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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관용 간직한 독일 성년후견제도

독일 성년후견제 연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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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년후견제추진연대 연수팀 출발사진 (사진제공=성년후견제추진연대) 들어가며

본 기고의 계기는 한국사회복지사 해외연수의 일환으로 성년후견추진연대 소속의 사회복지사들과 함께 “성년후견제 서비스 전달체계 및 운영방식 벤치마킹”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지난 2010년 1월 16일부터 26일까지 독일을 견학한 것이다.

성년후견제 연수팀은 한국장애인정책연구소 김정열소장을 팀장으로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사회복지사들과 성년후견추진연대의 법무사가 참여하였으며, 필자는 연수팀의 감독자(슈퍼바이저, Supervisor) 입장으로 동반했다.

연수팀에서는 독일 성년후견제 탐방을 위해서 반드시 방문하여 정보와 자료 수집이 필요한 기관들을 미리 선별하였다. 독일 성년후견제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성년후견법원((Betreuugsgericht)과 성년후견주무관청(Betreuungsbehoerde) 그리고 성년후견사단(Betreuungsverein)등 3개 기관을 선정하여 독일 북부의 브레멘(Bremen)주의 브레멘(Bremen)시와 남부의 바덴뷰텐베르크(Baden-Wuerttenberg)주의 수도 슈투트가르트(Stuttgart)市를 각각 방문하였다.

독일의 성년후견은, 성인이 정신질병 신체 심신상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의 사무를 전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경우, 후견법원은 본인을 위하여 자신의 청구 내지 직권으로 후견인을 선임한다.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후견인을 선임하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다만 당사자가 자신의 의사를 표시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렇지 아니한다(독일민법 1896조 제 1항). 즉, 성년자가 자신의 업무를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돌볼 수 없어야 하며, 이는 전문가의 감정에 의한다. 전문가에 의한 감정은 후견의 범위와 기간 등, 그 필요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전제요건이며, 성년후견인을 임명할 때에는 그 필요성(Erforderlichkeit) 이 있어야 한다.

독일의 성년후견법이 필요성의 원칙을 기본원리로 채택하고 있는 이유는 구 민법상 제도의 경직성을 피하고자 하는 이유에서였다. 그리하여 1991년에 개정된 현재의 성년후견법(Betreuungsgesetz)은 장애의 종류나 경중을 묻지 아니하고 개별적인 경우에 구체적으로 필요한 범위에 한해서 법적 보호가 미치게 하려는 목적을 가지게 되었다.

    ▲ 브레멘시 레벤스힐떼에서 운영하는 지역사회 내 그룹홈 거주인 당사자와의 대화 (사진제공=성년후견제추진연대) 독일 성년후견제의 법적인 절차와 전달체계

- 성년후견의 법적인 절차
성년후견은 후견법원에서 관리되며 성년후견이 필요한 사람은 직접 후견을 요구할 수 있다. 육체적으로만 장애가 있는 경우 성년후견은 직접적인 신청을 통해서 받아들여지며, 그렇지 않은 경우 법원은 후견대상자의 신청이 없이도 후견을 결정할 수 있다. 또한 누구든지 제 3자 (예를 들어 가족, 이웃, 혹은 관청) 역시 법원에 후견인의 필요성을 제안할 수 있다.

성년후견의 명령은 우선적으로, 현재 성년후견요구자가 신청을 하거나 통상적으로 체류하는 지역의 법원에 권한이 있다. 성년후견 대상자에게 자신의 이해를 인지시키는 일이 필요한 한에서 법원은 소송을 도울 수 있는 조력자를 선임한다.

소송 조력자는 예컨대 가족이나 친구 등 아는 사람들 중 신뢰할 만한 사람들, 즉 자원봉사자 중에서 우선적으로 선임된다. 소송 자원봉사자 가운데 적임자가 없다면, 직업적으로 후견의 업무를 보는 사람, 특히 후견사단에서 일하는 사람, 사회복지사, 혹은 변호사가 선임된다.

- 후견 대상인에 대한 직접 청취
법원은 후견과 관련된 일을 결정하기 전에, 소수의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후견 대상자를 직접 청취하여 직접적인 인상을 얻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판사는 후견 대상자의 인성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었다고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법원은 후견 대상자의 요구가 있거나 사실의 해명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평상적인 환경 속에서 후견 대상자의 면담을 통해 정보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후견 대상자가 판사의 내방을 반대할 경우 청취는 법정에서 개최된다. 법원은 이러한 단계에서 감정인을 입회시킬 수 있으며, 후견 대상자의 소망에 따라 그가 신뢰하는 사람 한 명이 참여할 수 있다. 최종면담의 경우 후견 대상자를 직접 청취하고 있다.

