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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2010년 보건복지 예산, 국민을 버렸다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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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2월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특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2010년 예산안을 단독으로 날치기 통과시키고 본회의마저 강행처리할 예정이다.

보건복지가족부 소관 일반회계 당초 예산은 19조1235억원이었다. 이는 2009년 본예산 대비 6.2% 증가한 것이나 추경예산 대비 1471억원, 0.8%가 삭감된 것이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보건복지가족부 일반회계 예산의 연평균 증가율은 21.7%에 이르렀다는 점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사상 최저의 증가율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2월9일 보건복지가족위원회에서 일반회계 예산 중 1조2504억23백만원 증액, △961억18백만원 감액을 의결하여 결과적으로 1조1543억5백만원을 순증한 바 있다.

하지만 오늘 예결특위에서 통과된 안은 1848억5백만원 증액, △32억73백만원을 감액하여 결과적으로 1815억32백만원을 증액하는데 그쳤다.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의결 안보다 무려 9727억73백만원이 삭감된 것이다.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어렵게 증액시킨 서민복지 예산이 날치기로 송두리째 사라졌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가족부 소관 일반회계 예산은 19조3050억원으로 확정되었다. 당초 예산과 대동소이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장애인들의 피눈물이 담긴 기초장애연금 예산이 삭감된 것이다. 지난 12월9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 직전까지 예산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하여 합의 통과시켰던 ‘기초장애연금’ 예산안은 최종 3185억원이었다.

보건복지가족부의 당초 요구안은 3,239억원 이었으나 기획재정부가 이를 삭감하여 국회에 최종 제출한 예산안은 1519억원이었다. 보건복지위원회는 이 예산으로 제대로된 장애연금제도를 도입할 수 없다고 보고, 1666억6백만원을 증액하여 3185억으로 의결한 것이다. 그런데 예결위에서 이를 다시 삭감하여 1519억원으로 만들었다.

기초장애연금 도입을 놓고 손바닥 뒤집듯 예산을 뒤집는 것은 장애인들을 우롱하는 처사일 뿐이다. 장애인들은 현재의 장애수당 12~13만원 보다 겨우 월2만1천원 더 받을 뿐인 이름뿐인 연금제도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설에서 퇴소한 장애인 100명에서 1인당 5백만원씩 지급하자는 장애인자립정착금 예산 5억원, 출산과 양육에 비장애인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을 겪어야 하는 중증 여성장애인들의 출산지원을 위한 예산 4억8천만원, 중증 장애인들의 사회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활동보조서비스 335억원 예산이 모조리 삭감되었다. 활동보조서비스는 올해 9월 이후 신청자가 예산상의 목표인원 2만5천명을 넘어서 매월 1,000여명의 추가 신청이 이루어지자 정부가 지난 10월말 활동보조서비스 신규신청을 금지하여 장애인들이 격렬히 반발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였다. 이런 상황임에도 대상자를 3만명으로 한정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빈곤층 관련 예산 상황도 비통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사회안전망 밖에 있는 빈곤층이 410만 명에 이르고 있다. 특히, 소득과 재산이 모두 현행 기초생활보장 수급기준에 해당하는 데도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해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60만 가구, 100만 명에 이른다.

올해 정부가 그토록 자랑하던 한시적 생계보호를 받았던 대상자만 해도 92만명이 넘는다. 대부분이 근로능력이 없는 노인, 장애인 등으로 구성된 가구로 사회적 지원이 절실하나 이들은 내년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게 된다.

심지어 지난 2년간 겨울이면 지원하던 난방비가 삭감되어 92만 가구의 빈곤층이 올 겨울 추위에 떨게 되었다. 난방비 지원사업은 2008년 기초생활수급자 84만 가구에게 월2만4천원을, 2009년에는 기초생활수급자 87만8천 가구와 차상위 장애인 8만2천명에게 월2만원을 6개월간 지급하였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는 편성되지 않았으나 보건복지가족위원회에서 기초생활수급자 92만 가구에게 3개월간 1만5천 원씩 지급해 주는 것으로 의결한 바 있다. 예결위 통과 안에서는 이 예산이 전액 삭감되어 더 이상의 난방비 지원은 없게 되었다.

갑작스런 위기상황에 놓인 저소득층에게 생계비 등을 지급하는 긴급복지지원 예산은 쥐꼬리만큼 늘었다. 2009년 11월 긴급지원 건수는 81,131건인데 2010년 예산안은 예결위에서 증액한 50억원을 포함하여도 579억원, 건수 기준으로는 59,500건에 불과하다.

올해는 경제 위기 상황으로 추경예산 1000억원을 추가 편성했기 때문이며 내년에는 실직, 휴폐업자에 대한 지원을 폐지하기 때문에 지원 건수를 줄인다고 한다. 저소득층은 경제지표가 호전되어도 즉시 영향을 받지 않는다. 경제의 악영향은 가장 빠르게, 경제의 호영향은 가장 늦게 받는 것이 저소득층의 특징이다. 실직, 휴폐업자에 대한 지원을 유지해야 함은 물론 올해 수준으로 지원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154억원은 증액해야 하는데 겨우 50억원 증액에 그친 것이다.

또한, 보건복지가족위원회는 적십자병원, 지방의료원 등 지역거점병원 공공성 강화를 위하여 352억원의 예산 증액을 의결하였으나, 예결특위 예산안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150억 증액에 그치고 있다. 이 예산은 적십자병원 시설개보수, 10개 지방의료원 신축 및 리모델링, 15개 의료원의 의료장비 현대화를 위한 예산이다. 정부는 올해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으로 의료 공공성 강화가 절실하게 요구된다는 사실을 몸소 체감했음에도, 예산 증액에 소홀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국민들을 기만하는 것이다.

특히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 예산은 돌봐줄 사람이 없는 어려운 서민들에게 절실하게 요구되는 민생 예산의 핵심이었다.

이 사업에 대한 예산 안이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에서 확정되자, 보건복지가족부는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을 부처 핵심사업으로 지정하고, 2011년부터 제도화하겠다고 조속히 발표하였다. 부처 핵심 사업으로 대통령 업무보고까지 마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예산안에는 상임위에서 의결한 100억원 예산의 4분의1 수준인 24억만을 편성하였다. 16개 시도와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을 실시하기 위한 최소한의 금액이 100억원이다.

24억원이면 4개 병원 수준의 예산이다. 2008년 7월 종료된 1차 시범사업도 4개 병원에서 시행되었다. 2차 시범사업을 하면서 1차와 동일한 수준으로 한다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와 다름없다. 사업 시행에 턱없이 부족한 예산을 편성하고서 자랑만 하는 이 정부의 몰염치한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다만, “행정안전부, 교육과학기술부, 기획재정부가 ‘방학중 결식아동 급식비 지원사업’에 대해 29만명을 상회하는 급식비의 50%를 특별교부세, 지방교육재정특별교부금, 일반회계 예비비에서 각각 3분의 1씩 2010년에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반영된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금번 예결위에서 날치기 통과한 예산안은 반서민, 반복지, 반민생 예산이 분명하며 이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다.

작성자함께걸음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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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Soul-G님의 댓글

Soul-G 작성일

중증 여성장애인의 지원이 미흡한게 너무 걸리네요..
아무래도 남성장애인보다는 여성장애인의 경제활동보장의 문제해결이 조금더 급하다고 알고있고, 그러기위해서는 여성 장애인의 생애주기에따른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있었는데... 그 지원이 삭감되었다는건 정말 다시 생각해보고 개선되어야한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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