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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고시설 양성화정책, 눈가리고 아웅

고발- 미신고시설 양성화정책 문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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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화정책, 접근부터 틀렸다

2002년 5월 9일 충남 부여 엠마누엘 장애인복지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교회의 후원금으로 폐교를 개조해 오갈 데 없는 장애인들과 치매노인들이 생활하던 이곳은 국가의 지원이 전혀 없는 미신고시설이었다. 결국 사람들을 구하려다 이곳을 운영하던 표목사와 생활자 3명이 숨지고 말았는데, 당시 언론에서는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장애인들을 구하려가 사망한 표목사의 살신성인의 자세를 매우 비중 있게 다뤘다. 그러자 열악함 속에서 시설을 운영하던 전국의 미신고시설 운영자들은 이를 자기 문제로 받아들이며, 국가의 미흡한 미신고시설 정책을 규탄하며 시급히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미신고시설에 대한 전면 조사와 조건부신고시서 등록 제도였다. 몇 가지 시설 기준을 완하해 2005년까지 조건을 갖추면 신고시설로 전환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폐쇄하겠다는 단호한 조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실, 은혜기도원 같은 사태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행 출발부터 어긋났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가 미신고시설에 대해 문제인식을 갖게 된 근본적인 이유가 그곳에 수용되어 살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 대한 고민이 아니고 오히려 시설장이 안고 있는 고민과 ‘관리대책’으로만 접근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비스의 질적 향상은 애당초 고민의 대상도 아니었다.

정부예산 지원 없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지원

한국종교계사회복지대표자협의회 김광수 목사(성남 은행골 우리집 대표)는 정부의 미신고시설 관리대책을 이렇게 요약했다. ▲미신고시설 조건부 신고제도 도입: 조건부 신고제도를 도입하여 양성화의 길을 제시 ▲사회복지시설 신고 기준 완화: 개별법에 명시된 엄격한 시설기준 완화 ▲조건부 신고제를 통한 지원방안 마련: 시설증개축비, 이전비, 인건비 비원 방안 마련 ▲시설장 사회복지사 자격취득 지원: 시설장 자격을 3급으로 완화, 비용지원 및 교육시스템 마련. 그래서인지 2003.1 현재 조건부 신고시설로 등록한 시설은 1,044개 시설 중 962개 시설(신고율 92%)로 조사되었다.

이제 962개 시설은 모두 신고시설로 가기 위해 애쓰겠다고 선언했으니 정부에서는 관리감독 뿐 아니라 재정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형편에 놓여지게 되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복지정책과 박문수씨는 “법적 지위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시설장 개인에게 돈을 줄 수 있는 근거는 없다.

만일 지원을 받고 시설을 폐쇄해 버리는 사태가 온다면 고스란히 국가 예산낭비가 되는 거다”라고 말한다. 법적 지위가 명확한 법인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가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거였다. 그러나 그는 “2003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42억 원을 마련했고 지원에 대한 약속을 지켰다”고 말한다.

962개 시설에 42억 원 지원. 하지만 그 내역을 보면 월동비 지원과 시설증개축, 개보수 및 이전에 대한 융자가 전부다. 복지부 보고서를 보니 화재사건으로 출발한 미신고시설 정책이라 그런지 월동비 중에서도 ‘화재보험’이란 단어가 굵게 표시되어 있어 눈에 띄었다. 복지부는 2004년 미신고시설 지원 예산으로 21억 원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아직 통과는 미지수다.

조건부신고시설제도, 오히려 탈시설화에 역행

인권의 사각지대로 불리워 왔던 미신고시설에 대해 정부차원의 대책이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사회복지계나 장애계에서는 많은 기대를 걸었다. 실태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고 공청회 등을 통해 함께 대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광수목사는 “실망 그 자체였다”고 평가한다. 오히려 탈시설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른 길이지만 아무런 검증 작업 없이 기존의 시설들이 몇 가지의 조건만 갖추면 지원하겠다는 발상은 복지정책의 후퇴하는 것이다.

또 수용인이 많은 대형시설일수록 더 많은 지원을 하는 것도 대형화를 부추기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미신고시설이 사회복지계에서 한 분야를 차지하다보니, 헤게모니를 장악하려는 조직적 움직임도 보인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시설들이 목소리를 높여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든다면 사회복지계가 주장하는 ‘지역사회 안으로’는 더욱 요원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시행 1년이 지났건만 ‘왜 시설로 보내질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근본물음을 외면한 철학도 비전도 없는 정책은 오히려 전체 사회복지정책을 역행시킬 수도 있다며, 미신고시설 정책이 갖고 있는 위험성을 지적했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2001년에 조사되었던 미신고시설은 637개였지만 1년 만에 962개 시설로 늘어나 50% 증가 추세를 보였다.

양성화 정책의 핵심은 투명성, 신뢰성 확보 방안 마련

복지부에서는 조건부 신고시설제도를 도입하기 전이었던 2002년, 보건사회연구원 주최로 현황과 문제점을 공유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었다. 우리나라 미신고시설에 대해 국가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접근한 최초의 정책 공론화 장이었다. 짐작만으로 가늠할 수밖에 없었던 미신고시설의 처절한 열악함이 그대로 드러났고, 문제점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나마 미신고시설 양성화정책이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이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달라진 것은 없다. 복지부 실태조사서 항목에서는 ▲시설의 종류 ▲시설명 ▲소재지 ▲생활인원 ▲건물현황 ▲시설대표 ▲최종학력 ▲사회복지사자격증 소지여부 ▲설치 주체 ▲시설종사자만 기재하면 된다. 관할 지자체에서는 시설의 장이 보고하는 대로 기재만 하면 끝이다. 지원도 할 수 없는 제도를 만들어놓고 눈감아 줄 테니 알아서 다 해보라는 식이다. 시설의 투명성,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인건비 및 프로그램 지원은 전혀 없다.

정부는 “이제부터 국가가 나서겠다”고 선언했지만, 시설에 있을만한 사람들이 들어 온 건지, 인권침해는 없는지, 어떤 부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생활자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심 밖의 일이다.

작성자여준민 기자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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