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모임, “99엔 포기 또 한 번의 국치”
근로정신대 후생연금 정부가 대신 보상...“유명환 장관, 당신 가족이나 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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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소리]
미쯔비시 정신근로대 피해 할머니들에게 일본 사회보험청이 후생연금 탈퇴수당으로 1인당 99엔(한화 1290원)을 지급하기로 한 것에 대해 외교통상부는 1엔을 2천원씩 계산해 19만8000원씩 보상하겠다고 밝히자 피해 할머니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시민모임은 25일 오후 미쯔비시 자동차 광주전시장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99엔 포기는 제2의 국치"라며 정부를 비난했다. ⓒ 시민의소리 강성관 |
지난해 12월 일본 후생노동성 사회보험청은 광주전남출신 근로정신대 할머니 7명에게 후생연금 탈퇴수당을 65년 만에 지급하면서 개인당 각각 99엔(1290원)을 지급해 분노를 샀다. 피해 할머니와 유가족들은 “억울하게 일본으로 끌려가 일한 것도 서러운데 단돈 99엔이 무슨 말이냐”며 일본 법정대리인 계좌로 입금된 99엔을 반납했다.
피해 할머니와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은 외교통상부에 일본 정부와 미쯔비시의 강제 근로에 대한 사과와 정당한 보상을 받아달라고 촉구했지만 외교통상부는 일본을 대신해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와 협상은 않고 대신 보상하겠다는 정부
정부는 지난 1965년 한일협정으로 일본에 대한 청구권을 포기하는 대가로 무상 3억 달러와 유상 2억 달러의 경협자금을 지원받은 것을 이유로 근로정신대 후생연금 탈퇴수당을 정부가 대신 보상하기로 한 것이다. 화폐가치와 물가 등을 고려해 1엔 당 2000원 씩 계산해 1인 당 각각 19만8000 원씩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22일 유명환 외교부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그런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새롭게 이것을 외교적인 이슈로 문제를 (제기)해서 다시 협상하지는 않더라도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그런 조치를 기대한다는 의사는 전달을 한 바 있다”며 “"물가로 따지더라도 20만 원 규모밖에 안 된다. 그래서 이것은 금액의 문제는 아니고 국민감정에 대한 여러 가지 배려가 더 필요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인 양금덕(82) 할머니는 “65년 동안 강제노동에 대해 인정도 하지 않고 있다 후생연금 탈퇴수당을 주면서 99엔을 주겠다는 것이 어디서 나온 말이냐”며 “한국 정부는 우리가 어서 죽기는 바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또 다시 대목을 박은 것이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도대체 우리 정부는 어느 나라 정부냐”며 “우리 정부가 대신 보상을 한다고 하는데 유명환 장관이나 가져가서 가족들과 쓰라”며 분노했다.
피해 유가족 김중곤(울산)씨는 “일본 정부에 속아서 목숨을 바치고 일한 대가가 99엔이라니 이 한을 어떻게 풀어야 하느냐”며 “우리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함에도 이를 포기하는 것은 우리의 정부임을 포기한 것이다”고 힐난했다.
25일 오후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나고야 미쯔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이하 소송지원회)’ 다카하시 마코도 회장과 고이데 사무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미쯔비시 자동차 광주전시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규탄했다.
시민모임은 기자회견을 통해 “99엔을 포기한 것은 또 한 번의 국치”라며 “지금 우리는 도대체 어느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냐”며 반발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김희용 시민모임 회장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강제 징용에 대한 보상에 대해 협상을 벌여 사과를 받아내야 할 정부가 일본을 대신해 보상해 주겠다니 도대체 우리 정부가 맞느냐”며 “양심적인 일본인들을 옆에 세우고 더 이상 말하는 것도 부끄럽다”며 잠시 말문을 열지 못했다.
미쯔비시 정신근로대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소송지원회가 전달한 일본 사회보험청의 관련 서류를 전달받고 눈시울을 붉혔다. 양 할머니는 끝내 눈물을 흘리며 "우리의 억울함을 국민들이 나서서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 시민의소리 강성관 “99엔 포기 입장은 또 한 번의 굴욕이자 외교적 수치”
시민모임은 “99엔 포기 입장은 또 한 번의 굴욕이자 외교적 수치”라며 “이제는 대한민국 정부가 국민을 대신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일제 피해자들을 적선이나 해 줄 불쌍한 사람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피해 할머니들에게 또 한 번의 모욕을 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시민모임은 “‘왜 99엔 이냐’며 정식 항의해야 할 정부가 스스로 그 권리를 포기하고 대신 일본정부를 대신해 국민 세금으로 1엔당 2천원씩 계산해 19만8천원을 주겠다는 것은 외교적 자주권을 포기한 망언에 다름 아니다”며 “99엔 포기 발언을 들은 오늘은(25일) 제2의 국치일”이라고 힐난했다.
시민모임은 “80대 할머니가 정정당당히 자신의 피 값을 찾고자 하는데 우리 정부는 도와주기는커녕 거지 취급해 1엔당 2천원씩을 던져 주겠다니 말이 되느냐”며 “국민적 분노가 비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일본정부의 방패막이로 나선 꼴이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마코도 소송지원회 회장은 “한국 정부가 대신 보상한다고 해서 일본 정부의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사과와 정당한 보상을 하도록 강력하게 요구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올 안에 미쯔비시 정신근로대 문제를 어떻게 해서든지 해결하고 싶다”며 “일본 민주당과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6월말에 있을 미쯔비시 주주총회에 맞춰 피해 할머니들과 함께 항의 운동을 벌일 것이다”며 “일본 정부의 사죄와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한국 국민들의 10만 명 서명서를 전달한다면 큰 힘을 얻을 것이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 고데이 소송지원회 사무국장은 일본 후생노동성 사회보험청의 후생연금 탈퇴수당 관련 서류를 양금덕 할머니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시민모임은 26일 오전 외교통상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한편 일제강점기 시절 13세~15세 나이에 미쯔비시 중공업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린 양금덕 할머니 등 광주·전남 지역 근로정신대 출신 할머니 8명은 지난 1998년 일본 사회보험청을 상대로 미쓰미시 중공업 근무 당시 가입한 후생연금 탈퇴수당 지급을 청구했다.
이에 사회보험청은 지난해 12월 연금 가입 사실을 인정하고 일본 법정대리인을 통해 1명을 제외한 7명에게 후생연금 탈퇴수당을 1인당 99엔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는 한화로 1290원으로 화폐가치와 물가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우쓰미 아이코 와세대 대학원 객원 교수 등은 “연금 수당은 전시에 동원된 사람들이 귀국할 때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방치해 놓고 당시 기준으로 지급한다는 것은 성의 없는 조치”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작성자강성관 기자 rainbow@simi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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