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도 장애 관련 예산 분석
신년 장애 예산
본문
정부의 예산 편성은 단순히 재정의 수치적 분배 의미를 넘어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작업이다. 최종적으로 결정된 예산으로 올해 시행될 제도와 정책에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국민 전체가 예산에 관심을 갖고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4년도 정부 예산과 관련하여 기획재정부는 저출산·고령화 문제, 지역 간 불균형, 경제 체질 개선 지연 등에 따라 재정 운용의 경직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두텁고 촘촘한 보호체계를 구축하겠다며 ▲복지사각지대 선제 대응 ▲보장성 강화 등 두터운 지원 ▲자립기반 확충을 3대 중점 분야로 선정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함께걸음>에서는 장애 관련 예산의 전체적인 규모와 세부 내용들을 분석·정리한다.
장애 관련 예산 분석 방법과 기준
2023년 12월 21일 국회를 통과한 자료와 각 부처의 세부 사업설명자료(요구안)를 토대로 분석하였다. 설명자료 중 항목에 장애라는 용어가 명시된 경우와 명기되어 있지 않으나 세부 산출근거에 장애가 표시된 경우, 그리고 사업 대상 중 비장애인이 포함되어있어도 진술조력인, 치료감호 제도와 같이 장애당사자가 주요 사업 대상으로 분류되는 경우를 모두 ‘장애 관련 예산’으로 분류하였다. 또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등 장애 관련 주요 부처뿐만 아니라 가능한 모든 부처 중 장애와 관련된 사업에 소요되는 예산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총 예산 규모 비교
2024년 대한민국 정부의 총 예산 규모는 656조 6천억 원이며 이 중 장애 관련 예산은 7조 5천억을 편성, 전체 예산의 약 1.14%를 차지한다. 전체 부처 중 장애 관련예산을 편성한 곳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국가보훈처,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법무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질병관리청으로 총 11개의 부처다. 이는 지난해 <함께걸음> 에서 분석한 장애 관련 예산보다 올해 약 4천억 원 정도 증액되었으나 전체 예산 중 장애 관련 예산이 차지 하는 비율은 전년(1.17%)보다 소폭 감소하였다.
각 소관 세부사업별 장애 예산 증감 분석
1) 보건복지부
2024년 편성된 보건복지부 예산은 122조 3,779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이며 이 중 장애 관련 예산은 총 5 조 22억 3,467만 원, 전년 대비 11.15% 증가했다.
‘장애인 소득보장’ 예산의 경우 예년과 총액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2023년 물가상승률(3.6%)을 반영해 기초급여를 1만 1,630원 인상하고, 부가급여도 1만원 인상하여 월 최대 42만 4,810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장애인 선택적복지’ 항목으로 분류되는 장애인 활동 지원 및 발달장애인 지원 비용은 예년보다 약 17%가 증가하여 총 2조 83억 8,899만 원이 책정되었다. 특히 발달장애인지원 예산이 전년 2,568억 8,600만 원대비 3,567억 3,900만 원 편성되어 예년보다 38.9% 가 증액되었다.
‘장애인일자리지원’ 예산도 전년 대비 7.4% 증액되었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일자리와 관련하여 “전년 대비 2,000개를 확대하여 3만 1,546명의 미취업 장애 인에게 공공일자리를 지원하고, 장애 특성을 고려한 신규 직무 유형 3종(정신장애특화 동료지원활동, 농아인-농아인케어, 발달장애인 물리치료보조)도 추가 개발해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증장애인의 고용과 훈련을 지원하기 위해 179개소 직업재활시설을 대상으로 기능 보강한다.
1월 9일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24년 장애인 정책 주요 추진과제’를 살펴보면 정부는 ▲발달장애인 돌봄 지원 강화, ▲장애인 개인예산제 단계적 도입, ▲장애인 건강권 보장 강화, ▲장애인 소득보장 강화 및 일자리 확대, ▲장애인 편의증진 및 접근권 제고, ▲장애 3법 제·개정 및 장애인정책 거버넌스 강화 등 6개 의 과제를 선정하였다.
