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운영신고시설, 탈시설로 전환해야"
개인운영신고시설 구조적 문제 점검과 대안
본문
▲ ⓒ김태현 기자
존폐 기로 선 개인운영신고시설
2004~05년경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장애인 개인운영신고시설(이하 개인신고시설)’들은 현재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공언을 이행한다면, 올해 12월까지 현 사회복지사업법에 근거한 법정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개인운영신고시설들을 미신고시설로 간주해 폐쇄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때맞춰 작년에는 개인운영신고시설장을 중심으로 한 협회가 만들어졌고, 올해 상반기 복지부는 유예기간 연장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전국 지자체에 개인신고시설의 상황을 보고토록 했다.
유예기간이 미뤄질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도는 상황에서 지난 7월 인천시 관할 개인신고시설에서 생활인을 쇠사슬로 강박하고 비인간적인 의식주를 제공하는 등 인권침해 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인천시 관할 개인신고시설 10개소를 조사했고, 앞에서 발표한 것처럼 개인신고시설의 문제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글은 개인신고시설에서 드러난 구조적인 문제들 중에서 생활인에 대한 인권침해와 기초생활수급비(편의상 장애수당을 포함, 이하 수급비) 관리에 대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준비했다.
개인운영신고시설의 등장
장애인 개인운영신고시설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동안 복지부가 시행해온 시설 정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정부는 시설 확대와 양성화라는 목적으로 1997년 사회복지사업법을 개정해 시설 운영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했고, 개인도 시설을 설치 운영할 수 있게 법적 근거를 제공했다. 그러나 오히려 미신고 시설의 난립만 부추기고 말았는데, 당시 소규모 신고시설에 대한 기준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의 법인 신고시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소규모 미신고 시설들이 대거 발생하는 시발점이 됐다.
그러다 2002년, 충남 부여의 한 미신고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로 시설장과 생활인 3명이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전국의 미신고시설장들은 시급히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고, 복지부는 미신고시설에 대한 전면 조사와 조건부신고시설 등록 제도를 발표했다. (함께걸음 2003년 4월 1일자 ‘미신고시설 양성화 정책, 눈 가리고 아웅’ 참조)
2002년 5월, 복지부는 신고시설로 전환을 조건으로 당시 사회복지시설·설비기준 및 인력 기준을 대폭 낮춰 사회복지법령상 행정처분 및 처벌을 유예하는 ‘미신고 시설 양성화 정책’을 시행했고, 유예기간동안 조건부신고시설이 등장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조건부 신고시설로 등록한 시설에서도 생활인에 대한 폭행, 성폭행, 감금, 비인간적인 의식주 제공 등 인권침해와 수급비 횡령 등이 터져 나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기도 양평 ‘S’ 시설(2003), 충남 조치원 ‘O’ 시설(2003), 경기도 안양시 ‘B’ 시설(2005), 강원도 인제 ‘S’ 시설(2005), 충북 옥천 ‘S’ 시설(2005) 등이다.
복지부는 애초에 2005년 7월까지 신고하지 않은 시설은 폐쇄조치 하겠다고 했으나, 결국2007년까지 신고 기간을 연장해주었고, 2004년부터 2006년 사이 복지부는 조건부 신고시설에 1천억 원이 넘는 복권기금도 끌어다 퍼주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2004~06년경 조건부신고시설들은 개인신고시설들로 대거 전환했다. 현재 복지부는 이렇게 양성화된 소규모 개인 신고시설을 기존의 ‘법인시설’과 구분을 하기 위해 ‘개인운영신고시설’이라고 구분하고 있다. 그리고 복지부는 올해 말로 현 법정 기준을 맞추지 못한 개인신고시설들을 폐쇄하겠다고 다시 한 번 공언한 바 있다.
▲ 의문의 화재가 발생해 폐쇄된 장애인 미신고 시설이었던 바울선교원 내부 모습 ⓒ최희정 개인운영신고시설의 태생적 한계
앞서 설명한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면, 개인신고시설이 어떤 구조적인 문제를 내포한 채 등장했는지를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개인신고시설이 누구의 관점에서 어떤 내용으로 양성화된 것인지 짚어봐야 한다.
