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기기를 찾아서 > 기획 연재

보조기기 서비스를 진행하다 보면, 곧잘 이런 질문을 듣는다. “혹시 이 제품은 어디서 구입할 수 있어요?” “센터에도 이러한 제품이 있나요?” “이 제품의 성능은 어때요?” 실제 해당 보조기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경우에는 실무자의 전문성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기 마련이지만, 생소한 제품일 경우에는 서비스 과정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도 새로운 보조기기들이 제작되고 있고, 세상의 모든 보조기기를 다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보조기기 전문가’라면 이용자들에게 정확한 보조기기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서비스 과정이기에, 항상 새로운 보조기기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보조기기 전문가’로서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이유에서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에서는 매월 직원들 간 국내·외 다양한 보조기기를 소개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자리를 갖는다. 이를 센터에서는 ‘보조기기 연구회’라고 칭한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조사된 보조기기의 수만 737가지로, 매년 82개의 보조기기가 해당 시간을 통해 조사된다. 해당 기간이 다가올수록 직원들 컴퓨터 화면에는 온갖 보조기기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사용성과 기기의 장ㆍ단점, 국내 환경의 적합성, 가격 등을 다각도로 평가한 후 센터 홈페이지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해 공유하거나, 필요성이 확인된 보조기기의 경우 직접 구입해 보조기기 서비스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번에는 ‘보조기기 연구회’에 나온 몇몇 보조기기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첫 번째로 소개할 보조기기는 침대를 사용하고 있는 중증 지체·뇌병변 장애인의 자유로운 자세변환과 휠체어로의 이승을 도와줄 수 있는 침대 프레임이다. 와상장애인의 가장 큰 어려움은 자세변환과 휠체어로의 이승(Transfer)이다. 자세변환이 자유롭지 않으면 욕창이 발생하기 쉽고 욕창이 발생하게 되면 완치가 매우 어렵다. 또한 외출이나 일상생활에 있어 이동이 필요할 때 보호자와 장애인 당사자가 느끼는 부담감 또한 매우 높은 것이 현실이다. 덴마크 TurnAid 사에서 제작된 이 보조기기는 침대 양옆에 있는 프레임에 슬라이드 시트가 장착돼 있고 전동 기능을 통해 장착된 슬라이드 시트가 움직여 쉬운 자세 변환과 휠체어로 이승이 가능하다.

여름휴가 하면 시원한 해변이 떠오르지만, 실제 휠체어 이용자들은 해변의 모래사장이 그리 즐겁지 않다. 휠체어 바퀴가 모래에 빠져 이동이 어렵고 휠체어 프레임에 바닷물이 닿으면 부식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하포캄프(HIPPO CAMPE) 휠체어는 해변을 포함한 모든 지형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앞의 큰 바퀴는 험난한 땅을 쉽게 이동할 수 있게 설계돼 휠체어 사용자가 해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물에 잘 견디며 물에 잠겨서 부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물놀이를 좋아하는 장애인에게 적합하다. 부식에 강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으며 시트의 경우 물을 흡수하지 않아 빠르게 건조된다. 히포캄프는 스키웨어 등의 다양한 액세서리를 부착할 수 있어 각 개인의 취미를 충족시키기 충분한 보조기기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바퀴는 경사로에서 동력이 전달되지 않으면 굴러 내려갈 수밖에 없다. 센터는 ‘보조기기 연구회’를 통해 이러한 단점을 보완해줄 브레이크 시스템을 찾았다. 슬로베니아 S-moduli라는 업체에서 개발한 이 휠체어용 브레이크는 기존 휠체어에 부착된 브레이크를 제거하고 장착하면 된다. 이 브레이크는 고정 브레이크와 가변형 브레이크, 원형 구동부, 고정부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간단한 조작만으로 경사로에서 휠체어의 전·후방의 밀림을 방지할 수 있다.

노인은 노화과정에 따른 균형감각의 감소, 근력의 약화와 같은 신체 변화로 인해 낙상사고가 쉽게 발생한다. 낙상으로 인한 골절은 노인의 사망 위험성을 15배 이상 높이는 원인이 된다. 힙에어(HipAir)라는 제품은 낙상의 위험이 있는 노인들의 골반에 착용하는 에어백으로 보행 패턴과 골반 위치의 움직임을 분석하여 낙상이 감지될 때 에어백이 작동하면서 낙상 시 발생할 수 있는 골절을 예방하는 시스템이다.

필자는 오랫동안 발달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기에 관심을 가져왔다. 2013년부터 개발한 둥근 원형의 로봇 레카(Leka)는 인디고고의 크라우드 펀딩을 거쳐 현재 알파프로그램까지 진입했다. 레카는 공처럼 생긴 외형에 센서와 램프, 바이브레이터 등이 장착되어 있어 발달장애 아동에게 다양한 감각을 제공할 수 있다. 발달장애 아동이 각 상황에서 어떠한 행동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기도 하고 레카를 던지거나 화를 낼 때는 감정의 상태를 보여주기도 한다. 빛이나 소리, 진동 등의 동작을 함으로써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기도 한다. 센터에서는 매월 레카 홈페이지에 들어가 개발 진행 상황이나 출시 여부를 엿보고 있다.

센터에서 그동안 조사한 737개의 보조기기가 모두 시판된 것은 아니다. 몇몇 보조기기는 개발 단계나 펀딩 단계에서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센터의 직원들은 항상 자신이 찾은 제품에 대해 사후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시판된 제품이 국내 보조기기 서비스에 어떻게 적용될지 항상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다. 그동안 쌓인 데이터베이스와 중복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매월 새로운 보조기기를 조사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보조기기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 건 머리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보조공학 전문가로서의 역할’ 때문이 아닐까? 센터에서 연구회에서 나온 보조기기 정보는 센터 홈페이지(www.atidea.or.kr)에서 확인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