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걸음 22년, "더불어 걸어가겠습니다"
창간22주년 발행인 기념사
본문
▲ 발행인 김성재 이사장 |
돌이켜보면 <함께걸음>이 창간된 22년 전, 1988년만 해도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평등한 사회생활을 하고 우리 사회를 차별 없는 아름다운 사회로 만들어가기 위해 함께 일하고 걸어간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비장애인은 말할 것도 없고 장애인들조차 어림도 없는 꿈을 꾸는 것 아니냐고, 마치 젊은 장애인 몇 명이 만용을 부리는 것처럼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1988년은 우리나라가 올림픽을 개최했기 때문에 이어서 장애인올림픽도 개최되었는데, 장애인올림픽을 개최하는 나라의 정부 장애인정책과 국민적 인식은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실정이었습니다. 장애인은 평등한 인간일 수가 없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다고 하는 것이 도리어 불평등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기에 장애인은 인도주의 정신에 의한 불쌍한 대상으로만 존재해야 했습니다. 비장애인의 시혜적 존재로만 머물러야지 자신의 권리와 평등을 주장하면 마치 ‘빨갱이’처럼 취급했습니다.
그러나 <함께걸음>의 신념과 꿈을 가진 젊은 장애인들은 장애인 정책은 시혜가 아니라 인권에 근거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 신념을 현실로 만들어 가기 위해 참으로 엄청난 고통과 박해를 견디어 내며 피나는 노력을 했습니다.
이 결과 20년이 지난 오늘, 아직도 우리사회에는 장애인 차별이 만연하지만 그 때와 비교하면 천지개벽에 가까운 변화와 발전이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오늘 이만큼의 장애인 인권과 복지를 실현하게 된 것이 <함께걸음>에 참여한 장애인들만의 노력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올곧게 장애인 운동을 전개해온 결과라는 점에서는 자긍심을 가집니다.
무엇보다 이제는 누구도 장애인이 부정한 운명이거나 조상과 부모의 죄 때문에 잘못 태어난 저주스러운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한 장애인은 무조건 무능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장애인은 과거에 집 밖에 나오지도 못하게 했고 나올 수도 없었는데, 지금은 편의시설과 이동권의 제한은 있지만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교육과 일할 기회도 확장되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이만큼 달라졌고, 장애인 정책이 시혜가 아니라 인권에 근거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정부나 비장애인의 시혜가 아니라 장애인들이 스스로 힘을 모아 함께 쟁취한 것입니다.
옛 생각이 납니다.
1998년 장애인올림픽 때 언론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호칭을 장애인은 비정상인으로, 비장애인은 정상인으로 불렀습니다. 그래서 “장애인도 정상인이다”라는 글을 언론에 기고하고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언론은 “장애인 선수가 잘하면 정상인보다 못하지 않다”고 격려 차원에서 말했지만, “장애인은 비정상인이 아니라 정상인이며, 비정상인은 장애인을 차별하고, 장애인을 이용해 치부하는 비장애인이 도리어 비정상인이다.”라고 했습니다. 이제는 정부와 언론 모두 공식적으로 ‘장애인’ ‘비장애인’ 이렇게 부르게 되었습니다.
또 1990년에 「장애인고용촉진법」 제정 운동을 할 때 “왜 무능한 장애인을 2% 의무고용해야 하느냐”고 정부와 기업들이 모두 반대했고,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장애인들도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아직도 전국경제인연합회 같은 대기업 단체들은 기회만 있으면 ‘장애인 고용제도는 준조세’라고 폐지 주장을 하고 있지만, 장애인 의무고용은 인권과 사회정의에 기초한 돌이킬 수 없는 제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1994년까지 장애인은 의무교육에서조차 제외되었는데 이제는 의무교육과 통합교육을 받게 되고, 지하철에 리프트도 설치 안 해주었는데 이제는 모든 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는 것이 당연하게 인식되는 등 장애인에 대한 기본권이 어느 정도 보장받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이제는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는 장애인의 권리가 지난 22년간 참으로 무참히 짓밟혔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우리의 역사에서 중요하게 인식해야 할 것은 지난 22년간의 장애인 인권과 권리 투쟁이 결코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신영복 선생이 함께걸음 창간 20주년을 축하하며 보내온 축서 |
장애인의 권리가 증진되는 만큼 비장애인의 권리도 증진되었습니다. 장애인이 평등한 사회참여와 통합된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비장애인도 똑같이 평등한 기회와 사회통합을 누리며 살게 됩니다. 장애인이 편리하면 모든 사람들이 편리하고 장애인이 행복하면 비장애인을 포함해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됩니다.
우리가 ‘함께걸음’을 하자고 제안하고 운동하고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좌절하거나 타협하거나 굽히지 않고 22년의 <함께걸음>을 계속한 것은 바로 이런 꿈과 신념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함께걸음>과 같이 했던 지난 22년의 역사를 드라마로 만들면 수십 편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함께걸음>의 지난 22년의 역사는 우리나라 장애계의 산 역사이며, 우리나라 사회사의 실체입니다.
다시 한 번 <함께걸음>의 후원자로, 독자로, 일꾼으로 참여한 <함께걸음>의 모든 가족들에게 깊은 감사와 찬사와 존경을 드리며 새로운 다짐으로 꿈과 희망, 신념의 역사를 계속 일구며 <함께걸음>의 행진을 계속해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작성자김성재 (발행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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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선덕여왕님의 댓글
선덕여왕 작성일벌써 22년이라니..함께걸음을 알고 본지도 5년이 넘었네요. 그동안 많은 소식과 정보를 접하면서 장애에 대한 장애인에 대한 생각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소외된 사람들의 실상을 전해주면서 그들의 소리를 대변해 주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앞으로도 그들의 소리를 들려주세요. 또한 곳곳에 재미있는 소식도 전해주세요. 장수하길 바랍니다. ^^
미실님의 댓글
미실 작성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아무도 인정치 않는다는 생각많이드시죠?
하지만 지켜보는 이들이 있답니다. 장애인계의 한겨레, 경향일보, 함께걸음의 가치를 놓지않고 가길 기원하면서 생일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