미신고시설 양성화 정책이 한창 시행 중이던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조건부신고시설 생활인 전수조사 결과는 이를 잘 드러내고 있다.
조사 결과, 생활인의 48%가 성폭력을 포함한 각종 폭력과 폭언을 당해 봤으며, 가해자의 50%가 시설장, 총무 등이었다. 생활인 중 72%가 수급자였으나 통장관리를 하는 경우는 겨우 7.7%였다. 그리고 생활인의 69%가 임금을 받지 못하고 일을 했으며, 생활인의 52.1%가 하루 종일 가만히 있거나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상황이 이러했지만, 생활인의 93.2%가 정부나 지자체 사회복지공무원을 만나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렇게 조건부신고시설 안에서는 폭력 등 인권침해와 수급비 횡령 등의 상황이 있음에도 복지부는 시설장 소유의 건물 증개축에만 복권기금을 투자했고, 심지어 시설 설비나 인력기준까지 완화해줬다.
인권침해나 수급비 횡령은 시설에서 짧게는 십 수 년, 길게는 평생 살아가는 생활인들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문제다. 정책의 진행 내용과 결과를 봤을 때, 결국 시설장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것이다.
이렇게 양성화된 개인신고시설에서 어떤 문제가 벌어질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가 바로 경남 마산 ‘S’ 시설, 강원 원주 ‘ㅊ’ 시설 등이고, 이번에 조사한 인천시 관할 ‘A’ 시설과 ‘ㅎ’ 시설 등도 그 예라고 하겠다.
문제 상황이 드러난 위 시설들에서는 생활인들을 쇠사슬로 묶고, 안수기도라며 폭행하고, 성폭행했다. 또한 학교 잔반을 수거해 식사로 제공했고, 생활인들에게 중증장애 생활인들의 신변처리나 노동을 임금조차 없이 강요했다.
특히 ‘A’ 시설은 복권기금으로 신축한 건물을 두고도 올해 6월까지 열악한 구건물에서 살았다. 건물을 신축했으나 절반 이상이 사무실이었고, 7~8명이 공사 중인 방 한 칸에서 생활했다. 인천시 ‘A’ 시설과 ‘ㅎ’ 시설은 각각 8천만 원, 1억 5천만 원의 복권기금을 지원받았으나, 정작 생활인들은 그 안에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었다.
위 시설들에서 벌어진 상황들은 복지부가 생활인에 대한 인권침해 상황을 등한시 하고 시설 외형 확장에만 투자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인천시는 관할 개인신고시설들의 상황도 파악하지 못한 채, 오히려 월 40~120만 원 가량을 지원하고 있었다.
태생적으로 생활인들의 인권 상황 개선을 외면한 채 등장한 개인신고시설은 미신고 시설에서 벌어졌던 인권침해를 고스란히 다시 드러내고 있다.
▲ 장애인개인운영신고시설 '소망의 집'에서 시설생활인에게 제공하고 있는 음식. 이 시설은 생활인에게 월 1천여만원의 장애수당과 수급비를 받아왔으나 썩은 음식과 유통기한 라면을 제공하는 등 극도의 인권침해 상황이 드러나 폐쇄조치 됐다. ⓒ전진호 기자 개인운영신고시설장의 수급비 관리, 횡령의 덫
복지부는 개인신고시설에 대해서 법인시설과는 다른 지침을 적용하고 있다.
법인시설은 기초생활수급자인 등록장애인을 대상으로 지자체가 입소를 의뢰하지만, 개인신고시설 입소는 ‘시설장과 생활자’ 또는 ‘시설장과 보호자’간의 민사계약에 의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개인신고시설에 입소한 장애인은 재가장애인 방식으로 수급비와 장애수당을 지급받고 있다. 그러나 개인신고시설에 입소한 장애인은 본인의 수급비와 장애수당을 만져볼 수 없는 처지다. 왜냐하면 시설장들이 입소조건으로 수급비와 장애수당은 물론 이에 대항하는 금융거래까지 위임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복지부는 시설장을 ‘급여관리자’로 지정하여 생활인들의 수급비와 장애수당을 만질 수 있도록 하는 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지침에는 지적장애인, 치매 노인, 정신질환인, 18세 미만 단독가구 등(객관적인 근거조차 없는 실정이지만) 돈 관리가 어려울 것으로 추측되는 대상자의 급여 관리를 위임하도록 되어 있지만, 개인신고시설장들은 지체나 뇌병변 장애인 등에게도 위임받아 사용하는 실정이다.
