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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살인개발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빈곤사회연대 성명서]

본문

마포구 용강동 철거민의 명복을 빌며

12월 2일, 마포구 용강동에서 또 한 분의 철거민 열사가 발생하였다. 서울시가 공원개발사업을 추진하며 막무가내로 벌인 강제철거의 위협에, 용역깡패들의 횡포에 견디다 못해 60세가 넘은 세입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현행법상 철거 세입자는 임대주택입주권과 주거이전비를 모두 받게 되어 있지만, 서울시는 이번 용강동 세입자들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억지를 부리며 철거를 강행했다. 현행법을 위반한 것은 물론 서울시 스스로가 정한 동절기 강제철거 금지 기준 마저 어겼다.

지난 1월 20일 벌어진 용산참사가 1년이 다 되어 가도록 해결되지 못했는데 이 와중에 또 다른 철거민들이 죽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용산참사를 해결하라는 요구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는 사인(私人)간의 문제 이므로 서울시가 나서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발뺌해왔다. 그러나 민간개발조합과 건설사가 주도하더라도 지금의 재개발 사업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공토법)에 의거한 공익사업임이 분명하다. 개발과정의 주민의 의사를 공공이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물며 용강동 시범아파트는 서울시가 한강이 보이는 공원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녹지조성 구역으로 지정한 곳으로 이들 아파트 주민의 주거 이전 문제는 서울시에 분명한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개발이 진행되는 동안 주민들은 법에도 보장된 ‘주거이전 문제 해결’을 목소리 높여 외칠 수밖에 없었다. 2007년 개정된 ‘공토법’에는 "철거 세입자에게 임대주택 입주권과 주거이전비를 모두 지급하라"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개정 전 주거이전비 지급은 선택 사항이었다. 그러나 보상진행과정에서 서울시는 주민들에게 "주거이전비를 지급하는 대신 공급하기로 한 임대주택 입주권은 취소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용강아파트 주민들은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개정된 법령에 따라서 임대주택을 선택한 주민들에게 주거이전비를 주어야 한다"고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서울시는 주민 승소 판결 이후 임대주택 공급을 취소했다. 서울시 측은 '서울특별시 철거민 등에 대한 국민주택 특별공급규칙' 규정에 따라 "임대주택을 지급하는 것은 서울시의 재량"이라며 법까지 무시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또한 서울시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미거주 주택만 선택적으로 철거하겠다"라는 진행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다세대가 한 건물로 구성된 아파트의 특성상, 사실상 '선택적 철거'가 불가능하다. 아파트 옆 집이 헐리는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주민들은 "옆집 출입문까지 다 헐려 추락할 위험이 있고, 주변이 폐허로 변해 불안하다"며 "주거이전 문제가 해결될 때 까지 강압적인 철거는 중단해달라"고 호소해왔다. 그러나 서울시는 동절기 강제철거 금지 규정까지 어겨가며 용역깡패를 동원해 주민들을 협박하며 강제퇴거를 종용했다.

우리는 철거현장의 야만적인 폭력적 퇴거를 용서할 수 없다. 철거현장에서는 세입자를 내 쫒기 위하여 용역깡패를 동원하여 욕설과 협박과 폭행이 판을 치는 무법천지가 되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인데 서울시가 그런 깡패들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것이 이번에 명백히 들어났다. 용산에서 용역깡패들이 경찰의 도움 하에 그들의 임무를 수행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야만적인 폭행이 일어나는 데에는 서울시의 막개발 정책에 앞서, 이명박 정권의 과실이 막중하다.

이 정권은 자신의 겉으로 드러나는 업적을 위해서라면 국민의 목숨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는 전체주의 정권인 것이다. 그 증거로 이번 용강동 철거민의 자살사건이 일어난 것이며, 이 반성은커녕 자신들의 과오를 업적으로 여기는 정권 하에서는 앞으로도 개발지역에서는 용산과 용강동과 유사한 사건은 계속 발생할 것이다. 아니, 지금 이 순간도 철거 팬스에 가려진 채로 도시 곳곳의 개발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현재 서울시에는 35개의 뉴타운 재정비 촉진지구를 포함한 299개의 재개발과 266개의 재건축 구역 등 1천여 개발구역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 되고 있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네 배에 가까운 2,700만㎡로 지난 30여년간 이루어진 서울 도심 개발 면적의 2배라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2010년부터 집중될 정비사업 관리처분인가로 2008년 대비 3배의 주택이 철거될 예정이므로, 서울시 곳곳이 제2, 제3의 용산참사를 예견하는 ‘개발시한폭탄’으로 뒤덮혀 있는 셈이다. 또다른 용산참사, 용강동의 죽음이 예견되고 있는 것이다.

빈곤사회연대는 용산에서 돌아가신 철거민들이 명복을 빌고 살인개발 중단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했던 것처럼 용강동 철거민에게도 같은 마음으로 명복을 빈다. 하지만 세입자 주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강제철거와 살인개발이 존재하는 한 고인들이 편히 영면에 들 수 없을 것이다. 하기에 죽음을 부르는 무분별한 개발 정책에 맞서, 가진 자만을 위해 가난한 철거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이명박 정권에 맞서 더욱 힘차게 투쟁할 것이다.

작성자함께걸음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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