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이 살고 싶어 하는 나라, 스웨덴 장애인 복지제도
[인터뷰] 정종화 삼육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본문
|
가장 앞선 탈시설, 자립 생활이 가능한 나라
스웨덴을 이야기할 때 ‘탈시설’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스웨덴은 1950년 이후부터 대규모 시설을 없애고 지역사회의 소규모 시설로 전환했는데, 이는 기존의 지적장애인에 대한 대규모 수용시설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된 것으로 탈시설화를 통한 자립생활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 정종화 교수 ⓒ김태현 기자 |
정종화 교수는 그렇게 복지국가로 전환해 시설이 없어진 스웨덴에는 현재 유니트(Unit)화된 소규모 시설이나 그룹홈, 자립홈 등이 있는데 그룹홈에는 대부분 지적장애인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정종화 교수는 이어 그룹홈 한 가구당 보통 2~3명씩 거주하지만 방은 각각 한 명씩 따로 쓰고 있고, 대신 자기선택권을 존중해 장애인들이 누군가와 함께 살기를 바랄 경우 원하는 대로 함께 살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스웨덴은 성년후견제라는 명칭 대신 장애인권리옹호제도를 실시해 판단 능력이 불충분한 장애인을 대신해 제3자가 장애인의 권리를 대변해 주고 있다.)
한편 정부에서는 장애인들이 자립생활을 하면서 필요한 주거비용 전부를 지원하고 있는데, 각각의 장애인들의 수당을 고려해 필요한만큼 개인에게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또 스웨덴은 1974년 건축법이 개정된 이후 모든 건축물에 장애인나 노인이 바로 들어가서 살 수 있는 배리어 프리 주택을 건물 면적의 10%이상 짓지 않으면 건축허가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대중교통 또한 1980년대에 그러한 제도가 생겨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게 됐고, 그렇기 때문에 그룹홈에 사는 지적장애인들이나 자립생활을 하는 다른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다는 것이 정종화 교수의 설명이었다.
정종화 교수는 스웨덴 방문 시 스톡홀름시에 소재하고 있는 스웨덴자립생활연구소 소장인 라츠카 박사를 만났다고 한다. 라츠카 박사는 소아마비 중증장애인으로 세계 여러 국가의 자립생활을 위한 주거정책연구를 시작해 장애인들이 편하고 살기 좋은 ‘배리어 주택 컨설팅 연구’를 통하여 그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이를 각국 정부에 건의하고 강연을 통해 알리는 등 활발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정종화 교수의 말에 따르면 라츠카 박사의 경우 하루18시간(월580시간)의 활동보조를 인정받아 총9명의 활동보조인을 두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활동보조서비스를 받는 1급장애인이 최대로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월 180시간이 넘지 않는 것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정종화 교수는 스웨덴 장애인 고용에 대해서도 “스웨덴도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들처럼 의무고용제가 있어서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는 모든 기업들은 의무적으로 장애인을 채용을 해야 하지만,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국가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고용이라는 개념이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발전과 보람을 찾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수입의 42%가 세금, 세금의 23%가 복지예산
정종화 교수가 스웨덴에서 가장 놀란 점은 조세부담률이 굉장히 높다는 것과 사회보장비율이 전체 세금의 1/5이나 된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정종화 교수의 말에 의하면 스웨덴 국민의 평균 조세부담률은 개인의 전체수입 중 42%라고 하는데, 정종화 교수는 “더 놀라운 것은 그 높은 조세부담률에 대해 국민들의 부담감이 없다는 것이다. 조세를 포탈하는 비율도 우리나라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그 조세의 많은 부분이 결국 자신들의 복지비용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종화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스웨덴은 사회보장 비율이 전체 세금의 23%나 차지한다고 한다. 일본의 총 복지 예산이 5~6%인 것에 비하면 굉장히 높은 비율인데, 거기에는 일반적인 사회복지비용만 포함된 게 아니라 모든 사회서비스, 즉 주택이나 교육, 고용까지 다 포함된다고 한다.
