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끝내 장애인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자유가 없는 장애인생활시설에서 생활하느니 길거리에서라도 자유롭게 살 권리를 택하겠다’며 20여년간의 시설생활을 정리하고 거리로 나온 석암비대위 소속 장애인 8명의 노숙농성이 15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지난 17일 중증장애인 100여명은 서울 혜화동 로터리 앞에서 ‘탈시설 자립생활 권리 쟁취 100인 선언’ 기자회견과 1박2일 촛불문화제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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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진호 기자 |
이 자리에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최용기 공동대표는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은 18년 전 이동권 투쟁을 시작한 역사적인 장소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10명밖에 안됐는데 18년이 지난 지금 100여대로 늘어난 모습을 보니 가슴이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장애인생활시설에서 살다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어 나온 지 열흘이 지났다. 시설에 들어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의지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나 환경 때문에 보내졌고, 그 부조리를 깨기 위해 8명의 장애인이 노숙농성을 불사하며 독립생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종로구청 공무원은 이들을 찾아와 ‘그런 몸으로 어떻게 시설에서 나와 사느냐, 다시 시설로 돌아가라’고 마치 시설장의 이야기를 대변하듯 이야기했다.”라며 “이들이 비록 지금은 주거권도 보장되지 않아 노숙생활을 하고 있지만 내 삶을 내가 관리하고 통제하며 살고 싶은 꿈을 이루려 자유를 찾아 탈출했다. 시설이 그렇게 살기 좋은 공간이라면 우리보고 살라고 하지 말고 그런 말을 한 서울시, 종로구청 공무원들이나 들어가서 살아라.”고 비판했다.
최용기 대표는 “장애인생활시설에서 살고 있는 이들 중 70%가 넘는 이들이 활동보조인과 주거지만 주어진다면 시설에서 나와서 살고 싶어 한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오면 탈시설 정책을 수립해 우리와 만나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왜 우리와의 만남을 회피하면서 결과발표조차 미루고 있는가.”라며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 재임을 노린다면 장애인 정책에 대한 명확한 관점을 밝히고 우리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용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오세훈 시장, 왜 약속 지키지 않는가” 강하게 성토
민들레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수미 교육국장은 시설에서 나와 체험홈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의 어려움에 대해 설명했다.
김수미 국장은 “몇 십 년씩 시설에서 생활하며 손발이 묶이거나, 썩은 고기와 똑같은 반찬에 개도 먹지 않을 음식을 먹이고, 약을 강제로 먹였다는 시설 생활상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파오곤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자유를 위해 시설에서 생활하던 장애인들이 우리 체험홈에 입소했지만 어려움이 많다.”며 “휠체어로 이동하기가 편한 곳을 찾다보니 월세가 비싸 기초생활수급비로 관리비와 월세를 내고나면 생활비가 한 푼도 안 남는다. 이 때문에 2~3명씩 함께 생활하려고 하는데 ‘같이 살고 있으니 독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해 독거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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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탈시설-자립생활 권리쟁취 선언단 100인 선언과 자립생활의 염원을 담은 ‘자립의 집 만들기’ 퍼포먼스를 마무리 한 후 노숙농성단 등 12명의 대표단은 오세훈 시장 공관을 찾아 ‘자립생활을 원하는 중증장애인 100명이 오세훈 시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경찰병력에 의해 입구에서부터 차단당했다.
100인 공개서한 끝내 전달못해...항의하던 활동가 2명 연행, 아직 조사 중
이에 대해 대표단은 경찰에 항의하며 서울시 공무원과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경찰 측은 “우리는 서울시공무원이 아니다.”라는 말만 되풀이 하며 대표단을 에워싼 채 ‘무조건 해산’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무리한 진압을 항의하던 진보신당 소속 박모씨가 경찰에 의해 강제 연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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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서한만 전달하면 된다.”는 대표단의 주장과 “서울시 공무원이 없기 때문에 소용없다. 물러가라.”는 경찰과의 팽팽한 신경전이 2시간가량 벌어지는 동안 나머지 대오는 혜화동 로터리 주변을 인도로 돌며 선전전을 벌였으나 이마저도 경찰의 차단에 의해 멈춰야 했다.
한때 서울시장의 비서가 대표단에게 공개서한을 전달받으려고 오고 있는 중이라는 소문이 퍼져 기대에 부풀었으나 근처까지 와 경찰만 만나보고 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낙담하기도. 결국 저녁 7시 30분 경 공개서한 전달을 포기한 채 혜화동 로터리로 내려와야 했다.
촛불문화제조차 막는 경찰...문화제 참석자 50여명, 버스정류장 앞서 노숙농성 진행 중
이후 노래공장, 박준, 한낱 등 노래공연과 오아시스의 공연 등이 진행되는 촛불문화제를 개최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문화제 내용이 정부비판의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집회로 간주해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기를 압수한 것. 이 과정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윤모 활동가가 연행될 뻔했으며, 노들장애인야학의 조모 활동가가 경찰에 의해 강제연행 돼 혜화경찰서로 이송됐다.
또 경찰과의 대치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노숙농성 참가자 김동림 활동가가 허리통증을 호소해 119에 의해 서울 백병원으로 긴급 후송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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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제에 참석한 이들 중 50여명은 구속된 이들이 석방될 때까지 노숙할 것을 결의하고 혜화로터리 버스정류장 앞에서 일렬로 침낭을 덮고 노숙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