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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새로운 근로능력판정제는 철회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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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 초에 요구되었던 환자의 근로능력 판정기준은 1개월 진단서 이었는데 몇 년 후 3개월로 더 엄격해졌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의사진단서뿐만 아니라 간이근로능력평가와 정밀근로능력평가의 두 가지 관문이 더 추가되어 환자 수급권자들 중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과 의료급여1종에서 탈락되는 사람들이 속출되고 있다.

일반인은 병가를 내거나 보험을 청구할 때 진단서 한 가지로 통용되는데,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는 진단서 외에 두 가지 관문을 더 통과해야 하도록 한 것은 수급권자에 대한 차별이다. 특히 평가기준에 ‘외모 혐오감’, ‘심한 냄새’ 등의 인격폄하적인 기준들이 크게 문제가 되어, 국가인권위가 개정을 권고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권고안을 받아 들여 개정안을 고시하였다. 3월부터 적용되는 개정안은 크게 문제가 되었던 특정 문구가 ’자기 관리 어설프다.‘ 등으로 약간 수정되었을 뿐 차별적이고 인권침해적인 요소들을 그대로이다.

인귄위는 취업가능성, 체력, 만성적 증상, 알콜중독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은 차별적이고 인권침해적일뿐만 아니라 지표가 담당공무원의 주관적 판단에 그치게 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체력, 만성적 증상, 알콜중독의 항목도 공무원이 아니라 의사가 검진을 통해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권고했다. 이는 사실 상 종전대로 의사진단서 한 가지를 기준으로 근로능력을 판정하라고 권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보건복지가족부는 인권위의 권고를 무시하고 3가지 관문을 그대로 밀어 붙이고 개선했다고 하고 있다.

진단서를 제출한 수급권자는 17만8천명인데, 그 중 몇 사람이나 근로능력이 있고 일감이 있는데도 쥐꼬리만한 복지급여를 받기 위하여 꾀병을 부려 근로를 기피하겠는가? 몇 명의 의사가 환자와 짜고 멀쩡한 사람을 환자라고 가짜진단서를 발급하겠는가? 더군다나 올해부터는 희망키움통장제도를 통하여 일하는 수급권자에게 재산형성을 통하여 빈곤을 탈출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도 운영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90일 이상이나 치료, 요양 혹은 재활이 필요하다고 의사가 진단서를 발급했고, 시장의 어느 고용주도 월급주고 채용하지 않는 환자라면 설령 약간 근로능력이 있어 보여도 믿어 줄 아량 정도는 있어야 인간의 얼굴을 한 복지가 아닐까?

현재 임산부, 65세 이상, 장애4급 이하는 모두 근로무능력자로 인정해 주는데, 이 사람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보아도 90일의 진단이 있어도 까다로운 두 가지 관문을 더 통과해야 근로문능력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 환자에게 적용하는 기준은 너무 가혹하여 형평에 맞지 않는다.

환자를 부정수급자로 의심하고 억지로 근로능력판정기준을 만들다 보니 ‘알코올중독은 질병의 범주에 들지 않고, 경중에 관계없이 모두 의학적 판정이 1단계’와 같은 질병여부와 중경증여부의 논란이 예상되는 지표, ‘6개월 이내의 정신과 질환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같은 급만성의 의학적 논란이 예상되는 지표, 11개 계열의 질병만 기준을 설정함에 따른 나머지 병에 대한 기준의 부재, 등의 의학적 문제점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그 외에도 지표 중에는 ‘어설프다, 잘한다, 낮은 편, 높은 편, 보통, ~하는 편’ 등의 담당공무원의 주관적 판단이 불가피한 지표들이 여러 개 있다. 암환자의 경우, 한편으로는 요양기간을 인정하지 않고 항암치료 중일 때만 근로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정하도록 해 놓고는, 다른 한편으로는 한 번 판정받으면 1년 동안 유효하도록 하여, 운 좋은 사람은 1년의 요양기간을 인정받고 운 나쁜 사람은 단 하루도 요양기간을 인정받지 못하도록 한 모순점이 있다.

또한 근로의욕 기준에 “최근 3년 내 3월 이상 일한 경험이 있다.”라는 항목이 있는데 ‘경험=의욕’이라는 이상한 등식을 기초로 평가하는 것이나, 2~3년 전에 일했던 경험이 있더라도 지금 병이 나면 근로능력이 없을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하는 지표들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나이와 학력에 따라 근로능력을 평가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기준은 성한 사람에게 적용하는 지표라면 몰라도 환자에게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아픈 사람의 근로능력을 “얼마나 아프냐?”이외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이다.

그리고 올해부터 조사업무가 수급권자와 접촉이 없는 시군구청으로 이관되어 수급권자에 대해 면식이 없는 조사관이 “주변인으로부터 얻은 정보에 근거하여 평가”하도록 함에 따라, 통장, 반장, 이장의 의견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방식은 순기능도 있을 수 있으나, 통반장이 수급권자 위에 군림하는 새로운 권력자로 등장하고, 통반장과의 관계에 따라 사실이 왜곡되어 오히려 공정성 문제가 생긴다는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기초보장과 의료급여1종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게 된 환자수급권자들에 대한 대책 또한 자활사업 프로그램이 약간 보강되었다고는 하나, 원초적으로 환자로서 근로능력이 미약한 전국에 흩어져 거주하고 있는 수급권자들에게 각자의 신체적 능력과 적성에 맞는 일자리 제공을 해주기에는 턱없이 미흡하다. 개도 나갈 구멍을 보고 쫓으라고 했는데 나갈 구멍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지역이 태반이다.

정부는 환자수급권자들에 대한 낙인적 시각을 바로 잡고, 신뢰도와 타당도가 떨어지는 지표들로서 환자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새 제도를 강행할 것이 아니라 인권위의 권고대로 진단서 한 가지로 평가기준을 단일화해야 할 것이다.
작성자류정순 (한국빈곤문제연구소 소장)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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