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대학생에 대한 장학금 제도 유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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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오름]
전주 덕진자활센터 참여자로 전주 민들레 공부방 교사로 일하고 있는 00선생님은 올해부터 지역의 모 대학 사회복지학과 3학년에 편입해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다. 여성 가장인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복지사로 자신이 살고 있는 평화동에서 기초생활수급자들을 대상으로 상담일을 하는 것이 꿈이다.
00선생님에게는 두 명의 자녀가 있는데 이들도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다.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에 3명이 대학생인 셈인데 작년만 하더라도 00씨가 자녀들과 함께 대학을 다닌다는 것을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이 분이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를 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올해부터 시행된 차상위 계층과 기초생활수급자인 대학생에게 무상 지원되는 장학금 제도 때문이었다. (가난한 이들의 자활을 위한 단체에서 일하는 내 친구는 이명박 정부가 이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했을 때 '설마 이명박이 이런 정책을???'하면서 놀랬었다고 한다.)
00선생님은 공부방에서 일하면서 빈곤에서 벗어나 자립생활을 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항상 어려웠다고 한다.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장학금 제도가 있다는 걸 알고 이를 통해 공부방과 자립을 위한 공부를 겸해왔다. 또 일 년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던 자녀들이 학업에 집중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뿐만 아니라 00선생님 주위에도 야간대학에 진학하는 등 배움을 시작하며 새롭게 삶을 설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시행 1년 만에 없애버린 장학금 제도, 자립의 길이 아닌 빚더미를 쌓는 공부
그런데 B학점 이상에게만 지급되는 장학금이어서 낮에 일을 하면서도 열심히 공부했다는 00선생님이 학교를 계속 다니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돼버렸다. 이명박 정부가 이 제도를 시행한 지 1년 만에 없애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높은 등록금으로 고통 받는 대학생들을 위한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도>’를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나서더니, 이미 시행되던 다른 복지제도들은 없애거나 후퇴시켰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게 매년 각각 420만원, 105만원이 지급되던 제도가 사라지고 그 보완책으로 기초생활수급자에게 매년 2백만 원의 생활비가 지원된다. 이렇게 되면 00선생님으로서는 내지 않았던 등록금을 내야하고 거기에 이자까지 부담한다. 현행 제도에서는 등록금 부담이 없었지만 당장 내년부터 4년간 3,600만원(매년 8백만 원 대출받고 이자를 4년간 400만원으로 계산했을 때)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 이동수의 만화사랑방 (출처: 인권오름 152호) |
돈이 없으면 인간다운 삶도 꿈꿀 수 없다?
장학금 제도를 이용해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던 또 다른 이는 이 제도가 없어지면 학교를 어떻게 할 거냐는 나의 물음에 ‘학교를 그만 둬야지.’라고 깔끔하게(?) 말한다. 돈이 없는 이들이게 이 제도가 없어진다면 학교를 그만 두느냐, 마느냐는 선택사항조차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회보장은 정부의 시혜가 아닌 권리이다. 더구나 권리를 가지기 위한 권리로서 교육은 가난한 이들에게 누구보다 더 필요한 권리다. 이명박 정부는 친(親)서민을 노래하면서 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정책마저 일회용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등록금 걱정 없이 대학을 다닐 수 있도록 하겠다.”면 진짜로 그렇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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