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기장은 노동자고 예선사 선장은 사용자? > 기획 연재

[울산노동뉴스]

예선 선장이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한 노동부의 질의회신이 물의를 빚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 7월29일 한국예선협동조합이 질의한 '예선 선장의 사용자성 여부에 대한 질의'에 대해 지난 6일 "질의한 회사의 경우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비록 사용자에 해당한 자가 가입했다고 하더라도 노조 자체는 적법하며 교섭에 응해야 하며, 사용자가 노조에 가입했다면 탈퇴를 명하고 응하지 않으면 취업규칙 등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고 회신했다.

운수노조 항만예선지부 울산지회는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노동부 회신은 회사 주장만을 반영한 것으로 기존 판례와 판정 등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으며 특히 노조의 파업이 예고된 조정종료일에 이같은 일방적 회신을 발표해 노사 교섭을 결렬에 이르게 한 중요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선장과 선원을 고용하고 해고하는 권한이 선주에게 있었다면 이들 사이에는 지휘 감독이 있는 것이므로 사용자와 피용자 관계가 존재한다고 할 것"이라는 1987년 대법원 판례와 "선장도 근로자로 봄이 타당하다"는 2008년 전남노동위원회 판정, "사용자의 범위는 형식적인 직급명칭이나 지위보다는 직무내용 및 회사규정의 운영실태,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의 관여 정도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해야 하므로 귀사의 경우 선장이 행사하는 직무와 권한이 항상 사용자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 및 사용자의 정의에 부합한다고 할 수 없다"는 인천 중구청의 질의회신 내용을 들어 조목조목 반박했다.

노조는 또 항만예선지부 여수지회에 다수의 선장이 가입해 아무런 문제없이 활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울산본부도 11일 논평을 내 "노동부의 질의회신은 대법원 판결, 노동위원회 결정을 무시하고 외면한 법과 상식을 무시한 것"이라며 "노동부는 질의회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선장의 노동자성을 즉각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울산본부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기장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해 노동부로부터 설립필증을 받아 합법적으로 노동자성을 인정받아왔다"면서 "상식적으로 보아도 비행기 기장의 지위가 더욱 높고 독립적인 결정을 함에도 노동자성이 인정됐는데 항만 내에서 회사의 직접적 지휘 감독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선장을 사용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파업 5일째를 맞고 있는 항만예선지부 울산지회 조합원 119명은 예선사측의 직장폐쇄로 농성천막이 있는 매암부두에서 현장사수투쟁을 벌이며 해양항만청과 예선사 사무실까지 거리행진을 벌이는 등 투쟁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노조는 이날 아침 기습적으로 울산노동지청을 방문, 선장이 사용자라는 노동부 질의회시에 대해 거세게 항의했다.

한편 회사측은 이날 선장들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노조의 반발을 샀다.

회사는 "선장님은 노동부 유권해석에 따라 노조원이 될 수 없기에 즉시 탈퇴하여 주십시오" "법(국가)에 도전하지 마시고 노조 탈퇴하시고 복귀하시오"라는 문자 메시지를 선장 조합원 25명에게 발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