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동등한 보험·금융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 기획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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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동등한 보험·금융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장차법활용하기_ 차별에 대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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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 퇴직이나 고령, 교통사고나 각종 사고로 인한 상해, 질병. 이런 일이 발생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이 경제적 문제이고, 누구나 이런 경제적 부담을 예비하기 위해 ‘보험’이라는 것을 가입하고자 한다. 또한 신용사회에서 저축, 대출, 신용카드 등의 금융서비스는 필수다.

 

장애인에게 보험사와 은행은 ‘높은 문턱’, ‘좁은 문’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무엇이든 보장해줄 것 같은 보험광고를 보다가 혹해서 상담이라도 받아보면, “장애인이에요”라고 말 한마디 던지는 순간 분위기가 냉각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니, 냉각되는 것은 오히려 생각의 여지가 있으나, 단번에 “어렵겠는데요”라고 듣는 것이 다반사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장애인 당사자는 보험가입이 무조건안 된다고 체념해버리곤 한다.

은행, 제2금융권 등의 이용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통장 명의도용으로 인해 예금계좌 개설 자체가 쉽지 않지만, 그 목적과 용도가 분명함에도 단순 입출금 통장이나 체크카드 발급할 때조차 “후견인이 있어야 한다”, “보호자를 데려오라”고 하는 경우가 있고, 자필서명을 못 한다는 이유로 금융거래가 거부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애인에게 은행이나 보험사는 ‘높은 문턱’에 ‘좁은 문’이고, 이를 납득하지 못한 용감한 장애인들에 의해 인권위 진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계약은 쌍방의 합의, 본인 의사 확인이 불가피한 절차

장애인 차별을 따지기 이전에 보험이나 금융서비스는 일종의 계약이다. 계약은 당사자 간 명확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에 따라 엄청난 의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약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특히 부담이 있는 신용카드나 대출을 신청할 때는 신청자가 그 의미와 채무가 뒤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부담이 없는 자유저축 또는 여행자보험 등은 예외일 수 있으나, 이런 절차는 금융사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거래당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기도 하다.

그렇기에 은행이나 보험사가 이러한 확인절차를 갖는 것 자체를 잘못된 일이라 볼 수는 없다. 인권위 진정사건 중에 장애를 가진 형의 명의로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으려 했더니, 은행에서 대출을 거부한 사건이 있었는데, 장애인이 대출 의사를 확인할 수 없을 정도의 중증장애인이어서 기각으로 결정된 사례가 있다.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나 거래당사자의 재산 보호를 위해서도 최소한 본인이 대출의 의미와 부담에 대해서는 인지해야 하고, 그것이 어렵다면 계약 등에 있어서는 후견인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장애인 당사자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 할 수 있다.

 

본인확인을 위한 노력 없이 거부한다면 장애인차별

문제는 충분히 계약이나 대출의 의미를 인지하고 있는데, 단지 장애로 인해 그 의사를 잘 확인하기 어렵거나, 자필서명 등이 불가능한 경우다. 분명히 계약이나 대출의 의미를 알고 있는데, 은행 직원은 장애인 고객의 의사를 확인하려는 어떠한 노력 없이 무조건 의사나 판단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후견인이 있어야 한다”, “대리인, 보호자가 위임장을 가져와야 한다”고 말을 막는다. 자필서명이안 되는 시각장애인이나 뇌병변장애인에게는 “자필서명이 안 되면 신청이 안 된다”고 하거나 전화통화가 어려운 청각장애인에게 카드발급이 제한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사람의 의사를 확인하는 방법은 반드시 ‘말’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청각장애인의 경우 ‘화상 전화’ 또는 ‘채팅’으로 가능하고, 자필서명이 어렵다 하더라도 ‘음성녹음’ 등 얼마든지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은행은 이러한 다양한 방법에 대해 고려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장애인이 조금만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어도 무조건 계약 등의 법률행위능력이 없다고 보고 대출신청이나 계약 자체를 거부하는데, 이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7조 ‘보험가입 등 금융상품과 서비스 제공에 있어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하는 장애인 차별행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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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모두 고위험군이다?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해야

