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평범하고 동등한 삶을 누릴 기회를 보장하는 접근권
CRPD 2·3차 최종견해 권고사항 이행방안 제9조, 제21조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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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대한민국 정부가 제출한 UN장애인권리협약 제2·3차 병합국가보고서에 대해 UN장애인권리위원회가 2022년 8월 회신한 대한민국 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는 여전히 장애인의접근성(제9조)과 표현과 의견의 자유 및 정보접근권(제21조)에 대해 이전과 다르지 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제9조 접근성과 관련한 우려를 살펴보면 크게 4가지로 설명되는데 첫째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 편의증진법)’이 건물의 규모와 건축 연도에 따른 면제 조항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정보 및 의사소통 기술과 시스템의 부족을 포함하는 접근성 의무 전반에 대해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조치가 부족하다는 점이고 셋째로는2022년 교통약자 이동편의보장에 관한법률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속·시외·광역버스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했고,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버스 번호 안내와 정보제공이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넷째로 디지털 환경에서 장애인이 정보와 의사소통에 접근하는데 제약이 존재하고, 접근성 보장의 의무를 국가와 공공기관으로 한정했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였다.
제21조 표현과 의견의 자유 및 정보접근권과 관련해서도 두 가지 우려가 표명되었는데, 첫 번째는 공공 및 민간의 매체에서 쉬운 글이나 쉬운 말, 자막, 수화, 점자, 음성 설명 및 촉각, 보조기기나 보완대체의사소통 수단과 같은 다양한 의사소통 기술의 제공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였고, 두 번째로는 방송 프로그램 제공에 관한 지침이나 접근 형식, 등이 적절하게 접근가능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였다.
그런데 우리가 좀 더 우려해야 할 부분은 이러한 UN장애인권리위원회의 우려사항이 지난 2014년에 우리 정부에 통보되었던 제1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 견해의 우려사항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2011년 제출된 대한민국 정부의 제1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 견해에서도 농촌 및 도시지역의 접근가능한 버스와 택시에 대한 우려와 모든 공공건축물에 대한 접근성 기준의 적용, 인터넷과 스마트폰 정보에 대해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의 마련, 방송프로그램의 접근성 강화를 위한 질적 기준의 마련과 같은 권고사항이 제시된 바 있다. 또한 이러한 우려 속에 우리 정부가 제출하는 제2·3차 병합보고서에 정부가 어떤 대책을 수립하고 개선을 추진하였는지 보고해달라고 쟁점목록이 요청되었던 사항들이다.
물론 그사이에 우리 정부도 특별운송수단 확충을 위해 노력했고, 고속·시외버스의 휠체어 탑승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수행하기도 했다. 또한, 편의시설 설치의무 대상 건축물의 바닥면적 기준을 강화하고,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에 대한 접근성 의무를 법제화하는가하면 ‘한국수화언어법’과 ‘점자법’의 제정, 방송법 시행령에 따른 ‘장애인 방송 편성 및 제공 등 장애인 방송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나 ‘장애인방송 프로그램 제공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과 같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여전히 현장에서 장애인이 체감하는 접근권의 확보 수준은 미진한 현실이다. 2019년에 도입한 휠체어 이용 가능고속시외버스 시범 운영 사업은 4개 노선을 대상으로 약 20개월간 운영되었지만 이용 저조와 고속버스 운영사의 소극적참여를 이유로 사업의 지속 여부가 불분명한 현실이 되고 있다1). 2022년 4월에 개정한 ‘장애인 편의증진법’ 시행령 별표1에 이해서 편의시설의 설치 대상이 되는 공공건물 및 공중 이용시설의 기준을 기존의 바닥면적 300제곱미터 이상에서50제곱미터 이상으로 강화하기는 하였지만 이러한 기준 역시 장애인이 집 근처에서 일상 속에 이용할 필요가 있는 편의점과 같은 소매업소를 이용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제약으로 남게 되었다.
또한 이러한 기준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에서 부과한 무인정보단말기 접근성 의무의 적용기준까지 영향을 끼치게 되면서 휠체어 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이 앞으로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집 근처 무인 점포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좁힐 것이라는 우려를 만들고 있다. 정부가 개선한 것으로 보고한 방송 프로그램의 접근성 강화와 관련해서도 수어통역이나 화면해설, 자막제공과 같은 방송접근권 보장 프로그램의 편성 비율을 양적 기준에 의해서만 적용하고 있어 질적으로 동등한 정보가 제공되지 못할 가능성과 프로그램의 편향, 본방송과 재방송에 대한 적용 등에서 만족할만한 수준의 접근권을 보장하기까지는아직도 산적한 과제들을 남기고 있다.
특히 방송 정보 제공의 기반이 기존의 공중파와 지상파 방송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Over-The Top, 전파나 셋톱박스를 사용하지 않고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영상을 전송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나 유튜브와 같은 개인미디어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은 정부가 마련한 방송접근권 보장 대책이 더 빠른 속도로 시대에 발맞춰 업그레이드 되어야 하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UN장애인권리협약이 당사국의 의무로 촉구하고 있는 접근성 이슈는 결국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의 삶을 누릴 기회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하는 문제이다. 특히 4차산업혁명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디지털 기반 사회로 급변하는 시대의 상황을 고려하면 접근성의 확보는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된다. 과거 신체적 장애가 물리적 공간 이동의 제약을 야기켜 장애인이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고립되었다면 지금부터 더욱 급격하게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는 디지털 트윈사회로의 변환 추세 속에서 장애인에게 가해지는 제약과 배제의 문제는 고립을 넘어 사회적 도태의 수준으로까지 장애인의 삶을 위협하게 될 수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디지털 기술의 선도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장애인에 대해 동등한 수준의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디지털 기술에 접근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연동되는 물리적 현실 공간에서도 평범하고 동등한 삶을 누릴 권리를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보다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사회의 개선 의지를 필요로 한다.
제2·3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UN장애인권리위원회의 최종 견해에서 권고된 사항에 따라 물리적 건축물에 대한 접근성 적용의 범위를 보다 신속하게 확장하기 위한 전략의 수립과 모니터링 체계의 구축과 실행, 의무와 제재조치의 강화나 광역·시외 교통수단에 대한 접근성 보장, 디지털 기술과 정보에 대한 보편적 접근성 향상을 위해서는 공공이나 민간 제공자에 대한 제재와 같은 의무 강화 뿐 아니라 기술의 개발과 보급과 같은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필요로 한다. 정부의 노력은 예산과 제도의 강화를 필요로 하는데 접근성 향상을 위한 재정 투입이 관련 기술의 세계 기준을 선도하여 국내 산업을 육성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나, 쉬운 글이나 다양한 보완대체 의사소통 수단의 활성화가 보편적설계(universal design)의 확산을 통해 다문화 사회, 고령사회로 나아가는 우리나라의 통합과 소통을 촉진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효과를 고려한다면 비용이 아닌 투자의 개념으로 인식을 전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장애인이 평범하고 동등한 삶에 접근할 기회를 보장하는 일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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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탑승률 0.3%뿐” 전장연 요구 ‘휠체어 고속버스’ 올스톱(중앙일보 2023.9.8. 보도) 기사 참조”
작성자글. 남세현 한신대학교 재활학과 부교수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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