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당하는 장애인 보험 가입, 차별은 여전하다 > 기획 연재


기획 연재

거부당하는 장애인 보험 가입, 차별은 여전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이후 보험 가입 실태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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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로부터의 사회보장이 충분치 않은 한국사회에서의 ‘보험’이란, 국민들이 불안적 요소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욕구에서 출발한 보장제도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은 안정적 삶을 위한 기반과 조건을 갖기 어렵기 때문에 장애인의 보험가입은 ‘만약을 대비한 준비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현재 보험은 이러한 의미부여가 무색하게 장애인에게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보험회사들이 뚜렷하고 객관적인 기준 없이 장애인의 보험 가입을 거절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다.

그런 가운데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만들어졌다. 이 법 제17조는 장애인의 보험가입에 있어서 정당한 사유 없는 가입 거부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이후 장애인의 보험 가입에 있어서의 가입 거부 등 차별은 사라진 것일까,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등 장애인 단체들에 따르면 대답은 ‘아니다’이다.

장애인 단체들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이후에도 보험가입에 있어서의 장애인 차별은 여전하고, 특히 정신장애인이나 지적장애인 등은 여전히 보험 가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어 있어 문제라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즉 정리하면 보험가입에 있어서의 장애인 차별을 금지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 17조가 시행되고 있지만 현실에서 변한 것은 거의 없다는 게 장애인 단체들의 주장이다.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보험사들의 장애인 차별, 무엇이 문제인지 함께걸음이 알아봤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이후 더욱 교묘히 가입막고 있는 보험회사

현재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 제17조는 “금융상품 및 서비스의 제공자는 금전대출, 신용카드 발급, 보험가입 등 각종 금융상품과 서비스의 제공에 있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보험회사들의 연합체인 생명보험협회가 운영하는 장애인 보험가입 차별 신고센터는 이러한 내용의 장차법이 제정된 후 금융감독원의 권고로 설립된 기관이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장차법 제정 이후 “장애인들의 보험 가입에 있어서의 차별을 막기 위해 자체 내에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센터가 설치된 작년 6월 이후 장애인이 보험 가입에 있어서 차별을 당했다고 신고한 건수가 단 1건에 그치고 있다.”는 그의 말이었다.

신고센터에 장애인 차별 사례가 거의 접수되지 않은 것은, 드러난 결과만을 놓고 보면 장차법이 제정된 후 보험 가입에 있어서 장애인 차별 사례가 거의 사라졌다고 볼 수도 있겠다. 또 보험가입에 있어서의 장애인 차별은 그동안 장차법 외에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서도 보험회사들을 상대로 몇 차례 차별 시정 권고를 했기 때문에 해결됐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내막과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인권위의 권고 이후, 그리고 장차법 시행 이후 장애인 보험 가입 차별 사례들을 살펴보면, 보험회사들이 예전처럼 대놓고 장애인 차별을 하면서 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좀 더 교묘한 방법으로 장애인들의 보험가입을 막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보험회사들이 예전에는 보험가입에 있어 장애인임을 밝히면 무조건 거부했는데, 장차법이 시행되고 있는 지금은 보험회사들이 ‘장애 때문에 보험가입이 어렵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보험회사들은 장애가 아닌 다른 기준을 가입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예를 들면 정신장애인의 경우 정신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장애인이 복용하는 약물 때문에 보험 가입이 안 된다고 말하거나, 지적장애 자녀 보험을 가입하려는 부모에겐 ‘아이의 발육 및 성장이 완료되는 18세 이후에 장애에 대한 확정판단이 가능하다’는 이유를 대며 나이를 구실삼아 가입 승인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장애인들이 보험 가입 신청을 할 때 차별받는 부분이 상담 콜센터나 보험설계사 수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책임을 보험회사에 물을 수 없다는 점도 보험사들이 공공연하게 장애인에 대한 보험 가입을 거부할 수 있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이하 장추련)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장애인들이 신고센터나 장애인단체에 차별 사례를 상담하며 아무개 보험사에서 차별 당했다고 말해도, 사실상 보험설계사들이 보험회사에 적을 두고 있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어느 회사의 어떤 보험에서 차별을 당한 건지 차별주체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험가입이 보험설계사와의 계약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차별대상의 실체가 모호한 경우다.

그리고 장애인이 보험회사 콜센터에 전화해 보험 가입 의사를 밝히면 상담원들이 장애 때문에 보험가입이 안 된다는 말을 하지 않고 알아보겠다며 전화를 계속 돌리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전화를 돌리고 또 돌려서 전화를 건 장애인이 지쳐서 더 이상 전화를 못 하겠다고 끊은 사례도 있다는 것이 장추련 관계자 얘기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장애인이 보험 가입 차별을 인권위에 진정하면 인권위가 조사에 나서는데, 조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보험회사들이 개별적으로 진정을 한 장애인을 찾아가, 당신만 특별히 보험에 가입시켜 줄 테니까 다른 장애인에게는 소문내지 말라고 한 후 사건 자체를 합의 종결 처리하는 예도 많다는 것 역시 관계자의 이야기였다.