결국 개인신고시설장들은 시설에 입소한 장애인들의 수급비와 장애수당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사실상 복지부는 애매한 태도로 이를 용인해주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개인신고시설장들이 계약으로 위임받은 생활인의 수급비와 장애수당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해 면밀하게 감시하는 지자체는 없다고 단언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신고시설장의 횡령 문제는 바로 여기서 발생하고 있다. 경남 마산 ‘S’ 시설, 강원 원주 ‘ㅊ’ 시설이 전형적인 사례다. 조사 당시 ‘S’ 시설장은 생활인들에게 수급비와 장애수당을 위임받았다는 위임장을 내보였고, 관할 동사무소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태도였다.
그러나 정작 ‘S’ 시설 생활인 중에는 위임장의 존재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고, 수급 여부 자체를 알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S’ 시설장이 이렇게 생활인에게 위임받은 수급비와 장애수당은 월 천만 원에 달했고, 이중 5백여 만 원은 시설장 부부를 포함해 유령직원으로 등재한 아들들, 며느리의 급여로 빠져나갔다. ‘S' 시설장이 정작 생활인을 위해 사용한 돈을 백여만 원 남짓했다. (함께걸음 2008년 3월 21일자 ‘그곳은 지옥이었다’ 참조)
원주 ‘ㅊ’ 시설 비리도 마찬가진데, 시설장은 생활인들이 제공한 총 1억4천8백여만 원을 횡령해 개인 아파트를 사고, 아들 명의로 주식투자를 하고, 성형수술 등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함께걸음 2008년 4월 24일자 ‘제2의 'ㅅ' 사건 또 터졌다’ 참조)
복지부 지침에는 급여관리자가 급여를 지출한 경우는 그 내역을 기록하고, 읍면동사무소는 매분기별로 적정관리여부를 확인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위 시설 관할 공무원들은 시설장에게 권한은 부여해 놓고 정작 중요한 정기적인 감사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작년에 필자가 만난 충북 청주의 어느 동사무소 담당 공무원은 위 지침 내용조차 아예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인천시 관할 개인신고시설들 중에서도 매분기별로 수급비와 장애수당 지출 내용을 감사 받는다고 말한 시설장은 없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인천시 개인신고설들에서도 이러한 횡령 의혹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생활인의 수급비를 지출하면서도 금전출납부나 총계정원장, 영수증을 갖추지도 않은 시설이나 회계 내역에 맞는 서류를 제시하지 못한 시설도 있었다. 생활인들이 제공한 수급비로 시설장 부부의 병원비로 사용하거나, 시설과 유관한 교회 운영비로 지출하거나, 심지어 시설장 명의로 구입한 건물 대출금 상환을 하는 시설도 있었다.
그러나 관할 지자체에서는 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고, 복지부도 사실상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개인운영신고시설, 탈시설로 전환해야
개인신고시설 유예기간 만료가 도래한 시점에서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이 이미 때가 늦기도 했고, 유예기간 연장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개인신고시설 폐쇄 전까지는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유예기간이 끝나더라도 시설이 존재할 확률이 크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필요한 지원책을 논의해야 한다.
