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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짐짝 취급하는 한국장애인개발원?

[기자의 눈] 2009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 평가대회 활동보조인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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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의 노동권을 이야기하며 빼놓을 수 없는 게 이동권 문제다. ‘한국의 스티븐 호킹’이라 불리는 서울대학교 이상묵 교수 역시 다시 강단에 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최첨단 전동휠체어와 어디를 가던 이 전동휠체어와 함께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상식수준의 이야기다.

같은 논리로 ‘진행상 편의’를 위해 중증장애인 근로자의 ‘수족’과 다름없는 전동휠체어로의 이동을 막고, 더 나아가 관련 편의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지탄받아 마땅한 일 아닐까.

장애인차별금지법으로 진정할만한 이같은 일이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벌어져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2009년 중증장애인 직업재활 지원 사업에 대한 평가를 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중증장애인 직업재활 지원사업 본질을 훼손시키는 일’이라며 한국장애인개발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브리지가 연결돼 있지 않은 탓에 중증장애가 있는 이들이 계단을 이용해 힘겹게 내려오고 있다 ⓒ전진호 기자     ▲ 저상버스가 없어 일반버스에 힘겹게 탑승하고 있는 오씨 ⓒ전진호 기자 중증장애인에 대한 감수성 ‘바닥’ 드러낸 한국장애인개발원

직업재활 수행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오모(뇌병변 1급)씨는 기자에게 미안한 표정으로 부탁을 해왔다. 제주도에서 개발원 주최로 10~11일 중증장애인 직업재활 지원사업 평가대회를 개최하는데, 전동휠체어를 가지고 갈 수 없어서 활동보조인을 구한다는 것. 취재부담없이 바닷바람을 쐴 수 있는 기회라 흔쾌히 따라나서겠다고 말했으나 얼굴표정이 영 좋지 않아 이유를 물어봤더니 “고생길이 훤해 암담하다.”는 게다.

당초 전동휠체어를 타고 내려가려 했으나 개발원 담당자에게 “항공사 문제도 그렇고 저상버스 등이 준비돼 있지 않아 전동휠체어를 가져올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고. 이동차량을 비롯해 숙소, 식당이용, 여행코스 등 일정 내내 중증장애인을 위한 편의제공이 없을게 뻔하고 이 때문에 1박 2일간의 여정이 얼마나 험난할 것일지 파노라마처럼 그려졌기 때문에 암담하다는 것이었다.

오씨의 '예견대로' 어려움은 공항에서부터 시작됐다.
개발원 측은 제주항공 항공권을 제공했는데, 이 항공사의 기체 상당수는 높이가 낮아 브리지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기체에 탑승하려면 버스를 타고 계단을 걸어 올라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을 확률이 높다. 다행이 우리가 탑승한 비행기는 동체가 큰 편에 속해 서울에서 제주로 내려갈 때는 브리지를 통해 쉽게 탑승했으나 제주에 도착해서는 계단을 내려와 수동휠체어를 밀어 공항을 가로질러야만 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비행기에는 오씨를 비롯해 우리와 같은 행사에 참가한 여성 일행, 할머니 등 휠체어를 타야하는 승객이 3분 계셨는데, 브리지가 없어 한 명은 활동보조인에 안겨서, 또 한 명은 계단 난간에 의지해 위태롭게 걸어 내려오는 모습이 처량하게 느껴졌다.

    ▲ 마련된 좌석에는 앉을 수 없어 맨 뒤 복도에서 4시간 가량의 강의를 들어야만 했다 ⓒ전진호 기자 휠체어 이용자 위한 편의 고려 全無

고생 끝에 공항을 빠져나와 약속장소를 찾아가니 아뿔싸, 우리를 태우고 가야할 버스는 이미 떠나 버렸다. 다행이 청주에서 출발한 일행을 위한 차량이 아직 남아 있어서 목적지까지 이동 할 수 있었으나 저상버스가 아닌 일반버스여서 탑승하는 데 또 한 차례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중증장애인을 위한 기본적인 고려는 행사장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200여명의 참석자들로 꽉 찬 강당 의자는 고정식으로 부착돼 휠체어를 탄 이들이 옮겨 앉기 불편한 구조였으며, 이미 자리가 꽉 차 복도 맨 뒤에 휠체어를 새워놓은 채 4시간 반 동안 강의를 들어야만 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후 공공기관 행사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수화통역사의 모습도 찾아볼 수가 없어 개발원 측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청각장애인이 없어서 비용절감 차원에서 배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전 11시부터 ‘극기훈련’과 같은 코스를 ‘짐짝처럼’ 이동했지만 식사할 시간조차 없어 개발원 측에서 제공한 김밥 한 줄을 먹고 강연을 듣고 있노라니 피로와 허기가 밀려왔지만 흥분된 가슴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 저녁식사가 마련된 숙소 식당모습. 경사가 심해 혼자서는 오르내릴수가 없다 ⓒ전진호 기자

‘말해 뭣하나’...개선의지 없는 한국장애인개발원

이윽고 숙소인 대명리조트로 돌아와 낯이 익은 수행기관 관계자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오씨가 겪은 ‘수난사’를 이야기하자 다들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뒤이어 개발원에서 주최한 다른 직업재활 관련행사에서 전동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어 식사를 하지 못한 일까지 까발려지자 비슷한 경험을 했던 이들의 낯빛이 흐려졌다.

뒤늦게나마 개발원 관계자가 찾아와 이날 겪은 일들을 설명하자 ‘개인적으로 잘 챙기지 못한 점 미안하다’며 사과 했으나 장애인 관련 행사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체크 요소가 문제를 지적하는 그 시점까지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사실까지 생각이 미치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일단은 다음날 일정이 걱정돼 저상버스는 어렵더라도 휠체어리프트가 장착된 특장차 등을 준비해주길 요구하자 ‘알아본 후 연락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다음날 역시 전날과 바뀐 게 아무것도 없었고, 불편한 이동편의를 체크하고 확인하는 개발원 관계자 역시 없었다.

이에 대해 개발원 관계자에게 확인했더니 “여행사를 통해 특장차를 확보하려고 노력했으나 업무시간이 끝나 당일은 확인할 수 없었으며, 다음날은 시간이 촉박해 준비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물론 너무 늦은 시각에 몇 대 안되는 특장차를 수배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정말 공감했다면 직접 렌트카 업체나 관계기관을 찾아가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취할 생각은 왜 못했을까.

중증장애인 직업재활 지원사업 2009년 추진현황과 2010년 사업계획을 소개하는 말미에 이 사업을 홍보하는 애니메이션 영상을 비쳐졌다. 목공예에 소질이 있는 한 중증장애인이 개발원이 진행하고 있는 중증장애인 직업재활 사업을 통해 일자릴 얻어 떳떳한 직장인이 된다는 내용의 영상이었는데, 픽션과 논픽션 사이에서 잠시 혼란스러웠다.

“저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도 휠체어를 탔으니 어렵게 직장은 구했지만 이동권이 보장 안 돼 ‘짐짝’ 취급당하거나 동료들에게조차 ‘구경거리’가 돼 상처받겠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뒷목이 뻐근해짐을 느꼈다.

작성자전진호 기자  01627296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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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미실님의 댓글

미실 작성일

짱입니다
어찌그리 중증장애인에 대한 인식들이 투철하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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