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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은지 사건, 성폭행 가해자 밝혀내야 한다

은지 양 사건 발단은 지적장애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지적장애인 성폭행범에 대한 처벌강화도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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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열린 복지부 감사에서도 일명 ‘나영이 사건’이 큰 화두였다. 어린 여아를 성폭행한 후 잔인한 방법으로 이를 은폐하려 했으나 법원이 12년이라는 ‘작은 판결’을 내린 데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국정감사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때문에 여전히 인권침해 논란이 있는 ‘거세’ 의견이 힘을 얻고 있으며, 이명박 대통령 역시 아동 성폭력 사범에 대한 정보공개 확대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이 와중에 한 초등학생 교사가 인터넷 포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올린 ‘지적장애인 제자 성폭행 사건’이 일명 ‘은지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며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5일 현재 조회수가 10만9천여 건, 댓글만 하더라도 1천608개가 달려있다. 기자가 단언컨대 지적장애인 여성이 성폭행을 당한 내용에 대해 이처럼 전 국민적인 분노에 휩싸인 것은 처음이지 않나 싶을 정도로 그동안 지적장애 여성의 성폭행 사건은 관심 밖 이야기였다.

   
▲ 다음 아고라 홈페이지 캡쳐 이미지
이 초등학교 교사가 아고라에 올린 글에 따르면 “경북 포항 외각에 지적장애인인 엄마와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던 은지(당시 11살)가 오랜 동안 마을 기사를 비롯해 동네 아저씨, 남학생 등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지만 용의자들의 성폭행 혐의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성폭행을 당한 은지를 보호하려고 여성회, 아동보호센터, 경찰서, 각종 성상담소, 해바라기 아동센터, 장애인 부모회, 전교조 등에 청원하고, 방송까지 나왔으나 해결되지 않았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기자가 이 사건을 알게 된 것은 지난 5월경 (사)한국장애인부모회 포항시지부, (사)경북장애인부모회, (사)포항여성회, 포항발달장애인지원센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포항지회 등 포항지역 5개 단체들이 ‘포항시 지적장애인 성폭행 사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지적장애 어린이 성폭행 사건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때였다. (관련기사 보기: 지적장애 초등생 성폭행 충격)

당시 직접 내려가 볼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아 공대위 소속 단체와 포항북부경찰서 등 관계자들을 상대로 취재해 기사를 작성했는데, 사건을 요약하면 친척들이 은지 양의 할머니 사망 후 지원금 등 재산을 갈취한 후 시설 등으로 보내려 하자 은지 양의 어머니가 아고라에 글을 올린 담임선생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담임선생은 포항검찰지청과 포항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의 도움을 받아 빼앗긴 재산 일부를 찾아주고 은지 양 집터에 ‘사랑의 집’을 지어주고 5촌 당숙모가 후견인 역할을 하도록 지원했다.

하지만 은지 양의 집이 외졌다는 점을 악용한 지역 청소년들이 은지 양을 상대로 성폭행을 저질렀고, 이 사실을 뒤늦게 안 은지 양의 작은어머니가 포항검찰지청 피해자 지원센터에 신고했으나 3일 후에서야 담임선생에 의해 대구의 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게 됐고, 포항시교육청 측은 ‘친권자인 은지 양의 어머니가 원한다’는 이유로 피해를 받은 집으로 다시 데려오게 해 물의를 빚은바 있다.

   
▲ 피해자 은지 양의 모습 (사진출처=KBS 추적 60분 홈페이지)
결론부터 말하면 사건 당시 “성폭행을 당한지 오래됐고, 장애 특성상 가해자를 정확하게 지목하지 못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던 경찰은 범인을 찾지 못했고,
담임선생이 아고라에 남긴 글에 따르면 “은지 양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아동보호기관은 은지 양을 가해자들에게 성폭행 당한 지역으로 데려왔고, 친권을 포기시켜 입양시키려고 한다.”고 기술해 사후관리 역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반면 제자의 불행을 어떻게 해서든 막아주려고 했던 담임선생은 ‘문제선생’으로 찍혀 버렸다.

당시 관계자들을 통해 은지 양의 피해사실을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던 담임선생과 연락해보려고 했지만 ‘많이 지쳐서 전화해도 안 받을 것’이라고 정중히 거절당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연락처를 받고, 피해자 등을 만나고 보도했더라면 어땠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래도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라는 자괴감뿐이다. 장애인전문지를 표방하고, 장애인 인권문제, 지적장애인 학대사례를 그 어떤 매체보다 우선적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마이너’ 매체에 불과하며, ‘메이저’에 속한 KBS의 ‘추적 60분’에 방송됐지만 바뀐 게 없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이런 자괴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지적장애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 대부분의 경우 ‘피해자가 지적장애가 있기 때문에 진술을 믿을 수 없다’거나 ‘가해자와 합의하에 벌어진 일’로 치부돼 대부분 처벌받지 않거나 처벌이 미비해 금방 풀려나는 모습을 수차례 목격했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법원이나 경찰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덜 떨어진 이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태도는 여전하고, 이런 낙후된 인식 때문에 피해 받고 있는 지적장애 여성은 은지 양 이외에도 많다는 이야기다.

