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루 들어간 특공대 뭐하는지 몰라 지시도 안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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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
“증인께서는 특공대장이신데 특공대 작전 망 내용을 대부분 못 들었고, 당일 들으신 게 컨테이너 도착, 연행자 검거 보고, 불난 것 이거 세 갭니까?”
“그 여타는 제가...”
“특공대장이 맞습니까”
“당연히 다 했어야 하는데. 컨테이너에만 신경 쓰다 보니까... 무전도 컨테이너와 크레인하고만 했습니다. 혼선도 많았고... 이해가 안가실겁니다. 작전이 들어가면 현장 상황을 모르니 제가 지시를 할 수 없습니다. 특이 사항으로 보고가 들어오면 하지만 전혀 보고가 없었습니다”
9일 서울 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한양석) 심리로 진행된 용산참사 재판에 망루농성 진압을 지휘했던 주요 경찰 지휘부들이 증인으로 나왔지만, 모두 건물 옥상에 투입된 특공대에게 망루내부 상황을 전혀 보고받지 못했고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증인에는 김수정 당시 서울경찰청 차장, 박삼복 특공대장, 백동산 용산경찰서장이 나왔다. 이들과 함께 증인으로 소환된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은 미국에 있다는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김석기 전 서울청장은 오는 16일 오전 10시에 재 소환됐다.
현장에서 작전을 지휘했던 김수정 차장과 박삼복 특공대장은 특공대가 진입하면 작전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망루 내부 상황이나 1차 진입 때 내부 화재 등을 전혀 보고 받지 못해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핵심 현장 지휘부였지만 두 사람 모두 1차 투입, 2차 투입 시기도 전혀 알지 못했고, 밖에서 컨테이너와 망루만 쳐다 보다 불이 망루 전체로 올라오고 나서야 불난 사실을 알았다.
핵심 지휘관들이 망루내부 상황보고 전혀 듣지 못했다고 진술하자 변호인들은 “이런 재판은 처음”이라며 증인들에게 검찰에서 증언한 사실과 같느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증인 심문을 마친 후 변호인은 “특공대장과 서울청 차장이 총괄 지휘자인데 보고도 못 받고, 지시도 안 내렸다고 진술하고 있다”면서 “미공개 수사기록 3천 쪽과 수뇌부 고소사건을 무혐의로 한 항고 기록을 제출 안한 맥락과 비슷하다. 문서제출 명령 이행을 안 한 것에 대한 불이익을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공대 조기 투입을 두고는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개입으로 인한 농성 장기화와 화염병, 돌 등의 무차별 투척으로 조기진압이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특공대 투입 제안은 백동산 용산서장이 19일 낮 12시 30분에 있었던 한강로 지구대 1차 대책회의에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김수정 서울청 차장은 특공대 용산 현장 출동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박삼복 특공대장이 8시 10~20분께 회의도중 전화로 받은 출동지시와 8시 30분께 현장에 도착한 김수정 차장이 현장을 둘러본 후 내린 지시의 진술시간에 미묘한 오차가 있었다. 그 시간 사이에 제 3의 지시가 있었는지는 의문으로 남았다. 김수정 차장은 오전 출동 지시에 대해 ‘일반적으로 하는 현장 답사’를 지시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변호인단은 경찰 지휘부들에게 노인과 여성까지 포함한 세입자들에게 경찰특공대를 투입한 법적 정당성이 있는지를 집중 심문했다. 특히 특공대 출동 지시 시점과 망루내부에 대한 인적·물적 정보, 무전 정보 등에 드러난 특공대 조기 투입 결정 과정의 정당성과 의문점 등을 추궁했지만 증인들은 ‘기억이 안 난다’거나 ‘몰랐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이들은 결정과정에서 전철연을 이전 농성과정 정보만을 토대로 폭력세력으로 규정했다. 전철연이 개입한 농성은 장기화되기 때문에 조기진압을 위해 특공대를 투입했다는 것이다.
백동산 서장은 망루 농성이 시작된 1월 19일 종일 화염병과 돌이 난무해 테러현장과 다를 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전 재판에서 검찰이 신청한 증인 중 스포츠 센터 차량 운전자는 하루 종일 10여 차례 현장을 지나갔지만 차량 정체만 있었고 큰 위험은 못 느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명선 칼라TV 리포터도 경찰과 용역의 움직임이 있을 때만 농성자들이 화염병과 돌을 던졌지 시민에게 던지진 않았다고 증언했다.
1월 20일 참사가 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수정 차장은 “하루 종일 도심에 테러라 할 정도로 화염병이 난무하고 골프공 등을 투척하고 차량이 파손돼 묵과할 수 없었다”고 경찰특공대 투입의 정당성을 주장한 바 있다. 재판에서도 김수정 차장은 “화염병과 시너, 염산병, 골프공이 날아 다녔고, 화염병은 살상무기인데 무작위로 던지고, 무고한 시민이 탄 버스에 날아가면 시민들이 다 죽는다. 무고한 시민이 다치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들은 당시 경찰 정보보고 상황을 토대로 “오전에는 경찰과 용역 때문에 두 번에 걸친 충돌이 있었지만 낮 12시 10분 경에 소강상태가 됐다는 보고 이후 어디에도 화염병이 난무했다는 보고가 없다”고 심문했다.