정종화 교수는 “우리가 스웨덴에 가기 전에는 ‘복지국가는 복지를 받는 수혜자들만이 혜택을 잘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막상 가보니 진정한 복지국가는 ‘전 국민이 복지의 수혜자이고 전 국민을 서비스의 대상으로 하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있어 복지의 개념은 수혜의 대상에게 제공하는 ‘사회복지’가 아니라 권리의 대상에게 제공하는 ‘사회서비스’라는 개념이라는 것을 배워 온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화 교수의 말에 따르면 라츠카 박사의 경우 장애인연금과 각종수당, 활동보조비용, 자신의 개인 수입 등을 합해 월 24만9천 크로네(한화로 약 4천55만 원)의 수입을 얻고 있는데 그 중 9명의 활동보조인의 인건비로 지불하는 월 2천3백여 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의 42%를 세금을 내고 있다고 한다. 국가 보조금에서는 세금을 내지 않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개인 수입이 아닌 국가보조금에서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정종화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우리는 장애인이 수혜의 대상자라고 생각하지만 스웨덴은 장애인도 소득자이고 납세자라는 개념이다. 정부에서 나오는 수당이나 장애인연금도 개인의 수입으로 인정되는 것”이라 설명하고,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든 비장애인든 다르지 않은 혜택을 받는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비장애인라도 무기력증에 빠져 일을 하지 못 한다면 의사의 진단을 받아 일을 쉬는 동안 생활보조를 받을 수 있고, 어떤 여성이 임신을 해서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면 그 기간 동안에는 국가가 지원 해 준다는 것이다.
▲ 지난 6월 스웨덴 방문연수에서 라츠카 박사의 가의를 듣고 있는 방문단의 모습 ⓒ에이블 뉴스 장애인이 실질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만큼의 소득보전 가능
정종화 교수는 “가령 1급 장애인의 경우 활동보조 서비스 외에 장애수당, 장애인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활동보조 서비스의 경우 최중증장애인은 하루 24시간 내내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스웨덴의 장애인들은 보장구를 구입할 때는 물론, 주택개조를 할 때도 필요한 만큼 수당을 받을 수 있고, 그 외에 여러 가지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는 특별수당이나 중증장애요양수당, 여행 수당까지 받을 수 있는데, 이 모든 게 필요하다고 신청을 한 후 확인과정만 거치면 개개인에 맞게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었다.
정종화 교수는 “경증장애인들에게도 그렇게 줄 수는 없지 않냐”는 질문에 “스웨덴의 경우 경증과 중증의 구분이 없다. 스웨덴은 1,2,3급으로 판정되는 게 아니라 일주일에 20시간 이상의 활동보조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이면 모두 중증장애인으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장애등급에 따라 활동보조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신청 대상자가 A4용지 5장 분량의 신청서와 개별 서비스 필요 요구서를 제출하면 시청의 사회복지사가 심사하고, 필요에 따라 가정방문 및 개별인터뷰를 통해 필요한 시간을 최종 결정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나뉜 주 20시간 이상 중증장애인은 국가에서 관리하고 20시간 이하인 경증장애인들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데, 지자체 관리라는 것은 사회서비스법에 있는 홈 헬퍼(Home helper) 서비스로 경증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들까지 이용률이 높다는 게 정 교수의 이야기였다.
중증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65세 이상이 되면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우리나라 장애인들이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전환할 때도, 자격 요건이 되지 않으면 월 27시간밖에 되지 않는 가사간병도우미 서비스를 겨우 사정해서 받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실정이다.
정종화 교수는 스웨덴뿐만 아니라 일본의 장애인 정책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교수는 “스웨덴과 일본을 비교했을 때 재정적인 측면에서 전체 복지 예산은 일본이 아무래도 많다. 인구도 많고(일본은 1억3천만, 스웨덴은 920만) 그만큼 시설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 예산에서의 복지예산을 비율로 따진다면 일본이 5~6% 정도인 것에 비해 스웨덴은 복지의 범위가 일본보다 넓긴 해도 20%가 넘을 정도로 월등히 높다.”고 설명하고, “그나마 일본의 경우는 기초장애연금과 수당을 합치면 18만 엔(한화로 약 230여 만 원) 정도로 대졸자 초봉 수준과 비슷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고작 13만원 아닌가. 스웨덴은 현실적으로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지원을 한다. 스웨덴의 사회서비스법을 보면 지원금을 다 쓰고도 매달 15% 정도가 여유자금으로 남아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장애인도 저축을 할 수 있을 정도, 최소한 그 정도로 보장을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가가 아니라 국민이 복지를 책임진다
정종화 교수는 스웨덴 장애인 복지의 중요한 핵심은 사회서비스법에 명시된 대로 ‘평등과 권리’에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에 살고 있는 모든 국민들은 평등하고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게 스웨덴 사회서비스의 기본 이념이라는 것이다.