개인신고시설의 상황이 모두 이렇지는 않겠지만, 사실상 개인신고시설은 복지시설의 사각지대다. 미신고 시설과 조건부 시설을 거쳐 개인신고시설이 되기까지 해결하지 못한 생활인에 대한 인권침해 상황이 여전히 계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설은 그 안에서 상당기간 생활하지 않으면 적나라한 생활상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생활인에 가해지는 폭행이나 성폭행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시설 생활인 중 유독 지적장애인들만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기 때문에 인권침해 상황을 알려내기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생활인에 대한 인권침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결국 시설장과 종사자의 인권감수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들의 인권감수성은 생활인들의 삶의 질 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그 어떤 것보다 시급하다. 시설 측의 자의적인 인권교육 보다는 정부나 지자체가 전문가를 통해 정기적으로 인권감수성 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시설장과 종사자들이 제대로 된 인권교육을 심화 과정으로 이수한다면, 아마도 크고 작은 인권침해 상황들을 개선할 수는 있을 것이다.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하는 체벌, 연령 구분 없이 하는 반말이나 언어폭력, 심지어 폭행이나 성폭행을 하는 상황까지도 결국은 시설 종사자의 인권감수성으로 예방하거나 최소한 문제를 외부로 드러낼 수 있는 발판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시설장이나 종사자들이 생활인에게 인권침해를 가했을 경우, 생활인이 사회적 약자임을 고려해 가중 처벌하는 강력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 짚어야 할 문제는 인천시를 포함해 전국 많은 개인신고시설들에서 생활인에게 선택할 수 있는 상시적인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시설을 거주서비스 중심으로 개편하고 지역사회에서 진행하는 서비스를 생활인에게 연계하겠다는 내용이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으로 올라와 있는 만큼, 생활인들에게 상시적인 프로그램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는 개인신고시설에서도 지역사회와 연계해 생활인들에게 일상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결국 지자체가 개인신고시설장과 생활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지역사회 복지서비스를 연계하고, 실제로 만족도를 점검하는 등의 행정조치를 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신고시설에서 계속 문제가 되는 또 한 가지는 생활인들의 수급비와 장애수당 유용 및 횡령에 대한 부분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시설장에게 생활인의 수급비를 위임하고 있는 상황부터 개선해야 한다. 생활인은 시설장과 일상에서 권력을 평등하게 나눠가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시설장이 먼저 공개하지 않는 이상 생활인은 시설 운영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기도 어렵다. 이렇게 생활인의 삶을 뒤흔들 수 있는 사람에게 생활인의 수급비와 장애수당을 주는 것 자체가 유용이나 횡령을 불러일으키는 단초가 된다.
장애수당은 개별급여인데 개인신고시설 생활인들은 이것까지 시설장에게 위임해야 하는 처지다. 지역사회의 서비스나 물건을 구매하려고 해도 생활인들에게는 교통비조차 없다. 이는 생활인들을 지역사회로부터 고립시키고, 시설장의 권력은 더욱 공고하게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제공하고 있다.
복지부가 공언한 대로라면, 올해 말까지 법정기준을 맞추지 못한 개인신고시설들은 폐쇄될 예정이다. 양성화 정책 시행 이후 아직도 미신고시설들이 굳건히 존재하고 있는데, 과연 개인신고시설들이 유예기간 이후 폐쇄될지는 의심스럽다.
왜냐하면 개인신고시설 유예기간이 두 달도 안 남은 시점인데도 시설 폐쇄 이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건부신고시설 유예기간을 연장한 것처럼 개인신고시설 유예기간도 연장하고, 그 기간도 끝나면 결국 별 대안 없이 미신고시설 수만 늘리는 상황이 연출되지 않을까 필자는 심히 걱정스럽다.
이렇게 개인신고시설의 문제가 파악된 만큼, 이제 복지부는 안일하게 유예기간 연장이라는 카드를 내놓을 것 아니라, 올해 말까지라고 발표한 약속을 지켜 법정 기준을 맞추지 못한 개인신고시설은 폐쇄해야 할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개인신고시설 폐쇄 후 어떻게 할 것인지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 대안에는 점점 높아지는 탈시설에 대한 생활인의 욕구를 충분히 반영해, 장애인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내용을 포함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6월,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들의 두 달간 목숨 건 투쟁 끝에 서울시로부터 따낸 성과는 매우 의미가 깊다.
지난 8월, 서울시는 시설 입퇴소를 지원하는 장애인전환서비스 지원센터 신설, 체험홈 도입, 자립생활가정 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정책을 발표했다.
