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별 재활병원 운영 빨간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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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현 기자 |
건강보험 수가 낮아 장애인 치료 기피하는 재활병원 실태
인천시 연수구 연수3동에 있는 경인권 재활병원은 국비와 시비 합쳐서 총 370억원의 세금을 투입해 건립된 병원이다.
이 병원 개원을 둘러싸고 인천시와 적십자사가 이견 대립을 벌이는 표면적인 이유는, 개원 후 발생할 운영 적자, 적십자사는 한 해 42억씩, 2012년까지 총 145억원의 운영비 적자가 예상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적자 운영비를 누가 책임 질 것인가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병원을 운영할 적십자사는 인천시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고, 인천시는 예산 지원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병원 개원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계획대로라면 11월 초에 개원해야 할 병원이 병원 운영에 필요한 직원 채용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병원 개원이 늦어지면서 의료서비스가 절실하게 필요한 장애인들이 본의 아닌 피해를 입게 돼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경인권 재활병원은 국민의정부 때 만들어진 공공의료확충대책 계획에 의해서, 그리고 그 후 이 계획이 제2차 장애인복지5개년계획에도 포함됐는데, ‘거점별 재활병원 설립 계획’이라는 이름으로 건립이 이루어진 병원이다.
당시 정부 계획안에 따르면 국비 50%와 지방자치단체 부담 50%를 지원해서 150병상 규모의 재활병원을 대전·경남·제주·강원·광주·인천 이상 여섯 군데 지자체에 건립한다는 것이었다. 이 계획에 따라 정부는 지난 2004년부터 건립비 지원을 시작해서 올해 처음 인천에서 경인권 재활병원이 준공됐고, 나머지 지역 병원들도 내후년까지 건립이 완료된다고 한다.
문제는 정부가 권역별 재활병원 설립을 결정하면서, 병원을 운영하면서 예상되는 적자에 대해 책임 주체를 명시하지 않고, 향후 지원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며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는 것이다.
즉 병원 운영에 예상되는 적자를 포함해 운영 예산을 누가 지원할 지 설립 계획에 확실하게 명시하지 않고 병원 설립을 추진해서 막상 병원을 건립하고 나니 운영 예산을 누가 책임질지를 놓고 서로 공방을 벌이고 있고, 그에 따라 병원 개원이 늦어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 향후 개원할 권역별 재활병원에도 이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것으로 점쳐져서 장애인 의료권 보장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지적할 수 있겠다.
그런데 언뜻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재활병원 운영에 왜 적자가 예상되고, 적자가 뻔히 예상되는 병원을 왜 건립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일 것이다.
병원 재활의학과 의사들에 따르면 재활병원 운영이 적자가 나는 근본원인은 건강보험 수가가 낮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든 병원은 기본적으로 건강보험 수가에 기대 운영되고 있는데, 장애인들을 치료하는 재활의학 분야는 병원 수입을 결정하는 건강보험 수가가 병원에서 장애인에게 제공하는 치료 원가에 훨씬 못 미쳐서 필연적으로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한 재활의학과 의사가 전하는 재활병원 운영에서 적자가 발생하는 예를 하나 들면, 뇌졸중 뇌병변 장애인과 운동장애인들이 받는 운동치료가 있는데, 치료시간이 길어 자격증을 가진 치료사들이 장애인들을 하루에 많아야 5~6명 치료하기도 벅찬 실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건강보험 수가는 1인 치료시간을 45분밖에 인정해 주지 않고, 운동치료와 관련된 건강보험 수가 자체가 낮아서 병원에서 건강보험 수가를 받아서는 치료사 인건비도 안 나온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반 병원은 거의 다 재활치료, 다른 말로 하면 장애인 치료를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 이 의사의 전언이었다. 이 의사는 이어 자신이 일하는 “병원 전체 병상이 600병동인데 그 중 재활치료병동은 적자 때문에 10병상 밖에 배정하지 않고 있다”고 실태를 전하고 있었다.