정종화 교수는 “스웨덴 사람들은 특별히 잘 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돈을 많이 벌어도 그만큼 세금을 많이 걷기 때문에 부를 축적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공동체 의식이 성숙되어 있어서 ‘국가가 책임지는 게 아니라 우리가 우리 문제를 책임지는 것이다. 내가 낸 세금이 결국 내 노후를 편하게 해줄 것이고, 내가 낸 세금으로 장애인들이 편히 생활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기쁘다. 그러니 세금을 42%나 내도 아깝지 않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 사람들에게 국가의 개념은 ‘우리’다. 우리가 국가인 것이고 우리가 아닌 국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세금을 내지 않으면 국가가 망할 수도 있고, 우리가 세금을 내는 만큼 국가는 더 좋아진다고 생각한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본인들 스스로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화 교수는 이어 “물론 스웨덴에도 ‘왜 매일 먹고 노는 사람들을 위해서 돈을 주냐’며 이해하지 못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스톡홀름 시의원이랑 면담을 했을 때, ‘국민 모두가 세금을 40% 넘게 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일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지원을 해 주면 국민들의 불만이 많을 텐데, 이런 제도를 바꿀 생각은 안 하느냐’고 물어봤다. 그런데 그 때 의원이 말하기를 ‘바꿀 순 있지만 그런 공약을 내세운다면 그 사람은 두 번 다시 국회의원이나 시의원이 될 수 없다’고 대답해 놀랐었다. 그러한 제도가 역사적으로 오래 되어 정착이 됐기 때문이기도 하고, 국민들의 사고방식 자체도 우리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우리나라도 스웨덴처럼 될 수 있다고 보는지”에 대해 묻자 “사실 장애인 복지를 놓고 견주었을 때 서비스 철학 등에서는 일본의 경우 50년 정도, 우리나라는 70년 정도 스웨덴에 뒤쳐져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어 “스웨덴의 장애인들에게 행복하냐고 묻자, 그들은 행복하다는 말은 하지 않고 ‘살기 좋다’고만 이야기했다. 내가 보기에도 그들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편의보장은 되어 있을지 몰라도 모든 것이 계약관계에 있어 행복해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우울해보였다. 실제로 스웨덴에서는 장애인든 비장애인든 자살률이 높다.”고 설명하고 “우리나라는 스웨덴의 평등의 철학을 도입하는 게 우선이다. 장애를 가지고 있든 가지고 있지 않든 모든 사람이 똑같은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인식을 배워야 한다. 스웨덴이 워낙 작은 나라이고 예외적이긴 하지만 우리나라도 스웨덴이나 다른 복지선진국의 좋은 점을 받아들여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끔 발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각주:활동보조비용이 높은 이유는 라츠카 박사의 경우 9명의 활동보조인을 두고 있고, 각각의 사람들에게 주는 급여 외에 보험, 휴가비용, 퇴직금 등으로 지불하는 비용까지 합친 금액이기 때문이다. 시급도 한 시간에 120 푸르네(한화로 1만6천 원) 정도 된다고 한다.
작성자김태현 기자 husisarang@nate.com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박혜연님의 댓글
박혜연 작성일모든 장애인들이 행복하게 살수있는나라 그곳이 바로 스웨덴입니다~!!!!
김진옥님의 댓글
김진옥 작성일누구나 꿈 꿔 보는 유토피아적인 사회서비스입니다. 활동 보조 서비스 시간도 어마어마 하고요 활동비도 장애인이 나라로부터 받아서 활동보조인에게 직접 건내주도록 되어 있군요.오래 전 부터 탈 시설화도 시작 했답니다. 너무너무 부럽고 배아파 오네요,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