인천시에서도 개인신고시설 퇴소 장애인을 대상으로 자립홈과 자립주택, 그룹홈을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탈시설 지원 정책은 몇몇 지자체에서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복지부가 미신고시설 양성화 정책 시행을 위해 예산을 끌어왔던 것처럼, 탈시설 지원 정책도 결국 예산이 있어야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복지부는 무늬만 탈시설을 표방할 것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예산을 배분해 탈시설 지원 정책에 대한 의지를 보여야 하고, 시설에서 사는 사람들이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2004~05년경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장애인 개인운영신고시설(이하 개인신고시설)’들은 현재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공언을 이행한다면, 올해 12월까지 현 사회복지사업법에 근거한 법정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개인운영신고시설들을 미신고시설로 간주해 폐쇄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때맞춰 작년에는 개인운영신고시설장을 중심으로 한 협회가 만들어졌고, 올해 상반기 복지부는 유예기간 연장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전국 지자체에 개인신고시설의 상황을 보고토록 했다.
유예기간이 미뤄질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도는 상황에서 지난 7월 인천시 관할 개인신고시설에서 생활인을 쇠사슬로 강박하고 비인간적인 의식주를 제공하는 등 인권침해 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인천시 관할 개인신고시설 10개소를 조사했고, 앞에서 발표한 것처럼 개인신고시설의 문제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글은 개인신고시설에서 드러난 구조적인 문제들 중에서 생활인에 대한 인권침해와 기초생활수급비(편의상 장애수당을 포함, 이하 수급비) 관리에 대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준비했다.
개인운영신고시설의 등장
장애인 개인운영신고시설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동안 복지부가 시행해온 시설 정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정부는 시설 확대와 양성화라는 목적으로 1997년 사회복지사업법을 개정해 시설 운영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했고, 개인도 시설을 설치 운영할 수 있게 법적 근거를 제공했다. 그러나 오히려 미신고 시설의 난립만 부추기고 말았는데, 당시 소규모 신고시설에 대한 기준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의 법인 신고시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소규모 미신고 시설들이 대거 발생하는 시발점이 됐다.
그러다 2002년, 충남 부여의 한 미신고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로 시설장과 생활인 3명이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전국의 미신고시설장들은 시급히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고, 복지부는 미신고시설에 대한 전면 조사와 조건부신고시설 등록 제도를 발표했다. (함께걸음 2003년 4월 1일자 ‘미신고시설 양성화 정책, 눈 가리고 아웅’ 참조)
2002년 5월, 복지부는 신고시설로 전환을 조건으로 당시 사회복지시설·설비기준 및 인력 기준을 대폭 낮춰 사회복지법령상 행정처분 및 처벌을 유예하는 ‘미신고 시설 양성화 정책’을 시행했고, 유예기간동안 조건부신고시설이 등장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조건부 신고시설로 등록한 시설에서도 생활인에 대한 폭행, 성폭행, 감금, 비인간적인 의식주 제공 등 인권침해와 수급비 횡령 등이 터져 나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기도 양평 ‘S’ 시설(2003), 충남 조치원 ‘O’ 시설(2003), 경기도 안양시 ‘B’ 시설(2005), 강원도 인제 ‘S’ 시설(2005), 충북 옥천 ‘S’ 시설(2005) 등이다.
복지부는 애초에 2005년 7월까지 신고하지 않은 시설은 폐쇄조치 하겠다고 했으나, 결국2007년까지 신고 기간을 연장해주었고, 2004년부터 2006년 사이 복지부는 조건부 신고시설에 1천억 원이 넘는 복권기금도 끌어다 퍼주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2004~06년경 조건부신고시설들은 개인신고시설들로 대거 전환했다. 현재 복지부는 이렇게 양성화된 소규모 개인 신고시설을 기존의 ‘법인시설’과 구분을 하기 위해 ‘개인운영신고시설’이라고 구분하고 있다. 그리고 복지부는 올해 말로 현 법정 기준을 맞추지 못한 개인신고시설들을 폐쇄하겠다고 다시 한 번 공언한 바 있다.
▲ 의문의 화재가 발생해 폐쇄된 장애인 미신고 시설이었던 바울선교원 내부 모습 ⓒ최희정 개인운영신고시설의 태생적 한계
앞서 설명한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면, 개인신고시설이 어떤 구조적인 문제를 내포한 채 등장했는지를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개인신고시설이 누구의 관점에서 어떤 내용으로 양성화된 것인지 짚어봐야 한다.
미신고시설 양성화 정책이 한창 시행 중이던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조건부신고시설 생활인 전수조사 결과는 이를 잘 드러내고 있다.
