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부담 인상, 장애등급심사 개악, 활동보조 받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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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라현 기자 |
“장애등급심사 강요, 심사비용 본인부담은 정부의 폭력이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하 420공투단)은 19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활동보조 제도개악의 피해사례를 모아 정부에 의한 장애인생존권 탄압의 실상을 폭로하고, 인권위에 그 피해사례를 진정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420공투단은 “2007년부터 시행된 활동보조서비스에 대한 장애인들의 욕구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으나 복지부는 2010년 예산부족을 이유로 본인부담금을 인상하고 장애등급심사를 의무화하는 등 장애인의 생존권인 활동보조서비스의 제도 개악을 단행했다."며 "이때문에 인천, 대전, 대구, 청주 등에서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활동보조서비스 신청을 금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기자회견을 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상임대표 ⓒ김라현 기자 |
박경석 대표는 “선진국에서는 등급제가 없이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장애인들에게 모두 제공하고 있는데 의료적 기준으로만 등급 심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 뒤 “활동보조서비스는 1급뿐만 아니라 2, 3급에도 필요한데, 복지부는 이미 1급을 받은 장애인들의 등급마저 낮춰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는 명백히 예산에 대상자를 끼워맞추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박경석 대표는 이 외에도 ▲재심사 기준타당성에도 문제가 있으며 ▲심사를 받기 위해 신청을 해도 몇 달씩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활동보조서비스를 못 받는 점 ▲심사를 받기 위해서는 20~30만원씩 드는 비용을 자부담해야 한다는 점 등을 꼬집으며 활동보조서비스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 가족과 함께 산다는 이유로 활동보조서비스 신청을 거부당한 전정순 씨 ⓒ김라현 기자 |
인천에 거주하는 전정순 씨는 “부모님이 연세가 많아 더 이상 돌봐주기 어려워 지난3월 해당 동사무소에 활동보조를 신청했지만,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신청을 거부 당했다.”며 “또 부모님에게 재산이 있다는 이유로 수급자가 되지 못해 돈 한 푼 벌지 못해도 자부담을 해야 한다. 한 달 용돈을 5만원 받는데 활동보조비용으로 5만원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인천 민들레자립생활센터 문상근 활동가는 “오늘 나오지 못한 분 중에는 보행은 가능하지만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어 일상 생활에서 많은 활동보조가 필요한 1급 중증장애인이 있었다. 그러나 활동보조 서비스를 신청하기 위해 장애등급 심사를 강요를 받았고 그 결과 2010년부터 뇌성마비 장애인에게 특히 불리하게 바뀐 심사 기준 때문에 등급이 2급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하고 “이렇게 억울한 피해가 계속해서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원하는 활동보조서비스를 더 강력히 요구해야 하고, 인권위도 복지부와 국가에 장애인들의 사정을 제대로 알리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현재 장애인 생활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뇌병변 1급 장애인인 신지은 씨는 “작년 12월 시설에서 퇴소해 인천의 자립생활체험홈에 입소할 예정이었으나 복지부 지침으로 인해 활동보조 신청이 금지당했고, 올해 1월까지 기다려 다시 신청했지만 장애등급심사를 강요받아 어쩔 수 없이 해당 서류를 제출하고 아직까지 시설에서 나오지 못한 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 희귀난치성장애로 등급 외 판정을 받은 권혁선 씨 ⓒ김라현 기자 |
희귀난치성장애인 선천성할로우5증후군이라는 심장장애(2급)와 지체장애(4급), 척추협착증을 가지고 있는 중복장애인인 권혁선 씨는 “작년 5월 면사무소에서 장애등급심사를 해야 한다길래 수백만 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관련 서류를 직접 제출했다. 그러나 심사 결과 희귀난치성장애는 장애등급심사에 관련 기준이 없다고 해 심장장애에 대해서는 등급 외 판정을 받고 지체장애 4급만 인정받아 월 17만원씩 받던 장애수당을 월 3만원밖에 받지 못하게 됐다. 국민은 선진화되는데 정책은 후진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하고 “의사들은 장애등급심사를 한답시고 장애인 가슴에 칼질하지 말고 복지부가 하란대로 하는 충견이 되지 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유흥주 대표는 “장애등급심사를 다시 받으려면 석 달씩 걸린다. 그나마 서울은 빨리 되는 편이지만 서울을 벗어나면 사태는 더 심각하다. 국민연금공단 담당자는 업무가 폭주해서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었는데, 이는 복지부가 무리하게 장애등금재심사를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뒤 “수정바델지수에 따른 장애등급 심사 기준에 따르면 뇌병변장애인들은 정신이 혼미하고 누운 상태로만 지내는 사람들만 1급을 받을 수 있다. 과연 누가 1급을 받아 활동보조를 받을 수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박홍구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모 언론에 어제 OECD국가 중 우리나라가 GDP대비 장애인복지예산이 꼴찌라는 기사가 나왔다. 기사 내용처럼 OECD 평균이 1.2%라는데 우리는 0.1%밖에 안 된다고 한다. 이명박대통령이 지난 10년간 복지예산이 꾸준히 증가됐다고 말하지만 장애인복지예산은 1990년대에도 0.1%, 2000년에도 0.1%, 2010년에도 0.1%다. 도대체 뭐가 늘었다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박홍구 회장은 이어 “사실 이 통계 또한 예전에 나온 건데 장애인언론이 아닌 일반 언론에서는 전혀 관심없다가 장애인의 날을 맞아 이제야 겨우 관심을 갖는다. 364일 차별하고 무시하다가 하루 관심가져주고 상 주고 먹을 거 주는 게 무슨 소용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420공투단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진정서를 제출하기 위해 인권위 7층 인권상담센터로 올라가려 했으나, 인권위 측이 엘리베이터 운행을 멈추고 진입을 막아 1층에서 20여 분 쯤 항의 끝에 7층에 올라갈 수 있었다. 7층에 올라간 공투단 활동가들은 한 시간 가량 이어진 인권위 김옥신 사무총장과의 면담이 끝난 후 진정서를 제출했다.
한편 420공투단은 지난 3월 25일 복지부 앞에서 1박2일 투쟁, 4월 2일부터는 광화문광장 1인시위와 10만인 서명운동을 진행하면서 정부의 장애인활동보조 제도개악을 규탄하고 장애인권보장을 촉구하는 활동을 전개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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