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 관련 미공개 3천 쪽 수사기록 공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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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진실은 무엇인가. 검찰은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서, 무엇을 은폐하기 위해 3천 쪽에 이르는 용산참사 수사기록을 공개하지 않는가.
지난 5월 6일(수) 열린 용산참사 재판에서 변호인단이 변론을 거부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 이유인즉슨, 검찰이 전체 1만여 쪽 가량의 수사기록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3천여 쪽의 수사기록을 제출하지 않고 있고, 재판부(서울중앙지법 제27 형사부, 부장판사 한양석) 또한 검찰의 수사기록을 모두 제출할 것을 명령해놓고 이를 불이행하는 검찰의 태도를 암묵적으로 인정한 채 검찰의 진실 왜곡과 은폐의 행태에 동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인 총 6명이 사망한 용산참사가 발생한 뒤 법과 원칙에 따라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며 신속하고 정확한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예상대로 검찰은 부상자 등 용산철거민들을 대거 구속시키면서 강경진압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고, 또 경찰과 철거용역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태도로 수사에 임했다. 또 과도하게 많은 수의 증인을 신청하며 국민참여재판을 의도적으로 무산시켰다. 이는 검찰이 애초부터 용산참사에 대해 짜 맞추기식의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사건의 진상규명은커녕 진실을 왜곡하고 은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법원의 태도는 어떠한가. 법원은 자신들의 명령을 불이행하는 검찰을 제재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거늘 오히려 재판부에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는 변호인단의 요구마저 묵살하며 국선변호인을 선임하여 재판을 강행하겠다고 말하며, 검찰의 태도에 암묵적으로 동조하고 있다.
용산참사가 발생한지 100일이 지났다. 살기 위해 망루 위로 올라간 사람들은 경찰과 용역의 강경진압으로 불에 탄 시신으로 돌아왔다. 지난 100일 동안 故이상림, 故윤용헌, 故이성수, 故한성수, 故김영덕의 유족들은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영안실을 지키며, 진상규명을 위해 힘겹게 싸우고 있다. 또 고인들의 자녀들은 영안실에서 등·하교하며 살고 있고, 아버지의 죽음으로 충격으로 실명위기에 처한 자녀도 있다.
법원과 검찰은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법원의 열람등사허용결정 이후 검찰이 제공한 일부 경찰특공대원들과 기타 관련자들의 진술서에 의하면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와 배치되는 진술이 많다. 뿐만 아니라 발화지점과 발화원인, 참사가 발생한 직후 시신 5구는 유족도 모르게 국과수로 빼돌려져 부검된 점, 이미 망루를 탈출한 철거민이 화재사한 시체로 발견된 이유 등 숱한 의혹들이 참사 발생 100일이 훌쩍 넘었는데도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이 의혹들을 해소하기 위해 앞장서야 하는 것이 법원과 검찰 본연의 임무이고, 그것이 고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이다.
또한 법원과 검찰은 모든 국민에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숱한 의혹들이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변호인단은 물론이고 피고인의 신분으로 법정에 선 사람들이 검찰의 미공개 수사기록의 내용을 알아야 하는 것이 바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이다. 주거권을 비롯하여 최소한의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이 사회에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조차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면 이 땅의 법은 더 이상 국민을 위한 법이 아니다.
‘법’이 앞장서서 권력의 편에서 진실을 왜곡하고 은폐하려 한다면 다시 한 번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다. 이 땅에는 무자비한 개발과 자본의 욕심으로 철거민들이 계속해서 양산되고 있다. 검찰이 수사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재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제2의, 제3의 용산참사는 또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누가 장담하는가. 더불어 무엇보다도 존엄한 가치인 ‘인권’이 보장받을 수 없는 세상이 될 것이다.
검찰은 당장 3천 쪽에 이르는 미공개 수사결과를 공개하라! 진실을 왜곡하고 은폐하는 지금의 검찰은 불과 수십 년 전 독재정권 하에서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하던 검찰과 무엇이 다른가! 재판부 또한 검찰의 행태를 묵인하지 말고, 재판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제재를 가하여 검찰이 수사기록을 모두 공개할 수 있도록 하라! 우리 인권단체들은 진상규명을 위해 유족들과 함께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다.
2009 .5. 8
인권단체연석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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