조사 결과, 생활인의 48%가 성폭력을 포함한 각종 폭력과 폭언을 당해 봤으며, 가해자의 50%가 시설장, 총무 등이었다. 생활인 중 72%가 수급자였으나 통장관리를 하는 경우는 겨우 7.7%였다. 그리고 생활인의 69%가 임금을 받지 못하고 일을 했으며, 생활인의 52.1%가 하루 종일 가만히 있거나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상황이 이러했지만, 생활인의 93.2%가 정부나 지자체 사회복지공무원을 만나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렇게 조건부신고시설 안에서는 폭력 등 인권침해와 수급비 횡령 등의 상황이 있음에도 복지부는 시설장 소유의 건물 증개축에만 복권기금을 투자했고, 심지어 시설 설비나 인력기준까지 완화해줬다.
인권침해나 수급비 횡령은 시설에서 짧게는 십 수 년, 길게는 평생 살아가는 생활인들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문제다. 정책의 진행 내용과 결과를 봤을 때, 결국 시설장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것이다.
이렇게 양성화된 개인신고시설에서 어떤 문제가 벌어질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가 바로 경남 마산 ‘S’ 시설, 강원 원주 ‘ㅊ’ 시설 등이고, 이번에 조사한 인천시 관할 ‘A’ 시설과 ‘ㅎ’ 시설 등도 그 예라고 하겠다.
문제 상황이 드러난 위 시설들에서는 생활인들을 쇠사슬로 묶고, 안수기도라며 폭행하고, 성폭행했다. 또한 학교 잔반을 수거해 식사로 제공했고, 생활인들에게 중증장애 생활인들의 신변처리나 노동을 임금조차 없이 강요했다.
특히 ‘A’ 시설은 복권기금으로 신축한 건물을 두고도 올해 6월까지 열악한 구건물에서 살았다. 건물을 신축했으나 절반 이상이 사무실이었고, 7~8명이 공사 중인 방 한 칸에서 생활했다. 인천시 ‘A’ 시설과 ‘ㅎ’ 시설은 각각 8천만 원, 1억 5천만 원의 복권기금을 지원받았으나, 정작 생활인들은 그 안에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었다.
위 시설들에서 벌어진 상황들은 복지부가 생활인에 대한 인권침해 상황을 등한시 하고 시설 외형 확장에만 투자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인천시는 관할 개인신고시설들의 상황도 파악하지 못한 채, 오히려 월 40~120만 원 가량을 지원하고 있었다.
태생적으로 생활인들의 인권 상황 개선을 외면한 채 등장한 개인신고시설은 미신고 시설에서 벌어졌던 인권침해를 고스란히 다시 드러내고 있다.
▲ 장애인개인운영신고시설 '소망의 집'에서 시설생활인에게 제공하고 있는 음식. 이 시설은 생활인에게 월 1천여만원의 장애수당과 수급비를 받아왔으나 썩은 음식과 유통기한 라면을 제공하는 등 극도의 인권침해 상황이 드러나 폐쇄조치 됐다. ⓒ전진호 기자 개인운영신고시설장의 수급비 관리, 횡령의 덫
복지부는 개인신고시설에 대해서 법인시설과는 다른 지침을 적용하고 있다.
법인시설은 기초생활수급자인 등록장애인을 대상으로 지자체가 입소를 의뢰하지만, 개인신고시설 입소는 ‘시설장과 생활자’ 또는 ‘시설장과 보호자’간의 민사계약에 의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개인신고시설에 입소한 장애인은 재가장애인 방식으로 수급비와 장애수당을 지급받고 있다. 그러나 개인신고시설에 입소한 장애인은 본인의 수급비와 장애수당을 만져볼 수 없는 처지다. 왜냐하면 시설장들이 입소조건으로 수급비와 장애수당은 물론 이에 대항하는 금융거래까지 위임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복지부는 시설장을 ‘급여관리자’로 지정하여 생활인들의 수급비와 장애수당을 만질 수 있도록 하는 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지침에는 지적장애인, 치매 노인, 정신질환인, 18세 미만 단독가구 등(객관적인 근거조차 없는 실정이지만) 돈 관리가 어려울 것으로 추측되는 대상자의 급여 관리를 위임하도록 되어 있지만, 개인신고시설장들은 지체나 뇌병변 장애인 등에게도 위임받아 사용하는 실정이다.