병원 건립비만 지원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
결국 장애인 치료에 드는 건강보험 수가를 올려주든지, 아니면 정부나 지자체 같은 공공의 영역에서 재활병원을 운영해야 장애인 의료권 보장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얘기가 나온 김에 하나의 예를 더 적시하면, 장애인들의 경우 비장애인들보다 병원 입원율이 높다는 게 각종 수치에서 증명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활의학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장애인이 병원에 장기 입원하면 병원 수입이 더 줄어드니까 병원에서 장애인 입원을 기피하고, 그래서 장애인들은 한 병원에 오래 입원해 있지 못하고, 이 병원 저 병원을 떠돌아다니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재활병원 운영에 있어서의 필연적인 적자 때문에 서울에 있는 국가가 설립한 재활병원도 한 해 수십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고, 민간 대형병원 부설 한 재활병원도 한 해 10억원 이상의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고 한다.
실정이 이런데도 근본적인 문제인 장애인 치료에 드는 건강 보험 수가를 올리는 것은 다른 치료 분야 전문의들과 한의사 등의 이해와 맞물려, 논의는 되고 있지만 지지부진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 재활의학과 전문의들 얘기다.
결론은 장애인 치료에 드는 건강보험 수가가 대폭 인상되기 전에는 공공의 차원에서 예산을 투입해 병원을 운영할 수밖에 없고, 그 사실, 즉 장애인 재활병원 운영에 있어서 돈이 많이 든다는 사실을 정부가 설립해서 운영하는 재활병원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권역별 재활병원 건립을 추진하면서 복지부가 병원 건립비만 지원하고 운영비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책임지라고 떠넘긴 것은 한 마디로 무책임한 처사라는 게 재활의학과 전문의들의 지적이었다.
보건복지가족부 장애인권익증진과 관계자는 이런 지적에 대해 “권역별 재활병원은 처음부터 건립비만 지원해준다는 계획이었다”고 전제한 후 “그렇지만 건강보험 수가가 낮아 병원 운영이 힘들다면 차후에 지원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그에 따르면 “지금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비를 지원해 달라고 하는데 병원을 운영해 보지 않고 돈을 달라는 건 무리이며, 내후년까지 재활병원을 모두 짓고난 후 병원들을 운영해서 평가해 보고 결과에 따라서 적자가 계속되면 검토해서 운영비 지원 등 국가 지원을 검토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일단 병원 개원은 한다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그러면 문제가 복잡해서 결국 경인권 재활병원은 개원을 못하게 되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경인권 재활병원 운영 주체인 적십자사와 인천시에 따르면, 일단 전문기관 평가를 거쳐서 인천시가 예상되는 병원 적자 운영비를 지원하는 쪽으로 의견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인천시 장애인복지팀 관계자는 “적십자사에서 주장하는 매년 42억 적자는 과대 평가된 적자이며, 인천시가 외부 기관에 경영합리화 방안 용역을 줘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내년 11억 적자 그 후에 매년 9억 7억으로 적자가 줄어들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며 “경영 평가를 통해 나타나는 적자분은 인천시가 전액 지원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관계자는 이어 “재활병원을 시도마다 건립한 게 아니라 지역권역별로 건립한 거다. 따라서 인천시에 있는 경인권 재활병원도 인천시에 있는 장애인만 이용하는 게 아니다. 권역별 병원이니까 경기도에 사는 장애인들도 이용할텐데, 병원 운영에 드는 비용을 병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인천시가 모두 책임질 수 없다”며 “서울의 국립재활병원처럼 국고에서 운영비를 지원하든지 아니면 최소 운영비의 50%만이라도 국가에서 지원하는 게 합리적인 방안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으로 “권역별 재활병원 운영이 정상화 되려면 국가에서 예산을 지원해야 하고. 만약 예산 지원을 못하겠다면 보험수가 조정이라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시는 비교적 재정자립도가 높은 도시에 속한다. 그런 인천시의 입장이 이런데 향후 개원할 재정자립도가 낮은 다른 도시 재활병원은 개원을 앞두고 또 어떤 난항을 겪게 될 것인가,
이 문제는 가뜩이나 장애인을 위한 공공의료 체계가 약한 실정을 고려해서, 정부가 운영을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지 말고, 재활병원들이 자립할 때까지만이라도 운영 예산을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 재활의학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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