의정부서도 지적장애여성 성폭행 당해...가해자 고작 1년 6월형에 그쳐

실제로 의정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가 지적장애 여성을 납치해 성폭행 한 남성에게 1년6개월의 실형이라는 미비한 판결을 내리자 의정부 지역 장애인 단체들은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이 문제를 지적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 사건이 충격적인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이웃집 남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했기 때문인데, 가해자 정모(65)씨는 피해자 김모(24, 지적장애 2급)씨가 부모가 없을 경우 자신의 집에 찾아와 기다린다는 점을 악용해 자신의 집에 찾아온 김씨를 성추행한 후 김씨를 차에 태워 포천시 외곽 지역의 한 모텔로 끌고 가 김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의정부세움자립생활센터 이형숙 소장에 따르면 “이 사건에 대해 검사는 김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으나 의정부지방법원은 정씨가 법원에 1천500만원을 공탁했다는 이유로 징역 1년6월형을 판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형숙 소장은 “가해자 정씨는 김씨는 물론 가족에게조차 사과는 커녕 무죄를 주장하며 서울고등법원에 항고를 한 상태.”라며 “이 사건과 유사한 사건의 판결을 보면 최소 징역 10년형임에도 1년 6월 징역형을 내린 것은 결국 지적장애인에 대한 인권을 침해하는 재판으로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에 대책위를 구성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지적장애 여아를 성폭행한 혐의로 시설장 형이 구속되고 시설장과 아들이 불구속 입건된 인천시 강화군의 H개인운영신고시설 전경. ⓒ전진호 기자
이뿐만이 아니다.
인천 강화군의 한 개인운영신고시설에서는 시설장과 아들, 시설장의 형이 입소해 있는 지적장애 아동을 성폭행한 혐의가 드러나 시설장 형은 구속되고, 아들과 시설장은 불구속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시설은 복지부의 장애인생활시설 실태조사 지시에 생활인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으나 그 사실을 밝히지 못한 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다가 피해자와 가족들이 모두 퇴소한 후 친척의 신고에 의해 전말이 드러나게 됐다.

당시 시설 측은 “혐의에 불과할 뿐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으며, 관리 감독 기관인 강화군청 역시 “이들 말에 일리가 있다.”고 동조했다. 그러나 가해자로 지목된 이가 구속되자 시설폐쇄 조치 등 일련의 조치를 억지로 취했다.

관계기관의 지적장애인에 대한 인식부족, 성폭행 당했어도 ‘나 몰라라’ 일쑤

다시 은지 양 사건으로 돌아가 보자.
나영이 사건이나 은지 양 사건이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어떤 이유에서건 성폭행을 저지른 가해자에 대해 책임을 강하게 지워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고, 나영이나 은지 양 모두 자신의 의사를 뚜렷하게 밝히지 못하는 이들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아가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나영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 성폭행범에 대한 처벌강화의 목소리는 높아졌지만 지적장애 여성, 속칭 ‘심신미약자’ 성폭행범에 대한 처벌강화는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다. 심지어 은지 양 사건을 올린 아고라 글은 떠들썩하게 재해석되고 있으나 사건의 전말을 알아보기 위한 기사내용은 찾아볼 수가 없다.

앞서 언급한 3건의 지적장애인 성폭행 사건 이외에도 진행 중인 사건이 여럿 있으나 대부분 제대로 된 피해보상을 받지 못한 채 음지에서 울고 있다. 성폭행범에 대한 처벌강화는 당연한 ‘진리’이지만 누구만을 위한 ‘반짝 정책’은 옳지 않다. 지금이라도 은지 양 사건을 전면 재조사 해 가해자를 처벌하는 한편 은지 양이 지역사회에서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제도의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
작성자전진호 기자  01627296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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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까까님님의 댓글

까까님 작성일

나영이사건에 이어 은지사건까지 일어나네요.
은지는 지적장애인입니다.
성폭행의 뜻을 몰라서 신고 조차 못했다네요.
전 광석님처럼 법을 엄하게 개정해야하고 성폭력범죄와 장애인복지 연계되어있는 기관이나 각종단체에도 책임을 물을수 있는 엄중한 규정을 만들어 그저 형식적인 수사나 처리를 할수없도록 강력한 국가차원에서의 조치가 절대 필요하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이상 저의 생각이었습니닷.

전 광석님의 댓글

전 광석 작성일

성폭력범에 대하여 중벌을 내릴수있도록 법을 엄하게 개정해야하고 성폭력범죄와 장애인복지 와 연계되어있는 기관이나 각종단체에도 책임을 물을수 있는 엄중한 규정을 만들어 그저 형식적인 수사나 처리를 할수없도록 강력한 국가차원에서의 조치가 절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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