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걸려 50만원,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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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충청]
“약값은 별로 안 들었는데… 검사비가 많이 내렸다고 했는데도 1차 진료비만 4만8천원 들었습니다. 병실이 없다고 1인실을 써야 한다고 해서 입원비만 40만원 들었어요. 신종플루 치료기간 50만원 정도 들어간 겁니다. 치료기간인 7일 동안, 회사는 병가처리를 하지 않고 연차휴가에서 일수를 제외하더군요. 우리 같은 서민은 병에 걸리는 것도 부담스럽습니다.”
충남 당신에 사는 박씨는 10월 중순 신종플루에 걸려 타미플루를 복용하고 완치되었지만 불만이 많다. 몸도 아픈데, 치료비용도 만만찮게 들어가고, 직장에서는 ‘병가’도 아닌 연차휴가로 처리한 것이다. 처음엔 타미플루를 복용하면서 집에서 자가 치료를 할까도 생각해봤다. 그러나 박씨는 아이들 걱정에 집에서 쉬지도 못하고 결국 병원 입원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개인위생 철저히!” “걱정 없이 회복을!” “편히 쉬고 많은 양의 수분을!”이란 내용으로 대국민 홍보에 나섰지만 실상을 달랐다.
“저는 아이가 3명이예요. 저로 인해 애들이 만약에 신종플루에 걸린다면? 아이들 건강도 걱정이지만 비용도 무시할 수 없더라고요. 5만원도 아니고 50만원인데… 상당히 부담스러웠습니다. 전혀 계획에 없던 돈이 나가니까. 사람이 죽고, 감염환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없는 사람들은 집에서 앓다가 가족들끼리 병을 나누고…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신종플루 위기단계가 ‘심각’으로 격상이 추진될 정도면 국가에서 비용, 전염예방, 거점병원 관리 등 정책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좁은 집에 살면서 맘 편히 쉴 공간도 부족하고, 아이들에게 전염될까봐 걱정되어 ‘거점병원’에 입원 했다는 박씨. 그러나 병원측은 박씨에게 1인실로 입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병실조차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던 것이다.
“일반 병실이 없었다. 병동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서 1인실 병실을 쓸 수밖에 없었어요. 신종플루 환자들을 위한 병실이 있긴 했는데 다 찼다며 1인실을 쓰라고 했어요. 환자들을 위한 격리병동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것이 아니라 비어 있는 병실에 신종플루 환자가 들어가면 그 병실은 신종플루 환자를 위한 병실이 되는 것이었다. 정부가 정한 거점병원이 그런 시스템이더라. 1인실은 하루에 8만원인데, 일반병실이 생기면 옮겨 달라고 해서 중간에 옮겼어요.”
‘거점병원’이었지만 신종플루 환자와 전염을 막기 위한 전문적인 시스템은 부족했다. 신종플루가 의심되어 검사를 받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일반 환자들과 함께 복도에서 의사를 기다렸다. 내색은 못했지만 ‘대기’하는 동안 박씨는 ‘혹시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을까? 내가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며 불안하기도 했다.
“회사에도 개인이 알아서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죠. 제 경우는 증상이 나타나서 확진 검사하고 확진판정이 나올 때까지 약을 먹어도 잘 안 듣는 것 같아서 다음 날 조퇴를 했어요. 그래도 최소한 하루 정도 직장 동료들과 같이 있었는데, 동료들이 불안해하더군요. 퇴원 이후에도 농담처럼 ‘불안해’라고 말해요.”
환자를 배려하지 못하는 병원 시스템의 문제뿐만 아니라 박씨는 보건 당국에도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정부의 태도를 봤을 때, 전염을 막기 위한 적극적은 노력은 부족하고, 형식적인 절차만 강조한다는 것이다.
“의아했던 건, 확진 검사 뒤 양성 판정을 받고 보건소에서 여러 차례 전화가 왔습니다. ‘어디서 옮은 것 같으냐? 지금 어디에 있느냐? 어떤 형태로 격리되었냐?’ 등의 질문을 했어요. 그 뒤에 다름 사람이 전화화서 똑같은 질문을 몇 차례 했다. 직접 와서 하는 것도 아니고… 보건 당국에서 환자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이렇다는 것이다. 보건 당국에서 와서 역학조사나 이런 거 할 줄 알았는데… 출근한 다음엔 직장에서는 내가 어떤 과정을 통해 치료하고 복귀했는지 보건당국에서 연락받는 것이 없었다. 신종플루 통계만 내고 형식적인 질문들만 하고, 상부에 보고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손만 열심히 씻으면 안 걸린다고 하는… 그런 태도인 것이죠.”
연일 신종플루 관련 기사로 언론이 떠들썩한 가운데 한 TV 뉴스 보도가 떠오른다. 뉴스는 국민들에게 신종플루에 걸리면 타미플루를 5일 동안 모두 복용해야 병이 완치된다고 알린 뒤 바로 신종플루로 인해 국가경제의 큰 타격이 예상된다는 정보를 알렸다. 그 뉴스가 마치 ‘약을 모두 복용하지 않은 개인에게도 신종플루가 완치되지 않는 책임이 있습니다. 완치되어 일을 하고, 학교에 가야 국가 경제가 살아납니다’고 들리는 이유는 왜 일까.
아파도 쉴 수 없는 사회, 없는 사람은 아파도 맘 편히 치료 받지 못하는 사회에 대해 물음을 던지며, 사회적 대응 체계가 중요하다고 지적한 박씨가 남긴 마지막 말이 떠오른다.
“아픈 증상이 한꺼번에 오는 게 아니라 감기 올 때 컨디션이 다운됐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진행되듯이 그렇게 오더라고요. 발열, 근육통, 몸살기운, 기침 등 말이죠. 독감 정도인데, 실제 이틀간은 아무것도 못할 정도로 끙끙 앓더라고요. 그런데 편히 쉴 수 있는 환경이… 직장도 출근해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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