- 제3자의 참여
법정은 후견 대상자의 요구나 사실해명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후견관청에 입장표명의 기회를 부여한다. 동반자 법에 따라 부부, 동반자, 부모, 양부모, 자식들이 입장을 표명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 감정인의 소견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법원은 감정인으로부터 후견의 불가피성과 범위 및 도움이 필요한 예상 기간을 듣고 난 후에야 후견을 결정한다. 감정인은 소견의 제출 이전에 후견 대상자를 직접 조사하고 조회한다. 법원은 소견서를 의료보험의 의학적 소견서와 함께 요구하게 되며, 후견 대상자나 소송조력자의 동의를 구하고 이것을 후견인의 선임에 이용한다.

- 고지, 효력, 후견 증명서
후견에 대한 결정은 후견인과 소송조력자, 그리고 후견담당주무관청에 고지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성년후견인에게 고지되는 것과 더불어 결정이 효력을 갖게 된다. 후견인은 법원에서 선임에 대한 증명서를 획득했다는 사항을 구두로 말할 의무가 있다. 이 문서는 후견대상자를 대리 할 필요가 있을 경우 증명서로 사용된다.

    ▲ 슈투트가르트시 성년후견주무관청의 피쉬바흐 박사와의 대담 (사진제공=성년후견제추진연대) 독일성년후견제의 전달체계

- 후견법원(Betreuugsgericht)
성년후견법의 가장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는 자원봉사 후견인이 까다로운 후견업무를 혼자 떠맡지 않게끔 하는 것이다. 후견법원은 개인적인 상황과 재산상황 등을 고려하여 후견을 이행하는데 적합한 사람을 선정하며, 적합한 사람이 여럿일 경우 부모의 의도를 추정하고 후견대상자의 인척관계 및 종교적 성향 등을 고려한다.

법원은 후견인의 선정에 앞서 심각한 지연이나 과도한 지출이 야기되지 않는 한 후견대상자의 인척들의 견해를 경청하고 있으며, 어떠한 경우라도 판사가 직접 후견대상자를 면담하여 성년후견을 최종 결정하고 있다.

후견법원은 법적으로 규정된 업무영역에서 후견이 요구되는 사람과 그에 관련된 일을 합법적으로 처리하며, 후견이 요구되는 개별 영역에 개인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자연인을 후견인으로 선임한다. 즉, 성년후견인이 될 수 있는 자는 원칙적으로 자연인이며, 법인이나 관청은 예외적인 경우에 한한다. 후견법원은 한 쌍의 부부를 공동 후견인으로 선임할 수 있으며, 그 이외의 경우 후견법원은 더 많은 후견인을 선임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피후견인에게 단 한 사람의 후견인만을 선임한다.

- 성년후견주무관청(Betreuungsbehoerde)
주무관청(성년후견을 담당하는 행정관청)은 성년후견의 실행과 관련된 사항과 지원 및 관리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주무관청은 성년 후견대상자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예를 들어, 일반적인 사회봉사, 가사 일을 돕는 것에 대한 보상, 점심식사 배달, 지역후견인, 병원, 입원시설에 입원가능한 자리가 나면 연결시켜주는 일 등)을 제공한다. 또한 주무관청은 후견법원과 연계하여 성년후견이 원활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지원한다.

성년후견주무관청은 법원과 판사의 요청에 따른 정보를 제공하며 성년후견인에게 전문적인 도움을 주고 임무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성년후견인에게 필요한 입문 및 재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며, 후견인으로 하여금 원활한 후견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교류 기회를 주선한다.

- 성년후견사단(Betreuungsverein)
자원봉사 성년후견인의 활성화와 효과적인 후견을 위해서 후견사단을 두고 있다. 독일 민법은 ‘개인적인 성년후견’으로 인하여 법인 및 관청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성년후견제의 실행에 있어서 중요한 과제인 적합한 인물을 폭넓게 확보하고 교육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성년후견을 담당하는 후견사단(Betreuungsverein)과 관청후견인(Behoerdenbetreuer)을 두고 있다.

후견사단이 법적으로 효력을 갖는 단체로 승인 받으려면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보증되어야 한다.

