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 대한 보험차별, 상법732조 삭제만이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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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진호 기자 |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장애인의 보험차별을 막기 위해 보험회사 등에서 장애인 차별에 대한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상법 732조 삭제 개정안 통과를 위한 간담회가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권리협약 이행 및 모니터링 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주최로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 곽정숙 의원은 “장애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조항 때문에 장애인의 보험가입을 원천적으로 차단당하고 있는 부조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상법 732조를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라고 개정안 발의의 의의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곽정숙 의원은 “정부에서도 개정안을 내놓았으나 의사소통이 가능한 장애인으로 제한하고 있어 결국 장애인 당사자의 위기상황에 대한 보상 등을 제한하고 있는 법률.”이라며 “장애인에 대한 특별한 차별이 지속돼서는 안 된다. 이 자리에서 실제사례들을 모아 소위원회에 상정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할 것이며, 이런 목소리가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우울증 약 먹는다고 치아보험에 가입 못해?
이어 태화 샘솟는 집 배성한 회원은 정신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보험가입을 하지 못한 사례를 발표했다.
배씨는 “평소 치아가 안 좋아 고민하던 중 치아도 보험을 해준다는 방송광고를 보고 전화를 했더니 가능하다고 말했으나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말하니 태도를 바꿔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라며 “우울증과 치아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정신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장애인들에게도 차별당하고 항상 약을 먹어야만 하는 것도 서러운데 치아보험은 물론 암보험 등 어떤 보험도 가입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서럽다.”라며 “지금 기초생활수급권자 신분인데 병에 걸리면 치료받을 수 있는 혜택이 없어 죽는 날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국의 박성희 활동가는 “지난 2004년 연구소에서는 뇌병변장애인의 보험체결 거부에 대한 소송을 국내최초로 진행해 승소했으며,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보험차별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나 1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차별과 관련해 2000년~2009년 5월까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국에 상담 의뢰된 내용을 분석해본 결과 총 86건의 사건들 중 지체장애인이 33.7%로 가장 높았으며 지적장애가 20.9%로 나타났으며, 장애등급별로는 1급~3급의 중증장애인이 전체의 66.1%를 차지했다.
차별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크게 ▲장애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이 해당 장애를 무조건 선천적인 것으로 파악해 일방적으로 가입을 해지시키거나 보상거부 ▲장애자체를 기왕증으로 보고 객관적 근거 없이 장애의 사고기여율을 높게 책정해 비장애인보다 보상을 적게 하거나 피해상황 등에 대한 진술의 어려움이 있는 보험가입인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서 보상받음 ▲상법 732조를 근거로 보험가입을 거부하거나 장애와 보험사고의 발생가능성의 상관관계에 대해 객관적 근거 없이 장애인의 사고율이 높게 평가해 가입 불가능 등으로 나뉘었다.
지적장애인에 대한 차별 심각
박성희 활동가는 “지적장애인이나 정신장애인은 천편일률적으로 사고율이나 법을 근거로 보험가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바로 얼마전 모 장애인복지관에서 나들이를 가기위해 농협의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려고 하자 지체장애는 내부지침에 의해 신체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중증은 어렵고 지적장애는 무조건 가입안된다는 상담을 받았을 정도로 장애인에 대한 보험차별이 만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박성희 활동가는 “앞서 소개했듯 뇌성마비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단명한다는 터무니없는 편견 등이 보험가입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편견을 불식시킬 수 있는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며,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근거한 피해 당사자들와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 “상법 732조가 의사판단 능력이 부족한 경우 정신적 장애인의 동의없이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금 취득을 위해 정신적 장애인이 희생양이 될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조항이라고 하나 현실에서는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보험가입 차별로 작용하고 있다.”며 “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보험 악용 가능성은 보험가입 자체를 막을 게 아니라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 하며, 상법 732조 폐지를 통해 정신적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위험사고를 대비할 권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전진호 기자 |
배융호 집행위원장은 “우주형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상충되는 법률이 95개에 이른다. 제정당시 상충법안에 대한 개정을 하지 않으면 걸림돌이 되리라 걱정해 법률개정을 정부에 강하게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지금의 상법 732조도 문제조항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내놓은 개정안은 기존 법률을 그대로 존치시킨 채 ‘다만 심신박약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제731조에 따른 서면동의를 한 때에 의사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는데 지금까지 장애인 본인이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서면동의를 할 때에 의사능력이 없어서 보험가입을 거부했단 말인가.”라고 반문한 뒤 “여전히 반인권적인 심신박약자라는 표현을 쓰고, 서면동의시 의사능력이 있을 경우만 허용이 가능하다는 것 역시 차별적 조항이기는 마찬가지다. 장애인에 대해 의사능력이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접근한다는 점과 지적장애인 등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상충되며 차별적 조항이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 틀림없다.”고 정부의 개정안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 상법 732조 상충빌미 장애인권리협약 생명보험 규정 유보한 채 비준
한국 디피아이(DPI)의 김대성 사무총장은 지난해 12월에 비준된 「장애인권리협약」을 근거로 상법 732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대성 사무총장은 “장애인권리협약 25조 마항의 생명보험에 대한 규정을 보면 생명보험 등 보험상품의 제공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데, 정부는 아예 상충될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25조 마항을 유보한 채 비준했다.”며 “보험회사들이 상법 732조를 지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증폭 될 거라고 생각하는 데 이는 비장애인이라고 해도 범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고, 많은 선진국에서 장애인이 생명보험에 가입됐다고 범죄가 더 많이 늘었다는 통계와 보고는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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