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과 빈곤의 야만의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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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오름]
2010년 최저임금 결정과 최저임금법 개악 시도
얼마 전 2010년 적용할 최저임금이 결정되었다. 자본의 삭감안이 제출되었고, 특히 올해 최저임금 투쟁은 최저임금법 개악과 맞물려 있어 저임금 노동자들의 투쟁이 더욱 집중되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2.75% 인상이라는 사실상의 삭감으로 마무리되었다. 그 과정에서 최저임금의 당사자인 저임금 노동자들의 지역에서의 농성과 각종 선전전, 집회, 기자회견 등 수많은 투쟁이 있었다. 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의 교섭은 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실질적인 삭감안을 낸 채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아직 최저임금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최저임금법 개악이 아직 국회 논의를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제도의 개악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이후 최저임금위원회 교섭과 투쟁을 더욱 힘들어 질 것이며, 현장에서의 임금 개악을 막아내기 어려워 질 것이다.
최저임금법 개악 핵심 내용 일자리 보전이냐, 최저임금 인상이냐는 선택을 강요하는 현실
최저임금위원회 앞에 모였던 노동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겨우 받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하청업체,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이 투쟁을 진행했다. 경제위기라는 지금의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더욱 절박했던 노동자들이었다. 경제위기로 인해 삶의 위기가 집중되고 있는 곳은 바로 이 저임금의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위기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대응은 이 노동자들의 삶을 더욱 쥐어짜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비정규직을 더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최저임금법도 개악해서 최저임금을 더욱 낮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것으로 저임금 노동자들이 계속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유지되는 일자리는 열악한 강제노동일 수밖에 없다. 얼마 전 기사화된 희망근로 사업의 쿠폰 깡 등장이 그 실체를 잘 보여준다. 불안정한 한시적 일자리를 겨우 마련해 주고, 임금조차 절반을 재래시장 쿠폰으로 지급한다고 하니 이런 왜곡된 현실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희망근로 사업뿐만 아니라 정부가 양산해 온 일자리의 대부분이 저임금에 불안정한 노동이다. 노동기본권의 보장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즉, 최저임금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일자리들이 정부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고, 정부는 그것을 경제위기 대책이라고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보장이 전무한 우리 사회에서 임금은 곧 노동자가 먹고 살 수 있는 소득 전부나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법으로 정해지는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삶의 질 유지와 향상을 위해 더 낮아져서는 안 될 최소한의 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최저임금은 법의 취지와는 달리 최악의 수준을 겨우 면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자본은 최저임금 제도를 개악하고 나아가 아예 폐지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는 실정이다. 최악의 수준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노동자 임금을 점점 더 낮추려는 자들이 꿈꾸는 저임금의 야만은 일하는 사람들이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는 권리조차 박탈한다.
사진 출처 : 민중언론 참세상 사회보장이 기준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제도와 다른 사회보장제도의 필요성
지난해 생활임금운동기획단에서 진행한 실태조사에서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한 임금으로 월 295만원, 가족의 최소한의 생계비로 303만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우리나라 물가와 비싼 주거비, 교육비, 각종 공공요금 등을 생각한다면 인간답게 살 수 있기 위해서는 많은 소득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빈곤과 저임금의 현실은 이러한 꿈조차 제한하고 박탈한다. 조사 결과에서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남성보다 여성이 더 낮은 임금을 요구했고, 소득 4분위 이하의 노동자들은 전체보다 더 낮은 임금과 생계비를 요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복되는 빈곤의 일상화는 이렇게 스스로의 요구조차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제도는 개악이 아니라 더 많이 개선되어야 한다.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하도록 금액이 현실화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결정의 방식도 사용자의 삭감안과 노동자의 인상안을 두고 저울질 하는 것이 아니라, 생계비를 보장하는 수준으로 결정되도록 제도화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현실화된 최저임금이 기준이 되어 다른 사회보장이 더 설계되어야 한다. 지금의 경제위기에서 고용되어서야 의미가 있는 최저임금 제도의 문제는 뒷전이 될 수도 있다.
단 돈 몇 푼이라도 먹고 살 수 있다면 비정규직이든, 단기 아르바이트든 마다할 수 없는 것이 노동자의 실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을 깨기 위해서 일자리를 확보하는 문제에만 집중하게 된다면 또 다시 저임금의 강제노동으로 밀려들어갈 뿐이다.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노동자의 인간다운 생계를 보장하는 수준까지 최저임금이 끌어올려져야 한다. 또한 그것을 기준으로 실업 노동자의 생존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야 이 사회의 가장 낮은 계층에게만 강요되고 있는 저임금과 빈곤의 야만을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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