어

사고당사자 장애경 씨(여, 42세)는 그 날 전장연 소속 장애인 10여 명과 함께 ‘장애인활동보조살리기 신문고를 울려라’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광화문광장 남쪽에서 북쪽, 즉 이순신장군 동상 쪽에서 세종대왕 동상 방향으로 이동하던 장씨가 지하철 역사와 연결된 중앙광장의 계단을 인지하지 못해 휠체어가 계단 아래로 떨어지면서 휠체어에 타고 있던 장씨도 함께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 사고로 장씨는 왼쪽 관자놀이가 5센티 정도 깊게 찢어져 응급차에 실려 강북삼성병원으로 이송, 상처 부위를 12바늘 정도 꼬맨 후 엑스레이 촬영 후 큰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고 귀가했으며, 전동휠체어는 왼쪽 뒷바퀴 중앙 쇠붙이 부분이 절단되어 6만원의 수리비용이 소요됐다.

사고가 난 구역은 광장 가운데 지하철 역사 연결 장소에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지만 시각적으로 대리석 계단의 색깔 차이가 거의 없어 육안으로 식별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펜스, 안내표시, 시각장애인 점자블록 등 안전시설이 전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에게도 실족 사고의 위험성이 있다는 게 전장연 관계자의 이야기다.
   
▲ 사고현장. 자세히 관찰하거나 가까이가지 않으면 계단이라는 것을 식별하기 어렵다. ⓒ장애인복지신문 제공

전장연 측은 이어 “광화문광장의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서울시설공단은 이번 사고에 대해 ‘개인 부주의로 일어나 사건’이라고 보고 어떠한 책임도 지려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다른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게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안전시설의 문제이므로 서울시설공단의 대책마련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 ⓒ김라현 기자
   
▲ ⓒ김라현 기자
   
▲ 경찰에 막혀 광장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들 저쪽으로 아무런 막힘없이 광장을 오가는 비장애인들이 보인다. ⓒ김라현 기자
   
▲ 경찰과의 실랑이에 한 활동가의 휠체어가 망가졌다. ⓒ김라현 기자

기자회견 개최하려 광화문광장으로 가던 장애인들,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막혀

당초 이번 기자회견은 사고가 난 광화문 광장에서 오전 11시에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찰들의 제지로 장애인활동가들은 광화문광장에 진입조차 하지 못한 채 한 시간동안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경찰들과 대치했다. 그 과정에서 활동가들과 경찰, 기자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으나 큰 사고는 없었으며, 결국 활동가들은 국가인권위원회 앞으로 자리를 옮겨 오후 1시경 기자회견을 열었다.

   
▲ 사고당사자 장애경 씨. 오른쪽 관자놀이를 12바늘 꼬맸다. ⓒ김라현 기자
기자회견에서 사고당사자인 장씨는 “다친 것도 문제지만 휠체어 수리비용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서울시와 경찰은 계단 주변에 아무런 표시도 해놓지 않은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려고 하는 이런 자리까지 막아버렸다. 너무 억울하다. 경찰은 할 일이 그렇게 없냐. 그런데도 왜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거냐.”라고 울분을 토했다.

박홍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광장 한복판에 계단을 만들고도 아무런 안내표시나 점자블록도 해놓지 않아 장애인과 비장애인들 모두가 위험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런 광화문광장이 얼마 전 보건복지가족부와 국토해양부가 지정하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 Free)’ 인증개별시설(공원) 부문에서 1등급 예비인증을 받았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냐.”며 서울시에 대해 피해자 보상과 공식 사과, 공공장소 안전시설 점검 및 설치 등을 요구했다.

최용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서울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광화문 광장은 장애인차별없는 광장이 아니라 장애인없는 광장이 되어버렸다. 오세훈 시장은 디자인서울, 행복도시프로젝트를 이야기하지만, 대체 누구를 위한 프로젝트라는 건지 오 시장에게 묻고싶다. 오세훈 시장 전에 이명박이 서울시장 시절에 만들었던 청계천도 장애인들이 접근할 수 없어 인권위 진정 등 투쟁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런 우리 장애인의 삶이 처절하고 안타깝다.”고 말하고 “인간의 최소한의 권리 보장을 위해 인권위에 진정할 것이며 정당한 사과와 보상을 요구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장연 활동가들은 서울시가 정당한 대응을 할 때까지 계속해서 투쟁하겠다고 밝혔으며, 기자회견이 끝난 후 최용기 대표와 장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진정서를 제출했다.
   
▲ ⓒ김라현 기자
작성자김라현 기자  husisarang@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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