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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및 행정서비스에서의 장애인차별금지

장차법 활용하기_ 차별에 대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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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공기관 행정서비스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모든 영역에 걸쳐 있지만, 성인이 되면 공공기관으로부터의 서비스가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장애를 가진 사람은 장애로 인한 복지서비스, 수당이나 연금, 기초생활수급, 일자리 등 다양한 일로 공적 서비스기관을 찾는 일들이 부쩍 늘어갈 수밖에 없다. 가급적 안 가면 좋겠으나 경찰서, 검찰, 법원 등의 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가끔은 공공기관에 가서 기분 나쁜 일을 경험하곤 한다. 가장 흔한 경우가 불친절을 겪거나 충분한 설명을 못 듣는 것이고, 원하는 서비스를 못 받거나 거절당하는 경우도 있다. 사고나 억울한 일로 경찰서나 검찰, 법원에 가면 이런 일은 더욱 많이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그 이유가 명쾌하지 않거나, 내가 장애를 가졌기 때문인 경우, 더군다나 다른 기관도 아니고 공공기관에서 이런 일을 경험하게 된 경우에는 불쾌감이 증폭되고,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게 된다. 더욱이 공공기관의 행정서비스는 단순히 그 일 한 가지만이 아니라 다른 서비스나 일과 연결될 수 있고, 사법 문제는 재산, 형벌 등 개인사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막대하기 때문에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행정서비스 거부에 장애는 이유가 될 수 없다

불쾌한 일이 반드시 ‘장애’ 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감을 발급받으러 간 장애인에게 의사소통이 좀 어렵다고 무조건 보호자가 와야 한다고 하거나, 공공기관에서 주최하는 장애인을 위한 행사나 프로그램에서 보호자를 동반할 것을 요구하는 행위, 공공기관에서 발급받은 서류나 문서를 전혀 알 수 없는 경우들은 너무도 빈번히 발생하는 차별행위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사법․행정서비스에서 어떠한 이유든 장애로 인한 제한・배제・분리・거부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행정기관에서 발급받는 서류에는 본인의 의사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나, 단지 의사소통이 어렵다고 어떠한 노력 없이 무조건 보호자를 동반하라고 하는 것은 장애인차별행위이다. 행정서비스에서 장애를 이유로 후순위로 밀리는 것도 장애로 인한 차별행위에 해당한다. 인권위는 2017년 정신질환을 사유로 보충역 판정을 받은 자에 대해 사회복무요원 소집순위를 후순위로 배치하는 것에 대해 장애인차별로 인정한 바 있다.

 

공공기관은 정당한 편의 제공에 대한 책임이 무겁다

공공기관 및 그 소속원은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를 장애인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실질적으로 동등한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인권위는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이 시행된 후 주민등록증이나 장애인등록증에 점자 미표기를 장애인차별로 권고한 바 있고 현재까지도 공공기관이 생산하는 전자문서 및 비전자문서 모두에 장애인이 요구하는 유형으로 인쇄물접근성바코드나 점자, 텍스트 등의 형태로 제공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편의를 제공함에 있어서는 사기업이나 법인에 비해 공적 서비스 기관인 만큼 그 책임과 의무가 엄중하게 요구되기에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3항에 차별의 예외조항으로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유’가 공공기관에게는 보다 엄격하게 적용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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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서법 앞의 평등이 아니다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라는 말이 있다. 돈이 있으면 있던 죄도 없어지고, 돈이 없으면 없던 죄도 생긴다는 말이다. 하지만 여러 현실적 제약들로 인해 장애인에게 금전적 여유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거기다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알 수 없거나, 듣거나 말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일들은 여러 차례 반복돼 왔다. 밤늦게 돌아다닌 이유 하나만으로 용의자로 둔갑하거나, 목격자로 진술했을 뿐인데 갑자기 피고인이 돼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익산 택시기사 살인사건 용의자 최 모 씨 사건들을 기억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힘없고, 권력이 없는 사람에게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만 장애인의 경우에는 변호인하고도 소통이 되지 않을 수 있기에 국선변호인만 있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래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6조 제6항에서는 사법기관의 정당한 편의제공을 의무화하고 있다. 즉 경찰, 검찰 그리고 법원은 피해자 및 피의자, 참고인이 장애인인 경우 조력을 신청한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면 차별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편의에는 보조인력, 점자자료, 인쇄물음성출력기기, 한국수어 통역, 대독(代讀), 음성지원시스템, 컴퓨터 등이 포함된다.

 

장애인은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알려야 한다

그런데 장애인이 무엇을, 어떻게 신청해야 하는지 알아서 신청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형사소송은 신체구금이나 벌금 등과 같은 형벌과 관련된 중대한 사안이기에 한번 기회를 놓치면 그 피해가 회복되기 어렵다. 그래서 사법기관은 반드시 사건관계인이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그 장애인에게 형사사법 절차에서 조력을 받을 수 있음과 그 구체적인 조력의 내용을 알려주어야만 한다.

아울러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6조 제7항에서는 ‘장애인이 인신구금·구속 상태에 있어서 장애인 아닌 사람과 실질적으로 동등한 수준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 및 적극적인 조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구치소, 교도소도 예외 없이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이 규정에 의해 구치소, 교도소에서의 편의 제공이 법적 권리가 되고 있고, 그 요구도 날로 늘어가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수감자에게는 편의시설이 돼 있는 거실이 제공되고, 필요할 경우 보조기기 등이 제공될 수 있다.

 

장애인 당사자들이여, 더 당당해지고 여유로워지자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으로 가장 많은 변화가 있는 영역은 무엇보다 공공기관이라 할 수 있다.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기에 그 책임이 무겁기 때문이기는 한데, 일부 이러한 책임을 너무 강하게 요구하는 경우들이 있다.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시간적 여유를 전혀 주지 않는 경우이다. 공적기관이니 편의를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하겠지만, 그러지 못한 경우도 있을 수는 있다. 이럴 때 준비할 기회와 시간을 줘야 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하면 ‘정당한 편의를 요구하고, 이를 거부했을 때’ 차별이 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는 편의를 요구하고 제공될 때까지 시간과 기회를 줘도 제공되지 않거나, 명확하게 거부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또한 장애인차별행위를 한 자에 대해 공공기관 소속원이라는 이유로 ‘그런 사람이 어떻게 그런 자리에 있을 수 있느냐, 그런 사람은 해고시켜야 한다’고 강하게 질책하는 경우도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 이상을 묻게 될 경우 반대로 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도의적 책임과 법적인 책임을 묻는 것에는 경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제 공공기관에 가서 절대 위축되지 말고 당당하게 요구하자. 하지만 조금 여유를 주자. 그런 후에도 안 된다고 하면 책임을 묻자.

작성자글. 이인영/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조사1과 조사관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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