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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의료급여 강제 전환 지침 당장 철회하라

[진보신당 논평]

본문

현재 최저생계비 이하 계층의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강보험과 함께 의료급여제도가 실시되고 있다. 그런데 복지부는 올해 의료급여제도 지침을 개악해, 빈곤층의 의료혜택마저 박탈하고 있다.

의료급여는 1종 수급권과 2종 수급권으로 나눠지는데, 이에 따라 본인이 부담하는 의료비용에 큰 차이가 난다. 의료급여 1종은 모든 병․의원 이용시 1,000원~3,000원의 비용을 내고, 입원시 본인부담금이 없다. 반면, 의료급여 2종은 병원, 종합병원, 지정병원의 외래 이용시 15%에 달하는 본인부담금을 내야 한다. 입원시에는 병․의원 상관없이 무조건 15%를 내야 한다. 말이 15%이지, 의료급여 적용이 안되는 비급여 항목을 고려하면 의료비용은 훨씬 높아지게 된다. 결국 빈곤층인 의료급여 2종 수급권자들은 돈 때문에 의료혜택에서 소외될 수 밖에 없다.

의료급여 1종과 2종의 구분은 ‘근로능력 유무’인데, 문제는 ‘근로능력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정부의 평가지표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2008년까지는 정부에서도 빈곤층이 ‘3개월 이상의 치료 또는 요양이 필요하다는 의사진단서’만 제출하면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로 지정해 왔다. 그런데 올해 개악된 의료급여제도 지침에 따르면, 3개월 이상의 치료 또는 요양이 필요하다는 내용과 함께 무조건 ‘근로능력 불가’까지 포함한 의사진단서를 제출해야만 의료급여 1종으로 지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올해 4월 서울시 용산구청은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 187명에 대해, 사전통보도 없이 2종 수급권자로 강제 전환시켰다.

그런데 대한의사협회가 5월 29일자로 시도 의사회장에게 보낸 공문에 따르면, 근로능력 유무에 대한 의학적 판단의 모호성과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를 들어,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근로활동 불가‘에 대한 의사진단서를 발급하지 말라고 의사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공문에 나온 것처럼, 사실 ‘근로능력 유무’는 의사들의 진단 영역이라 할 수 없다. 의사가 진단내릴 수 있는 것은 의학적으로 얼마나 손상을 입었는지의 여부이지, 그러한 의학적 손상이 근로능력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가 아니다. 근로 활동은 매우 다양하고, 개인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 밖에 없으며,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이후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지 등에 따라 근로 능력이 결정되기 때문에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손가락이 절단된 사람의 경우 의학적으로는 경미하나, 피아니스트, 속기사 등 손가락을 주로 사용하는 직업에 종사한다면 근로능력은 상당한 정도 저하될 수 밖에 없다. 반면, 이들에게 적합한 보조기구가 제공된다면, 근로능력은 향상될 것이다. 다리가 절단되는 심한 의학적 손상을 입었다 하더라도 손을 사용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 근로능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즉, 의학적 기준과는 별도로 ‘근로! 능력 측정지표’가 있어야 한다. 그동안 이러한 측정 도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으나, 정부는 현재까지도 적합한 지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근로능력 유무’에 대한 정부의 평가지표가 존재하지 않는데도, 정부는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에게 ‘근로능력 유무’를 평가한 진단서를 요구하고 있고, 의사들은 자신들이 평가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진단서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의료급여 수급권자들 뿐이다. 도대체 이들은 어디 가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가?

이미 작년 4월과 올해 4월에 걸쳐, 정부는 저소득층 희귀난치성 질환자 및 만성질환자, 18세 미만 아동에게 적용하던 의료급여 혜택을 빼앗은 바 있다.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정부는 현재 평가할 수도 없는 기준을 내세워 빈곤층의 의료급여 혜택을 축소시키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자 빈곤층 지원대책을 발표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듯 하더니, 실상은 빈곤층의 뒤통수를 때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의료급여 2종으로 강제 전환하도록 한 지침을 당장 철회해라. 굳이 하고 싶다면, 최소한 ‘근로능력 측정지표’부터 만들고 난 후 전환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의료급여 1종과 2종의 구분을 없애야 한다. 최저생계비 이하 계층은 재산이나 소득이 너무 낮아 건강보험료조차 낼 수 없는 사람들로, 국가가 이들의 의료권을 보장해 주기 위해 실시하는 제도가 바로 의료급여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둘로 나누고 또다시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지워 의료 사각지대로 내몰리게 하는 일을 더 이상 해서는 안된다.

작성자함께걸음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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