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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용산참사 건물에 용역 상주 알았다”

건물에 들어가 있던 용역 직원 하 모씨 증언

본문

[참세상]

변호인: 19일 오전에 (용산참사가 난) 건물 2층에서 “3층과 4층 사이 계단에 바리케이트가 있다”고 경찰에게 소리친 일이 있었나?
용역 직원: 소리 질렀다.
변호인: 19일 오전부터 증인이 건물 안에 있는 것을 경찰이 알고 있었나?
용역 직원: 알고 있었다.

용산참사가 일어났던 건물 2층에 철거용역업체 직원들이 올라가 있었다는 사실을 경찰도 알고 있었다는 증언이 용역업체 직원 하 모씨로 부터 나왔다. 하 씨는 용산참사가 났던 1월 20일 새벽에 건물 내부에 두 차례 불을 질러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합의 27부(부장판사 한양석)는 14일에도 공판을 열고 철거업체 직원과 용산4구역 재개발 부조합장, 주거세입자 등을 증인으로 불렀다.

증인으로 나온 하 모 철거업체 직원은 철거민들이 참사가 난 남일당 건물에서 망루를 짓는다는 소식을 듣고 오전 6시 10분께 4명의 직원을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특공대 투입직전까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 모씨 등이 남일당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에 경찰의 강력한 제지는 없었다. 하 씨는 “ 경찰이 제지는 했지만 ‘저희 현장 건물이고 하니 들어가야 겠다’고 말하고 그냥 들어갔다”고 증언했다.

건물 안에 들어간 하 씨와 용역업체 직원들이 19일 오전에 “건물 3층과 4층 사이 계단이 바리케이트가 있다”는 사실을 경찰에 알려주기도 있었다. 그는 변호인이 ‘19일 오전부터 증인이 건물 안에 있는 것을 경찰이 알고 있었나?’라고 묻자 “알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지난 9일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백동산 용산경찰서장은 건물 내부에 용역이 있는지도 몰랐고 불을 피운 것을 보지도 보고 받지도 못했다고 증언했다. 백동산 서장은 증인석에서 “만일 용역업체 직원이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라며 오히려 변호인단에게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용역직원 하 씨의 증언은 하 씨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재판과정에서 검찰이 조사한 사실을 토대로 확인된 것이다. 따라서 백동산 서장이 거짓으로 증언을 했던지, 용산경찰서 직원이 알고도 서장에게 보고를 하지 않고 묵인한 것인지 두 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경찰이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용역업체 직원의 건물 내 상주를 알고 있었다는 것은 경찰이 불법을 묵인한 것이라 문제가 심각하다.

심지어 김 모 용산경찰서 정보과 형사는 하 씨와 7차례나 통화한 기록이 있었다. 김 씨는 하 씨에게 전화를 걸어 ‘안에 별일 없느냐’고 물었다. 이런 정황 때문에 용산범대위와 철거민들은 경찰이 용역 직원들과 합동작전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에 앞서 증인으로 나온 정 모 재개발 부조합장은 “19일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남일당 건물에 들어가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믿을 수 없어 전철연 가입

이날 재판에선 용역업체 직원의 경찰 합동작전 의혹 외에도 철거민들의 일상에서 일어난 용역업체 직원들의 폭력과 경찰의 묵인 논란도 쟁점이 됐다.

증인으로 나온 용산 4구역 주거 세입자 정영신 씨는 자신이 거주하면서 목격한 것과 들은 사실을 증언했다. 정영신 씨에 따르면 용역 직원들이 직접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에 가입한 세입자들에게 위협을 가하고 폭력을 행사했지만 신고를 받고 온 경찰은 무기력했다.

정 씨는 “용역직원이 시아버님과 남편이 장사를 하는 호프집에서 횡포를 부려 경찰에 신고했더니 경찰이 오히려 ‘에이 술 먹은 거 같다. 술김이니 봐 달라’고 했다. 경찰에 ‘저 사람만 못 오게 해 달라’고 했지만 경찰이 돌아가자 용역은 입구에 의자를 놓고 장사를 못하게 했다”면서 “용역직원들은 1주일 동안 밤낮없이 찾아와 저와 남편을 죽이겠다고 협박했지만 경찰들은 오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정 씨의 증언에 따르면 심지어 경찰은 CCTV에 찍힌 현행범도 잡아가지 못했다. 정 씨는 “한 번은 용역이 편의점에 들어가 장사를 못하게 횡포를 부렸는데 그게 편의점 CCTV에 다 찍혔다. 편의점 사장님이 나서서 업무방해로 잡으라고 했지만 경찰 차량 5대가 출동했어도 건장한 용역들이 막아 용역 사무실로 도망간 용역을 잡지 못했고 그 다음날도 그 용역은 동네를 활보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정 씨는 “경찰은 신고를 해도 거의 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영신 씨는 전철연에 가입한 이유를 두고 “그동안 4구역에 상주하며 우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용역을 경찰이 오히려 옹호해 주고 현행범도 못 잡는 것을 봤다”면서 “경찰은 외면 했지만 같은 철거민 입장에서 우리 심정을 아는 전철연 철거민들은 우리를 도와 줬다”고 증언했다.

용산참사는 지난 1월 20일 용산 4구역 재개발 지구에서 임대상가 등을 요구하며 망루 농성을 하던 철거민 진압을 위해 경찰특공대 투입으로 5명의 철거민과 1명의 특공대원이 사망한 사건이다.

작성자김용욱 기자  batblue@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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