첫째, 충분한 수의 적합한 인력을 갖추고 이들이 감독하고 추가적인 교육을 받으며, 임무수행 중에 가해지는 상해에 대해 적절한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둘째, 자원봉사 후견인들을 구하는 노력을 해야 하며 이것을 후견사단의 임무에 도입해야 하고 후견인의 연수교육 및 상담을 제공해야 한다.

셋째, 계획에 따라 예방대리권과 후견의 지시를 고지해야 하며, 후견인들 간의 경험교환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이상의 조건들이 충족되면 후견사단으로 효력을 인정받으며, 승인은 모든 연방 주에 유효하다. 또한 승인은 무효화되거나 조건부로 승낙될 수 있다. 이러한 후견사단에 대한 정보는 주무관청에서 얻을 수 있으며, 세부적인 사항은 주의 법에 따라 정한다.

- 성년후견 절차비용(Gerichtskosten)과 보수(Verguetung)
일반적으로 성년후견과 관련하여 감정서를 포함한 법원의 신청비용은 크지 않다. 년 기준으로 매 5천유로의 재산 당 5유로의 비용이 소요되며(현재 1유로 당 원화는 1천650원 정도임), 기존 재산을 합쳐서 산정하지는 않으며, 기본 재산이 2만5천유로 이상 일 때 비용이 발생한다.

독일의 성년후견은 기본적으로 자원봉사이며 무상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법원이 후견인을 직업적으로 수행하도록 그 선임을 결정했을 경우에는 유상으로 진행된다. 이 경우 보상의 액수는 후견보상법(VBVG: Gesetz ueber die Verguetung von Vormuendern und Betreuern)의 규정에 따라 이루어진다.

직업성년후견인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직업활동 내에 성년후견업무가 포함되는 경우이며, 주당 20시간 이상 성년후견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와 최소 11건 이상의 성년후견을 담당하고 있는 경우이다. 이처럼 유상의 경우 후견인은 직업적 수준에 따라 시간당 요금을 27~44유로 사이로 받는다.

후견의 수행은 후견 대상자에 대한 후견과 체재가 얼마간 지속되었는가, 그것이 시설에서 이루어졌는가 아니면 자택방문의 형식으로 진행되었는가에 따라 한 달에 총 2 시간에서 7시간 사이에서 사례가 지급된다. 그러나 후견 대상자가 지불능력이 있으면 한 달에 총 2.5~8.5 시간에 대해 사례가 지급된다. 하지만 후견의 대상자가 지불능력이 없을 때에는 사례금이 국고에서 지급된다.

예측 가능한 비용은 선불로 지불될 수 있으며, 후견인들은 비용을 개별적으로 청구할 것인지 아니면 경비에 대한 요구발생분의 지불에 대해, 현재 연간 323유로로 책정되어 있는 법적으로 예상된 총액을 요구할 수 있다.

    ▲ 브레멘시 성년후견법원의 쉬니트거 판사와의 면담 (사진제공=성년후견제추진연대) 마무리하며

정확히 5년 만에 다시 가 본 독일의 베를린 장벽은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직도 남아 있는 장벽을 보면서 세월의 무상함과 인고의 시간들이 필요함을 느꼈다.

짧지 않은 독일 방문기간 동안 늘 나의 머릿속에서 차갑게 스쳐간 두 단어는 ‘이성’(Vernuft)과 ‘관용’(Toleranz)이라는 단어였다. 독일 사회와 성년후견제는 그렇게 예전부터 그리고 앞으로도 이성과 관용을 간직하고 있을 것 같다.

사족이라고 느끼지만, 성년후견제가 입법화되어 우리 사회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성년후견 담당법원의 역할과 후견업무를 담당할 성년후견인의 양성과 공급이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왜냐하면 후견인의 업무는 후견대상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법률적인 사항뿐 만 아니라 당사자 본인의 신상과 관련하여 고령자나 장애우의 신체적, 정신적 특성, 각종 생활시설의 처우와 상황 그리고 이들이 이용 가능한 공공 및 민간 복지서비스의 내용 등이 관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독일과 같이 원활한 성년후견인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성년후견인을 선발하고 교육하는 업무와 후견인을 지원하고 관리하기 위한 가칭 ‘성년후견주무관청’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향후 우리나라에 도입될 성년후견제는 고령인 및 정신장애우가 처한 개인적·사회적 실정을 충분히 고려하여 우리사회에서 이들의 ‘자기결정’(Selbstbestimmung)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고, ‘정상화’(normalization)이념이 실현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작성자최윤영 (백석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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