장애인차별상담전화 법률위원인 류승준 변호사는 이에 대해 “당신만 특별히 가입시켜 줄 테니 다른 장애인에게는 소문내지 말라고 하는 것은 다른 장애인들의 보험 가입을 간접적으로 막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며 “보험회사 측에서 의도적으로 차별에 대해 권고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중간에 합의해버리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면 장애인의 입과 눈, 귀를 다 막아 그러한 문제가 차별인지도 모르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정리하자면 장차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여전히 장애인의 보험 가입은 어렵다는 것이 장추련 등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보험사들, 객관적인 기준 없이 보험 가입 거부

장차법 제정 이후 장애인의 보험 가입이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보험회사들마다 장애인 보험 가입에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다. 즉 어떤 보험회사는 여전히 장애인들의 보험가입을 받아주지 않고 있지만, 어떤 보험회사는 일부지만 장애인들의 보험 가입을 받아주고 있어서 장애인들도 큰 혼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 청각장애인의 경우 보험 회사 여섯 곳에 보험 가입 신청을 했는데, 다섯 곳의 보험회사에서 가입을 거절당했지만 한 곳의 보험회사에서는 보험가입을 받아준 사례가 있고, 휠체어를 타는 한 뇌병변장애인의 경우도 암보험과 상해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네 군데의 보험회사에 가입의사를 밝혔는데, 세 곳의 보험회사에서는 거절당하고 한 곳의 보험회사에서만 가입을 받아준 사례도 있다는 것이 장추련 효정 활동가 이야기다.

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국에 들어온 사례를 살펴보면, 한 지체장애남성은 의료보험에 가입하려고 보험회사 담당자와 상담했는데, 담당자가 전화로 여러 질문을 하며 조건을 확인하더니, 결국 며칠 뒤에 ‘장애인은 질병과 사고발생이 높다’는 이유로 가입을 거절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건 이 남성은 이미 다른 보험사의 암 보험에는 거부 없이 가입을 승인 받았다는 것이다. 이 남성은 “암보험 가입 전 체크 항목에 장애여부 확인 사항이 있었지만 별 다른 문제없이 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다. 유독 그 보험회사에서만 장애를 이유를 들어 보험가입을 거절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장애인의 보험가입과 관련해서 새로운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보험회사들에서 장애인 신체의 특정 부분, 예를 들면 한 뇌병변장애인의 경우 장애가 심한 발목을 보장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조건으로 보험가입을 받아주는, 일명 ‘부담보 보험’으로 장애인의 보험가입을 받아주고 있다는 게 장추련 효정 활동가 설명이다. 또한 장애인의 보험 가입을 심의하는 보험회사 직원들의 성향에 따라서, 예를 들면 장애인에게 관대한 직원은 쉽게 장애인의 보험가입을 받아주고 그렇지 않은 직원은 장애인의 보험가입을 받아주지 않아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이밖에도 보험사의 장애인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없는 것도 보험 차별을 조장하는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장추련 효정 활동가는 “확인해보니 최근 보험사에 장애인에 대한 기준이 있긴 하지만 점차 삭제되는 과정에 있다고 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보험사들이 장애인의 장애 정도에 따라 어느 정도의 장애인이 보험가입이 가능한지 이와 관련된 규정을 만드는 것에 대해 고민조차 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사들이 합리적·객관적 기준에 의해 장애인의 보험 가입 대상을 산출한 뒤 그 기준에 따라 제한한다면 장애인도 인정할 부분이 있으나, 보험사가 아무런 객관적 기준 없이 무조건 장애인 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건 부당하다는 게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 지적이다.

    ⓒ전진호 기자 장차법 있어도 상법 제 732조 때문에 보험 가입 못 해

살펴보았듯이 개별적이고 소수이긴 하지만 보험회사들이 장차법을 겁내서 장애인들의 보험 가입을 일부 받아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정신장애인나 지적장애인들은 장차법 제정 이후에도 원천적으로 보험가입이 거부되고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박성희 활동가는 “최근 들어 지체장애인들에 대해서는 보험 가입이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정신장애인과 지적장애인의 경우는 여전히 보험 가입을 완전히 차단당하고 있다.”며 “몇 달 전 아무개 장애인복지관에서 나들이를 가기위해 농협의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려고 하자 지체장애인은 내부지침에 의해 신체검사를 받아 보험가입이 가능하지만 지적장애인은 무조건 가입이 안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지적장애 2급인 여성이 복지관의 관리소홀로 차도에 뛰어들게 되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보험회사에서 지적장애가 있기 때문에 보상금을 적게 주겠다며 차별했다는 제보도 있었고, 수 년 전 상해보험에 가입한 후 나중에 사고로 발달장애 판정을 받은 한 장애인이 가입했던 상해보험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갱신하려고 보험사를 찾아갔는데 발달장애를 이유로 가입 기간 갱신을 거부당한 사례도 있다는 것이 박성희 활동가 얘기다.