이에 따라 장애인 개인예산제 사업 예산이 66.38%가 증액되었으나 해당 사업은 지난해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중도포기자 34명 발생, ▲건강기능식품 구입 수단으로의 전락,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의 한계 등을 이유로 지적받은 바 있다.
2026년 개인예산제 본격 추진을 위해 민간협의체를 구성,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문제들이 보완되지 않으면 오히려 예산 낭비라는 비판에 직면할 우려가 있다. 또 장애인 편의증진과 건강권 보장이 주요 6대 추진과제로 선정되었음에도 관련 사업(장애인건강보건관리사업, 장애인편의증진사업 등) 예산은 전년 대비 감액되었다.
2) 고용노동부
고용노동부의 주요 장애 관련 예산은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기금’으로 올해 약 2조 47억 원이 편성 되었다. 작년 대비 5.49%가 증액된 예산이다.
구체적으로는 장애인 취업성공패키지 사업 예산을 작년 대비 36억 원 증액하여 총 246억 원을 편성하였다. 사업 대상을 기존보다 2,000명 확대하고 조기 취업 성공 수당을 새롭게 신설하였다. 또 중증장애인 근로지원인 지원 대상을 지난해보다 500명 확대하여 총 1만 1천명이 지원받게 됨에 따라 2,420억 원을 추가 편성하였다. 취업이 어려운 중증·장년 장애인에게 인턴 기회를 부여하여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는 장애인 인턴제 사업 예산 또한 300명 인원 확대 분이 반영된 예산이 편성됐다.
3) 국가보훈처
월남참전 및 국내 DMZ 근무자 중 고엽제 후유증으로 장애등급 판정을 받은 자와 그 영향을 받은 자녀에게 생활 안정과 치료비 보조를 위한 수당 등을 지급하는 국가보훈처 내 장애 관련 예산은 약 3천백억 원이 편성되었다.
고엽제수당의 경우 전체 총액은 0.3% 감액되었지만 이는 일반수용비 부분에서 줄어든 것이며 실제로 고엽제 후유의증수당과 후유증2세환자수당의 액수는 예년보다 증액됐다. 고도장애를 기준으로 후유의증수당은 작년 대비 56,000원 증액되어 1,175,000원이 편성되었으며 후유증2세환자수당은 10만 원 증액되어 2,093,000 원이 편성됐다.
4)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의 총 예산 6조 9천억 원 중 장애 관련 예산은 1천 9백억 원으로 약 3%의 비중을 차지한다. 장애 관련 예산은 전년(1천 6백억 원) 대비 약 16.5%가 늘었다.
구체적으로는 특수언어 진흥기반 조성사업을 예년보다 15억 원을 증액하였고 장애예술인을 지원하는 함께누리 사업비는 23억 원 증액하였다. 또 장애인 체육활동 증진을 위한 장애인체력인증센터 운영 예산은 올해보다 32.3% 증액된 31억 원이 편성됐다. 장애인에게 생활체육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스포츠강좌이용권 예산은 올해 116억 원 대비 74억 원 늘어난 190억 원으로 월 지원액이 9만 5000원에서 11만 원으로 늘어난다.
‘열린관광 환경조성’은 「관광진흥법」 제47조의 3 및 제 47조의 4에 따라 장애인 등 관광취약계층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으로, 2024년도에는 2023년도 계획액 81억 5,800만 원보다 25억 2,300만 원(30.9%) 증액된 106억 8,100만 원이 편성되었다. 특히 2016년도부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여러 장애인단체들이 시·청각장애인의 영화향유권 보장을 위해 오랜 법정투쟁을 이어온 결과로 얻어낸 ‘장애인 동시관람 장비지원’ 사업비 31억 9,700만 원을 신규 편성한 점이 돋보인다.
5) 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의 장애 관련 예산은 약 2천 3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3%인 67억 원이 증액되었다. 이는 전체 국토 교통부 예산 60조 원 중 0.3% 비율을 차지하는 금액이다.
