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으로 묶었지만 가혹행위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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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망한 이모 군 ⓒ뉴스사천 제공 |
지난 1월 4일, 대구 동구에 위치한 한 장애아동 사설치료실에서 잠을 자던 이모 군(8세, 지적장애 3급)이 사망해 법 제도의 틀 안에 있지 않은 사설 치료시설에 대한 관리 소홀의 문제가 제기됐다.
지적장애를 가진 이군은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정기적으로 이 시설에서 진행되는 캠프에 참여하곤 했다고 한다. 그 날도 총 19명의 지적장애 아동들이 모여 캠프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4일 낮 12시 45분 경 방 안에서 잠을 자던 이군이 숨져있는 것을 원장 겸 치료사인 정모(36)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대구 동부경찰서 관계자에 따르면 원장은 경찰 조사에서 “이모 군이 전날 오후 11시 경 소변통을 발로 차며 소동을 부렸고, 이에 천 조각으로 손발을 묶은 뒤 잠을 재웠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아이가 죽어 있어 병원으로 옮겼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또한 “끈으로 묶기만 했을 뿐 결박하는 데 다른 가혹 행위는 없었고, 호흡곤란으로 숨진 것 같다”고 진술했다고 하는데, 담당 부검 의사는 “아이의 손목과 발목에 결박 자국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오른쪽 옆구리에 약간의 화상 자국이 있었고 목 부위에 탈골이 나타났다”고 말해 원장의 말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부검결과 역시 경추탈골에 의한 척추손상이 사인으로 밝혀져 치료실 원장의 결박행위가 이군의 사망에 상당한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뉴스사천의 보도에 따르면 이모 군의 부모와 유가족들은 “아이가 어떻게 혼자 목뼈를 다칠 수 있겠냐. 손발에 든 피멍을 보면 얼마나 세게 묶었는지 알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사고가 일어난 것이지, 자고 일어나보니 갑자기 숨을 쉬지 않더라는 게 말이 되냐”며 울분을 토했다고 한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이에 대해 성명서를 내고 “사람을 묶어둔 채 잠을 재운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 아무리 과잉행동이 있다 하더라도 8살밖에 안된 아이의 손발을 묶고 그런 상태로 잠을 자도록 내버려두고 다음날 오전이 되어서야 아이의 상태를 확인했다는 것은 아동학대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경찰에 확인한 결과 8일 오전 현재까지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부모연대 등 장애인계에서는 “다른 모든 이유를 떠나서 장애아동을 결박한 채 방치한 행위에 대해 사법기관에서 철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장례식에서 이모 군의 유해를 뿌리고 있는 이모 군의 부모 ⓒ 뉴스사천 제공 |
사업자등록증 제출 외엔 아무런 제재 관리 받지 않는 ‘무법’ 사설치료실
문제는 이 시설이 사실상 위탁보호시설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 아동치료시설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무법적인’ 사설 학원이라는 데 있다. 원장을 포함해 총 3명의 치료사가 운영하는 이 시설은 사업자등록만 한 채 그동안 아무런 법의 규제도 받지 않고, 아무런 관리감독도 없는 상태에서 운영되고 있었다. 사망에 이른 이군만 방치되어 있던 것이 아니라 해당 치료실도 사회적 방치상태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뉴스 사천의 보도에 따르면 이군의 부모와 유가족들은 이군의 장례식에서 “이번 일을 겪으면서 국가가 얼마나 장애아동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지 알게 됐다. 비장애인도 아니고 장애아동을 스무 명이나 관리하는 데 관리하는 사람은 고작 두 명뿐일 수가 있냐. 게다가 국가가 허가해 만들어진 시설도 아니고 그저 민간협회에서 내주는 치료사 자격증 하나로 차린 사설학원이라는데, 우리는 믿고 맡길 곳이 없으니 이런 시설에라도 맡길 수밖에 없다”며 국가에 대한 원망도 드러냈다고 한다.
8일 오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2010년 장애계 신년인사회에서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이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전재희 장관은 “2005년 기준으로 정부가 파악한 전국 사설치료실은 822개소인데 반해, 현재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이하 학원법’’에 따라 등록된 치료실은 20여개소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이러한 사고가 발생되지 않도록 복지부가 모든 사설치료실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폐쇄할 곳은 폐쇄하고 학원법에 등록할 곳은 등록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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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23rladmstnr님의 댓글
23rladmstnr 작성일
원장은 무슨 ....자질도 안되는 것이 돈 벌려고 치료실은 차렸나...
기본인격도 못 갖추면서 어찌 아이들을 본다고........ 원장이란 자는 자식은 있는지..
자기 자식도 말 안듣는다고 손발 묶어 놓고 재우나?
-_-님의 댓글
-_- 작성일
너무 뻔뻔하군요,,
본인이 저질러놓고 본인이 신고까지 하는 센스는 무슨뜻인지 도대체..
비인간적일지는 모르겠지만 똑같이 해주고싶은 마음이 생기네요...
그 어린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