결국 개인신고시설장들은 시설에 입소한 장애인들의 수급비와 장애수당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사실상 복지부는 애매한 태도로 이를 용인해주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개인신고시설장들이 계약으로 위임받은 생활인의 수급비와 장애수당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해 면밀하게 감시하는 지자체는 없다고 단언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신고시설장의 횡령 문제는 바로 여기서 발생하고 있다. 경남 마산 ‘S’ 시설, 강원 원주 ‘ㅊ’ 시설이 전형적인 사례다. 조사 당시 ‘S’ 시설장은 생활인들에게 수급비와 장애수당을 위임받았다는 위임장을 내보였고, 관할 동사무소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태도였다.
그러나 정작 ‘S’ 시설 생활인 중에는 위임장의 존재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고, 수급 여부 자체를 알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S’ 시설장이 이렇게 생활인에게 위임받은 수급비와 장애수당은 월 천만 원에 달했고, 이중 5백여 만 원은 시설장 부부를 포함해 유령직원으로 등재한 아들들, 며느리의 급여로 빠져나갔다. ‘S' 시설장이 정작 생활인을 위해 사용한 돈을 백여만 원 남짓했다. (함께걸음 2008년 3월 21일자 ‘그곳은 지옥이었다’ 참조)
원주 ‘ㅊ’ 시설 비리도 마찬가진데, 시설장은 생활인들이 제공한 총 1억4천8백여만 원을 횡령해 개인 아파트를 사고, 아들 명의로 주식투자를 하고, 성형수술 등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함께걸음 2008년 4월 24일자 ‘제2의 'ㅅ' 사건 또 터졌다’ 참조)
▲ 인천지역 개인운영신고시설 민관합동 전수조사를 실시하게 된 원인을 제공한 인천시 강화군의 진리난민구제선교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 모습. '밖으로 나간다'는 이유로 쇠사슬로 묶어놓은 모습이 공개되며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함께걸음 자료사진 |
심지어 작년에 필자가 만난 충북 청주의 어느 동사무소 담당 공무원은 위 지침 내용조차 아예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인천시 관할 개인신고시설들 중에서도 매분기별로 수급비와 장애수당 지출 내용을 감사 받는다고 말한 시설장은 없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인천시 개인신고설들에서도 이러한 횡령 의혹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생활인의 수급비를 지출하면서도 금전출납부나 총계정원장, 영수증을 갖추지도 않은 시설이나 회계 내역에 맞는 서류를 제시하지 못한 시설도 있었다. 생활인들이 제공한 수급비로 시설장 부부의 병원비로 사용하거나, 시설과 유관한 교회 운영비로 지출하거나, 심지어 시설장 명의로 구입한 건물 대출금 상환을 하는 시설도 있었다.
그러나 관할 지자체에서는 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고, 복지부도 사실상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개인운영신고시설, 탈시설로 전환해야
개인신고시설 유예기간 만료가 도래한 시점에서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이 이미 때가 늦기도 했고, 유예기간 연장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개인신고시설 폐쇄 전까지는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유예기간이 끝나더라도 시설이 존재할 확률이 크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필요한 지원책을 논의해야 한다.