심문과정에서 김수정 차장과 박삼복 특공대장은 실제 화염병이 난무하는 현장을 직접 보지는 못했고 대부분 전체 상황을 듣기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백동산 서장은 “정보보고에 누락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 종일 화염병이 난무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 ⓒ참세상 자료사진 용산서장, 농성장 주변 기본정보도 모르고 특공대 투입 건의
백동산 용산 서장은 세입자들이 망루를 짓던 19일 오전부터 남일당 건문 2층에 용역업체 직원들이 머물러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백 소장은 “보고를 받고 7시 반 쯤 현장에 도착하니 폴리스라인이 쳐 있었고, 시커먼 옷을 입은 친구들 30여명이 저를 둘러싸고 자기들이 올라 갈 테니 당신들(경찰)은 빠지라며 저한테 쌍욕을 했다”면서 “당신이 언제까지 해결할거냐고 물었지만 저는 일체 폴리스라인 안에 못 들어가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백 소장은 당시에 이미 몇 명이 올라가 있었는데 자신은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용역직원이 2층에 있는 것을 알았다면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역직원이 경찰관 사이에서 살수를 한 것을 두고는 “저도 우리 경찰관 인줄 알았다”면서 “소방호수를 끌어와서 하는데 직원이 도와주길 래 용역이라 생각을 안했다고 한다. 제가 무전에도 소방호수는 경찰관만 잡게 지시를 했다”고 용역과의 합동작전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심문과정에서 백 소장은 관할 경찰 서장으로서 현장 상황을 가장 먼저 보고 받고 통제를 했어야 하지만 기본적인 정보 파악도 못했음이 드러났다.
백동산 서장은 이날 낮에 용역 직원들이 건물2층에서 옥상으로 유독가스를 올려 보내기 위해 화재를 낸 사실도 나중에 알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밝은 대낮에도 용역들이 불을 피웠는데 못 봤느냐?’는 질문에 “제가 알았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았다. 당시 왜 불났는지는 몰랐다. 시위자가 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원인 파악을 할 의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궁엔 “철거민이 건물 3층까지 장악해서 경찰을 못 오게 하려는 줄 알았다”고 증언했다. 백동산 서장은 자신이 직접 이날 오후에 현장을 방문한 김석기 전 서울청장에 특공대 투입을 건의 했다고 증언했다.
망루 상황, 지휘부는 아무것도 몰랐고 묻지도 않았다
용산참사가 났던 1월 20일 전체 현장 지휘는 김수정 당시 서울경찰청 차장이, 특공대 작전 지휘는 박삼복 특공대장이 했지만 둘 다 망루 내부 진입 상황은 전혀 알지 못한 채 불이 나도 작전을 계속 강행했다. 김수정 차장은 현장에서 특공대장에서 구두로 상황이 잘되고 있다는 보고만 받았다.
이날 작전에는 지휘본부가 사용한 무전망(전체지휘관망)과 특공대 작전에 사용된 무전망(작전망), 서울경찰청 디지털 망 등 여러 무전망이 있었다. 이중 특공대 작전망은 진압작전에 투입된 특공대원들과 특공대장이 사용하는 무전이었다.
박삼복 특공대장은 “연행자가 있다”는 무전 보고 외엔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행자가 있다는 소리만 듣고 상황이 끝났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무전을 듣지 못한 것을 놓고 “크레인과 컨테이너에 신경 쓰며 뛰어다니다 보니 무전 내용을 감지 못했다. 이어폰도 끼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망루 1차 진입 후 특공대원들이 망루에서 10여 분간 나온 것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답답한 변호인이 ‘대장이신데 진입상황도 모르시다니’라고 추궁하자 박삼복 특공대장은 “그건 수긍합니다. 그러나 특공대는 제대장이 특이 상황을 보고하면 제가 판단하는데 특이 사항 보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삼복 대장에 따르면 특공대원들이 증언에서 밝힌 망루 밑바닥이 푹 꺼진다는 사실도 전혀 듣지 못했고, 세녹스 통과 발전기 등에 대한 보고도 전혀 받지 못했다.
진압에 투입된 한 특공대원이 “특공대장이 ‘위에 어떻게 됐나? 언제 끝나나. 내가 올라갈까’라고 하자 1제대장이 ‘아닙니다. 금방 끝납니다’라는 무전을 들었다”고 한 증언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크레인만 보느라 경황이 없어 기억은 안 나지만 그런 말을 했다면 아마 연행자가 있다고 하니 끝난 걸로 알고 이야기 한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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