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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몇 푼 집어주면 비장애인도 장애인 될 수 있다?

[초점] 장애인 등록제도 허점 이용한 가짜장애인 무더기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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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등록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가짜 장애인이 무더기로 적발돼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이 충격을 주는 것은 적발된 가짜 장애인 수도 많지만, 그보다는 가짜 장애인을 만드는 데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수법이 동원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가짜 장애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주로 병원들에서 의사나 사무장들이 브로커의 돈을 받고 비장애인에게 장애인 진단서를 발급해 주는 게 일반적인 수법으로 사용됐다.

그런데 이번에 적발된 사건을 보면 병원 대신 장애인 단체 간부가 주범으로 등장하고 있고, 가짜 장애인을 만드는 과정에 다른 사람도 아닌 장애인 당사자가 동원됐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의 내막을 살펴봤다.

사진 바꿔치기 수법 사용해서 장애인 등록

지난 1월 말 광주지검 목포지청 문영권 검사실은 장애인이 아닌 비장애인에게 돈을 받고 장애인등록증을 만들어 준 혐의로 목포시내 모 장애인단체 임원 강아무개(52)씨와 박아무개(42)씨 등 알선 브로커 2명을 구속하고, 대리 장애인과 의뢰인 등 총 5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밝힌, 가짜 장애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된 새로운 수법은 다음과 같다.

현 장애인 등록 제도는 장애인이 주소지 관할 읍·면·동사무소에 장애인 등록신청을 하면 읍 면 동사무소는 장애진단 의뢰서를 발급해서 병원 등 의료기관에 장애진단을 의뢰하게 되어 있다. 이 때 읍·면·동사무소는 장애진단서 2부에 장애인의 사진을 붙여 의료기관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데, 병원에서 장애판정을 한 후 장애진단서 1부는 의료기관이 보관하고, 1부는 읍·면·동사무소를 통해 관할 시 군 구에 제출하게 되어 있다.

문제는 이 과정이 모두 서류로만 진행된다는 것이다. 현재 읍·면·동사무소에서는 민원인이 장애진단서를 가지고 오면, 장애인인지 아닌지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고 병원이 발급한 장애진단서를 접수해서 장애인등록증을 발급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 등록 과정에서, 행정기관이 장애인인지 아닌지 실제로 확인하지 않는다는 제도상의 허점을 이용해서 범죄가 가능했다는 게 검찰 얘기다.

검찰이 밝힌 새로운 수법의 가짜 장애인 등록 과정을 살펴보면 의외로 간단하다. 먼저 장애인 등록증이 필요한 비장애인이 알선 브로커에게 돈을 주면, 브로커는 읍·면·동사무소에서 발급한 장애진단서에 비장애인 의뢰인의 사진 대신, 단체 회원인 중증장애를 갖고 있는 장애인의 사진을 붙인 다음 그 장애인으로 하여금 병원에 가서 장애 진단을 받아 오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 다음 대리 장애인이 병원에서 장애진단서를 받아 오면 다시 사진을 교체해서 비장애인 사진을 붙인 다음 그 장애 진단서를 읍·면·동사무소에 제출해서 장애인 등록증을 발급받는 수법이 동원됐다고 한다.

가짜 장애인등록증 발급 받아 취업 성공하기도

검찰은 이번에 적발된 돈을 주고 가짜로 장애인 등록증을 발급 받은 비장애인 의뢰인 중에는 객관적으로 사는 형편이 어렵지 않다고 판단되는 언론사 기자 1명과 공기업 임원 1명 그리고 현직 교사도 1명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에 적발된 가짜 장애인 중에는 장애인 등록증을 발급받은 후 고용에서 장애인을 우대하는 고용촉진 제도를 이용해 기업에 취업한 장애인도 여러 명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이번에 적발된 비장애인 고 아무개 씨는 브로커에게 3백만원을 주고 3급 장애인 등록증을 발급받은 후 기업의 신입사원 모집에 장애인 신분으로 응시해 우대 점수를 받고 취업했다는 게 검찰 얘기다.

이밖에도 이번에 적발된 가짜 장애인들은 비교적 중증으로 분류되는 3급 장애인 등록증을 발급받은 예가 절반이 넘는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3급 장애인 이상이어야 자동차 구입 때 세금 감면 혜택을 받고, 철도나 비행기 이용요금 할인 등 많은 장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 역시 검찰 얘기다.

복지부, 등록제도 까다롭게 시행한다지만 역부족

장애인이 취업해야 할 자리에 가짜 장애인이 취업하고, 장애인만이 받아야 할 혜택을 가짜 장애인이 받으면서 결과적으로 장애인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은 없는 걸까,

보건복지가족부 장애인정책과 담당자는 먼저 “작심하고 저지르는 범죄는 복지부에서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담당자는 “대신 올해부터 가짜 장애인 등록을 막기 위해 장애인 등록제도를 까다롭게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담당자에 따르면, 1급과 2급 3급 장애인으로 등록할 경우 예전에는 병원의 장애 진단서만으로 가능했지만, 올해부터는 장애인이 병원에서 장애 진단서를 받아오면 읍·면·동사무소에서 바로 장애인 등록증을 내주지 않고, 장애인 진단서를 국민연금공단에 보내 심사를 받게끔 제도를 바꿔서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읍·면·동사무소의 의뢰를 받은 국민연금공단내 장애판정위원회에서는 병원에서 규정에 맞게 장애 판정 심사를 했는지 꼼꼼하게 살펴본다고 하는데, 그런 후 문제가 있으면 장애인에게 재심사를 통보하고, 문제가 없으면 읍 면 동사무소에 통보해서 장애인등록증을 발급해 주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 복지부 담당자 얘기였다.
하지만 복지부의 이런 바뀐 장애인 등록제도 시행도 사진을 바꿔치기하는 수법 등에는 여전히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어 가짜 장애인 등록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가짜 장애인 등록은 용납될 수 없는 범죄행위다. 때문에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장애인 당사자들은 이런 범죄행위에 협조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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