개인신고시설의 상황이 모두 이렇지는 않겠지만, 사실상 개인신고시설은 복지시설의 사각지대다. 미신고 시설과 조건부 시설을 거쳐 개인신고시설이 되기까지 해결하지 못한 생활인에 대한 인권침해 상황이 여전히 계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설은 그 안에서 상당기간 생활하지 않으면 적나라한 생활상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생활인에 가해지는 폭행이나 성폭행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시설 생활인 중 유독 지적장애인들만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기 때문에 인권침해 상황을 알려내기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생활인에 대한 인권침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결국 시설장과 종사자의 인권감수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들의 인권감수성은 생활인들의 삶의 질 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그 어떤 것보다 시급하다. 시설 측의 자의적인 인권교육 보다는 정부나 지자체가 전문가를 통해 정기적으로 인권감수성 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시설장과 종사자들이 제대로 된 인권교육을 심화 과정으로 이수한다면, 아마도 크고 작은 인권침해 상황들을 개선할 수는 있을 것이다.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하는 체벌, 연령 구분 없이 하는 반말이나 언어폭력, 심지어 폭행이나 성폭행을 하는 상황까지도 결국은 시설 종사자의 인권감수성으로 예방하거나 최소한 문제를 외부로 드러낼 수 있는 발판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 시설장과 시설장 형, 아들이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아동을 성폭행 및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폐쇄된 인천 강화군의 'H'개인운영신고시설 전경 ⓒ전진호 기자 |
또 짚어야 할 문제는 인천시를 포함해 전국 많은 개인신고시설들에서 생활인에게 선택할 수 있는 상시적인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시설을 거주서비스 중심으로 개편하고 지역사회에서 진행하는 서비스를 생활인에게 연계하겠다는 내용이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으로 올라와 있는 만큼, 생활인들에게 상시적인 프로그램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는 개인신고시설에서도 지역사회와 연계해 생활인들에게 일상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결국 지자체가 개인신고시설장과 생활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지역사회 복지서비스를 연계하고, 실제로 만족도를 점검하는 등의 행정조치를 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신고시설에서 계속 문제가 되는 또 한 가지는 생활인들의 수급비와 장애수당 유용 및 횡령에 대한 부분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시설장에게 생활인의 수급비를 위임하고 있는 상황부터 개선해야 한다. 생활인은 시설장과 일상에서 권력을 평등하게 나눠가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시설장이 먼저 공개하지 않는 이상 생활인은 시설 운영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기도 어렵다. 이렇게 생활인의 삶을 뒤흔들 수 있는 사람에게 생활인의 수급비와 장애수당을 주는 것 자체가 유용이나 횡령을 불러일으키는 단초가 된다.
장애수당은 개별급여인데 개인신고시설 생활인들은 이것까지 시설장에게 위임해야 하는 처지다. 지역사회의 서비스나 물건을 구매하려고 해도 생활인들에게는 교통비조차 없다. 이는 생활인들을 지역사회로부터 고립시키고, 시설장의 권력은 더욱 공고하게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제공하고 있다.
복지부가 공언한 대로라면, 올해 말까지 법정기준을 맞추지 못한 개인신고시설들은 폐쇄될 예정이다. 양성화 정책 시행 이후 아직도 미신고시설들이 굳건히 존재하고 있는데, 과연 개인신고시설들이 유예기간 이후 폐쇄될지는 의심스럽다.
왜냐하면 개인신고시설 유예기간이 두 달도 안 남은 시점인데도 시설 폐쇄 이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건부신고시설 유예기간을 연장한 것처럼 개인신고시설 유예기간도 연장하고, 그 기간도 끝나면 결국 별 대안 없이 미신고시설 수만 늘리는 상황이 연출되지 않을까 필자는 심히 걱정스럽다.
이렇게 개인신고시설의 문제가 파악된 만큼, 이제 복지부는 안일하게 유예기간 연장이라는 카드를 내놓을 것 아니라, 올해 말까지라고 발표한 약속을 지켜 법정 기준을 맞추지 못한 개인신고시설은 폐쇄해야 할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개인신고시설 폐쇄 후 어떻게 할 것인지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 대안에는 점점 높아지는 탈시설에 대한 생활인의 욕구를 충분히 반영해, 장애인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내용을 포함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6월,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들의 두 달간 목숨 건 투쟁 끝에 서울시로부터 따낸 성과는 매우 의미가 깊다.
지난 8월, 서울시는 시설 입퇴소를 지원하는 장애인전환서비스 지원센터 신설, 체험홈 도입, 자립생활가정 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정책을 발표했다.
인천시에서도 개인신고시설 퇴소 장애인을 대상으로 자립홈과 자립주택, 그룹홈을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탈시설 지원 정책은 몇몇 지자체에서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복지부가 미신고시설 양성화 정책 시행을 위해 예산을 끌어왔던 것처럼, 탈시설 지원 정책도 결국 예산이 있어야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복지부는 무늬만 탈시설을 표방할 것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예산을 배분해 탈시설 지원 정책에 대한 의지를 보여야 하고, 시설에서 사는 사람들이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작성자최희정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활동가) prota10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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