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솔루션 씨큐어패스, 장애인 웹접근성 무시 논란 > 기획 연재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지난 15일 선보인 보안 솔루션 씨큐어패스가 장애인의 웹접근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키보드 입력을 통해 패스워드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그래픽과 마우스 등을 이용해 패스워드를 입력하는 씨큐어패스는 매번 랜덤하게 바뀌는 비밀번호 입력판에 인증업체가 지정하는 글자를 마우스로 비밀번호를 끌어서 입력하는 방식 등 4가지로 개발돼 키보드로 비밀번호를 입력 시 해커에게 노출될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보안성이 뛰어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솔루션이 키보드로는 원천적으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씨큐어패스가 상용화 돼 인터넷 뱅킹 등에 적용되면 화면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과 마우스 이용이 불편한 지체, 뇌병변장애인 등은 이용이 불가능 해 온라인을 통한 은행업무를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최선호 활동가는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점자가 입력된 공인인증서를 발급해주지 않거나 센스리더 등 시각장애인 소리음성 프로그램을 이용해 인터넷 뱅킹을 하는 방법이 복잡해 현재의 은행업무도 온라인에서 처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씨큐어패스 솔루션이 인터넷 포털, 금융기관, 보안업체 등에 전수돼 상용화되면 사실상 그 사이트들은 시각장애인과 지체, 뇌병변장애인 등 마우스를 통해 접근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막게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충북대학교 모비즈랩역시 공지사항 글을 통해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사용하는 공인인증서 제도가 미국과 유럽 등 다른 국가에서 사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잘 생각해 볼 일.”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장벽을 마련하려는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시도는 시대착오적이며, 그 발상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재활법 508조를 통해 키보드를 사용할 수 없는 애플리케이션은 연방정부가 조달할 수 없다록 규정하고 있으며, 한발 더 나아가 접근성 표준을 훨씬 넓은 각도에서 조명하는 개정안을 발표하고 의견 수렴 중에 있다.”며 “결국 이 기술은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 상용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씨큐어패스가 일반적인 로그인 환경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기술이기 때문에 강력한 보안정책 등이 필요한 특정분야에 한정돼 쓰이게 될 것.”이라며 “온라인 뱅킹에 도입되더라도 현재 은행에서 가상 키패드를 활용하는 방식 등이 이용되는 것처럼 키보드 입력방식과 함께 사용하게 될 것이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으로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과 소프트웨어 접근성 지침에는 ‘키보드로만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으며, 마우스 만을 이용할 경우는 붓질과 같이 궤적이 중요한 용도로 사용하는 등 최소한의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