지적, 정신장애인들의 보험가입이 어렵다보니 대안으로 장애인 전용 상품을 만들어 가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고, 실제로 구체화되기도 했다. 우체국에서 취급하는 어깨동무 보험이 대표적인 장애인 전용 보험상품이다. 그러나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국에 접수된 상담 사례를 살펴보면 장애인과 가족이 장애인전용 보험 상품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입을 신청했으나 역시나 ‘정신장애인과 지적장애인은 사고율이 높아 가입이 안 된다’는 답변과 함께 보험 가입 거부를 당했다는 내용이 여러 차례 발견되고 있다.

한 사례에 따르면 2008년 초 한 장애아동 주말학교에서 캠프에 참가하는 지적 장애 학생 264명에 대한 우체국 상해보험(어깨동무 보험)을 가입하고자 했으나 우체국 측이 지적장애를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또 지난 2009년 3월 장애인 전용 우체국 보험에 가입을 하고 보험료까지 낸 상황에서 다음날 갑작스레 보험 가입을 취소한다는 문자를 전달받은 한 지적장애인이 “우정사업본부가 장애를 이유로 보험가입에 있어 장애인을 차별하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사례도 있다.

그런데 당시 우정사업본부측은 “보험가입여부는 상법을 따르고 있는데 상법 제732조는 심신상실과 심신박약에 대해서는 보험계약을 무효라고 하고 있다”며 “상법이 지적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의 등의 보험가입을 무효라고 규정하는 상황에서는 지적이나 정신장애인의 보험 가입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이들의 보험가입은 어렵다.”고 밝혔다고 한다.

문제가 되고 있는 상법 제732조가 만들어진 지 올해로 47년째이다. 살펴보았듯이 “15세 미만인 자,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로 한다”고 명시한 구시대 상법의 이 조항이 장차법 제정 이전에는 정신장애인 뿐만 아니라 전체 장애인의 보험가입을 막는 족쇄로 작용했고, 장차법 제정 이후에도 정신이나 지적장애인의 보험가입을 막는 걸림돌로 존재하고 있다.

애초에 상법 제732조의 제정 취지는 특정인이 자기 방어 능력이 없고, 의사 결정능력이 떨어지는 장애인을 보험에 가입시킨 후 사망하게 해 보험금을 타내는 범죄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즉 정신장애인나 지적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해 이 법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보험회사들의 이익을 위해 정신장애인나 지적 장애인의 보험 가입을 원천적으로 막는 구실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 지적이다.

그러나 상법 제732조는 굳이 이 조항이 아니더라도 법률 행위의 일반 원칙에 의해서 충분히 규제될 수 있기 때문에, 즉 일반 형사법으로도 정신장애인이나 지적 장애인을 이용한 범죄를 응징할 수 있기 때문에 폐지돼도 상관없다는 것이 법률 관계자들 지적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여전히 존재하면서 보험회사들이 장애인을 차별하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어서 장애인들의 원망을 사고 있다.

관련해서 상법 제732조와 보험사들의 개별 지침 두 가지가 결합되어 문제가 발생하는 부분도 있다. 한 예로 보험사들의 운전자보험의 보장내역을 보면 피보험자의 사망 부분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약관이 포함되어 있어서 생명보험 성격을 포함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결국 운전자보험에서도 상법 제732조가 적용되어 정신장애인뿐만 아니라 지체장애인이나 뇌병변장애인도 보험 가입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생기는 것이다.