구체적으로는 장애인콜택시 등 특별교통수단 도입보조 사업이 전년 대비 약 255억 원(75.4%)이 증액되었고, 중증장애인이 광역 간 이동을 원스톱으로 예약·이용할 수 있는 교통약자 이동편의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비용 34억 8,700만 원이 신규 편성되었다. 반면 저상버스 도입보조 사업은 전년 대비 220억 2,400 만 원이 감액되었고, BF인증사업이 전년 대비 1억 9,000만 원, 교통약자 장거리 이동지원사업이 전년 대비 1억 5,000만 원 감액되었다.
6) 법무부
법무부의 장애 관련 예산은 954억 원이며 전년 대비 8% 증가했다. 구체적으로는 진술조력인 양성 및 배치 사업 예산이 전년 대비 7.35%가 늘었고 피해자 국선 변호사 지원 예산은 18% 이상이 증가되었다. 또 법률 구조와 치료감호 예산 모두 8% 늘었다. 이 중에서도 진술조력인과 국선변호사 지원은 수사절차 상에서 정신적·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장애당사자의 사법접근권을 보장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제도로 관련 예산이 증액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7) 교육부
교육부 내 장애 관련 예산은 보편적인 학교 운영 예산 안에 통합교육 등과 관련된 내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 별도로 분리하여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다. 특수교육과 평생교육 중심으로 파악했을 때 장애 관련 예산은 전년(610억) 대비 약 27%가 감소하였다.
가장 크게 감액된 예산은 국립대학 부설 특수학교 설립비로 약 86% 감액되었으며 장애 학생 학습콘텐츠 제작 및 자료개발비에 사용되는 특수교육 내실화 지원사업 예산도 전년 대비 감액되었다. 또 장애인 평생 학습도시를 조성하는데 사용되는 운영비도 전년 대비 약 27%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장애 학생에 대한 체계적·전문적 고등교육 및 취업 지원 등 장애인 고등교육지원을 위한 예산은 8억 원 증액되었다.
8) 여성가족부
여성가족부의 장애 관련 예산은 전년 대비 대폭 감액되거나 전액 삭감되었다. 인신매매 피해자를 지원하는 사업 예산은 전년 대비 44% 이상이 감액되었다.
다만 인신매매방지법에 근거해 지난해부터 운영되기 시작한 중앙인신매매등피해자권익보호기관 사업비는 지난해보다 1억 원 증액됐다. 또 전년도에 13억 원이 편성되어있던 여성가족부의 가정폭력·성폭력 재발방지사업(13억 원)이 전액 삭감 되었고 장애 아동·청소년 특화 찾아가는 폭력예방교육 사업은 신규로 3억 원이 편성되었다. 성폭력 피해아동·청소년 영상증인신문 지원 예산은 4억 7천억 원이 증액됐다.
9)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보소외계층의 정보접근기회 제공 및 건전한 정보이용환경 조성비로 활용되는 ‘생산적정보문화조성(정보화)’ 사업 예산을 전년 대비 830억 원을 감액하여 120억 원을 편성하였다. 감액된 사유에 대한 디지털포용정책팀의 설명에 의하면 정보소외계층에게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디지털배움터 사업 예산이 감액된 데 따른 것이다. 한편, 독서확대기, 입술마우스 등 장애인에게 직접적 으로 보조기기를 지원하는 ‘정보통신기기보조사업’ 예산은 장애계의 증액 요구가 있었으나 전년과 동일 하게 40억 원으로 유지되었다.
10) 중소벤처기업부
중소벤처기업부의 장애 관련 예산으로는 국고보조금 부정회계 관련 지적을 받았던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운영 예산이 포함된 장애인기업육성 사업이 있으며 이는 전년(103억) 대비 2억 증액되었다.
11) 질병관리청
질병관리청의 장애 관련 예산은 ‘한센병환자관리지 원’ 사업(114억)으로 전년(112억) 대비 2억 원 증액되었다. 해당 사업의 수혜자 중 75% 이상이 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본 사업은 한센병 환자의 조기발견과 재활치료, 생계지원 등 의료 및 복지지원을 통한 사회 복귀를 도모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다.
11개 부처 이외에도 국가인권위원회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의 예산에도 변화가 두드러진다.
