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예고한 중증장애인연금법안, 생색내기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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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가족부의 ‘중증장애인연금법안(이하 정부안)’이 2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제 국회 제출만 남은 상황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18세 이상의 중증장애인 중 본인과 배우자의 소득·재산이 일정기준 이하인 자에 대해 내년 7월부터 중증장애인연금이 지급된다. 중증장애인은 장애등급이 1,2급이거나 3급 중 대통령이 정한 장애유형을 가진 자이다. 중증장애인연금은 기초급여와 부가급여로 나뉘어 지급되는데, 기초급여는 국민연금 가입자 월평균 소득액의 5%인 9만1천원이며, 부가급여는 소득수준 및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다.
부가급여를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는 하나, 복지부가 제출한 「2010년 보건복지가족부 예산안」을 보면 기초생활수급권자인 경우 6만원, 차상위계층인 경우 5만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이에 따라, 중증장애인연금은 월 9만1천원~15만1천원 사이에서 지급될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안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 번째 문제는 낮은 연금 수준이다. 현재도 이미 장애수당이 있어, 저소득 중증장애인에게 매월 12~13만원의 중증장애수당이 지급되고 있다. 정부안은 ‘기존 장애수당 + 새로운 중증장애인연금 도입’이 아니라, 현행 중증장애수당을 중증장애인연금으로 전환하는 것에 불과하다. 정부는 중증장애수당을 내년 7월부터 중증장애인연금으로 전환해, 월 14만1천원~15만 1천원을 지급하겠다고 하나, 이는 3년 동안 동결되어 온 중증장애수당을 2만1천원 상향조정한 것에 불과하다.
다만, 기존에 지원하지 않던 차차상위 중증장애인에게 9만1천원 지원하는 것은 그나마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실시한 「2008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로 인한 추가 비용은 평균 15만9천원이며, 중증장애인은 20만8천원, 경증장애인은 13만8천원에 달한다. 정부안이 기초급여와 부가급여로 나눠지며, 부가급여는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을 고려한다고 했는데, 정부가 책정한 연금액수로만 보자면 부가급여 하나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인지 예산 편성도 궁색하다. 정부는 중증장애인연금이 신규로 도입되면서 2010년 1,519억원의 예산이 새롭게 편성됐다고 했다. 그러나 현행 장애수당 예산이 올해 3,097억원에서 내년 2,018억원으로 1,089억원 삭감된 상황이며, 삭감된 1,089억원이 중증장애인연금 예산으로 전환됐다 볼 수 있으므로 사실상 실제 추가된 예산은 439억원(1,519억원-1,089억원)에 불과하다. 중증장애인연금을 새로운 제도라며 선전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하다.
두 번째 문제는 중증장애인연금에 대한 중앙정부 부담액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중증장애인연금은 지자체와 매칭펀드로 이뤄지는 국고보조사업으로, 2010년 정부는 운영비 45억원을 제외하고 1,474억원을 지자체에 보조할 계획이다. 지자체 보조율은 67%이다. 이에 맞춰 지자체는 나머지 33%에 해당하는 726억원을 내야 한다. 반면, 똑같이 매칭펀드로 이뤄지는 기초노령연금 보조율은 71%이고, 의료급여 보조율은 77.0%이며, 생계급여 보조율은 78.4%이다.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다른 현금급여인 장애인의료비지원이나 장애인자녀학비지원 사업도 보조율이 76~77%에 달한다. 이렇게 따지면, 중증장애인연금은 다른 국고보조사업에 비해 중앙정부 지원금이 상당히 낮은 편이다. 부자 감세로 인해 지자체 재원이 줄어드는 마당에 신규사업에 대해서도 중앙정부 재정부담을 최소화하고 지자체 재원부담을 늘리면, 지자체의 복지 저항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지자체 특성에 맞는 복지사업 역시 최소화될 수 있다.
이미 진보신당은 중증장애인에게 월 25만원, 경증장애인에게 월 12.5만원을 장애인 인구의 70%까지 지급하는 장애인연금 도입안을 올해 초 발표한 적이 있다. 전액 중앙정부 재원으로 부담할 때, 필요한 재원은 총 2조2,050억원이다. 현재 정부의 부자감세 중 일부만 포기해도 손쉽게 충당할 수 있는 재정이다. 정부는 생색만 내지 말고 장애인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중증장애인연금제도를 도입해야 하며, 국회 역시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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