장추련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서 “결국 상법의 장애인을 차별하는 조항 때문에 사망과 관련된 보험 상품의 경우 지체장애와 정신장애 양쪽이 모두 보험 가입에 있어서 한계에 부딪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장애인을 차별하는 법이라면 개정이나 폐지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제기되었을 것이고, 실제로 국회에서 이 조항의 개정·폐지가 논의된 바 있다. 국회뿐만 아니라 인권위도 2005년 8월 법무부장관에게 상법 제732호를 삭제하라고 권고한 바 있고,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 역시 지난 2008년 12월 “상법 제732조는 국제장애인권리협약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장차법과도 충돌하며 장애인의 보험가입을 막는데 악용되고 있는 악법”이라며 상법 제732조를 삭제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이긴 하지만 상법 제732조의 개정을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이 있어서 이 조항의 개정이나 폐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 조항의 개정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여전히 이 조항이 없으면 지적이나 정신장애인들이 비장애인에게 이용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조항의 개정 폐지 대신 정부에서 절충안을 마련한 게 있다. 작년 법무부는 상법 제732조에 대해 심신상실자가 아니라 심신박약자에 대해 조건부로 보험계약이 가능하도록 허용한 법률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작년 국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아 정신이나 지적장애인의 보험가입을 막고 있는 이 조항의 개정이나 폐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이라는 게 장추련 효정 활동가 얘기다.

이에 대해 류승준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이라는 것을 다수인들이 보험료를 부담하면서 위험공동체를 형성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위험공동체를 구성하는 인원 중 일부가 다른 사람보다 위험성이 크다면 나머지 사람들에게 손해를 준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런 인식을 가지고 보험사들이 상법 조항에 기대 장애인의 보험 가입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 변호사는 이어 “지체장애인일 경우 상법 제732조를 이유로 거절한다면 그건 현행 장차법만으로도 차별이기 때문에 해결이 용이하지만, 정신 지적장애의 경우는 상법 제732조를 개정 삭제해 해결하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만약 현실적으로 상법 개정이 어렵다면 보험사들이 보험 상품을 개발할 때 사망 보장에 대한 내용을 특별 약관으로 넣어서 장애인들이 가입할 때 그 내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이어진 류 변호사 지적이다.

장애인을 2등 국민으로 낙인찍는 보험사들 횡포에 맞서야

상황이 이런데도 보험사들의 장애인 보험가입 거부를 막아야 할 정부기관은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작년 6월 ‘장애인 보험차별 근거조항 상법 제732조 삭제 개정안 통과를 위한 간담회’를 준비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국은 당시 기획재정부 산하 금융감독원에 “장애인 보험 차별과 관련한 조치들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물었으나, 금융감독원에서 “생명보험 협회에 신고센터가 있을 뿐 금융감독원에는 이를 관리 감독하는 담당 부서가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보험가입 시 장애인을 차별하는 행태를 지속적으로 감독하겠다.”고 밝혔으나 정작 장애인 단체들이 가장 문제 삼고 있는 상법 제732조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험사들 입장을 대변했다는 게 연구소 인권국 관계자 얘기다.

기자가 만난 금융감독원 관계자 역시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사회이고 보험회사는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체이므로, 정부는 보험사들에 대해 권유만 할 수 있을 뿐 규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렇게 정부의 소홀한 관리 감독 때문에 누구보다도 보험이 필요한 장애인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국 관계자는 “국가가 충분히 사회보장을 해주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장애인이 사보험으로라도 잠재적 위험에 대비하고 안전을 보장받고자 본인부담으로 보험을 가입하려는데, 정작 필요한 부분의 보험가입이 안 된다면 사고 발생 시 장애인들 및 가족들은 감당하기 버거운 부담을 안게 되고 크게는 생계를 위협받을 수도 있다.”며 “그런데 정부가 보험사들의 장애인 보험 가입 제한에 대해 사보험은 민간자율이므로 어떠한 제재도 하지 못한다면 장애인들이 기댈 곳이 없다.”고 지적한 후 “장애인계에서 보험 가입 거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장차법을 근거로 국가와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이라도 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장추련 관계자는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장애인들의 위험 대비가 민간보험이 아니라 사회보장 차원에서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을 전제하고 우리가 민간 보험회사들의 장애인 보험 가입 거부를 문제 삼는 것은 적어도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 거부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보험사들이 이익에 눈이 어두워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고, 어떤 차별도 없이 모든 사람에게 가입 기회를 열어 줄 때까지 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애인계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당장 보험 차별에 대해서 굳이 소송이 아니더라도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해 보험사들이 권고 조치를 받게 하는 것 자체가 보험 차별 투쟁에서 중요한 의미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장애인 단체 관계자 지적이 아니더라도 우리사회에서 고착화된 장애인 보험 차별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계속해서 보험차별 사례를 찾아 구체화시키고 소송을 통해 구제책을 찾는 등의 적극적인 대응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나아가 보험사들의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명백하게 장차법에 위배된다는 것과 상법 제732조의 개정이나 폐지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리고 장애인 보험 차별에 대한 지속적인 여론을 형성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런 장애인들의 노력들이 보험 가입 거부를 통해 장애인을 2등 국민으로 낙인찍는 보험사들의 횡포에 맞서는 유일한 대응 방안이라는 데에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이다.
작성자김라현 기자  husisarang@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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