보험은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일정한 위험에서 생기는 경제적 타격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위험도가 높은 사람의 경우 가입을 거부할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듯 고혈압 환자라든가, 기존에 어떤 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가입이 거부되는 경우들이 그러하다. 이미 해당 질환의 위험에 대해 의학적으로 검증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애를 가진 사람을 무조건 배제하려는 경향이 있다. 장애인이 무조건 위험이 높다고 보는 편견 때문인데, 가입하고자 하는 보험 상품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장애 유형과 정도에 따라 다르고, 본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충분히 다를 수 있다. 본인의 장애 때문에 비장애인보다 오히려 건강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있고, 장애 때문에 위험한 활동이나 장소를 아예 가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

그렇기에 장애 유형과 가입하는 보험 상품의 인과 관계를 따져 볼 일이며, 개개인의 장애 유형과 정도, 건강상태 등을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정말로 나의 장애로 인해 위험도가 높은지를 따져봐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각·청각·지체 등의 신체적 장애를 가졌다는 것이 암 등의 발병률과 관계가 있다는 의학적 연구나 통계는 아직까지 없다.

 

보험사는 안 되는 이유를 입증하고 고객에게 설명해줘야

장애인에게 보험사 문턱이 높았던 것에 대해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서부터 가장 많이, 먼저 제기됐다. 인권위는 개별적으로 조사하기도 했으나, 무조건 거부하고 보는 보험사의 관행을 정책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 2012년 「장애인 보험차별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권고한바 있고, 보험사들이 이런 가이드라인에 근거해서 충실히 응대하도록 하고 있다.

보험차별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이것이다. 장애인이라고 “무조건 거부해서는 안 되며”, 장애 유형과 정도와 가입하려고 하는 상품에 대해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그런 다음에도 안 된다면 장애인 고객에게 “그 사유를 충분히 설명하라.” 그리고 그 근거로 “검증된 의학적·통계학적 자료”, “전문가의 소견”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무조건 안 된다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장애인 차별이다.

 

보험, 금융사는 금융서비스에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하려면 고객 취향에 맞는 편의를 제공하듯 장애인 고객에게도 그에 맞는 편의가 제공돼야 한다. 장애인 고객의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의사소통이 잘 안 되거나 자필서명이 되지 않는다면 고객의 의사를 확인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자필서명이 불가하다면 음성녹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언어나 청각장애로 인해 의사소통이 어렵다면 수화통역서비스나 얼마든지 필담이나 채팅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상품안내나 약관에 대해서도 시각장애인이 읽을 수 있도록 인쇄물접근성바코드라든가,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ATM기기 설치, 접근 가능한 시설은 너무도 당연하고 필수적인 편의다.

당당하게 보험심사를 청구하고 금융보험상품에 대해 꼼꼼하게 정보를 확인하자 보험차별 가이드라인이 현장에 많이 배포되기는 했으나 아직까지 보험 상담 과정이나 설계 과정에서 그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상담사나 플래너들이 있다. 그래서 장애 1ㆍ2급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안 된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약물을 복용한다는 이유만으로 보험가입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상담과정에서 거절당하면 ‘안 되는구나’하고 물러서기도 하는데, 본인의 장애와 가입하려고 하는 보험 상품과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생각해보고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 보험 심사를 요구하자. 의견과 사실(fact)은 다를 수 있다. 물론 보험심사결과가 실망스럽고, 내가 가진 장애를 드러내고 확인받는 거 같아서 불쾌할 수 있지만 미리부터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최근에는 은행이나 보험사 이외에 제2금융권인 캐피탈 등에 대출 시 정당한 편의 제공에 대한 진정이 제기되기도 하는데,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차별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으나 이자가 높은 제2금융권에 대출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기에 조사를 진행하면서도 우려가 있다.

보험 및 금융거래는 의무(변제)가 뒤따르는 것인 만큼 장애인 당사자도 피해를 입지 않도록 상품에 대한 정보를 꼼꼼히 제공받고, 신중하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작성자이인영/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조사1과 조사관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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