국가인권위원회 예산 중 ‘인권보호 및 향상’ 예산은 약 413억 원으로 예년보다 2억 9천만 원 증액 편성되었다.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 인권보호 예산 역시 예년 대비 5억 3천만 원 증액되었다. 그러나 인권감수성의 사회적 확산 예산, 인권교육 활성화 예산은 전년 대비 감액되었다.
형제복지원과 같이 과거 국가폭력의 진실을 밝히는 진실화해위원회 예산 중 진실규명 신청 건에 대한 조사 진행, 진상규명결정 등의 업무수행비에 소요되는 진실화해위원회 운영비가 23년도 70억 원에서 올해 34억 원으로 약 36억 원이 감액되었다.
총평
2024년도 장애 관련 예산은 수치로는 총 규모가 증액되었지만, 물가상승률과 더불어 전체 예산 중 장애 관련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을 고려하면 전반적으로큰 변화 없이 ‘현상 유지’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특히 보건복지부에서 ‘장애인 선택적 복지’ 예산을 대폭 증액한 것으로 비추어봤을 때 이번 정부에서는 약자 중에서도 특별히 ‘선별된’ 약자를 지원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사회취약계층 중에서도 더욱 소외된 장애인, 이 중에서도 더 많은 돌봄과 지원이 요구되는 최중증장애인에게 많은 예산이 도입되는 것은 긍정적이기도 하나 선별적 지원기준에 따라 오히려 그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이 어려움에 직면할 우려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체육·영화·언어 등 각종 예술 분야에 장애를 보다 더 고려하여 많은 예산을 투입하게된 점, 특히 장애계의 오랜 염원이었던 장애인 동시 관람 장비지원 예산이 신규 도입되고 국토교통부에서 중증장애인이 광역 간 이동을 원스톱으로 예약·이용할 수 있도록 한 교통약자 이동편의 통합관리시스템은 장애당사자의 편의를 적극적으로 고려한 측면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해양수산부가 작년에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를 높이기 위한 시설물 설치 목적으로 5억 원을 편성하였던 ‘연안여객선 교통약자 편의시설 설치지원’ 비용이 전액 삭감되었는데 이는 2020년부터 시행된 ‘교통약자 이동편의시설 설치지원 사업’ 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예산이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교통수단별 이동편의시설 설치 현황(2023년 기준)에 따르면 여객선의 이동편의시설 기준적합 설치율은 37.8%로 저상버스(95.8%), 도시철도(96.0%), 항공기(73.7%) 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므로 지속적인 사업 필요성이 요구된다.
또 비장애여성에 비해 가정폭력 노출에 취약한 장애 여성의 가정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제도적 차원에서 실시되고 있으나 올해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2019년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발간한 ‘장애여성과 비장애여성의 가정폭력 실태 비교분석’에 따르면 장애여성은 1년 동안 한 번 이상의 가정폭력을 경험한 비율이 전체 응답자의 57.4%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특히 지적장애를 가진 여성일수록 가정폭력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가정폭력에 대한 대응 방법으로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다’가 44.4%로 나타났다.
나아가 지난 국정감사에서 지적되었던 장애 관련 사업에 대해서는 충분한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개인예산제 모의적용 사업의 설계 문제, 복지사각지대 발굴 대상자는 늘렸지만 지원 대상자는 일부에 국한되는 문제, 재난 시 장애인 대응체계가 부족한 부분, 시설 퇴소 장애아동의 자립 문제, 장애 관련 단체의 국고보조금 부정회계 문제 등에 대해서는 보다 더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출범 이후부터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하며 ‘장애인 맞춤형 통합지원을 통한 차별 없는 사회 실현’을 국정과 제로 삼은 현 정부가 푸른 용의 해, 갑진년을 맞이한 만큼 장애인의 보다 ‘값진 삶’을 위해 예년보다 더 적극적인 의지를 다져주길 바란다.
2024년도 예산이 확정됨에 따라 장애인 당사자 및 관련 종사자들에게 달라지는 내용을 표로 정리한다.
작성자글. 김영연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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